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킹 1위 용사가 세상을 지키는 방법 291화
나는 험한 말을 하려던 입을 급하게 다물려다가 혀를 깨물 뻔했다.
아무리 그래도 나보다 한참 연장자에, 그것도 김숙자 교수를 상대로 막말을 할 정도는 아니었다.
“겁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저걸 처치해야 여기서 나갈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럼 도전해야지.”
다만 이미 늦은 모양이다.
나는 어색함을 숨기려고 노력하며 말했다.
“……아, 예. 그건 그런데…….”
“가까이서 보니 생각보다도 더 크군.”
호수 속에 잠겨 있는 문어를 바라보며 김숙자 교수가 날카롭게 눈을 빛냈다.
“그런데 그만큼 물 밖으로 나와 있는 면적이 많아. 저게 정말 보이는 대로 문어라면 금세 말라 버릴 텐데.”
그 말에는 솔직히 놀랐다.
상식을 초월하는 크기의 빌딩만 한 문어를 보고서도 저런 식으로 일반적인 문어에 빗댄 분석이 나온다는 게 대단했다.
나야 십 년 넘게 던전을 굴러다닌 짬밥이 있으니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지만, 김숙자 교수는 아직 레벨 1이나 다름없는 초보자인데 저렇게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
어지간하면 SS급 몬스터가 뿜어내는 위압감에 질려 가까이 접근할 생각도 못 할 텐데.
“일반적인 문어라면 그렇겠지만 SS급 몬스터쯤 되면 그렇게까지 디버프를 받진 않습니다.”
“마치 상대해 본 것처럼 말하는군.”
잠시 망설이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여기서 무어라고 대답한들 내가 ‘현재’에 돌아가기 전까지 김숙자 교수는 이 만남을 기억하지 못한다.
물론 조건을 맞췄으니 ‘현재’의 김숙자 교수는 기억을 떠올렸을 수도 있겠지만, 본래의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아는 사람이니 큰 상관은 없겠지.
“네, 뭐.”
내 대답에 김숙자는 잠시 놀란 듯이 눈을 크게 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그럼 저 몬스터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도 아나? 방법을 알려 주면 나도 돕겠네.”
더 깊숙이 캐묻지 않는 게 교수님다웠다.
“급소가 있긴 합니다.”
예전에 상대해 본 경험으로 볼 때 저 문어의 급소는 양 눈의 정가운데. 일반적인 문어와 다르지 않다.
물론 급소가 있다곤 해도 장소가 장소니만큼 가까이 접근해야 하고, 아무리 다리를 잘라도 무한에 가깝게 재생하는 재생력이 있어 힘든 건 매한가지다만.
“그렇지만 저건 제가 맡을 테니 교수님은 차라리 생존자들 있는 쪽에 힘을 보태 주세요.”
김숙자 교수의 판단 자체는 옳았다.
현재 보스 몹인 저 문어를 해치우지 않으면 돌발성 던전 브레이크는 해제되지 않으니까. 아마 교수님은 시스템 메시지를 보자마자 그걸 깨닫고 여기로 온 것이겠지.
‘교수님답긴 하군.’
생존자들 쪽엔 이우연과 김성연, 그리고 얼핏 봤을 때 조한율도 있었다. 김숙자 교수가 빠지더라도 어느 정도 대응 가능한 인력들이니 본인은 보스 몹의 상태를 보러 자원했을 것이 뻔히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김숙자 교수는 어깨를 으쓱였다.
“글쎄. 난 펜대만 잡던 사람이라 체력도 떨어지고, 전투가 길어질수록 별 도움도 안 될 거네. 그러니 차라리 초반에 도움 될 일을 찾는 게 낫지.”
목숨이 걸린 상황인 데다 본인의 상태도 냉정하고 정확하게 판단하고 있다.
과연 이후 몇 년간 대한민국 헌터계의 정신적 지주가 될 만했다.
“아뇨, 저건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다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후 성장하기야 하겠지만 지금 김숙자 교수의 능력치로는 저 문어의 빨판 하나 자를 능력도 없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그야 물론 각성하자마자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은 놀라웠고, 시스템상의 숫자가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SS급 몬스터를 상대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보스 몹은 주위로 자신을 보호할 몬스터들을 부르는 경향이 있으니 호숫가에서 최대한 멀리 가세요.”
그렇지 않아도 이곳저곳에서 몬스터들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아하니, 곧 이 호숫가를 중심으로 난장판이 되리라는 것은 확실해 보였다.
벌써부터 고블린들이 떼로 날아오려는지 날개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린다.
