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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킹 1위 용사가 세상을 지키는 방법-286화 (287/323)

랭킹 1위 용사가 세상을 지키는 방법 286화

전혀 뜻밖의 만남에 나는 얼떨떨해졌다.

하지만 정소현은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날도 추운데 이것 좀 마셔요.”

마치 만남을 예견하기라도 한 듯이 정소현은 내가 앉은 벤치 옆자리에 털썩 앉으며 손에 따뜻한 커피를 쥐어 주기까지 했다.

아니, 예견한 게 사실이지.

여기까지 날 찾아온 거니까.

나는 내 손에 쥐어진 블랙커피를 바라보며 눈을 껌벅였다.

“왜 그렇게 벙쪘어요?”

그야 당연히 놀라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실은, 만약에라도 정소현을 다시 만난다면……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은 강렬한 기억이기도 했으니.

구해 줘서 고맙다, 혹은 태원이는 잘 있다.

그리고…… 또, 또…….

하지만 너무 갑작스러운 만남이어서일까.

막상 입에서 튀어나온 것은 별 볼 일 없기 짝이 없는 말이었다.

“나 쓴 거 못 마시는데.”

“아, 진짜? 아하하하!”

뭐가 그렇게 웃겼는지 내 말에 정소현이 완전히 뒤로 넘어갈 것처럼 웃기 시작했다.

호쾌한 웃음은 매서운 겨울바람에도 지지 않을 기세다.

“진짜 의외다. 완전 블랙만 마실 것 같았는데!”

나는 도저히 마실 생각이 들지 않는 블랙커피를 내려다보았다.

“……그렇게 웃을 정돈가?”

“아, 미안. 웃을 일은 아니지. 그냥 강예나 씨에 대해 하나 더 알게 된 게 좋아서? 사실 방금 전까지는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거든.”

“뭐?”

“시간의 뒤틀림이라는 게 그래요. 그만한 은(恩)을 입어 놓고도. 순리란 무섭죠?”

나는 뜻밖의 말에 눈을 껌벅였다.

묻고 싶은 것은 많았지만 가장 궁금한 건 이거였다.

“……내가 다른 시간대에서 왔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던가?”

“에이, 장사 한두 번 하나. 제가 이래 봬도 무당이거든요. 이 한국에서는 두 번째로 강하다고요.”

“그럼 첫 번째는…… 태원이?”

“정답.”

곧 자신의 아들에게 깃들, 맑은 하늘을 제 마음대로 헤치고 다니는 청룡을 바라보는 정소현은 호수처럼 맑은 눈동자를 반짝거리며 웃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내 심경은 그렇지만도 않았다.

정소현이 나를 기억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니.

그야, 순리대로라면 나와 만날 일이 없는 인물인 정소현이 기억을 온존하고 있는 게 더 이상한 이야기긴 했다.

시스템도 미래의 정보를 말하지 못하도록 제지하기도 했고.

“……그랬군.”

대강 돌아가는 사정을 납득한 나는 정소현이 다시 손에 쥐어 준 카페모카를 한 모금 마셨다.

다만.

‘쓸쓸하네.’

그야 나랑 만난 게 뭐 좋은 일이라고…… 기억하든 아니든 상관이야 없지만…… 그래도 날 완전히 잊고 있었다는 것이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나마 지금은 기억한다는 게 다행인가.’

여전히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 만남이었지만, 따뜻한 카페모카를 한 입 마시자 슬슬 반가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맛이 씁쓸한 것과는 별개로.

“그런데 지금은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 거야? 여긴 또 어떻게 알았고?”

“그러니까, 이래 봬도 무당이라니까요. 그리고 저 같은 사람한테 ‘천명’이 다해 가는 순간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태인 것과 동시에 뭐든지 알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해요.”

그 말에 절로 숨이 들이켜졌다.

저 말은, 즉…….

내 얼굴을 본 정소현이 피식 웃었다.

“뭘 그렇게 놀라요? 솔직히 전 그 백록담 정상에서 죽을 운명이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보너스로 시간이 생긴 셈이니까, 오히려 운이 좋을 정돈데.”

“…….”

나는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점차 식어 가는 컵만 만지작거렸다.

그래.

정소현은 내가 어린 시절에, 내가 알지 못하던 때 이미 세상을 떠났다.

그건 내가 어떻게 해도 결코 바꿀 수 없는 운명이었다.

인간은 언젠가 죽는다.

그걸 나보다도 더 잘 알 텐데 정소현은 역시 웃는 얼굴이었다.

자신이 죽음을 앞두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묘하게 후련해 보이는 표정이다.

백록담에서는 죽고 싶지 않다고, 그렇게 말했으면서.

