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킹 1위 용사가 세상을 지키는 방법 322화
Last Chapter. 에필로그
제목 : 요새 왜 방구 안 보이냐
내용 : 거의 1년 넘게 소식이 통 안 들리는 듯? 뭐하는지 아는 사람
- 연예인도 아니고 헌터인데 소식 뭐 맡겨 두셨어요??
- 알면 뭐 할 건데? 궁금해 하지 마
- 위에 댓글들 웃긴다 랭1이면 공인이나 마찬가진대 궁금해 할 수도 있지;;
└ 요새 방구 팬들 많아져서 이런 글만 나오면 다 줘팸ㅋㅋㅋㅋ옛날 0원 길드 극성 생각날 정도
- 글고보니 요새 영원 길드는 조용하네
└ 아무래도 간판인 모나미 나가니까 조용할 수밖에…….
└ 길드장인 김성연이 폐관 수련 들어간 지도 1년 넘은 듯
- 와 근데 진짜 가장 최근 소식이었던 던전 공략 영상 올라온 게 거의 1년 반 전이네
- 말 나온 김에 다시 보자 > nutube.com/watch/dbfudtjd 대규모 레이드 수성전 영상
- 다시 봐도 개쩐다…….
- 나도 검사 적성 있으면 좋겠다…….
- 와 조회수 5억회 찍었네ㅋㅋㅋㅋㅋㅋ세계로 뻗어 나간다
- 레비아탄 공략 영상에 홍대 이무기에 수성전…… 을 빙자한 닥돌 영상까지ㅋㅋㅋㅋㅋ근데 다시 봐도 안 질림 진짜 개쩔어
- 킹갓구도자님…….
- 한번이라도 좋으니 직접 보고싶어ㅠㅠㅠㅠㅠ
- 약점이라곤 네이밍 센스밖에 없는 분
└ 킹랑하는 갓도자가 어때서? 줄이면 킹.갓임
└ 왜 방.구라고 말을 못함?
└ 이 발언 PPT땄습니다;; 명예회손죄로 어쩌구한다;;
- 빠들 극성에 방구 별명 사장되는 중ㅋㅋㅋㅋㅋ근데 이것도 보다 보니 나름 정들음 =3=3=3
- 그냥 킹갓나라고 불러줘 이제 닉넴도 강예나 본명인데
- 솔직히 이건 맨 처음 줄인 놈이 잘못함 엎드려서 사죄해라
└ 킹치만 방랑하는 구도자를 방구 외의 뭘로 줄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그런데 =3 라고 놀리는 거 치고는 이제 플레이어명 저렇게 간지 나는 걸로 짓는 놈들 많이 늘어남ㅋㅋㅋㅋㅋ
- 아니 그래서 방구 요새 뭐 하냐고 왜 일 년째 감감무소식이냐고!
- 공략 중 부상당해서 요양 중인데 정부가 숨긴다는 카더라가 있음
└ 엥 그럼 랭킹 갱신될 때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없잖음 내내 랭1인데
- 그냥 단순하게 생각하면 24시간 던전에서 사는 거 아님? 저 영상들이야 단체 레이드라 유출된 거고 ㅋㅋㅋ 혼자 레이드 뛰면 영상 유출할 놈도 없잖아
- ㅁㅈ첫 인터뷰 생각하면 킹갓나는 걍 진실만을 말하는 사람임
└ 이게 맞는 듯…… 광고 들어간 것도 다 거절했다 함ㅋㅋㅋㅋ우리 회사 마케팅팀한테 들었어
- 솔직히 빠들 많아지는 것도 이해감 ㅋㅋㅋ 존나 멋있음
└ ㅁㅈ 수성전 전투 영상 뜬 이후로 한국만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유명세 탔는데 방송도 한번 안 나오고 자기 할 일 하는 거 멋있음
└ ㅇㅈ 나라면 그냥 편하게 살고 싶을 텐데
- 나 같으면 광고 몇 편 찍고 은퇴할 텐데…… 퇴사하고 싶다
└ 여기 불행한 직장인이 있어요
└ 돈은 지금도 충분히 많을걸
- 랭1쯤 찍으려면 저래야 한다는 예시를 보여줌
- 댓글들이 산으로 가는데 요새 뭐하고 사는지 솔직히 궁금하긴 함ㅋㅋㅋ빠들도 저렇게 말하지만 궁금해서 미칠 걸
- 어디 기자가 따라붙지 않았으려나?
