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킹 1위 용사가 세상을 지키는 방법 261화
내성 쪽에서 폭발음이 들린 순간, 우리는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보스 몬스터가 있다는 메시지가 떴지. 하필 내성 쪽에 자리 잡은 건가?”
“곤란하게 됐는데…….”
루카스가 인상을 찡그렸다.
“이 시기에 성이 망가지면 보수하기가 쉽지 않아. 가뜩이나 곧 겨울이라.”
“……성 걱정하기 전에 보스 몬스터 잡을 걱정은 안 하냐?”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의외로 대화에 끼어든 것은 일리아스였다. 계속 입을 다물고 있던 일리아스의 말에 루카스가 눈썹을 치켜 올렸다.
“그럼 뭐가 문제지? 설마 우리가 보스 몬스터 하나 잡지 못할 거란 말은 아니겠지.”
“어쩌면 그럴지도요.”
일리아스의 표정이 심각했다.
“지난번 알리시아와 레나가 알버트라고 하는, 어릴 적 알던 이와 싸운 적이 있었지요. 그때 이야기를 기억하십니까?”
“그야 물론. 기억하고 있다.”
“그 당시 운영자가 개입하여 일반 사람을 몬스터로 만들었던 것도 기억하고 계십니까?”
일리아스의 말을 듣는 순간, 루카스뿐 아니라 나 또한 일리아스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지 곧바로 깨달았다.
“어? 어어? 알버트가 왜?”
알리시아만 빼고.
나는 폭발음이 들린 쪽을 홱 돌아보았다.
지금 성민들은 모두 대피시켜 놓았지만…….
루카스가 골치 아픈 듯 신음했다.
“……젠장.”
드물게도 감정이 드러난 얼굴이었다.
“추기경은 아직 성의 감옥에 갇혀 있다.”
루카스가 이마를 짚었다. 얼굴에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지금 일리아스의 말은 즉, 운영자가 개입하여 플레이어…… 그러니까 추기경을 보스 몬스터로 만들었을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알버트 때 그랬듯이.
그야 이번 던브도 운영자가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니 그럴 가능성도 있었지만…….
“하지만 설마…… 그렇게까지 할까?”
루카스가 드물게 감정을 드러내며 얼굴을 찡그렸다.
“우리의 추측대로라면 현재 운영자는 교단의 인물 아닌가. 그런데 같은 교단 사람을 몬스터로 변이시킨다고? 타락해도 한참 타락했군. 인간이 맞긴 한 건가?”
“그런가요? 오히려 그 누구보다도 인간다운 일 같습니다만.”
일리아스가 태연히 대꾸했다.
“현재 우리들을 포함해 이 성에 있는 사람들을 계속 살려 둘 경우 운영자 관련 이야기는 대륙에 퍼질 거고, 그러면 신전은 제법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겠죠. 그런데 이 상황에서 사람 하나 희생해 막대한 위협을 제거할 수 있다면 얼마나 효율적입니…… 아야.”
퍽!
알리시아가 일리아스의 뒤통수를 세게 때렸다.
“이 오빠 새끼가 또 헛소리하네. 됐고, 보스 몬스터나 잡으러 가자. 뭔 소리들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가 보면 알겠지.”
“아니, 무작정 갈 일이 아니다. 만일 정말로 추기경이 몬스터로 변이했다면 상황부터 살펴야…….”
“맞아.”
나는 대화에 끼어들었다.
“다만 무작정 뛰어가지 않아도 확인해 볼 방법이 있긴 해.”
“레나 네가 그런 말을 하다니…….”
“시끄럽고.”
나는 계속 켜 놓고 있는 메시지창을 바라보았다.
“조한율, 보고 있지?”
저쪽만 운영자가 아군인 건 아니라고.
조한율 : 네!
답장은 금방 왔다.
허공에 대고 이야기하는 나를 보고 알리시아가 귀신 보는 것처럼 입을 쩍 벌렸지만 무시했다.
조한율 : 안타깝게도 친구분 추측이 맞는 것 같은데요. 보스 몬스터 조회해 보니까 오류 메시지가 떠요. 지난번이랑 똑같아요.
나는 혀를 찼다.
“이런, 일리아스 추측이 맞았어.”
“지금 누구랑 이야기하는 거야? 레나, 너 괜찮아?”
“알리시아 넌 이상한 생각하지 말고.”
문제는, 조한율 덕에 상황은 곧장 파악했지만 그 상황이란 게 여러모로 최악이었다는 것에 있었다.