“그래도 다행이다. 이렇게 마지막에라도 강예나 씨 얼굴을 볼 수 있어서. 그간 떠올리지 못했던 게 거짓말처럼 오늘 기억이 딱 떠오르더라고요. 아, 이 사람이구나 하고. 내가 병원에 누워 있는 내내 얼굴도 모른 채 고마워했던 사람이.”

“……딱히 감사받을 만한 일은 하지 않은 것 같은데. 오히려 내가 감사해야 할 정도야. 그때 날 도와줬잖아.”

릴리스의 핵을 파괴하기 전, 마지막 순간.

내게는 딱 한 걸음만큼의 거리가 모자랐다.

단 한 걸음이었지만, 내 힘으로는 도저히 닿을 수 없었던 거리.

그때 모자랐던 거리를 채워 준 것은 이 정소현이었다. 심지어 릴리스의 손에 몸이 꿰뚫려 가면서까지.

정소현이 없었다면 나는 그날 죽었을 것이다.

그렇게 말하자 정소현이 어깨를 으쓱이며 웃었다.

“후후. 강예나 씨는 그런 말 할 것 같았어요.”

“……근데 우리 말 놓기로 하지 않았어? 왜 존댓말이야?”

“아, 그게…… 그랬지.”

정소현이 어색하게 제 볼을 긁적였다.

“……흠흠, 그럼 우리 친구니까 말 놓을게.”

쑥스러운 듯 헛기침을 하는 모습에 그럴 일도 아닌데 괜히 나까지 어색해질 것 같다. 아니, 겨우 말을 놓는 건데 왜 이렇게 간질간질한 기분이 드는 건지 모를 일이다.

정소현도 그랬는지 몇 번 더 목을 가다듬더니 괜히 나를 재촉했다.

“그, 어쨌든! 말 좀 해 봐. 어쩌다 또 이렇게 여기에 온 거야? 뭐, 파란만장했다는 건 알 것 같지만.”

정소현이 내 왼팔로 흘깃 시선을 던졌다.

옷으로 가려 잘 보이지는 않지만 무당에게는 보이는 무언가가 있는 걸까.

“과거를 거슬러 오려면 꽤 위험한 대가를 치렀어야 할 텐데. 자칫하면 궤도 이탈로 영원히 미아가 될 수도 있는 일이라고.”

그야 파란만장하긴 했다.

친구들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세계를 구하려고 했는데, 막상 그 친구 중 하나가 나의 적이 되었으니까.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냥, 실패를 좀 했어.”

그걸 하필 정소현 앞에서 이야기하게 되다니.

운명이 얄궂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애초에 정소현을 만나게 된 것 또한 타르토스로 돌아갈 방법을 찾던 중 우연히 벌어진 일이 아니었던가.

“여기에 온 것도…… 내 의도는 아니었어. 어쩌다 보니 차원의 틈새 속으로 떠밀린 것뿐이야.”

“차원의 틈새라…… 이거 말하는 거지?”

정소현이 소매에서 청동 거울을 꺼내더니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비추었다.

그러자 거울에는 희미한 검은 실금이 보였다.

그러고 보니 정소현은 주기적으로 마계에 가서 악마를 소탕하고 있었다. 그러니만큼 차원의 틈새라는 개념에 익숙한 것은 당연할지도 몰랐다.

“나처럼 청룡 님이 붙어 있는 것도 아닌데 여기로 온 건 정말 운이 좋았던 거네. 아니, 오히려 당연한 건가?”

“당연하다고?”

“네…… 가 아니라 응. 세계 간의 틈새는 망망대해 같은 거야. 평범한 혼이 빠졌다간 영원히 어느 세계에도 도착하지 못하는 게 보통인데…….”

정소현이 청동 거울에 비친, 금이 간 현실의 모습을 톡톡 두드렸다.

그 거울에는 정소현의 미소도 함께 비쳤다.

“예나 씨의 이번 부표는 나였겠네. 어쩐지 오늘 딱 기억이 나더라니.”

“부표라고?”

“응, 강예나 씨와 내 인연이 일종의 부표가 되어서 미아가 되지 않고 이 한국에 도착한 거야. 그러니까 이번에는 내가 도움이 되었단 거지!”

나는 어딘가 자랑스러워하는 눈치인 정소현을 바라보았다. 나를 흘끔흘끔 쳐다보며 은연중에 칭찬을 바라는 모습이 정말이지 양태원과 꼭 닮아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강예나 씨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가 아니야.”

그리고 저렇게 귀엽게 굴다가 정곡을 찌르는 한마디가 무거운 것도 그랬다.

청동 거울을 집어넣으며 정소현이 진지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예나 씨, 곧 이 세계에서 쫓겨나게 될 거야. 영혼과 세계의 시간이 합치되질 않거든. 여기서 나가면 다시 차원의 틈새를 떠돌게 될 테고.”

“……그런가.”

