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킹 1위 용사가 세상을 지키는 방법 317화
“강예나!”
다행히 이우연이 잡아끌어 준 덕분에 아리아드네가 쏜 화살은 아슬아슬하게 빗겨 나갔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이번의 대화로 아리아드네가 마음을 돌리길 간절히 바랐지만…… 말로 설득되기에는 이미 너무 멀리 온 모양이었다.
쐐액!
숨을 돌릴 겨를도 없이 다시 한번 아리아드네가 화살들을 대량으로 쏘아 보냈다. 더 이상 대화할 의지가 없다는 완벽한 표시였다.
퍼퍼펑!
그리고 이번에는 내가 몸을 피하기 전에, 일리아스의 해골 병사들이 튀어나오며 화살을 대신 맞았다. 성력으로 된 화살을 맞은 언데드들은 흔적도 없이 빛으로 변해 사라졌다.
“알고 있겠지만, 레나.”
품속에서 시약병을 꺼내 들며 일리아스가 내게 조용히 충고했다.
“마음을 약하게 먹었다간 네가 죽어.”
“…….”
“그리고, 우리도.”
……정말이지, 어디에 강예나 설명서라도 감추고 있는지 나를 너무나도 잘 아는 사람이다.
한 번 심호흡을 하고 검을 들었다.
‘근접전이 되면 내가 유리하지.’
그러려면 빠르게 승부를 봐야 한다. 나는 곧장 님페의 바람을 발동시키며 발을 박차고 아리아드네를 향해 달려들었다.
아니, 달려들려고 했다.
“레나, 조심해라!”
뒤에서 외치는 루카스의 목소리와 함께.
우리가 방금 전까지 발을 딛고 있던 땅에서 빛이 쏟아져 나왔다. 순간적으로 눈을 뜨지 못할 정도의 광량이었다.
“이곳은 제 영혼의 심연, 모든 것이 죽음으로 돌아가는 공간이에요.”
아리아드네의 목소리가 아득하게 들렸다.
“죽음이라는 순리를 거스를 수는 없을 겁니다.”
이윽고, 그 빛이 사라졌을 때.
우리는 아리아드네를 보호하듯 감싼 황금빛의 구를 볼 수 있었다.
온전한 성력으로 만들어진, 완벽한 보호막.
그 속에 감싸인 아리아드네는 인간이라기보다는 저 먼 아득한 곳에 앉은 신성한 무언가처럼 보였다.
지상의 고통과 슬픔 따위에는 무관심한 무언가.
그저 공평할 뿐인 죽음.
- ‘죽음’이 당신을 심판합니다.
파아앗!
그리고, 그런 아리아드네 앞에 갑자기 빛으로 형태를 빚은 듯한 병사들이 나타났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공격 루트가 막혀 버렸다.
쿵!
그리고 병사들은 곧장 열을 맞추어 우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걸 보고도 알리시아는 코웃음을 쳤다.
“어차피 아까 그거랑 비슷한 거 아냐? 이딴 걸로 날……!”
생성된 병사가 검을 휘두르며 덤벼들자 알리시아는 귀찮다는 듯 자신의 병기를 휘둘렀다. 아까 상대했던 그림자 몬스터쯤 되겠거니 생각하며 그에 맞춰 물리력을 행사한 건데.
하지만…….
캉!
알리시아의 눈이 둥글어졌다.
검과 검이 부딪치는 소리가 났던 것이다.
“이거, 그림자가 아니라 진짜 검이잖아!”
게다가 그뿐만이 아니었다.
“윽!”
병사들이 휘두른 검을 막아 낸 알리시아가 신음을 토했다.
“알리시아!”
그 옆에서 병사 하나를 베고 있던 던 나는 깜짝 놀랐다.
병사의 검과 맞닿은 바스타드 소드를 타고 성력이 흘러들더니, 가시처럼 알리시아의 몬스터 팔을 공격하고 있었던 것이다.
알리시아의 얼굴이 고통으로 물들었다.
“알리시아, 저건 성력으로 형태를 부여한 환상이다! 넌 접촉하면 위험하니 뒤로 물러서라!”
그리고 가장 먼저 상황을 눈치챈 루카스가 재빠르게 우리와 병사들 사이에 마력으로 된 두터운 방벽을 쳤다.
“아니, 이런 미친.”
방벽 뒤로 물러나며 간신히 숨을 돌린 알리시아가 팔을 부여잡고 소리쳤다.
“저거 사기 아냐?! 환상 마법에 실체까지 있으면 그게 환상이냐? 그냥 소환이지!”
이 와중에 소름 돋게 정확한 지적이었다.
일리아스가 혀를 찼다.