더 귀찮아지기 전에 끝장을 내야 한다.
“그럼, 이만!”
마음이 조급해진 나는 그 말을 끝으로 땅을 박찼다.
SS급 몬스터가 튀어나온 만큼 언제까지고 대화로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 님페의 바람을 사용합니다.
바람을 탄 나는 허공으로 높이 뛰어올라 그대로 검날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파트너의 검날이 불어넣은 마력대로 호숫가를 단번에 가를 만큼 길어졌다.
그리고.
서걱!
문어의 급소인 눈 가운데를 노렸으나, 그 전에 살기를 감지한 문어의 다리가 내 몸을 향해 빠르게 휘둘러졌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검의 방향을 틀어 급소 대신 나를 향해 휘둘러진 문어의 다리를 베어 냈다.
철퍽!
어지간한 가로수보다도 굵은 다리가 토막 난 채 수면 위로 떨어지자 커다란 물보라가 일었다.
하지만 다리를 베어 냈다고 안심할 수는 없었다.
슛!
“아, 왜 다리가 여덟 개나 있는 거야!”
문어 다리는 여덟 개고, 여덟에서 하나를 빼면 일곱 개라는 건 초등학생도 풀 줄 아는 산수니까. 문제는 그 다리에 정통으로 맞으면 당분간 일어나지도 못 한다는 건데
나는 혀를 차며 다시 한번 문어의 급소를 노리려던 것을 관두고 님페의 바람을 사용했다.
이미 허공에 떠오른 상태라 땅을 박차고 날아오를 수는 없지만, 문어의 몸이 워낙 거대한지라 그쪽으로 바람을 쏘아 보내면 반탄력을 받을 지지대는 충분했다.
나는 허공에서 방향을 바꾸어 내게로 날아오는 문어 다리를 피했다.
다만 문제는 그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내가 베어 낸 문어 다리의 절단면에서 언제 그랬냐는 듯이 새로운 다리가 재생되었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푸쉬시시식!
“윽.”
문어가 나를 향해 검은 먹물을 뿜어냈다.
일반적인 문어라면 그냥 시야를 흐리고 말 정도의 공격이었지만 상대방은 SS급 몬스터.
간신히 먹물을 정면으로 뒤집어쓰는 것은 피했지만 먹물이 떨어진 지면이 푸쉬식, 녹아드는 것이 보였다.
독이었다.
키에에에엑!
보스 몬스터의 부름에 여기로 몰려들던 애꿎은 몬스터들이 그 독에 맞아 피부가 녹아들고 있었다.
내 입장에서야 오히려 이득이지만.
피부가 녹아들어 가는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나, 참.”
나는 호숫가 근처 땅에 내려앉으며 혀를 찼다.
가볍게 검을 섞은 정도였지만 몬스터의 역량을 파악하기엔 충분했다.
이거 생각보다 더 재생력이 좋은데.
새로운 다리가 생기기까지 대략 10초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갈수록 이 딜레이는 늘어나겠지만 그래 봤자 짧은 시간 안에 다리를 모두 잘라 내고 급소를 노리려면 좀 빡세긴 하겠다.
그러나 약점도 있다.
‘바다가 아니라 움직임은 굼떠. 아니, 몸을 사리고 있다고 해야 하나?’
하기야 해양 생물이 아무리 조금 넓다곤 해도 인공 호수에 불려 왔으니 쟤 입장에서도 어이는 없겠다. 일반 문어라면 이미 민물을 버티지 못하고 죽었을 거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능이 그냥 일반 몬스터 수준이라는 것.
지금 보스 몹을 지키려고 몰려오는 몬스터들을 활용하지 못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스스로 뿜어낸 독액으로 죽여 버렸을 정도니…….
‘아차, 교수님!’
대피가 늦어 먹물에 맞기라도 한 건 아니겠지?
내가 걱정이 되어 호숫가 주변을 살필 때였다.
화르르륵!
갑작스럽게 호숫가 주변에서 열기가 느껴졌다.
갈대밭이 형성되어 있던 장소에서 붉디붉은 불길이 피어올랐다.
화재였다.
“저게 무슨?!”
나는 깜짝 놀라 갑자기 일어나기 시작한 불길을 바라보았다.
설마 화염을 쓰는 몬스터가 있는 건가?
하지만, 그렇게 생각한 것도 잠시.
“교수님?!”
불길 한가운데 있는 것은 몬스터가 아니라, 김숙자 교수였던 것이다!
“아니, 거기서 뭐 하시는 겁니까?!”