그렇다면 정말로 성에 가두어 놓았던 추기경이 보스 몬스터가 되었고, 성의 감옥이 보스 몬스터의 필드가 되었다는 것 아닌가.
안타깝게도 루카스의 성이 대파되는 건 피할 수 없는 운명이겠지만 무엇보다…….
“추기경이 몬스터가 되었다면 전력이 반은 빠지는데.”
알버트의 경우 원래부터 몬스터 신체 부위로 제 신체를 개조해 근력이 강했고 외피가 단단했다. 그랬던 것이 SS급 몬스터로 변이하면서 능력이 더욱 강력해졌다.
그럼 만일 추기경이 보스 몬스터가 되었다면?
“일리아스, 넌 지금 당장 될 수 있는 한 멀리 떨어져 있어야겠다.”
추기경의 능력은 성력 아닌가.
몬스터로 변이하면서 성력이 강해졌다면, 반대되는 계열의 마력을 가진 일리아스는 근처에 접근하는 것만으로도 위험했다.
“알리시아도 마찬가지야.”
일리아스의 시선은 알리시아의 몬스터 팔을 응시하고 있었다.
하기야 성력에 닿으면 알리시아의 팔도 떨어져 나갈 확률이 높았다. 여러모로 성력 계열은 저 남매에게 쥐약이었다.
“그나마 루카스도 마법은 못 쓸 테고.”
성력은 세계의 순리를 거스르는 마법과도 상극이다. 아예 못 쓰는 건 아니지만 위력이 상당히 떨어지게 될 터.
루카스가 자존심이 상한 듯 대꾸했다.
“그래도 나는 검이 있으니 괜찮다.”
“너 좀 실력이 녹슨 것 같던데? 나한테 한 방 맞고 기절했잖아.”
“네가 너무 급작스럽게 기습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건가?”
“죽고 나서 그런 이야기해 봐라, 먹히나. 당했으면 끝이지.”
“……레나 너도 불리한 건 마찬가지 아닌가? 같은 성력 계열이잖나.”
“아, 그건 괜찮아. 그나저나…… 얘들아.”
우우웅!
나는 아까 전부터 내 손에 들린 채 검신을 떨고 있는 파트너를 바라보았다.
마치 분노로 몸을 떨고 있는 듯한 모양새였다.
무엇 때문에 분노하고 있는 걸까.
인간인 주제에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몬스터가 된 자를 목도했기에?
……혹은, 이제껏 깨닫지 못했던 진실 하나를 깨달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추기경에게 물어볼 게 한 가지 더 생긴 것 같다.”
* * *
추기경 요하임은 감옥에 갇힌 채 두 손을 모으고 끊임없이 기도를 올렸다.
‘그것은 마귀다. 마귀가 틀림없어.’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자신의 성력을 깨부순 성검의 잔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것은 성력만이 아니라 요하임의 견고한 세계 일부분을 부순 것이기도 했다.
‘성검이 내 성력을 파훼할 수 있을 리가 없어.’
그렇기에 요하임은 기도를 올리며 자신이 본 사실을 해석하고자 노력했다.
본래 용사의 성검 앞에 스러지는 것은 악이어야 했다. 하지만 그 검이 향한 것은 몬스터나 악마가 아니라 추기경과 신관들이었다.
그것도 사령술사와 결탁한 왕자를 옹호하면서.
그것은 선과 악의 개념을 완전히 뒤집어 버리는 행위였다.
마치, 용사의 검 앞에 선 자신들이 악(惡)인 것처럼.
그래서 요하임은 검게 바싹 말라 버린 마음으로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진정 성검을 가진 용사라면 시체를 부리는 사악한 마법사의 편을 들 리가 없다.’
선은 언제나 악을 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
그리고 추기경 요하임에게 신전이란 절대적인 선, 그 자체였다.
그렇기에 신전에 맞서는 자는 선일 수가 없었다.
그러니 자신들을 매도하며 휘둘러진 검이 성검일 리가 없다.
적어도 요하임에게는 그것이 진실이었다. 산산조각 나 깨어진 세계를 복구할, 유일한 진실.
‘그렇다면 그 성검은 교묘히 꾸민 마검일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히 그럴 것이다.’
혹은 왜곡.
그럼에도 그렇게 생각한 순간, 흔들리던 요하임의 마음이 마치 기적처럼 굳건해졌다. 요하임은 아교로 깨진 조각을 억지로 이어 붙이듯 생각을 이어 나갔다.
