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킹 1위 용사가 세상을 지키는 방법 279화
아리아드네의 기억에서 본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인상 좋은, 마치 벽난로의 불을 쬐며 독서라도 즐길 것만 같은 온화한 노인. 검소해 보이는 순백의 신관복을 입은 모습은, 교황이라기보다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을 정도로 평범해 보인다.
그러나 그 정체는, 권력욕에 휩싸여 생명을 저울질한 가혹한 지배자.
그리고 그 얼굴을 보는 순간, 생각하기도 전에 내 몸이 먼저 움직였다.
반사적으로 교황의 목을 향해 검을 휘두른 것이다.
파지직!
하지만, 검을 휘두르자마자 내 사지를 구속하는 듯한 스파크가 일었다.
- 해당 구역에서는 플레이어 간의 전투가 일시적으로 금지됩니다.
- 제한 시간 00:20:00
“……윽!”
메시지 따위 무시하려고 했지만, 시스템 자체가 금지하기 때문인지 검을 휘두르려고 하자 느껴지는 반항이 장난 아니었다.
그야말로 피부가 저미는 것 같은 고통은 물론이고, 물리적인 저항감이 느껴졌다.
이 공간의 공기 자체가 나를 거부하고, 두꺼운 쇠사슬로 사지가 묶인 것만 같은 느낌이다.
그런 내 모습을 노인이 미소를 지었다.
“이런, 듣던 대로 혈기 넘치는 기사분이시군요. 저는 평화롭게 대화를 하러 온 겁니다.”
대화는 개뿔이.
나는 이를 갈았다.
너무 화가 나면 오히려 차분해진다더니, 정신이 찬물을 맞은 것처럼 명쾌해졌다.
그것도 그럴 게, 눈앞에서 평온하게 미소 짓고 있는 저 교황이야말로…… 유령성의 비극을 만들어 낸 장본인 중 하나가 아닌가.
지금 당장이라도 목을 베어 없애 버려야 한다고 검이 아우성치고 있는 것 같았다.
조한율 : 아니, 본인 홈그라운드라고 권한을 너무 남발하는 거 아냐?! 이렇게 쓰라고 있는 권한도 아닌데!
그리고 이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던 조한율도 반발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조한율 : 기다려 보세요, 예나 씨. 제가 재밍해서 어떻게든 틈을 만들……!
“저런.”
교황의 웃음소리가 들린 것은 그때였다.
“외부의 쓸데없는 참견은 사양합니다.”
지지직!
교황이 기도하듯 손을 들어 올리는 것과 동시에 조한율의 메시지는 노이즈가 낀 것처럼 흐려졌다.
끔찍할 정도로 조용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시스템 메시지에 조한율의 채팅으로 흐려져 있던 시야조차 완벽하게 깨끗해졌다.
심지어는 한쪽으로 치워 버렸던 미지의 운영자와의 ‘내기’ 메시지조차 사라졌다.
‘……망할, 설마 이렇게 직접 나올 줄이야.’
지난번 루카스의 성에서 운영자들이 권한을 행사했을 때를 보아도 그렇고, 어쨌든 현재 내가 알고 있는 세 명의 운영자 중 가장 큰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이 눈앞의 교황이다.
다른 둘이 나를 통해서 이 세계에 권한을 행사하는 것과 달리, 이곳은 그야말로 교황의 홈그라운드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였다.
물론 운영자 권한이라고 해서 만능인 것은 아니다.
본인이 정한 규칙에는 본인 또한 따라야 한다. 강제 전투 금지 구역으로 설정했다면 약 20분 동안은 저쪽에서도 내게 손을 댈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그 20분 동안 밖에서 뭘 할 수 있느냐인데.’
당장 지금 손을 대지는 않더라도, 시간을 끄는 동안 외부의 성기사들을 이쪽으로 부르기라도 하면 골치가 아파질 것이다.
현재는 아리아드네가 밖에서 제 권위로 기사들을 찍어 누르고 있다지만, 그것도 교황이 직접 나서 지시를 내린다면 빛이 바랠 터.
성력이 가득한 공간이니만큼 파훼에도 한계가 있다. 성기사들이 하나도 아니고 집단으로 공격해 온다면 위험했다.
‘그럼 어떻게 한다…….’
외부에 묻어 놓은 폭탄이 몇 개 더 있으니 그걸로 건물을 무너트린다면 성력이 빠져나가는 속도가 좀 더 빨라질 테지만…… 겨우 그 정도로는 부족했다.
