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킹 1위 용사가 세상을 지키는 방법-276화 (277/323)

랭킹 1위 용사가 세상을 지키는 방법 276화

마치 세상을 두 쪽으로 가를 수 있을 만큼 길어진 성검의 날.

검을 허공으로 내려치는 순간 팔에 거대한 압박을 느껴졌다. 마치 물을 잔뜩 먹은 솜처럼 몸이 둔해지며 손목에는 짜릿한 아픔이 달렸다.

여기서 밀리면 그대로 파훼에 실패해 반동을 받고 말 것이다.

조한율의 말대로, 만약 레벨 80인 채로 도전했다면 여기서 맥없이 팔에 힘이 빠져 파훼에 실패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만큼이나 미궁 전체에 쳐진 결계의 힘은 강대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반동을 무시하고 팔을 내리칠 수 있을 만큼의 힘이 이 몸에 깃들어 있는 것이다.

파트너가 환희의 소리를 울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곧이어.

와장창!

잠깐의 반항 때문에 멈추어 있던 검이 끝까지 내리쳐지자, 거대한 미궁 전체에 덧씌워져 있던 불투명한 결계가 잠시 모습을 보이는가 싶더니, 마치 유리창이 깨어져 나가는 것처럼 맑은 소음을 내며 사라졌다.

세상이 끝나기라도 할 것처럼 장대한 광경이었다.

- 에이펙스의 성검이 ‘절대 신성 결계’를 파훼합니다.

- 운영자의 ‘근거지’가 파괴되었습니다.

- 불가능한 업적을 세웠습니다! 이후 업적치 정산에 반영됩니다.

메시지가 떠오르자마자 미궁을 가득 채우고 있던 밀도 높은 신성력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워낙 많은 신성력이 모여 있었기에 완전히 사라지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확실히, 숨쉬기가 편해졌습니다.”

메이가 짧게 감탄을 내뱉었다. 조한율도 메시지를 보내왔다.

조한율 : 예나 씨, 너무 멋있고 좋은데…… 우와아…… 운영자로서는 좀 복잡한 심정이네요. 만렙 플레이어한테는 운영자의 근거지 설정도 안전하지 않다, 이거죠…….

“누구에게든 약점이 있으니까. 영원한 무적이란 건 없는 법이지.”

그 점을 타르토스의 교황이란 녀석도 알았으면 좋겠다.

그걸 내가 몸소 알려 주려고 이렇게 ‘용사를 기리는 망토’까지 꺼내 쓰면서 결계를 완전히 파훼한 것이니까.

조한율 : 음, 하지만 전 예나 씨가 누구한테 지는 모습은 상상이 안 가는데…… 어? 이거 플래그인가? 잘못했어요. 완전 상상이 잘 됩니다!

“그건 그것대로 이상하지 않나?”

하지만, 조한율의 말대로였다.

나도 딱히 무적은 아니다.

그 증거로, 지금도 목 너머로 피비린내가 올라오고 있었다.

나는 애써 핏물을 뱉지 않고 다시 삼키며 ‘용사를 기리는 망토’를 장비 해제했다.

시스템상의 숫자로는 겨우 20레벨 차이지만, 만렙은 어쨌든 만렙이다. 잠시나마 그 힘을 빌려 사용한 것에 지나지 않는데, 아직 그 단계에 이르지 못한 육체로 힘을 사용한 만큼 신체 여기저기가 무리를 호소하고 있었다.

- 에이펙스의 성검이 당신의 의지를 격려합니다!

물론 풀 파워를 발휘한 성검은 신이 나서 환호성을 지르고 있지만, 인간의 육체란 안타깝게도 검과 달리 나약해 빠졌다.

그나마 현재 내 레벨 또한 그리 낮지 않고, 사용 시간도 짧기에 이 정도 후유증에서 그친 것이겠지.

‘만렙 능력치를 빌려오는 데 이 정도면 남는 장사긴 하네.’

다른 능력치는 그래도 이해가 가는 범위인데, 체력 9999 수치는 놀라웠다. 이쯤 되면 싸우려는 의지만 있다면 계속해서 일어설 수 있다는 것 아닌가? 멸망한 한국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싸워 왔던 B루트의 강예나에 어울리는 이야기이기는 했다만.

만약 지금의 내가 만렙에 도달하게 되면 상세한 체근민 수치는 B루트와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그 녀석은 잘살고 있으려나.

내가 아주 잠깐 그런 감상에 잠겨 있을 때였다.

미궁의 모습을 살피던 메이가 가만히 물었다.

“그런데, 용사님.”

“응?”