‘그래, 그것은 마귀일 것이다. 마검을 든 마귀가 사람들을 현혹하려 드는 것이다.’
요하임은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마음에 찾아드는 번뇌를 쫓아내기 위해서였다.
‘그러니 성하 또한 돌발성 던전 브레이크를 일으키셨을 터.’
마귀가 마검을 들고서 사람들을 현혹시키려 하니, 교황 또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교단에서도 제법 높은 위치에 올라 있는 요하임은 운영자의 권한도 나름대로 잘 알고 있었다.
교황은 신의 의지를 대행하고 있는 만큼 권한은 컸지만 그만큼 제한도 많았다.
인위적으로 던전 브레이크를 일으키기라도 했다간 교황의 신체에 엄청난 과부하가 가해지고, 적어도 반년 이상은 요양해야 할 정도로 깊은 부상을 입게 된다.
혹은 죽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 돌발성 던전 브레이크를 일으켰다는 것은, 그만큼 현재의 교황이 지금 벌어진 일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이야기다.
‘만일 루카스 왕자가 살아남아 신전이 돌발성 브레이크를 열었다는 사실을 폭로하기라도 하면…….’
생각만 해도 오싹했다.
그렇지 않아도 사람들이 신전에 보내는 믿음이 알게 모르게 떨어지는 중이었는데, 그것조차 산산조각 나 버릴 것이다
아니, 사람들의 믿음 따위는 부차적인 문제였다.
무엇보다도 무뢰배들이 교황, 아니, 운영자의 자리를 살인이라는 방법으로 빼앗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이 대륙은 다시금 겁화에 휩싸일 것이 분명했다.
그때는 ‘최후의 용’ 따위의 시선 모으기용 가림막을 사용하더라도 아무런 소용도 없을 것이다.
요하임은 아직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처음 몬스터가 나타나자 사람들이 절망하며 자포자기했던 모습을.
온 대륙이 절망에 빠져 사람이 세운 모든 법과 도덕이 사라졌던 나날들을.
그것을 일으켜 세운 것은 희망이었다.
최후의 용을 처치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
그리하여 이 세상에 나타난 가장 강한 몬스터는 역설적으로 희망 그 자체였다.
그 희망이 없었다면 이 대륙은 진작 멸망하였을 것이다.
‘옵타티오가 사람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된 만큼, 그때는 사람들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가능했으나…….’
하지만, 탐욕은 달랐다.
권력과 힘을 가진 이 중 운영자의 자리를 탐하지 않는 자가 어디 있을까. 이 세상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인데.
만약 운영자의 비밀이 세상에 알려진다면 인간들의 탐욕은 절대로 멈추지 않을 것이다.
즉, 운영자의 비밀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야말로 곧 이 세상을 지키는 길이었다.
그렇기에 요하임은 마음 깊이 교황의 결정에 동의했다.
‘이 죄는 내가 지고 갈 터.’
물론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났으니 죄 없는 성민들의 희생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열 명의 목숨을 희생해 십만 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면, 요하임은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다.
십만 명을 죽여 백만 명을 살릴 수 있다면 요하힘은 피를 묻힐 것이다.
모든 목숨은 평등하고, 그렇기에 그 목숨의 가치를 저울질 할 수 있는 것은 숫자밖에 없지 않은가.
설령 자신의 속이 썩어 들어가고 그 죄를 지옥에서 받게 된다고 할지언정 한 사람의 목숨이라도 더 많이 구해야 했다.
‘그것이야말로 성직자의 의무다.’
요하임을 비롯한 신관들은 이미 정해진 운명이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 신의 의지는 시스템이라는 형태를 통해 발현되며, 교황이자 운영자야말로 신의 의지를 대행하는 자였다.
그러니 운영자의 자리는 신전 외 다른 자의 손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
그것이야말로 신의 의지이고, 운명이며, 더 큰 선을 행하는 길이다.
그렇게 요하임이 기도하고 있을 때였다.
- 추기경, 요하임.
신의 계시가 내리듯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에 요하임이 눈을 뜨자 눈앞에 메시지가 보였다.
마치 신의 분노처럼 보이는 붉은색의 글씨가 떠올라 있었다.
- 수행 ■능한 퀘스트가 있습니다.
- 퀘스트 : 보스 몬스터가 되어 돌발성 던전 브레이크를 완수하십시오.
- 경고! 비정상적인 접속입니다.
- 경고! 퀘스트를 수락하면 플레이어의 상태가 영구히 변이됩니다.