‘나는 그렇다 치고 성력이 남아 있는 이상 루카스는 전력의 반이나 손해를 보는 건데.’
교황이 흥미롭다는 시선으로 머리를 굴리는 나를 훑었다.
“지난번 요하임 추기경과 대전할 때 이미 보았습니다만…… 정말 기묘한 일이로군요. 내 평생 이런 경우는 처음 봅니다. 고아에, 경력도 재능도 무엇 하나 특별할 것 없는 기사던데.”
차라리 깔보는 어조였다면 도리어 비웃기라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교황의 어조는 그저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담담하기 그지없었다.
그래서 더더욱 기분이 나빴다.
면전에 대고 사람의 삶을 단면으로 평가하는 저 태도.
사람을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기준만으로 평가하는 것에 특화된 인간이다.
흔하다면 흔한 타입이지만 겪을 때마다 침이라도 뱉고 싶어진다.
“그런 그대가 어찌하여 외부의 운영자를 끌어들일 수 있었는지…… 정말이지 궁금해지는군요.”
저렇게 대놓고 운영자를 운운하다니.
절로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운영자 이야기를 공표할 생각이 없는 이상, 이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을 여기에서 살려서 내보내지는 않겠다는 명확한 의사 표명이었다.
짜증이 나는 것과는 별개로 신중하게 나서야 한다.
이곳은 대신전이고, 저쪽은 심지어 운영자니까.
그리고 곧 교황의 시선이 내 옆에 선 루카스에게로 돌아갔다.
“루카스 전하, 분명히 며칠 전만 해도 스스로 여기에 오셨지요. 더 이상 희생을 늘리고 싶지 않다며.”
친근함이 섞인, 마치 손자를 혼내기라도 하는 것 같은 말투.
“그런데 막상 죽음을 눈앞에 두니 두려워지기라도 하신 겁니까? 이리 소란을 피우시다니요.”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인간의 당연한 본능일진대 그것을 마치 부끄러운 일처럼, 한심한 이를 보듯 이야기한다.
어지간한 이라면 그 책망에 짓눌렸을지도 모른다.
“죽음은 두렵지 않아.”
물론 그런 말에 루카스가 굴할 리는 없다.
루카스가 한쪽 입꼬리를 끌어올린 채 교황의 눈길을 똑바로 마주했다.
“분명, 처음에는 괜한 희생을 내느니 이 목숨을 던지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왜…….”
“그러나 그런 내 목숨을 아껴 주는 이들이 아직 있다면…… 이 목숨을 다른 방향으로 사용하는 것이 더 낫다, 그렇게 생각했을 뿐이야.”
“……최선 대신 차악을 택하시는군요. 결국에는 숱한 희생을 내는 길이 될 텐데요.”
명백한 비난이 어린 어조였다.
실망이 담긴 한숨을 내쉬며 교황이 어깨를 늘어트렸다.
“만일 루카스 전하가 이 대신전에서 탈출하게 된다면, 왕자 전하는 반역자가 될 것입니다. 그야 반역에 성공한다면 전하가 새로운 왕이 되겠지만…… 그럴 확률이 적다는 건 본인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리고, 그 과정에서 흘리는 피는요? 권력 다툼에 희생될 무고한 목숨은 관심도 없으십니까?”
그건 정확히 루카스가 생각할 법한 이야기였다. 교황이란 작자가 짧은 시간 동안 루카스의 본질을 파악했다는 것은 명백했다.
괜히 오랫동안 교황을 해먹은 건 아니란 건가.
하지만 동시에, 비웃음이 나오는 이야기기도 했다.
“아, 그래서 왕의 권력 기반을 다지는 데 루카스의 목숨을 던져라, 이 말이야?”
그렇다.
교황의 목적은 그것이다.
희생이니 뭐니 해도 결국에는 현 왕이자 루카스의 형님이 권력 기반을 다지려면 또 다른 왕가의 핏줄이자 동기(同氣)인 루카스의 죽음이 필수적이기에, 왕과 협력하여 이 미궁에 루카스를 처박은 것이 아닌가.
루카스 한 명이 조용히 입을 다물고 죽는다면 시끄러울 일 없이 모든 것이 잘 무마될 것이라고.
대를 위한 소의 희생.
변함이 없다.
“그렇게 말한다면 너나 스스로 희생하든…….”
“물론이죠.”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자상한 할머니가 조손을 바라보는 것처럼, 나를 바라보는 교황의 입꼬리에 미소가 번져 나갔다.