“그, 미궁이 저렇게 되면…… 전하는 괜찮으실까요?”

그렇게 말하며 메이가 계단 아래로 뻗은 거대한 미궁을 가리켰다.

절대 신성 결계가 파훼되며, 아마도 신성력으로 지어 냈을 미궁은 점점 무너지고 있었다.

쿠르릉!

물에 갠 진흙처럼 가장 외곽을 지키고 있던 미궁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었다.

규모가 워낙 거대한 데다, 아직은 신성력이 다 빠져나가지 않아 그래도 어느 정도 모습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붕괴될 것이라는 것은 명확해 보인다.

그리고, 저 미궁 속 어딘가 루카스가 감금되어 있을 터인데…….

“…….”

“용사님?”

음, 뭐…….

이제껏 겪은 운영자의 악행 때문에, 본때를 보여 주겠다는 생각에 매몰된 나머지 루카스 생각은 미처 하질 못했다.

난 루카스한테 죽었다. 잔소리의 바다에 빠져 익사할 것이 분명했다.

“뭐…… 그래도 루카스라면 괜찮을 거야.”

옵타티오 공략 당시에 루카스의 레벨은 70 후반대로 나와 비슷했다.

그 후 타르토스에서는 거의 십 년도 훨씬 넘는 시간이 흘렀는데, 아무리 나이가 들었다고 해도 레벨 80정도는 넘었겠지. 그런데 설마 이런 걸로 죽으려고.

“겨우 이런 일로 죽으면 내 동료일 자격이 없지. 암.”

원래 저주받아 잠든 공주들도 입맞춤을 받으면 깨어나지 않는가. 입맞춤 대신 짜릿한 스파크에 자극받아서 일어났겠지. 공주와 왕자 역할을 한꺼번에 해서 좋겠네…….

비록 난 잔소리를 듣느라 귀에 피가 나겠지만.

“…….”

어쩐지 메이가 나를 안타깝다는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는 것 같은데, 어른의 위엄을 지켜야 하니 무시해야겠다.

“그나저나 이렇게 난리가 났으니 곧 성기사들이 병사를 끌고 달려올 것 같습니다만.”

“아, 그거 말이지.”

마침 타이밍 좋은 질문이었다.

나는 시야 한구석에 띄워 놓았던 시스템 메시지를 불러왔다.

결계도 무사히 파훼했으니 대신전에 진입하기 전, 외부 정원에 몰래 뿌려놓았던 아이템을 사용할 때였다.

- 아이템, ‘폭발구’를 사용하시겠습니까?

- 사용 시 플레이어의 마력이 소모됩니다.

- 필요 마력 소모량 : 현재 마력의 절반

보면 볼수록 말도 안 되는 시동 조건이었다. 현재 마력의 절반을 소모해야 겨우 쓸 수 있는 폭발구라니.

조한율 : 우와, 이거 진짜 쓰시게요? 소모량이 엄청난데 괜찮으시겠어요?

당연하지.

괜히 내가 소지창에 집어넣은 것이 아니다.

내가 사용 메시지를 승인하자 곧장 반응이 돌아왔다.

쾅!

외부에서 무언가 폭발하는 소리가 들렸다.

메이가 인상을 찡그렸다.

“설마 저거, 외부 정원에 묻어 놓은 아이템입니까?”

“응, 맞아.”

소지창 이용 권한이 풀리자마자 나는 당장 조한율의 선율 공방에서 얻어 온 아이템을 정원에 흩뿌려 놓았다.

특히나, 저 ‘폭발구’를 가장 먼저 설치했다.

“하지만 위력이 너무 작은 것 같은데…….”

“응, 사실 위력 자체는 별게 아냐.”

보통 폭발을 일으키는 형식의 아이템은 설치할 때 수고를 들이는 것 외에는 따로 마력 소모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장점인데, 이 아이템은 그런 장점과는 완전히 동떨어져 있는 녀석이다.

게다가 절반이나 되는 마력을 소모해야 하는 것치고 위력도 별로 없다.

그렇지만…….

콰쾅!

콰콰쾅!

대신전의 건물이 마구 흔들릴 정도로 큰 충격이 울렸다.

동시에 결계가 파훼된 덕인지 밖을 뛰어다니는 사람들의 소란도 잘 들렸다.

“물로는 꺼지지 않습니다! 신성력을 동원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템의 효력이 성력과 충돌하는 모양입니다! 폭발이 더 거세졌습니다!”

“그, 그럼 마법사를 불러와라!”

