랭킹 1위 용사가 세상을 지키는 방법 259화
“아, 알리시……!”
“알리시아!”
일리아스가 가장 먼저 이름을 외치며 뛰쳐나갔다. 엘리사 메이 뒤에 선 알리시아는 멋쩍은 표정으로 볼을 긁적였다.
어딜 보나 남매의 감동적인 재회가 펼쳐질 참이었다.
“아, 뭘 그렇게 불…… 악!”
퍽!
알리시아는 주먹으로 머리를 세게 쥐어박혔다. 바로 일리아스가 휘두른 주먹이었다.
“너 이제까지 연락도 없이 어디에 있었던 거야?! 미쳤어?!”
“이런 미친 새끼가…… 그렇다고 보자마자 사람을 쳐?”
“네가 사람 새끼냐? 사람 새끼야? 거의 몇 년간 연락도 없이!”
“아, 내가 연락을 하기 싫어서 안 했냐고! 계속 잡혀 있었다니까!”
“그러니까 위험한 곳에 갈 때는 연락용 언데드 전서구를 가지고 가라고 내가 몇 번을 이야기했잖아! 준비도 다 해 놨는데! 왜 안 가져가서 일을 이 모양 이 꼴로 만들어!”
짝!
짝짝!
일리아스가 이번에는 손바닥을 펴 알리시아의 등짝을 무자비하게 퍽퍽 때렸다.
저게 바로 등짝 스매싱이구나.
순식간에 몇 대나 맞은 알리시아는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외쳤다.
“아, 좀 까먹을 수도 있지! 그런 걸 귀찮게 어떻게 다 챙겨 다녀?”
“까먹을 게 없어서 그런 걸 까먹어서 이 사달을 만들어? 진짜 이 돌대가리가…….”
“흠, 흠.”
감동적인 재회는커녕 서로 머리채를 잡고 싸울 기세에 루카스가 점잖게 헛기침을 내뱉었다.
“그래도 사람들 앞인데 그만 싸우지 그러나.”
“그럼 루카스 너도 보고만 있지 말고 일리아스 좀 말려…… 악!”
“이리 와. 넌 좀 더 맞아야 돼.”
“아파, 아프다고! 나 환자야! 비쩍 마른 거 안 보이냐!”
“어쩌라고! 누가 전서구 놓고 가래?!”
“……참 유치하게도 싸운다…….”
눈물이 나려다가 쏙 들어갔다.
어떻게 쟤네는 나이를 먹어도 변하는 게 하나도 없냐.
그런데, 한창 일리아스에게 두드려 맞고 있던 알리시아가 번쩍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나를 발견한 알리시아의 눈이 반짝였다.
“어? 혹시 저거…….”
“사람한테 저거가 뭐야, 저거가!”
“레나야?! 레나지…… 악! 그만 때리라고!”
“……그만 때려, 일리아스. 그러다 진짜 맞아 죽겠다.”
내가 말리자 그제야 일리아스가 알리시아를 때리던 완드를 거두어 들였다.
그 모습에 알리시아가 확신을 얻었는지 활짝 웃었다.
“역시 레나 맞잖아!”
그래도 두 번째 만났다고 얼굴도 가리고 있는데 금방 알아 봐 주는구나. 아니면 그냥 일리아스에게 친근하게 대하고 있으니 감으로 때려 맞힌 것인지도 모르겠다.
“야아, 이게 무슨 일이래? 돌아오자마자 레나도 있고! 돌발성 던전 브레이크도 터지고! 시간 완전 잘 맞춘 것 같…… 악! 레나 너까지 왜 때리냐?”
“연락 수단은 좀 갖고 다녀라, 이 돌대가리야.”
솔직히 보자마자 동생 등짝을 갈긴 일리아스 마음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게, 연락 수단을 잘 가지고 다녔으면 누구한테 붙잡혀 있었더라도 진작 구하러 갈 수 있지 않았겠는가.