사실 정소현이 그렇게 알려 주지 않아도 그러리라는 예감은 들었다.

과거나 다른 세계로 갈 때마다 항상 제한 시간이 있었으니만큼, 이번 세계에서도 그리 오래 머물지는 못할 것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얘기니까.

나는 정소현에게 물었다.

“그럼 남은 시간은 어느 정도야?”

“음, 대략 3분 정도?”

“너무 짧잖아!”

컵라면 하나를 끓이려고 해도 설익을 시간이다.

나는 엄청나게 당황했다. 아무리 그래도 좀 더 시간이 있을 줄 알았던 것이다.

“그렇게 짧을 일이야?!”

“아하하. 우연히 인연에 이끌려 과거로 오는 건 아무래도 일반적인 일은 아니니까. 난 솔직히 예나 씨가 자아를 유지하는 게 더 신기한데? 원래대로라면 강렬한 의지만 메아리처럼 남아서 생령처럼 이 세계를 스치고 지나갔을 거라.”

“은근슬쩍 무서운 소리 하지 마!”

내가 귀신 이야기에 흠칫 놀란 그때였다.

갑작스러운 온기가 왼손에 닿았다.

물론, 정소현의 손이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하진 마. 이건 내 예감이지만, 예나 씨가 만든 인연이 예나 씨를 미아로 놔두진 않을 테니까.”

예감이라고 말은 했지만 정소현 입에서 나온 그것은 마치 기원처럼 들렸다.

나를 안심시키려고 토닥이는 손도 그랬다.

“그리고, 이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보답.”

파아앗!

정소현의 손이 닿은 부분이, 기묘한 푸른빛에 휩싸였다.

그와 동시에 시꺼멓게 변해 있던 왼팔에 감각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피부의 색도 천천히 정상적으로 변하고 있었다.

결코 나을 것 같지 않던 상처가…… 순식간에 치유된 것이다.

“이건…….”

“미래에서 태원이에게 치유받아도 되겠지만 이 정도는 내가 해 줄 수 있으니까.”

그러더니 거의 마시지 않은 블랙커피와, 겨우 반쯤 비운 카페모카를 보고 또 웃었다.

“단 걸 좋아하는 줄 알았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아니.”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걸로 충분해.”

다시는 만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애초에 교차될 일이 없는 길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만났다.

이 정도의 기적도 내겐 과분했다.

“정소현 씨.”

그리고, 이게 정말 마지막 만남이라면 이번에야말로 해 두고 싶은 말이 있었다.

나는 나를 마주 봐 오는 정소현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미안해. 그때 끝까지 함께하지 못해서.”

그게 항상 마음에 걸렸다.

백록담 정상 위, 다친 정소현을 두고 돌아가야 했던 것이.

적어도 끝까지 함께 있어 주고 싶었다.

그러자 정소현이 눈을 크게 떴다가, 무척 기쁜 듯이 활짝 웃었다.

“그 마음만으로 충분해. 그리고…… 나야말로 구해 줘서 고마워.”

“나는 아무것도 못…….”

“강예나.”

정소현이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혼자서 모든 사람을 구할 수는 없어. 인간인 이상, 아니, 그건 신이라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산만큼 거대한 청룡을 모시는 주제에 불경한 소리를 하며 정소현이 웃었다.

“당신은 최선을 다했고, 본인을 탓할 이유는 전혀 없어.”

이상한 일이었다.

긴 인생에서 단 한순간 스쳐 지나간 정소현을 이렇게 만난 것도.

아무것도 모르고 하는 소리에 깊은 위로를 받는 것도.

그러나 그 모든 마음을 전하기에는, 지난번처럼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

나는 내 몸에서 천천히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시야도 가물거리기 시작했다.

아마도 이 세계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다해 가고 있는 모양이었다.

“이제…….”

내가 작별 인사를 하려던 순간이었다.

정소현이 나를 와락 안았다.

뼈마디가 부딪힐 정도로 강한 포옹이었다.

“……정말로, 고마워.”

시선이 마주칠 때는 계속 웃고 있었으면서 귓가에 울리는 목소리는 젖어 있었다.

나는 그 점을 지적하는 대신 정소현의 등을 마주 안았다.

마지막으로 보는 서로의 얼굴이 울상이어서야 기억을 미화하기도 힘들지 않은가.

“나야말로.”

이 인연에 구원받은 건 내 쪽이다.

그것도 그럴 것이.

나와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도 정소현의 눈길은 가끔, 강가 둔치에서 홀로 쭈그려 앉아 있는 아이를 향했다.

아마, 내가 돌아간 다음에.

정소현은 어린 내게 말을 걸고, 이야기를 들어 주고, 간식을 쥐어 줄 것이다.

그리고 결국에는 딱히 별다른 해결책을 주지 못하고 그냥 집으로 돌려보낼 것이다.