그래, 이 아이템의 진가는 사용자가 미리 지정한 특정 주문을 외우기 전까지는 절대로 폭발이 사그라들지 않는다는 것에 있었다.

신성력이든 마력이든 폭발을 꺼트리려고 하면 더욱 반발력을 키우며 더 커지기만 할 뿐.

성기사들도 당분간 저 폭발에 발이 묶여 안으로는 진입하지 못하겠지

멈추는 방법은 내가 스스로 특정 주문을 외우거나, 혹은 내가 소모한 마력 이상을 소모해 힘으로 진압하는 것뿐인데…….

‘레벨 80대의 플레이어가 고작 저런 폭발구를 꺼트리는 데 마력의 절반을 소모하는 건 어딜 봐도 손해지.’

만일 외부에서 마법사를 데려온다 한들, 차라리 폭발구는 그대로 놔두고 저 아이템의 사용자를 찾아오는 게 빠르다는 계산을 할 것이다.

뭐, 저 폭발을 꺼트리는 데 마력이나 성력을 사용한다면 상대가 소모될 테니 그건 그것대로 나쁘지 않다.

여러모로 대인용, 어딘가에서 난동을 부릴 때 좋은 아이템이다.

조한율 : 네에, 사용 후기 잘 받아 보았습니다. 또 이용 부탁드립니다, 고객님.

이쪽이야말로 감사합니다.

나는 기나긴 계단이 이어지는 입구에 서서 메이에게 손을 까닥였다.

“그럼 이쪽으로 와, 엘리사 메이 경. 미궁으로 진입한다.”

“네!”

메이의 힘찬 대답을 듣고, 나는 메이를 가볍게 어깨에 둘러멨다.

“엑?! 요, 용사님?”

예전보다 키가 커지기는 했지만 딱히 부담될 것 없는 무게였다.

“내, 내려 주세요! 무겁다고요!”

깜짝 놀란 메이가 내 등을 쳤지만 나는 무시하고서 계단 밑으로 훌쩍 뛰어내렸다.

“지, 지금 뭐 하시는…… 끼아아아!”

조한율 : 계단이 있는데 왜 뛰어내리시는 거죠?!

“이쪽이 더 빠르니까?”

조한율 : 이거 큰일 날 사람이네!

하지만 더럽게 긴 계단을 언제 하나하나 내려가고 있겠는가.

몸이 낙하하며 기분 좋은 스릴이 몸을 휩쓸었다.

탁!

그리고 우리는 얼마 있지 않아 바닥에 착지했다. 님페의 바람이 몸을 감싸 주어 딱히 충격도 받지 않았다.

“괜찮지?”

메이를 바닥에 내려놓자 기사로서는 드물게도 불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아이 때의 모습이 생각날 정도였다.

“이런 건 좀 물어보고 하시면 안 될까요?”

“시간 아깝잖아. 그래, 그럼 이제 미궁으로 들어가 볼까.”

나는 걸어가 미궁의 입구를 살폈다.

외곽은 여전히 붕괴 중이긴 했지만, 그래도 미궁은 미궁이다. 시험 삼아 벽에 검을 내리쳐 보았지만 결계와는 달리 벽은 파훼되지 않았다.

조한율 : 이건…… 신성력이 실제 건축물과 단단히 결합된 형태네요. 운영자들이 대대로 이곳을 근거지로 쓰면서 더 단단해진 거고요. 이대로라면 성검으로 파훼는 할 수 있어도 파괴는 불가능할 거예요.

그런가, 이번에는 성검도 쓸모가 없나.

그렇게 생각한 것이 들킨 듯 파트너가 항의 표시로 몸을 떨었다.

조한율 : 게다가 한 번 벽을 무너트리면 도미노처럼 이 미궁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어요. 아무리 예나 씨 동료가 강하더라도 어떤 상태인지 모르니 쉽게 파훼하는 건 그만두는 게 좋지 않을까요?

“응, 그렇지 않아도 그러려고.”

조한율 : 제가 말하지 않았으면 도미노처럼 무너트렸을 거면서...

설마, 내가 그렇게까지 무모하지는 않다.

그렇지만 마음에 들지 않기는 했다.

기껏 결계를 파훼했는데도 결국 미궁에는 진입해야 한다, 이건가.

‘나 길치인데.’

미궁의 입구에 서니 더더욱 막막함이 앞섰다.

지도를 보면서도 길을 잃는데 미궁을 어떻게 뚫고 지나간단 말인가.

조한율 : 일단, 미로의 벽에 손을 댄 채 시작하면 탈출로를 찾을 수 있다곤 합니다만…….

“그렇게 간단한 미궁이 아닐 거야.”