“서로 잘 아는 만큼 어떤 의미로는 옵타티오보다도 힘겨운 상대네. 전 차원을 통틀어서도 손꼽을 성황을 쓰러트리기엔, 모인 면면들이 아주 공교롭거든.”
그렇다.
성력은 순리를 거스르는 것을 순리대로 ‘교정’하는 힘이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이 자리에 순리를 거스른 이들밖에 없다는 것이다.
마법을 쓰는 마검사에 네크로맨서, 그리고 몬스터 팔을 지닌 용병왕까지.
성력을 쓰는 성직자를 상대로 싸우기에는 약점이 많은 사람들뿐이었다.
쿵! 쿵!
루카스가 친 방벽 너머로 병사들이 몸을 부딪혀 왔다. 성력의 덩어리들이 부딪치자 실시간으로 방벽이 깎여 나가는 것이 보일 정도였다.
루카스가 이우연을 향해 외쳤다.
“보고 있지만 말고 너도 도와라!”
“한참 밑 레벨한테 너무한 거 아니야?”
“없는 것보다야 낫겠지.”
“……이거, 내가 직접 들으니까 재수가 없긴 하네.”
그렇게 말하면서도 이우연은 식은땀을 훔치며 루카스를 도와 방벽에 마력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그래 보았자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다. 뿜어져 나오는 성력의 밀도가 너무 높으니까.
“망할.”
알리시아가 욕설을 내뱉었다.
부여잡고 있는 한쪽 팔의 접합부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흐르고 있었다. 몬스터 팔이 생기를 잃고 손끝부터 변색되고 있는 것이, 아무래도 오래 버티긴 힘들 성싶었다.
“……상황을 정리해 보자.”
저 병사들 자체가 성력으로 만들어졌기에 그저 닿는 것만으로도 우리 일행 중 대부분에게는 치명적이다.
특히나, 알리시아와 일리아스에게는.
그러니까…….
“나는 어떻게 하면 아리아드네에게 이길 수 있지?”
내가 뚫어야 한다.
그나마 혼돈의 용사 클래스를 가진 나만이 아리아드네에게 이길 가능성이 있으니까.
“레나, 착각하지 마. 정면에서 싸워서는 못 이겨.”
일리아스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알리시아의 팔에 시약을 부어 응급 처치를 하면서 냉정하게 말했다.
“저건 규격 외의 무언가야. 그 정도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잖아.”
그래.
시스템조차 뛰어넘은 ‘죽음’이라고 하더니,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주변 공기의 밀도가 달랐다. 성력과는 별개로 생명을 빨아들이는 듯한 진득함이 있었다.
그러니 나보다도 이중으로 힘들 텐데, 일리아스는 내색을 하지 않고 태연히 말했다.
“우리의 목적은 정면으로 싸워서 이기는 게 아니라, 우리 세계의 아리아드네 님을 깨우는 거야. 레나, 아까 전 아리아드네 님의 모습을 보았을 때 위화감을 느낀 부분이 있었지?”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대화를 나누며 위화감을 느꼈었다.
“뭐랄까, 두 개의 인영이 하나로 합쳐져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한 사람의 모습이지만, 기묘하게 두 개의 그림자가 겹쳐 있는 것 같다고 해야 할까.
일리아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몸과 영혼의 주인이 다를 때 일어나는 현상이야. 현실이었다면 네크로맨서인 내게만 보였겠지만, 이곳이 심상 세계이기 때문에 너에게도 보이는 거지.”
“그렇다면…….”
“우리의 아리아드네 님이 몸의 주도권을 찾으려면 저 죽음 쪽이 흔들릴 정도로 강한 충격을 줘야 해.”
“야.”
“결국 그거 저 방어막을 뚫고 한 대 쳐야 한다는 거 아니야?”
“야!”
“방법은 같지만, 목적이 다르지. 충격이라는 게 꼭 물리적인 걸 이야기하는 것만은 아니니까…….”
“야, 너희들 나 무시하지 말라고!”
창백해진 얼굴의 알리시아가 끙끙대며 호통을 쳤다.
“나도 싸울 수 있어. 나를 빼고 이야기하지 마!”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알리시아, 너는 지금 여기에 있는 것만으로도 위험해. 그렇지 않아도 미로를 뚫고 오면서 많이 소모됐잖아.”
“웃기지 마, 레나.”
알리시아가 이를 으드득 갈았다.
루카스와 이우연이 친 방벽 너머, 아리아드네를 바라보는 눈동자에 독기가 가득 찼다.
“이깟 팔 하나 없어도 나는 잘 싸울 수 있거든? 성력 그딴 게 뭐 어쨌는데!”
“아니, 팔이 없으면 당장 바스타드 소드를 휘두르기도 힘들잖아. 무슨 소리야?”
“상관없어!”
