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킹 1위 용사가 세상을 지키는 방법 298화
조한율 : 준비 완료됐어요. 이제 남은 건 차원의 틈새를 여는 것뿐이에요!
나는 조한율의 메시지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조한율과 일리아스가 합작한 던전 세팅이 완료된 것이다. 이걸로 내가 차원의 틈을 열기만 하면 타르토스로 갈 수 있는 던전이 생기게 된다.
내가 이번 공략에 모은 인원은 총 50명.
조한율과 일리아스가 책정한, 이 정도라면 임시방편으로 만든 던전에 넣어도 안전하다고 판단한 최대 인원이었다.
일견 적어 보이는 숫자였지만 그렇다고 아무 의미도 없는 숫자도 아니었다.
그간 한국 헌터들이 열심히 레벨 업을 한 덕분에 평균 레벨이 30에 달하게 된 만큼, 아무리 장소가 타르토스라고 해도 그리 얕보일 수준은 아니었다.
게다가 50명 중 대규모 공격 마법을 쓸 줄 아는 마법사가 스무 명가량 있고, 그중에서도 진언까지 쓸 수 있는 마법사가 있으니 더더욱.
또 조한율의 도움을 받아 이번에는 전쟁에 도움이 될 만한 아이템들도 잔뜩 챙겼다. 수성전에 무기란 아무리 있어도 부족한 것이니만큼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까 나로서는 최선을 다한 셈이다.
이제 남은 것은 타르토스로 향하는 것뿐이다.
“그럼 갈까?”
어느새 내 옆에 선 이우연이 그렇게 물었지만, 나는 잠시 대답하지 못했다.
“강예나?”
넓은 호수 표면에 햇빛이 반짝이며 조용히 일렁이고 있었다.
일산 호수 공원.
처음으로 한국에 던전이 열렸던 장소이자, 내가 페트라의 목소리를 들었던 곳.
여러모로 복잡한 인연이 얽힌 장소였다.
그래서인지, 어쩌면 이대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자꾸만 머리를 잠식하려고 들어서…….
“기억나?”
이우연의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시선을 마주치니 이우연이 팔짱을 낀 채 웃고 있었다.
그 미소를 마주한 나는 약간 눈살을 찌푸렸다.
어쩐지, 웃음이 기묘하게 익숙한 느낌이다.
“우리 처음 만났을 때 말이야.”
그 위화감 때문에 반응하는 것이 한 박자 늦었다.
“……응?”
“왜, 강남 돌발성 던전에서 말이야. 내가 악수하자고 손 내밀었더니 손잡는 것도 싫어했잖아.”
이우연의 말에 겨우 기억을 떠올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러고 보니 그랬었지.”
당시에는 레벨은 그대로인데 갑자기 랭킹 따윌 매기지 않나, 그 주제에 스텟은 낮아진 허접 깡통 신세여서 주변을 경계하느라 이우연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얼마나 거슬렸는지 모른다.
나 때문에 랭킹이 뒤로 밀린 만큼, 내 실력이 생각보다 뛰어나지 않다는 것을 알면 혹시 나를 죽이기라도 할까 봐 긴장했었지.
지금 생각하면 제법 우스운 상상이었다.
상대방을 알지 못하기에 할 수 있는 착각이었다고나 할까.
“그때 너, 진짜 재수 없었는데.”
“응, 나도 감회가 새롭네.”
내 말은 무시한 건지 이우연이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손 한 번 잡기 어려웠다. 그렇지?”
“……그러게.”
그만큼이나 한국에서, 그리고 이우연과도…… 많은 일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지난 유령성 던전에서도 이우연과 함께였었지.
황제에게…… 루카스의 형에게 죽을 뻔했던 순간, 이우연이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나는 아마 죽었을 것이다.
그때의 뒷모습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 영혼에 각인되어 평생 잊을 수 없을 거라고 느꼈던 순간을.
“눈 감지 마. 그거 우리 사이엔 아직 이르잖아?”
“그러니 일어나, 강예나.”
그러고 보니 그때 고맙다고 이야기를 했던가?
이제라도 말하는 것이 좋을까.
그때 무척이나 기뻤다고, 안도했었다고.
그렇게 말하려던 순간 나는 이우연과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어깨너머로 보이는 사람들의 시선도.
뜨뜻미지근한 눈초리 속에서도 특히나 잡아먹을 것처럼 노려보는 류세연의 시선이 아프다.
“…….”
별로 달갑지 않은 약간의 깨달음과 함께, 나는 닿아 오는 이우연의 손을 꽉 잡았다.
따뜻한 손가락이 마디 사이사이로 얽혔다.