운영자가 직접 만든 미궁에 그렇게 간단한 파훼법이 존재할 리 없다.

그리고, 내 말을 증명하듯이.

쿠쿠궁!

미궁 내에서 소음이 울려 퍼졌다.

마치 거대한 기계가 움직이는 것처럼 무언가가 이동하는 진동이었다.

메이가 눈썹을 찌푸렸다.

“미로의 벽이…… 이동하는 모양이군요.”

“그렇게 나올 거라고 생각했지.”

레벨이 높은 플레이어들을 감금하려고 만든 미로라면 그 정도의 수작은 부렸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딱히 놀랍지도 않았다.

문제는…….

“몬스터들이 소리치는 게 들리는군.”

던전과 비슷한 환경이라고 하더니 미궁 내에 사실상 하나의 생태계가 구축되어 있는 듯했다. 몬스터들이 분노해 있는 것이 느껴졌다.

“뭐, 지금 상태라면 몬스터 몇백 마리쯤 쓰러트리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문제는 이 미로 속에서 루카스 녀석을 어떻게 찾아내느냐, 하는 것이다.

물론 시간을 들이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지만 결계를 파훼한 것과 다르게 지금 이 공기 자체에 충만한 신성력은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즉 마법을 사용하기 좋은 공간이 아니란 것이다.

루카스한테 여러모로 불리한 환경이니 그가 혼자 얼마나 버틸지 알 수가 없다.

결국 기댈 수 있는 것은 육감 정도인데…….

나는 한숨을 쉬었다.

“이건 어쩔 수 없다. 어떻게든 부딪혀 보는 수밖에. 조한율, 맵핑 좀 부탁할게. 미로 벽이 움직이니 그리 도움은 되지 않겠지만…… 그리고 메이, 너는 계속 벽에 손을 대고 따라오고…….”

내가 그렇게 지시를 내리고 있을 때였다.

눈앞에 무언가 희미한 연기 같은 것이 피어올랐다.

“저건……?”

메이 또한 그 연기를 발견하고 목소리를 올렸다.

눈앞에서 일렁이는가 싶던 그 연기는 곧이어 형태가 되어 모습을 드러냈다.

나타난 것은 선명한 붉은 실.

마치 나를 따라오라는 듯, 길을 안내하는 것 같은 실이 공중에서 일렁이며 미궁 안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나는 가만히 그 붉은 실을 바라보았다.

저 정체를, 나는 알고 있다.

“안내…… 해 주겠다는 걸까요? 너무 뻔한 함정인 것 같은데요.”

메이가 당연하다면 당연한 의견을 내놓았다.

그야 의심할 만도 했다.

아무리 내가 결계를 파훼했다고는 해도 이곳은 대신전. 명백히 교황의 영역이다. 지금도 나를 지켜보고 있을 테고 무언가 수작을 부린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사실상 의심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수상쩍은 수작이었다.

그렇지만…….

“……아니, 아마도 저건…… 교황이 부린 수작은 아닐 거야.”

“네?”

길을 잃은 자를 안내하는 붉은 실.

저건 내게 익숙한 스킬이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저건 길을 잃고 헤매는 방랑자에게 언제나 옳은 길을 알려 주는 아리아드네의 스킬이니까.

‘……도와주고 있는 건가.’

아까 시선이 마주쳤을 때 아리아드네가 나를 알아보았다고 생각한 것은 역시 착각이 아니었다.

그 애는 지금 나를 도와주고 있었다.

대신전 안에서, 이렇게 나를 도와준다는 것이 얼마나 큰 위험을 무릅쓰는 일인지 알고 있으면서.

- 해당 던전 클리어 조건 : ‘아리아드네’의 죽음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면서.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확신이 섰다.

‘아직은…… 괜찮은 거지?’

지금의 아리아드네는 내가 알고 있는 그 사람이다.

잠시나마 의심한 것이 미안할 정도로, 내가 봐 왔던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같잖은 시스템 메시지를 치워 버리며 나는 미궁 안으로 이어지는 붉은 실을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의심은 필요 없다.

내가 널 믿지 못하면 대체 누굴 믿을 수 있을까.

올바른 길 따위는 알지도 못하고, 해야 하는 일조차 잊어버렸을 때.

그럼에도 망망대해 같은 세상 속에서 길을 알려 주는 단 하나의 별이 있다면, 그건 분명 아리아드네일 것이다.

“저 실을 따라가자.”

물론 저 실타래 끝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괴물 황소 따위가 아니라 미궁에 감금되어 너덜너덜해진 왕자님이겠지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