그걸 귀찮다고 빼먹었다가 세계 멸망급 위기를 만들다니.
진짜로 알리시아가 죽은 줄 알고 눈물을 쏙 뺐던 게 무색해졌다.
물론 다행이긴 했지만!
“너 때문에 세상이 멸망할 뻔했다고, 멍청아.”
“뭐야, 그게? 일리아스, 뭐 했어?”
그렇게 어리둥절하게 말하면서도 알리시아는 나를 마주 안아 주었다.
알리시아의 등을 토닥이면서 나는 한숨을 쉬었다.
살아 있어서, 정말로 다행이다.
“수고 많았다, 메이 경.”
“아닙니다. 본래는 어찌 된 일인지 상세하게 보고를 드려야겠지만…… 그럴 상황이 아닌 것 같군요.”
“그래, 이번 일이 끝나면 보고를 듣도록 하지.”
그 와중에 루카스와 엘리사 메이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들렸다. 어딜 보나 듬직한 기사와 그 주군이 할 법한 이야기라 기분이 묘했다.
그러다 메이와 문득 시선이 마주쳤다.
나를 본 메이의 얼굴이 의아한 듯 일그러졌다.
‘은의 장막’이 가져다주는 위화감을 알아차릴 정도로 레벨이 오른 것일지도 모른다.
어릴 때는 가면이고 뭐고 알아차리지도 못했는데, 나는 괜히 감회에 젖었다.
“진짜 잘 컸지?”
그런 내 심정을 느끼기라도 한 것처럼 알리시아가 귓가에 속삭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러네.”
“네가 사라진 후에…… 솔직히 이런 멍청한 짓, 몇 번이나 때려치우려고 했거든.”
그 멍청한 짓이라는 건 대륙 이곳저곳을 홀로 떠돌며 잡힌 아이들을 구하는 것이었겠지.
대륙에 공적이라고 수배를 당하고, 오명을 뒤집어쓰고, 상관도 없는 정치 싸움에 휘말린 채로 그러고 있으니 멍청하다는 소리를 들을 만도 했다.
“그렇지만 엘리사나 페트라 같은 애들을 보다 보면…… 도저히 그만둘 수가 없더라고.”
“…….”
“그래도 계속하길 잘했어. 그치? 엘리사가 날 구하러 오지 않았더라면 이번엔 진짜로 죽었을지도 몰라.”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살려 낸 알리시아가 아이들을 구했고.
그 아이들은 자라서 알리시아를 구했다.
심지어는 알리시아뿐만이 아니라 과거를 거슬러 이 세계마저 구하려 하고 있었다.
그저 눈앞의 불행을 모른 척할 수 없어 뻗은 손은 이렇게 크게 돌아왔다.
누가 알리시아더러 감히 멍청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 멍청하고 아둔한 행동이 결국은 운명마저 뒤틀었는데.
알리시아가 내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그러니까 결국 나 좋은 일 한 거지, 뭐.”
마지막 말은 나한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알리시아는 일리아스를 똑바로 쳐다보며 씩 하고 웃었다.
“안 그러냐?”
“하…….”
일리아스가 어이없다는 듯 헛숨을 내뱉었다.
“그게 지금 나한테 할 소리니?”
“당연히 너한테 할 소리지. 엘리사한테 들었어. 나 없다고 루카스랑 싸우고 혼자 협곡에 틀어박혀 있었다며. 그게 뭐 하는 짓이야?”
“…….”
“진짜, 그렇게 살지 마. 그런 거 아무도 안 바라니까.”
“……정말 멍청하기 짝이 없네.”
“됐고 이리 와서 레나나 좀 달래 줘 봐. 얘 우는 것 같은데.”
안 울었다.
하지만, 일리아스는 속았다. 그는 한숨을 쉬며 다가와 나와 알리시아를 한번에 껴안았다.
그리고…….
“이 멍청한 동생들 같으니.”
- 메인 퀘스트 클리어 조건 : 일리아스를 설득하시오.