“이번엔 그럴 일 없을 테니까.”
“으응?”
“아무것도 아니야.”
그렇게 이우연의 손을 잡는 것과 동시에.
파지직!
- 운명력이 충돌합니다.
이제 어지간히 낯이 익은 차원의 틈새가 열리는 것과 동시에, 던전 입구를 표시하는 마름모 모양의 표식이 나타났다.
이우연이 내 손을 잡은 채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럼, 타르토스의 운명을 구하러 가 볼까.”
* * *
아리아드네가 불러낸 환상 때문에 적군의 진군을 사전에 알지 못했던 만큼, 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콰콰콰쾅!
적군이 만든 투석기가 가동돼 성벽을 사정없이 몰아치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루카스를 비롯한 마법사들이 설치한 실드에 번번이 막히고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인 공격이었다.
훈련이 되지 않은 일반인들은 던져진 돌이 실드에 부딪혀 땅으로 떨어지는 소리에 귀를 막고 버텼다.
“젠장, 언제 여기까지 와서!”
그러나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해자를 넘어 성벽을 기어오르고 있는 적군들이었다.
본래대로라면 성벽에 준비되어 있던 궁병들이 해자에 접근하기 전에 적군들을 어느 정도 소모시켰어야 하는데, 환상 마법 때문에 대응이 늦어졌던 것이다.
“그래도 아직 거리가 있어! 쏴라!”
지금 거리가 가까워졌음에도 제대로 해자를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일리아스가 불러낸 언데드 병사 수백 마리가 전위의 일부를 흐트러트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보기만 해도 불길해 보이는 해골 병사들이 소리 없는 비명을 내지르며 적군 사이를 사신처럼 배회했다.
아무리 베고 쓰러트려도 다시 복구되는 언데드 병사 덕에 어느 정도 버티고는 있었지만.
“누가 언데드인지 모르겠네!”
그럼에도 기어코 성벽에 갈고리를 건 적병을 처리한 알리시아가 크게 외쳤다.
옳은 말이었다.
아직 하늘에 오로라 같은 광채가 남아 있는 탓인가, 적군들의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진짜 눈깔이 돌았는데요!”
“무슨 몬스터 같아, 대장!”
성벽을 기어오르는 적군들을 본 용병들마저 기겁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제일 선두에서 성벽을 공략하는 것은 아무리 훈련을 받은 정예병이라고 할지라도 두려울진대, 지금 그들의 눈에는 두려움이라고 할 만한 것이 사라져 있었던 것이다.
그냥 훈련을 잘 받았다는 말로 될 것이 아니었다.
“저 장막 때문인 것 같네.”
일리아스는 침착하게 말했다.
흑마법사로서 언데드 병사들을 조종하는 동시에, 운영자로서 정보를 읽느라 뇌가 끓는 물에 데쳐지는 것처럼 아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신앙심이 깊은 자들에게 광폭화 버프를 걸어 주는 대규모 신성 마법이야. 스텟 상승은 물론이고 고통을 무시하는 효과가 있네.”
“X발, 그게 무슨 신성 마법이야!”
막 성벽 위로 첫발을 내디딘 병사를 발로 걷어차 날려 버리며 알리시아가 욕설을 내뱉었다.
“진짜 아리 저 자식 미쳐 버린 거 아니야?! 사람을 뭘로 보고 저딴 마법을 써!”
“그걸 말이라고 하나?! 미쳤으니까 저러고 있겠지, 대장!”
“그, 그…… 뭐냐? 얌전한 뭐시기가 한번 돌아 버리면 무섭다, 뭐 그런 거야?”
“그건 완전히 다른 속담 아니우?”
용병들과 알리시아의 대화를 듣던 일리아스는 한숨과 함께 내뱉었다.
“진짜 멍청해 보이는 소리 하고 있네…….”
“그보다, 대체 아리아드네는 레벨이 몇인 거냐!”
투석기를 막는 실드를 유지하는 동시에 전장 위로 펼쳐진 장막을 공격하던 루카스가 분노에 찬 소리를 내질렀다.
“망할 신성 마법 같으니! 하나도 먹히질 않잖느냐!”
그것도 그럴 것이, 아무리 하늘에 펼쳐진 장막을 향해 마법을 쏟아부어도 도저히 공격이 먹히지를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신성 마법과 일반 마법의 상성 문제가 있다고는 해도 대륙 제일의 마검사인 루카스의 마법도 그리 얕볼 것이 아니었다.
어지간하면 약간 파훼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이건 아예 이빨도 들어가지 않으니 문제였다.
그나마 얻은 수확은 저 대규모 마법이 아군에게 디버프로 작용하던 것은 멈추었다는 것 정도.