알리시아가 만류하는 내 손길을 뿌리치며 일어서더니 휙, 나를 쏘아보았다.
“야, 너희 둘이 죽고 못 사는 사이인 건 알지만 나한테도 생각이라는 게 있어. 이제 더 이상 못 참겠다고.”
“…….”
“나도 싸울 거야. 쟤한테 한 방 먹여 줄 거라고.”
오래 알고 지냈기에 포기한 것이 있다.
그리고, 이럴 때의 알리시아가 부리는 고집은 누구도 꺾을 수 없다는 것도 나는 알고 있었다.
“이렇게 나오면 말릴 수가 없네.”
그리고 그건 형제인 일리아스에게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일리아스는 한숨을 쉬며 옆구리에 차고 있던 얇은 롱소드를 꺼내어 알리시아에게로 던졌다.
알리시아가 멀쩡한 인간의 팔로 그것을 받아 들어 옆구리에 찬 채, 바스타드 소드를 들었다.
얼굴에는 결연함이 가득했다.
아무래도 진심으로, 할 모양이다.
“성력으로 생성된 병사들은 내가 준비한 언데드들과 저 두 사람의 마력으로 소모시킬게.”
그렇게 말하며 일리아스가 루카스와 이우연을 가리켰다.
나는 반문했다.
“아리아드네의 성력을 고갈시키겠다고?”
물론, 그게 정석이기는 했다.
마력을 파훼하는 성질을 가진 성력을, 그 이상의 마력으로 덮어 버리는 것.
지난번 대신전을 습격할 때 일리아스가 사용한 방법이었다.
성력이 워낙에 강력하긴 하지만 그래도 약점은 있다. 바로 한 번 고갈되면 회복하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성직자들의 경우 레벨이 오를수록 마력의 양이 늘어나는 다른 클래스와는 달리, 레벨이 오른다고 해서 성력이 늘어나지 않기에 신성 마법을 갈고닦는 길은 무척이나 험난했다.
혹자가 말하길 세상을 뒤틀어 버리려는 의지인 마법과는 달리, 이 세상을 움직이는 어떤 ‘순리’와 ‘운명’이 있다고 믿어야 쓸 수 있는 힘이기에 그러한 것이 아닐까, 하고 추측했다.
그저 믿음으로 이루어진 불확실한 힘이기에 정신 상태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하루아침에 성력이 사라지거나 클래스가 변경되는 케이스도 종종 있을 정도였다.
그렇기에, 마법사가 성직자를 상대할 때는 성력보다 더욱 많은 마력을 쏟아부어 상대가 고갈되기를 노리는 게 정석이다.
하지만…….
“상대는 그 아리아드네인데?”
쿠콰콰쾅!
그때, 여러 겹의 유리를 두른 것처럼 겹겹이 쌓여 있던 방벽이 한 장을 남겨 두고 무너졌다.
이쪽이 세운 방벽을 파훼하며 사라진 병사들도 제법 많았지만, 유의미하게 숫자가 줄어들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소모되어 사라지는 숫자보다 늘어나는 숫자가 훨씬 많았던 것이다.
“아리아드네의 성력이 고갈된 걸 본 적이 있어?”
대륙 최고의 성녀라는 직함은 괜히 얻은 것이 아니다. 아리아드네가 가진 성력의 깊이는, 시전자 본인조차 알 수 없었다.
일리아스 또한 그걸 모를 리 없을 텐데.
“괜찮아. 목적은 그게 아니니까.”
일리아스는 기묘한 고소를 머금었다.
“레나, 아마 우리 중 내가 가장 아리아드네 님을 깊이 이해하고 있을 거야. 우리 둘 다 세상을 미워했고, 나는 그냥 운이 좋아 포기한 것뿐이지.”
“이제 곧 뚫린다!”
루카스가 고함쳤다.
일리아스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전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래서 알아. 이건 분명 효과가 있을 거야. 내 동생은 멍청하지만 할 땐 하는 애고, 나와 아리아드네 님의 근본은 같으니까.”
“근본?”
“누군가를 증오하는 만큼,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
일리아스가 완드를 들었다.
“그러니까, 아리아드네 님이 잊고 있는 걸 떠올리게 해 줘. 너희 둘이서.”
파장창!
최후의 한 겹이 깨졌다.
나와 알리시아는 동시에 방벽 너머로 뛰쳐나갔다.
“진군하라!”
그리고, 일리아스의 외침과 함께 땅울림이 일었다.
허공에서 나타난 뼈들이 모여 여러 형태를 이루었다.
장대한 규모의 언데드들은 주인의 명령을 따라 성력으로 된 황금빛의 병사들을 향해 돌진했다.
콰득!