철없는 아이를 보는 시선이었다.
하지만 어쩐지 그 눈길에서는 기묘한 광신이 느껴졌다.
“저 또한 필요하다면 이 늙은이의 목숨이야 언제고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지요. 다만 운영자라는 자리는 마음대로 죽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말이지요. 제대로 된 후계자를 뽑기 전엔 죽을 수 없는 것뿐이랍니다.”
……이런.
나는 혀를 찼다.
어쩐지 교황이란 작자의 본질이 보인 것 같다.
‘이건 안 된다…….’
스스로가 절대적인 선(善)임을 의심하지 않는 저 확신.
더 추궁하거나 속을 긁어 봤자 소용없다.
교황은 자신의 말을 진실이라 믿어 의심치 않고 있었다. 자신 또한 언제든지 희생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타인에게도 희생을 강요할 수 있다.
그 생각이 진실이라고 본인이 굳게 믿고 있는 만큼, 아무리 외부에서 충격을 줘 보았자 저 사고 방식이 바뀔 일은 없다.
이타를 표방하는 극단적인 이기주의.
절로 한숨이 나온다.
“한심해서 눈물이 다 나오네. 이렇게까지 전형적인 악당일 필요가…….”
“악당이라.”
노인이 온화하게 웃어보였다.
“그래요, 범인(凡人)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일지도요. 그러나 저나 루카스 전하 같은 사람에게는 희생을 감수하고 세상의 평화를 지킬 의무가…….”
“그러니까, 그런 부분까지 전형적이라고.”
나는 교황의 말을 끊었다.
더 이상 들어 줄 가치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너 같은 악당을 내가 한둘 본 줄 알아?”
최종 보스는커녕 중간 보스에도 못 미칠 것이다
신전은 내가 이 대륙에 왔을 때부터 존재했던 ‘옵타티오’라는 만인의 공적을 만들어 냈고.
그 거짓말이 밝혀지자 알리시아와 일리아스라는 희생양을 만들어 내 사람들의 혼란과 불신을 다른 방향으로 돌려 버렸다.
지금도 안정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루카스를 죽이려고 한다.
그리고 그건 분명…… 지금 내 눈앞에 서 있는 한 악당의,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권력에 눈이 먼 왕은 물론, 신전이라는 거대한 세력만의 문제도 아니다.
“그야 그렇게 사는 게 편하겠지. 당장 속 시끄러운 건 외면하고, 누군가 하나만 희생시키면 말이야. 언젠가는 본인도 기꺼이 죽겠다고 합리화도 하면서.”
권력에 맞서 싸우는 것보다는 순응하는 편이 쉽다.
평범한 모습과는 거리가 먼, 몬스터의 팔을 달고 있는 천한 용병이 신전의 적이라면 수긍하는 것이 편하고.
네크로맨서처럼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주위에 해가 되는 작자가 있다면 주위에 없는 것이 낫다.
눈앞에 해결이 어려운 골치 아픈 문젯거리가 있다면 치워 버리면 그만이다.
그리고 그런 다수의 욕망은 때로 폭력이 된다.
만일 이 타르토스라는 하나의 세계를 멸망시킨 ‘악’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분명 이러한 인간의 욕망이 원인일 것이다
릴리스가 여기에 있었더라면 분명 비웃었을 것이다.
여기에 바로, 악마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가 있다고.
- 해당 구역에서는 플레이어 간의 전투가 일시적으로 금지됩니다.
- 제한 시간 00:03:34
“그리고 그 악당을 벌하는 게 내 역할이다.”
우우웅!
강렬한 스파크를 튀기며, 손에 들린 성검이 울었다.
“이 세상을 구한 용사에게 범인(凡人) 운운이라.”
파지직!
루카스의 사지를 구속하고 있던 무형의 사슬이 불꽃을 튀기며 삐걱댔다.
교황을 노려보는 눈길에도 분노가 깃들어 있었다.
“내가 정말 헛짓거리를 하고 있었군. 그런 썩은 눈을 가진 자가 제대로 된 후계자를 뽑을 리도, 옳은 통치를 할 일도 없을 터. 그렇다면 나 또한 여기서 헛되이 목숨을 버릴 수는 없다.”
그럼에도 그런 인간의 욕망에 맞서는 이들 또한 언제나 존재할 테고.
엘리사 메이가 조용히 앞으로 나섰다.
“저는 전하를 따르겠습니다.”