나는 SS급 문어의 존재도 잊고 빠르게 달려갔다. 설마 화재에 휘말려든 것인가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달려가려던 것도 잠시.
콰쾅!
성질이 난 문어가 나를 향해 마구잡이로 다리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워낙에 거대한 만큼 다리 하나가 무슨 키보드를 두드리듯 바닥을 칠 때마다 콘크리트가 부서지며 산산조각이 났다.
“아, 젠장!”
서걱!
나도 나름대로 나를 향해 휘둘러지는 다리를 베어 내며 대응했지만, 재생력이 좋은 데다 여덟 개씩이나 되는 문어 다리가 두드려 대니 도저히 김숙자 교수 근처로 접근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그래서 결국 나는 확성기 아이템을 사용해 외쳤다.
“괜찮으십니까?!”
“아.”
한창 타오르는 불길 가운데 서 있던 김숙자 교수가 내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어째 불길에 휩싸인 것치고는 평화롭다.
잘 보니 김숙자 교수 주변은 마치 폭풍의 눈처럼 불길이 닿지 않고 고요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저건…… 마법의 비의를 깨달은 마법사의 모습인데?
‘설마 벌써 깨달음을 얻은 건가?!’
그렇다면 그건 놀라운 일이었다.
그야 나는 ‘현재’의 김숙자 교수가 마법에 얼마나 능한지 알고 있지만, 지금의 김숙자 교수는 막 마법을 각성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
심지어 자세히 보니 불길 한가운데 서 있기는 하되, 불길이 김숙자 교수에게 닿기는커녕 몬스터에게서 보호하듯 감싸 안고 있었다.
그러니까 마법으로 대규모의 화재를 일으킨 것도 모자라, 그 마력의 불길이 자신에게 닿지 않도록 조절하고 있단 뜻이다!
“뭐 저런……?”
황당해하는 내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허공에 시선을 둔 김숙자 교수가 나지막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마법이란 인간의 비원을 현실로 이루어 주는 힘…… 인가.”
초보자용 시스템 메시지라도 읽고 있는 건가?
경악할 만한 일은 그다음에도 일어났다.
김숙자 교수의 손에서 푸른 불꽃이 파직, 거리며 튀었다.
“하지만 아무리 강대한 힘이라고 한들.”
저 문구는 이미 들은 적이 있다.
아니, 설마?
여기서요?
“의지라는 그릇에 담지 않으면 형태를 지니지 못하는 법.”
나지막하게 중얼거리는 말과 함께 불꽃이 더욱 깊게 타올랐다.
파지직!
의지에 따라 피어오른 불꽃은 문어가 내뱉은 독액 같은 먹물을 향해 옮겨 갔다. 먹물이 불꽃에 타들어 가자 기묘한 냄새가 피어올랐다.
본래도 문어의 먹물은 대상의 후각과 시각을 흐리는 효과가 있는데, 기묘하게도 김숙자 교수가 피워 낸 불꽃과 맞닿자 효력이 더 강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효과는 곧 나타났다.
화재를 피해 도망가던 몬스터들의 몸에 불길이 옮겨붙은 것이다.
동시에 김숙자 교수의 입에서 마지막 한마디가 떨어졌다.
“그러니 행하여 내 뜻을 증명하라.”
화르륵!
마지막 진언과 함께 호숫가를 주변으로 거대한 불길이 일었다.
쉬이이이익!
커다란 호숫가를 삼킬 듯 달아오른 불꽃에, 나를 향해 다리를 휘두르던 문어 몬스터조차 놀라 다시 호수 안으로 몸을 구겨 넣었다.
‘SS급이다 보니 타격은 없어 보이지만…….’
바다 생물이 불을 볼 일이 뭐가 있겠는가.
아무리 상급 몬스터라도 문어인 이상 불을 두려워하는 건 당연한 이야기였다.
“교수님, 뭐 하시는 겁니까!”
그리고 나는 이 틈을 타 재빨리 김숙자에게 달려갔다.
“진언을 함부로 사용하면 위험합니다!”
진언은 마법사의 소원이 강하게 현실에 구현된 형태.
형태가 정해진 정언 마법보다 강력하지만 대신 마력 소모량이 어마어마했다.
이제 막 각성한 김숙자 교수가 재능이 천재적이라 어찌어찌 진언을 깨우쳤다고 한들 그걸 사용했다간 마력이 빨려서 그대로 죽는 수가…….
“난 괜찮네.”
시전자 근처에 도착해 상태를 살펴본 나는 눈을 깜박였다.
“……뭐가 괜찮단 거죠?”