물론 병사들과 닿자마자 스켈레톤 병사들은 성력에 으스러져 갔지만, 일리아스가 강화한 덕인지 약간의 시간을 벌 정도는 되었다.
그리고 그 잠깐의 틈을 노려서.
“이쪽은 신경 쓰지 말고 앞만 보면서 나아가라!”
“한 방 먹여 줘, 알리시아.”
두 마검사가 대형 마법을 무차별적으로 쏘아 댔다. 쏟아지는 마법에 소모된 탓에 알리시아에게 접근하는 병사들의 속도가 대폭 줄어들었다.
- 에이펙스의 성검이 ‘혼돈의 용사’ 클래스 보정을 받습니다.
- 에이펙스의 성검이 ‘죽음’에 저항합니다.
성검을 휘두르며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병사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베고, 폭발시키고, 소모시키고.
그럼에도, 빛으로 된 죽음은 끝을 모르고 너울거리며 몰려왔다.
“크윽!”
“알리시아!”
역시 우려했던 대로 가장 먼저 한계가 온 것은 알리시아였다. 거대한 바스타드 소드를 휘두르던 알리시아의 몸체가 기울었다.
툭!
알리시아의 손에서 바스타드 소드가 떨어졌다. 그렇게 거대하던 오우거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이다.
내가 다가가서 황급하게 부축하려고 했을 때였다.
“깔보지 마!”
알리시아가, 인간의 팔로 몬스터의 팔을 부여잡고 발로 빛의 형체들을 걷어찼다. 마력을 담은 발차기가 풍압을 일으키며 몇 명의 병사들을 쓰러트렸다.
“이제 이걸로 베면 될 뿐이니까!”
알리시아가 남은 한 팔로 아까 전 일리아스가 내준 롱소드를 잡았다.
하지만, 그저 남은 한 팔로 롱소드를 휘두른다고 될 문제가 아니었다.
몬스터 팔이 거의 괴사한 것처럼 회색으로 변해 있었다. 고통스러울 것이 뻔한 데다 양쪽의 균형도 맞지 않아서, 알리시아의 발걸음은 위태로웠다.
그럼에도 그 눈빛은 꺾이지 않고, 이제는 한결 가까워진 허공 속의 아리아드네를 노려보고 있었다.
섬세하게 싸인 실타래 속.
이제 아리아드네의 얼굴이 어렴풋이 보이는 거리였다.
그 거리에서, 알리시아가 외쳤다.
“작작 좀 해, 아리아드네!”
그리고 알리시아가, 미친 짓을 했다.
나는 기겁했다.
“야, 야!”
찌지직!
살이 찢어지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렸다. 뒤에서도 무어라 소리치는 것 같았지만, 눈앞의 광경이 너무 비현실적이라 들리지 않았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소리가 났다.
그러니까, 알리시아가 덜렁거리던 제 한쪽 팔을 아예 뜯어낸 것이다.
그리고…….
퍽!
“이게 내가 이제껏 아득바득 살아남아 온 증거다!”
알리시아는 뜯어낸 몬스터 팔을 통째로 아리아드네를 향해 던졌다.
알리시아가 온 힘을 다해 던진 그 팔은, 툭 하고 아리아드네의 발치에 떨어졌다.
아리아드네가 조용히 시선을 옮겨 던져진 괴물의 팔을 응시했다.
그런 아리아드네를 향해 알리시아는 외쳤다.
“고귀하신 성녀님과 고결한 용사님 말고, 나도 여기 살아 있다고. 난 더 살고 싶단 말이다. 레나가, 엘리사가 구해 준 목숨이야!”
그건, 마치 피를 토하는 것 같은 외침이었다.
“이딴 몸뚱이에, 별 볼 일 없는 삶이지만 내게도 자부심이 있어. 그걸 빼앗는 건 누구라고 해도 용서 못 해. 성력? 죽음? 그깟 게 뭔데!”
그리고, 상처다.
그저 그때그때마다 최선의 선택을 내려 살아남았을 뿐인데, 언제나 타인의 손가락질을 감내해야만 했던 알리시아의 상처.
“대체 누가 누굴 정화해? 순리? 웃기고 자빠졌네! 아득바득 살려고 발버둥 친 내가 더럽냐, 아리아드네 이 자식아! 이제껏 그렇게 생각했던 거냐고!”
너무도 오래되어 아물고 흉터가 되어 사라졌다고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피고름이 터지고야 만다.
그러나, 그 불같은 알리시아의 분노 앞에서도 아리아드네는 대답하지 않았다.
저 높은 곳에서 인간을 관조하는 것처럼 조용히 떠올라 있는 원형의 구를 향해, 알리시아는 외쳤다.
“무슨 신이라도 된 것처럼 굴지 말고 거기서 내려와!”
* * *
그리고.
아리아드네는 눈을 깜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