그런데도 이 세상이 멸망했다면, 그저 맞서는 자들에게 힘이 부족했기 때문일 것이다.
- 당신은 해당 인물로서 훌륭하게 행동하였습니다! 던전 클리어 시 업적치 정산에 가산됩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지금 여기에, 나는 시스템의 힘을 빌어, 페트라가 영혼을 걸고 얻어 낸 이 자리에 있다.
부족한 힘은 채우면 그만이다.
- 제한 시간 00:00:00
- 플레이어 간의 전투 금지 구역 설정이 해제됩니다.
쾅!
구역이 해제되는 동시에 나는 교황을 향해 뛰어들며 검을 휘둘렀다.
챙강!
그런데, 뜻밖에도 그 검은 단박에 막히고야 말았다.
내 검을 막아 낸 풋풋한 얼굴의 기사가 교황을 엄호하며 뒤로 물러섰다.
“성하, 무사하십니까?”
역시나 이 제한 시간은 성기사를 부를 때까지 버틸 생각으로 걸어 둔 것인가.
황금빛의 성력이 휘감긴 검을 든 성기사가 분노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감히 교황 성하를!”
“너희들이나 저 노인네나, 전 대륙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더니…… 진짜 웃기네.
썩어빠진 종교 집단이란 참 무섭구나. 표면에 드러난 것과 속사정이 완전히 다른 걸 보니.
나는 성기사 뒤에 숨은 운영자를 노려보았다.
“그래서, 겨우 기사 하나 온 게 뭐 어쨌다고? 나한테 성력은 안 먹혀.”
어차피 여기서 조용히 빠져나가는 게 불가능하다면 이곳에서 교황을 처치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물론, 그렇게 만만하지는 않았다.
교황은 기도라도 하는 것처럼 두 손을 모은 채 내게 말했다.
“그야 그렇겠지요. 하지만, 이 미궁에 기사 한 명만 데려온 것은 아니니까요.”
그리고 그 말을 뒷받침하듯.
- A급 몬스터, 트롤이 출현하였습니다.
- S급 몬스터, 라이칸스로프가 출현하였습니다.
- S급 몬스터, 도플갱어가 출현하였습니다.
무수한 몬스터 출현 알림이 떠올랐다. 어느 정도로 많은지 순간적으로 빽빽한 알림이 시야를 모두 가릴 정도였다.
심지어 S급 몬스터가 무슨 슬라임처럼 많았다.
상상 이상의 난도였다.
“이 미궁은 족히 반백 년간 만들어져 온 것이지요. 아무리 절대 성역 결계를 깼다고 해도 몬스터들까지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몬스터들을 억압하던 결계를 파훼한 만큼 더욱 날뛰게 될 겁니다.”
“……그래 봤자 그쪽도 미궁 속에 있는 건 같은 거 아닌가?”
“물론, 아니죠.”
그렇게 말한 순간 교황의 인영이 반쯤 흐려졌다.
그와 함께 이제껏 느껴지던 기척이 무척이나 엷어졌다.
성력을 써서 기척을 감추는 방법으로 몬스터를 피해 이 미궁을 빠져나가려는 심산인 모양이다.
“어딜……!”
놓치지 않으려고 곧바로 교황을 향해 검을 휘둘렀지만.
쾅!
콰쾅!
교황을 노리고 날린 검기는 모두, 생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움직인 미궁의 벽과 성력으로 만들어진 결계에 막히고야 말았다.
심지어 몬스터들의 기척도 지척까지 다가오고 있었다.
괜히 운영자의 근거지가 아니란 건가.
나는 이를 득득 갈았다.
이대로라면 진짜 코앞에서 적을 놓치게 생겼다.
“루카스! 진언 마법은 언제쯤 쓸 수 있을 것 같아?”
“대신전에서 진언 마법을 쓸 수 있을 리가 없잖나. 진언은커녕 광범위 마법도 힘들다.”
절대 신성 결계는 깨졌지만 대신전이니만큼 이제껏 축적된 성력 때문에 마력의 흐름이 제대로 모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벌써 멀어지는 것이 느껴지는 교황의 기척을 느끼며 이를 악물었다.
‘아쉬운 대로 지금 남은 폭탄을 모두 써서 성력을 더 빨리 빼내면…… 아니, 그래 봤자 시간이…….’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일까.
내가 다음 수를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그런데, 그때.
콰콰쾅!
아까 전 내가 묻어 놓았던 폭탄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대신전 건물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