안색은 창백하고, 코에서는 코피가 주르륵 흐르고 있다.
그야 일단 두 다리로 서 있기는 했다만.
본래대로라면 마력이 쭉쭉 빨려 미라처럼 되었어야 할 양반이지만.
아니, 그러니까 이게 어떻게 가능하냐고.
마력을 무리하게 운용한 탓인지 거의 반쯤 불타 버린 완드를 들고 김숙자 교수가 품속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었다.
“주위에 떠돌아다니는 마력? 같은 게 있길래 갖다 썼어. 솔직히 나도 이게 될까 싶었는데…… 되는군.”
“…….”
그랬다.
김숙자 교수는 원래 본인의 마력만이 아닌 타인의 마력까지 장악하는 제어력을 갖춘 사람이었고.
여기에는 마침 나라는, 마력을 줄줄 흘리고 다니는 꿀단지가 있지 않나.
마력 자체야 레벨 80에 항마 속성까지 갖춘 내 걸 갖다 쓰고 있으니 몬스터를 처치하는데도 좋고.
진언이야 사실 레벨을 올린다고 다 깨우치는 것도 아니고 운과 플레이어의 깨달음, 시기가 합쳐져야 겨우 깨닫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게 이론상으로는…… 불가능한 일은 아닌데…….
“이게 왜 되는 거지…….”
이 정도면 그저 재능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일리아스가 마력 컨트롤은 뇌가 녹아 버릴 정도로 복잡한 일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지금도 김숙자의, 아무리 소매로 닦아도 계속 흐르는 검붉은 코피가 그 증거였다.
아무리 봐도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다.
그러니까 저건 재능만이 아니라…….
“연장자가 되어서 젊은 사람 하나한테만 목숨을 걸고 싸우게 두면 쓰나. 나도 체면이 있지.”
김숙자 교수의 의지가 일으킨 기적이라고 부를 법한 일이었다.
아니, 저건 의지도 아니다.
그냥 악바리 근성 하나로 이런 일을 벌인 것이다.
어이가 없다.
“체면이고 뭐고…… 그게 뭐 그리 중요하다고…… 그냥 피하시지…….”
“큰일 날 소리.”
김숙자 교수가 엄한 어조로 말했다.
“교수란 게 원래 체면 빼면 시체인 직업이거든.”
“…….”
그런 것치고 지금도 코에서 쌍코피가 줄줄 흐르고 있습니다만!
“그래서, 이 정도면 도움이 되겠나?”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내가 도움이 되지 않으니 피하라고 했던 말을 듣고, 이렇게까지 한 건가.
어떻게든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냥 내게 맡기면 될 텐데.’
딱 봐도 사연 있고 강해 보이기까지 하지 않나.
그냥 모른 체 눈 감고 제 목숨만 챙겨서 달아나도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뇌가 녹는 고통을 참아 가며, 코피를 줄줄 쏟아 가며 여기에 서 있을 필요가 없단 말이다.
딱히 도움이 필요하지도 않고, 오히려 불필요하게 신경이 쓰일 뿐인데.
“……알겠습니다.”
나는 그냥 한숨과 함께 말을 내뱉었다.
완드를 든 김숙자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더 말릴 줄 알았는데.”
“시간 낭비라는 걸 아니까요.”
김숙자 교수가 어떤 사람인지 아니까.
설득에 쓸데없는 시간을 소비하느니, 차라리 몸에 더 부담이 가기 전에 끝내는 게 낫다.
“그럼 갑시다.”
나는 김숙자 교수에게서 몸을 돌리고 검을 잡았다.
뒤에서 작게 쿨럭이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어쩌면, 누군가는 힘도 제대로 손에 넣지 못했는데 제 살 깎아먹기 식으로 저렇게 달려드는 교수님더러 미련하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 에이펙스의 성검이 당신의 투지를 격려합니다.
그렇지만.
나는, 나만큼은 이렇게 목숨을 걸고 앞에 나서는 바보를 힘이 없다는 이유로 무어라 욕할 수 없다.
그 미련한 다정함이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유일한 원동력이고.
그것을 타인에게서 발견한 기쁨이, 힘겨운 오늘을 버티게 만들어 주는 힘이었으며.
이렇게 김숙자 교수님과 정소현처럼, 자신이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지금 정신을 잃은 ‘나’는 살아남았고.
그렇게 이 세계가 살아남았다.
“그럼, 문어 요리나 하러 가 보실까.”
팟!
나는 다시 한번 힘차게 땅을 박차고 문어를 향해 날아올랐다.
내가 결국 사랑하게 되어 버린, 또 하나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