요하임은 몇 번이고 그 메시지를 읽었다.
하지만 아무리 읽어도 내용은 변하지 않았다.
추기경 본인이 직접 보스 몬스터가 되라는 말. 그리하여 돌발성 던전 브레이크를 완수하라는 것.
그 모든 것이 신의 대리자, 교황 성하의 뜻이었다.
그렇다면.
요하임은 까맣게 타들어 간 손을 바들대며 뻗었다.
“이것이 신의 뜻이라면…….”
내가 직접 지옥길을 걸어가리라.
- 퀘스트를 수락하였습니다!
- 시스템 경고!
- ■정상적인 접근입니다.
- 상태 ■상 : 변이
- 몬■터 등급 : SS급
- ‘성스러운 수호자’의 칭호를 받았습니다.
- 현재 정■적인 상태■ 아닙니다. 운영자와의 ■촉 종■를 권고■■
시야가 붉게 변했다.
요하임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시커멓게 타들어 갔던 피부 밑으로 힘이 끓어오르는 듯했다. 황금빛의 성력이 혈관을 타고 전신에 휘몰아치고 있었다.
이것이 몬스터가 된 이가 받는 저주이자 힘인가.
그러나 이상하게도 요하임은 절망하는 대신 환의에 가득 차올랐다.
그것도 그럴 것이, 메시지에 떠오른 성스러운 수호자라는 이름.
저것은 교황이 직접 내린 사명을 뜻하는 것이 아닌가.
신전에게는 선을 수호하고 인간을 지킬 의무가 있다.
그러니 감히 그런 신전의 행사를 방해하는 저 사악한 자들을 이 한 몸 희생하여 구하라는 계시가 아니겠는가.
나를 희생한다면 이 대륙을 전쟁에서 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순응할 수밖에.
추기경 요하임은 기꺼이 시련에 응했다.
* * *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추기경 요하임, 아니, 성스러운 수호자는 눈을 떴다.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쾅!
감옥의 벽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빛이 들어왔다.
“여기에 있었군.”
그리고, 벽이 부서지며 들어와 빛을 등지고 선 것은 익숙한 실루엣의 여자였다.
그 손에는 여전히 찬란하게 빛나는 검이 들려 있었다.
요하임은 경건하게 기도를 올리듯 두 손을 모은 채 용사, 아니, 가증스러운 죄인을 맞이했다.
용사를 사칭하는 악마.
자신은 오늘 저 악마를 처치하리라.
“내 이 몸을 희생하여 악(惡)을 처단하겠다.”
그 말과 함께 요하임의 몸에서 성력이 줄기줄기 뻗어 나왔다.
본래대로라면 사람을 치유하고 보살펴야 할 성력이었지만, 어쩐지 지금은 그것이 검처럼 날카롭고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레나, 물러서라!”
루카스 왕자의 목소리였다.
그가 굳은 얼굴로 손에 마력을 모으는 것이 보였다.
쾅!
콰쾅!
그리고 마치 넝쿨처럼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성력을 향해 불화살이 쏘아졌다.
그러나 사그라진 것은 요하임의 성력이 아니라 마법 쪽이었다.
요하임은 성스러운 두 손을 모았다.
“이 세계의 순리를 거스르는 마법은 나를 이길 수 없습니다, 왕자.”
“응, 개소리하지 말고.”
무도하기 짝이 없는 여자가 성력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얼마 전 추기경 요하임의 성력을 깨부수었던 동작 그대로였다.
하지만…….
파지직!
이번에는 깨지는 일 없이, 감옥을 가득 채운 성력의 진은 굳건히 그 자리를 지켰다.
요하임은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역시……!”
이전에 부족했던 것은 그저 힘의 차이였을 뿐.
역시 저 성검으로는 성력을 파훼하지 못한다.
그저 그럴싸하게 꾸민 가짜일 뿐!
“용사를 사칭하다니.”
세계를 이어붙인 진실은 더욱 굳건해졌다. 요하임은 괘씸하기 짝이 없는 악마를 노려보았다.
“내 오늘 너를 단죄하고, 그 죄는 기꺼이 짊어지겠다.”
“죄를 짊어진다고 하니 말인데.”
여자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기묘한 일이었다.
이제 저것이 가짜임을 알고 있는데도, 요하임에게는 어쩐지 그 여자의 목소리가 지고한 곳에서 내려오는 질책의 목소리처럼 들렸으니.
“너희, 설마 옵타티오도 이런 식으로 만들어 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