그러나 그것도 지금 루카스가 끊임없이 마력을 소비하며 공격을 지속하고 있기에 가능한 것뿐이고, 루카스의 마력이 모두 소모되는 순간 끝장이다.
모두가 저 하늘에 드리워진 장막에 홀려 죽음이 찾아오는지도 모르고 눈을 감게 될 것이다.
“신성 마법은 거대한 순리를 운명이라고 믿기에 발현되는 힘이니까요.”
일리아스는 침울한 표정으로 저 장막 뒤의 존재를 떠올렸다.
한 세계의 생명을 모두 절멸시킨 친우.
“그리고 인간에게 죽음이란 거대한 순리고요. 살아 있는 인간인 이상 아무리 발악해도 거스르기 힘들다고 봐야겠죠.”
신성력과 마력이 상극인 게 문제가 아니라, 인간과 죽음이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이 문제였다.
살아 있는 이상 죽음은 거부할 수 없는 것이니까.
무척이나 절망적인 상황이라고밖에 할 수 없었다.
“거스르기 힘들긴 개뿔이!”
그러나, 알리시아는 가슴을 당당히 펴고 외쳤다.
일리아스는 아마 저 멍청한 여동생이 자신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으리라고 짐작했다.
“나는 두 번이나 죽음의 덫에서 벗어났다고!”
“한 번은 레나 덕분, 또 한 번은 엘리사 덕분 아니었니?”
“됐고, 나는 이제 성벽 밑으로 내려간다! 말려도 소용없어!”
그 떼를 쓰는 듯한 말에 일리아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멍청하기는 해도 알리시아가 저러는 게 무리는 아니었다.
아군의 분투에도 불구하고 슬슬 적군들이 해자를 거의 다 넘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충차를 진군시키는 것도 보였다.
물론 아무리 충차라고 할지라도 한 번에 성벽이 파괴당하지는 않겠지만, 훼손이 계속된다면 어느 정도는 무너질지도 모른다.
그것만큼은 막아야 했다.
아군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지금, 수성전의 강점이라고 할 만한 것은 이 단단하고 높은 성벽밖에 없었으니.
물론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단신으로 적군 한복판에 들어가는 것은 현명한 처사는 아니었으나…….
“그래, 허락할게. 지금 가라!”
여유라고는 한 톨도 없다.
계산을 끝낸 일리아스는 동생의 등을 가차 없이 걷어찼다.
‘이대로라면 아군의 사기가 너무 떨어져.’
그렇지 않아도 적군의 수가 너무 많아 압박감이 심한데, 전장 전체를 감쌀 정도로 거대한 신성 마법을 목도한 참이다.
심지어 저쪽은 훈련받은 정규군이 많은 것에 비해, 이쪽은 훈련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일반인들도 다수 섞여 있었기에 사기가 떨어지면 그야말로 끝장이었다.
아군 병사들의 사기가 떨어지는 것을 막으려면 무리를 해서라도 압도적인 무력을 과시해 줄 필요가 있었다.
‘알리시아가 이런 데서 죽을 녀석도 아니고.’
그랬다간 레벨 100을 달성한 검사의 체면이 이만저만이 아닐 테다.
게다가 성벽이 아무리 견고하다지만 성내의 인원은 절대적으로 부족했기에, 성벽 전부를 지킬 수는 없다. 그래서 적군의 주의를 흐트러트릴 선두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레나가 왔다면 더 좋았겠지만.’
시차가 많이 틀어졌는지 예정된 시각보다 도착이 늦어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으로서는 알리시아가 가장 적격이었다.
엄격한 오빠에게 허락을 받은 알리시아가 크게 웃었다.
“다들 봤냐? 날뛰어도 된다는 허락이 떨어졌다아아아!”
목청이 얼마나 컸는지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성내에서도 쩌렁쩌렁 울려 퍼질 정도였다.
그리고 대장의 목소리를 들은 용병들도 따라 웃었다.
“드디어 전투로구만! 으하하! 몸이 근질근질했다고!”
“성벽 위에서 돌멩이나 던지는 걸로는 성이 안 차지. 안 그래?”
“같이 갑시다, 대장!”
알리시아와 함께 성벽 위에 나서 있던 과격한 용병들이 드디어 떨어진 난전의 허락에 눈을 빛냈다.
숱한 수라장을 겪어 온 만큼 그들의 눈에는 이 전장 또한 일상과 다를 바 없는 광경이었다.
“그럼 가 보자고! 흐아아아압!”
기합을 내지르는 것과 동시에.