- 메인 퀘스트에 성공하였습니다. (2/5)
- 운명의 씨앗이 성공적으로 싹을 틔웠습니다. 운명이 변화의 조짐을 보입니다.
황금빛의 글씨가 폭죽처럼 터졌다.
일리아스를 설득하라는 메인 퀘스트에 성공한 것이다.
일리아스가 우리를 껴안은 채 메이를 향해 고개를 까닥이는 것이 곁눈으로 보였다. 무뚝뚝해 보였지만, 감사함의 표시였다.
혹은, 기대하지 않았는데도 돌아온 선의에 보내는 감사함일지도 몰랐다.
이렇게 메인 퀘스트 하나가 종지부를 찍었다.
귓가에서 저 아득한 어딘가, 정해져 있던 운명의 궤도가 뒤틀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 당신은 해당 인물로서 훌륭하게 행동하였습니다. 해당 인물의 기억 파편이 보상으로 주어집니다.
- 해당 퀘스트의 클리어 보상이 지급될 예정입니다. 이후 보상창을 확인해 보세요.
그리고, 본래대로라면 나는 이번 퀘스트가 끝나며 던전에서 쫓겨나야 했겠지만…….
파지직!
메시지에 금이 가는 것처럼 스파크가 튀어 올랐다.
- 오류가 발생합니다.
- 클리어 출구가 생성되지 않습니다.
- 운영자 권한이 발동되어 특정된 플레이어는 돌발성 던전 브레이크가 종료될 때까지 이 구역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허공에서 두 가지 시스템 메시지가 서로 충돌하고 있었다.
그때 조한율이 메시지를 보냈다.
조한율 : 역시 우리 예상이 맞았네요.
“……그러게.”
조한율과 나는 이 상황에 대해 몇 가지 가설을 세워 두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었다.
메인 퀘스트인 ‘운명의 씨앗’ 퀘스트가 클리어되더라도 현재 타르토스의 운영자가 건 제약, 즉 던전 브레이크가 끝날 때까지 내가 이 구역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제약이 가장 선행될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이것은…….
조한율 : 역시, 운영자는 두 명 있는 게 맞네요.
현재 내게 제약을 건 운영자가 두 명 있다는 것의 증명이기도 했다.
조한율 : 기껏 돌발성 던브를 일으켜 놓고 지연시키다니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한쪽이 도중에 방해한 거군요. 그렇다면 다른 운영자는 역시 예나 씨의…….
나는 조한율의 말을 끊었다.
“그래, 나도 알아. 나중에 이야기하자.”
“응? 혼자 뭐라는 거야?”
조한율의 메시지를 볼 수 없는 알리시아가 의아한 표정을 하며 물었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어쨌든, 덕분에 이번 돌발성 던전 브레이크가 끝날 때까지는 여기에 머물 수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일단 이번 던브가 끝난 다음에…….
다른 운영자가 누군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는…… 한국에 돌아가서 생각하자.
- 경고! 1차 몬스터 웨이브가 시작됩니다. 몬스터 등급 제한이 있습니다(D, F급 한정 출현)
- 1차 몬스터 웨이브 활성화 시간 00:20:00
- 몬스터 웨이브 활성화 시간 동안 해당 구역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다행히도 1차 몬스터 웨이브 난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한국이라면 모를까, 타르토스 대륙에서 D급 몬스터 정도는 수백 마리쯤 나와도 대처가 가능한 레벨이니까.
무엇보다도, 여기에는 이 대륙 최강의 플레이어들이 4명이나 모여 있었다.
솔직히 말해 지금 상황에서 걱정해야 할 것은, 지난번에 이우연이 실수했던 것처럼 너무 빨리 웨이브를 쓸어버려서 난도가 급상승하는 것 정도밖에 없다.
“시작한다.”
일리아스가 나와 알리시아를 감싸 안던 팔을 놓고 완드를 들었다. 매끄러운 완드에 박힌 마력석을 따라 마력이 태풍처럼 휘몰아쳤다.