그러나 그 어른의 배려가, 어린 내가 오늘을 버틸 수 있게 하는 힘을 주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시간을 보내며 나는 지금의 내가 되겠지.

그리고 다시 한번 정소현을 만날 것이다.

그러니 작별 인사 대신, 더 어울릴 말이 있었다.

“또, 만나자.”

그리고, 이번에도.

정소현의 대답을 듣기 전에 의식이 멀어졌다.

나는 다시 한번 망망대해 같은 틈새로 떨어졌다.

* * *

강예나와 이별한 후.

계속 한강 근처에 홀로 있던 낯모를, 그러나 낯익은 아이를 달래는 데는 거의 두 시간이 걸렸다.

덕분에 정소현이 서울에서 묵고 있는 숙소로 돌아갔을 때는 이미 해 질 녘이 되어 있었다.

“엄마! 왜 이렇게 늦었어?!”

그리고 간만의 서울 나들이에 신이 난 양태원이 달려왔다. 한 손에는 놀이 공원의 마크가 새겨진 풍선이 들려 있다.

“아이고, 삭신이야. 롯X월드 대기 미친 거 아냐?”

그리고 그런 태원이를 보느라 온종일 고생한 동생도 보였고.

강예나가 벌어 준 일 년이라는 시간이 없었더라면 결코 화해할 일 없었던, 가족들이다.

동생이 물었다.

“그래서 은인은 잘 만났어?”

“응, 덕분에. 고맙다.”

정소현은 쑥스러워하는 동생의 얼굴을 모른 체하며 흥분한 채 오늘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제, 정말로 자신의 수명이 다해 간다는 감각이 느껴졌다.

그러나 일 년 전과 달리 아주 억울하지만은 않았다.

그것도 그럴 것이, 자신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지금 자신의 품 안에 있는 이 아이는 성장해 나갈 것이고.

그리고, 곁에서 누군가가 손을 뻗어 줄 것이다. 무뚝뚝해 보이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다정한 용사님이.

그리고 그 다정함을 배울 자신의 아이 또한 다른 이들에게 손을 뻗을 것이며.

가끔은 두 사람 모두 자신을 떠올리겠지.

그리하여 필멸의 생명은 불멸의 역사가 된다.

정소현은 자신이 없을 미래를 생각하며 미소 지었다.

“그거 역시…… 꼭 기적처럼 들리네.”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바라는 것만으로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제 정소현은 그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인간의 기적이란 결국 자신의 손으로 이루어 내야 하는 것.

인간의 의지만이 세상의 당연한 이치조차 뒤틀며 가까스로 기적을 일으킨다.

그러므로 정소현은 눈을 감고, 자신을 구한 용사가 나아갈 길에 기적이 있기를 빌었다.

* * *

얼마나 정신을 잃고 어둠 속을 부유하고 있었던 걸까.

다시 한번 눈을 떴을 때는 이번에도 무척 익숙한 풍경이 보였다.

넓은 호수에, 잘 조경된 현대 한국의 경치.

일산 호수 공원.

나는 눈을 깜박였다.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왔나?

“상태창.”

한번 과거로 간 경험이 있는 만큼 방심은 금물이라 일단 시스템부터 불러 보았다. 내가 현재로 돌아왔다면 시스템이 제대로 기능할 테니까.

하지만…….

- 로딩에 실패했습니다.

- 세계가 당신의 존재에 혼란을 느끼고 있습니다.

- 세계가 당신의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합니다.

- 정보가 링크되기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허어어어?”

나는 눈을 껌벅였다.

이 시스템 새끼가 새삼스럽게 돌았나.

내가 막 조한율의 메시지창을 호출하려고 할 때였다.

“괴, 괴, 괴물이 나타났다!”

“저게 뭐야!”

“영화 촬영이 아니…… 으아아아악!”

사람들의 비명이 들리기 시작했다.

아니, 하필 일반인들만 있을 때 던브에 휘말리기라도 한 건가?

이렇게 되면 연락은 뒷전이다.

“쳇…….”

나는 혀를 찬 후 일단 비명이 울리는 곳으로 달렸다.

아니, 그러려고 했다.

“저쪽으로 가면 안 돼요!”

비명이 들린 쪽에서 달려오던 누군가 내 어깨를 잡고 말렸다.

망설임 없이 손을 뿌리치고 뛰쳐나가려던 나는 매우 익숙한 얼굴을 마주하고 멈칫했다.

아니, 이건 뭐…….

다급한 얼굴, 내가 아는 것보다 한참 앳된 인상.

그러나 몰라볼 수 없는 얼굴이었다.

“못 믿을 수도 있겠지만 저쪽에 이상한 괴물이 나타났어요. 얼른 피해요!”

이우연이 필사적으로 나를 말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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