알리시아가 무슨 별똥별이라도 되는 것처럼 무시무시한 기세를 일으키며 성벽 밑으로 뛰어내렸다.
일반 사람이라면 당장 곤죽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높이에서 펄쩍 뛰어내린 알리시아는, 막 성벽의 중간쯤을 타고 올라오던 적군의 머리채를 쥐고 끌어내렸다.
“흐아아아악!”
성벽을 오르다 갑작스레 날벼락을 맞은 불쌍한 병사는 그대로 알리시아와 함께 중력에 이끌려 추락했다.
쿵!
두 발로 무겁게 성벽 아래에 내려선 알리시아는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인간의 모습을 한 팔에는 바스타드 소드가, 괴물의 모습을 한 손에는 인간의 머리를 들고서. 발밑에는 미처 알리시아를 피하지 못해 운석에 깔린 것처럼 짓밟혀 버린 병사들이 있었다.
“하하하하하하! 광폭화 버프 좋아하시네!”
확실히, 버프를 받은 적군들 사이에서도 돋보일 수밖에 없는 광기 어린 모습이었다.
수십 년간 치열한 전장을 단신으로 헤쳐 나온 전사의 진정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야말로 용병왕, 그 자체!
“고, 공격해!”
“한꺼번에 달려들어!”
갑작스러운 천재지변처럼 지면으로 떨어진 알리시아를 향해 병사들은 검을 쥐고 달려들었다.
물론 두려운 상대이기는 했으되 사방이 적이다. 숫자로 밀어붙이면 어떻게든 되리라 자신한 것이다.
하지만…….
“멍청한 자식들.”
그런 적군을 향해 알리시아는 거침없이 거대한 바스타드 소드를 휘둘렀다.
“다 꺼져, 이 새끼들아!”
휘리릭!
알리시아에게 달려들던 병사 셋이 그저 검풍만으로도 나가떨어졌다.
무거운 바스타드 소드가 휘둘러지는 순간, 그걸 막으려 수십의 검이 달려들었지만 모두가 챙강 하는 연약한 울림과 함께 부서진다.
마치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베듯, 바스타드 소드는 사람으로 만들어진 숲을 가르며 나뭇가지처럼 생명을 추수했다.
적군의 목이 마치 쌀알이 털리는 것처럼 사방으로 떨어졌다.
단지 검을 한 번 휘둘렀을 뿐인데, 단번에 수십의 목숨이 달아난 것이다.
알리시아를 향해 한꺼번에 달려들려던 적군이 순간 주춤할 수밖에 없을 정도였다.
“뭐, 뭐……!”
“괴물 새끼!”
그야말로 압도적인 무위.
그 무위에 질려 버린 적군들이 겁을 먹은 것과 반대로 아군들 사이에서는 환호성이 터졌다.
전투가 시작된 후 처음으로 울려 퍼진 긍정적인 목소리였다.
“우, 우와아아아아!”
“저게 바로 용병왕이다! 용병왕이 선두에 섰다!”
“여명! 여명의 수호자다!”
낯부끄러운 소리가 들려왔지만 알리시아는 더욱 크게 웃었다.
“그래그래! 내가 바로 이 전장의 괴물이다!”
그래야만 하는 국면이었기 때문이다.
알리시아 또한 아무리 머리를 굴리기 싫어해도 이 전장에서 사기란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는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욱 잔인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괴물이 적이라면 두렵지만, 괴물 같은 아군은 든든한 법.
그러니 괴물이라는 소리에 새삼 상처받을 것도 없다.
‘레나가 나를 인간이라고 불러 주는데, 다른 새끼들이 다 무슨 상관이야.’
일리아스는 피가 이어진 가족이라지만, 레나는 온전히 스스로 선택한 자신의 가족이었다. 그런 가족이 나를 인간으로, 친구로 봐 준다면 괴물이니 뭐니 무어라고 불리더라도 상관없다.
그저, 레나가 돌아올 때까지 집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아리아드네, 보고 있지? 정신 좀 차려라아아아아!”
그 필사적인 외침에 답하는 이는 없었으나, 그래도 알리시아는 외쳤다.
“너는 정말 이래도 괜찮겠어?”
이것이 설령 허무한 메아리가 된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깊은 숲속, 어린 시절의 친구가 오로지 자신을 죽일 생각으로 판 함정.
그 너무도 비참하고 허탈한 현실 앞에서 인간성을 포기하려 했을 때가, 자신에게도 있었으니까.
그런 자신을 붙잡아 준 것은, 시간도 차원도 뛰어넘어 와 준 가족이었으니까…….
“그러니까 나도, 포기할 수는 없단 말이다!”
알리시아는 그리 외치며 검을 휘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