그러자 언데드 병사들이 발을 맞추어 쿵, 쿵 하며 몬스터들이 출현할 곳으로 걸어갔다.
특히 압권인 것은 두 마리의 아이스 골렘이었다.
골렘들이 걸어가는 자리마다 얼음꽃이 피어나며 식물이 시들어 죽어 가는 것이 보였다. 아마 저 육중한 주먹을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어지간한 몬스터들은 그대로 나자빠질 것이다.
“1차 웨이브는 제가 맡죠. 괜한 인명 피해는 없었으면 하니까요.”
일리아스가 건넨 말에 루카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기사들을 뒤로 물렸다.
“혹여 언데드 병사들이 흘린 놈들이 마을 사이로 달아나지 않도록 주의해라.”
“네, 알겠습니다!”
“그럼 우린 뭐 하지?”
“구경이나 하면 되는 거 아니냐?”
“에이, 시시한데.”
말도 안 되게 수척해 보이는 얼굴을 한 주제에 알리시아가 투덜거리더니 제 등에 찬 대검을 툭툭 쳤다.
“얘도 활약하고 싶어 할 거라고.”
“우리도 3차쯤 되면 활약할 일이 생길걸. 그보다, 알리시아. 물어보고 싶은 게 하나 있는데…….”
“응? 뭔데? 내가 그동안 어디에 있었냐, 뭐 그런 건가?”
“그것도 궁금하지만 그건 아니고. 그…….”
나는 말을 흐렸다.
……사실, 지난번에 던전에서 만났을 때부터 물어보려고 했었다.
하지만 도저히 그럴 상황도 아닌 데다가, 사실 이 질문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었기에 굳이 묻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어쩌면 이 질문의 답이, 모든 수수께끼를 풀어 줄 단서가 될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알리시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질문이 뭔데 그렇게 긴장해?”
“……우리가 옵타티오를 처치했을 때 말이야.”
옵타티오 공략에 성공하고 나서, 클리어 출구가 떴을 때.
나는 가장 먼저 출구로 향했다.
그리고 출구에서 무언가 이상한 점을 느끼고, 뒤를 돌아보려고 했을 때…….
“내 등을 민 건 누구야?”
* * *
“페트라는 어디로 갔지?”
“어, 루카스 전하 명을 받고 다른 임무를 수행하러 가셨다는데요?”
“……그래?”
엘리사는 데이먼의 말에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엘리사가 알기로는 자신의 소꿉친구, 페트라는 일리아스에게 편지를 전달하는 임무를 맡았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 일리아스가 이 성에 있는 걸로 보아서는 굳이 또 다른 임무를 맡아 떠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을 텐데……?
“아니, 잠시만. 수행하러 가셨다는데요? 라니.”
“어, 뭐, 뭐가 잘못됐습니까?”
“네가 직접 보거나 들은 게 아니라 전해 들은 거냐?”
“아, 넵. 그, 전하의 손님이 그러시던데요.”
“손님이라면…… 저기 저 사람?”
“네, 맞습니다. 저기 저…… 용병왕님과 함께 있는 저 여성분이요.”
데이먼 오닐이 가리키는 방향을 보고 엘리사는 더한 의문에 휩싸였다.
엘리사 메이는 근 십여 년간 루카스 왕자 밑에서 성장했기에 루카스의 개인적인 지인이라고 할 법한 이들은 거의 다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중 저런 젊은 여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게다가 아무리 유심히 보아도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이 영 찜찜했다.
……그나저나 왠지 익숙한데.
엘리사가 기억을 더듬어 보려 할 때였다.
“뭘 하는 거냐! 방심하지 마라!”
루카스의 호통과 함께 병사들 사이로 쉭, 하고 빠져나온 도마뱀 한 마리가 보였다.
불꽃을 등에 두른 독 도마뱀이었다. 도마뱀의 불꽃이 발에 스친 말 한 마리가 깜짝 놀라 크게 투레질을 하며 등에 탄 기사를 떨어트리려 했다.
“으악!”
“한 마리도 놓치지 마라!”
“네.”
콰직!
엘리사는 마침 제 발 밑을 잽싸게 스치고 지나가려는 도마뱀의 등 위로 검을 꽂아 넣었다.
한 방에 꿰뚫린 도마뱀이 검에 꽂힌 채 땅에서 꿈틀거렸다.
그래 봤자 F급 몬스터인 만큼 그저 방심했을 뿐 큰 실수도, 큰 위험도 아니었다.
“……?”
그런데, 엘리사는 문득 그 루카스의 손님이라는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표정은 잘 보이지 않지만 엘리사는 어쩐지 그 시선이 자랑스러움을 띠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마치 가져 본 적 없는 부모처럼.
왜 그렇게 느꼈는지는 의문이었지만.
엘리사가 눈살을 찌푸리고 좀 더 자세히 여자를 관찰하려던 순간.
- 경고! 2차 몬스터 웨이브가 시작됩니다. 몬스터 등급 제한이 있습니다(A급에서 D급 랜덤 출현)
- 2차 몬스터 웨이브 활성화 시간 00:30:00
- 몬스터 웨이브 활성화 시간 동안 해당 구역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오, 그래도 A급이 많이 나온다면 이제 언데드 병사로는 처리 다 못 하겠지? 나도 슬슬 재미 좀 볼까?”
“몬스터가 나오는데 재미가 뭐냐, 재미가.”
용병왕 알리시아와 이름 모를 여자가 아옹다옹하며 앞으로 나섰다.
그나저나 알리시아야 이 대륙에 위명을 떨치고 있으니만큼 그 강함은 잘 알고 있었지만 옆에 나란히 서다니. 저 여자도 강한가?
그런 의문에 휩싸여 있을 무렵.
가까이 서 있던 루카스가 이렇게 말했다.
“잘 봐 두거라. 검사로서 발전하려면 눈으로 쌓는 경험도 귀중한 법이니.”
“예, 알겠습……?”
막 엘리사가 대답하려던 때였다.
너나없이 주위에서 탄성이 터졌다.
“우, 우와아아!”
“저거 대체 뭐야!”
여자가 들고 있는 검을 보며 엘리사는 눈을 크게 떴다.
찬탄이 터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여자의 손에 들려 있는, 흰빛을 눈부시게 내뿜는 그것은 어딜 보나 성검, 그 자체였으니까.
“성검이다!”
“용사가 이 대륙에 돌아왔다!”
그러한 외침을 들으며, 엘리사는 한없이 그 검을 바라보았다.
다른 이들의 감탄이 어쩐지 아득하게 들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엘리사의 의식은 현재가 아니라 과거를 유영하고 있었으니까.
“내가 돌아올 때까지 무사하렴.”
“날 좀 도와줄래?”
턱이 덜덜 떨렸다.
아무도 모르는, 관심조차 없는 깊은 숲속에 갇혀 있었을 때 이름도, 정체도 모르는 여자가 어릴 적 자신을 구해 주었다.
어떻게든 보은하고 싶어 루카스에게 아무리 물어보아도 주군은 그저 씁쓸하게 웃을 뿐, 소재를 가르쳐 주지 않았다.
“그 애는 네가 건강한 것 외엔 아무것도 바라지 않을 거다.”
엘리사가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앞을 향해 휘둘러지던 빛나는 검뿐.
그래서 그저 언젠가 만날 수 있기를 소원하며, 여기까지 왔다.
당신이 도와준 어린아이가 이렇게 컸다고.
열심히 살았다고, 당신의 도움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고, 그렇게 말하며 당당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어서.
그러니 이제는 정말로 함께 싸우게 해 달라고.
“……용사님.”
어릴 적 부른 이름이 엘리사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 부름에 응답하듯 여전히 변함없는 검이 눈앞의 적을 향해 휘둘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