└ 들리는 말로는 파파라치처럼 붙었다가 모나미한테 쪽도 못 쓰고 떨어져 나갔대 길드 나와서 솔로로 뛰어도 그 성질 머리 어디 안 가지
└ 아 ㅅㅂ 모나미 니가 뭔데 킹갓나를 독점해 나도 보고 싶어
└ 근데 진짜 둘이 같이 삼? 사귀는 거야 뭐야
- 그런 거 궁금해 할 시간에 겜 공략 팁이나 하나 더 올…….
……
…
조한율 : 한눈팔면 안 된다, 태원아. 뭐가 나올지 모른다니까.
한참 댓글을 쓰고 있던 양태원은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에 겨우 핸드폰을 집어넣었다.
“아, 죄송해요. 기다리고 있자니 너무 지루해서.”
대기 중 지친 나머지 평소 자주 들어가는 게임 공략 사이트에 접속했다가 잡담 게시판의 게시글을 본 게 화근이었다.
왜 남의 사생활을 궁금해하는지 모를 일이라고 생각하며 양태원은 혀를 끌끌 찼다.
“루머 퍼트리는 것도 구업을 쌓는 일이거늘. 떼이이잉.”
조한율 : 그 말투는 또 뭐야? 거의 이틀 내내 대기하고 있었으니까 이해는 간다만.
“지루하긴 엄청나게 지루해요. 저는 할 것도 없고. 경치는 좋지만요.”
양태원은 그렇게 말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시원한 산바람과 아름다운 풍경.
“백록담은 오랜만이네요.”
그랬다.
현재 양태원은 제주도의 한라산 정상, 백록담에 올라와 있었다.
한때 신수가 몸을 두었던 호수는 청동검이 뽑힌 이후로 예전의 모습을 되찾은 채였다.
시기가 봄이 오기 전의 겨울인지라 아직 녹지 않은 눈이 쌓여 있어 본래라면 등산객들로 문전성시였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빨리빨리 움직여!”
“이 아이템 재고가 부족한데 혹시 가지고 계신 분? 없으면 다음에 올라올 사람에게 연락해서 가져다주세요!”
현재의 백록담에는 수많은 헌터들이 모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헌터들의 시선은 시종일관 백록담 중앙에 설치해 놓은 아이템에 향해 있었다.
“점점 위험 쪽으로 화살표가 기울고 있습니다.”
“이거, 생각보다 시간이 없을지도 모르겠는걸.”
백록담 중앙에 설치된 아이템.
큐브 같은 사각형으로 생긴 아이템의 중앙에 푸른색 마력석이 달려 있는 그것은, 1년쯤 전에 조한율이 이끄는 ‘선율 공방’에서 개발한 ‘던전 생성 감지기’였다.
그리고 큐브 정면에는 숫자가 떠올라 있었다.
- 던전 생성까지 05:23:56
양태원은 이 신문물에 감탄했다.
“세상 진짜 좋아졌다. 그쵸? 신규 던전의 출현을 이렇게 미리 대비할 수도 있고.”
조한율 : 그야 점점 더 좋아져야지.
말 그대로 새로운 던전의 발생을 미리 파악할 수 있게 만든 이 아이템 덕분에, 전국 팔도 방방곳곳을 뛰어다니던 공무원 헌터들의 노동량이 획기적으로 줄었다.
주요 지점마다 이 던전 생성 감지기를 설치해 놓기만 하면, 신규 던전이 생길 때마다 감지하고 제때 알림이 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선 헌터가 길드 건물까지 찾아와 갓율 공방이라며 눈물을 흘리며 엎드려 절했다는 소문이 있다.
하기야 이 아이템이 개발되지 않았다면 백록담도 몬스터 소굴이 되었을 수도 있으니 그러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조한율 : 그래도 네가 제주도에 내려가 있을 때라 다행이다.
“그러게요.”
이틀 전, 제주도에 설치해 두었던 던전 생성 감지기가 이상을 알렸다.
그래서 마침 제주도에 돌아와 있어 거리가 가깝던 양태원이 소환된 것이다.
본래대로라면 간만에 본업도 좀 하면서 몇 주 정도 쉬려고 했는데, 이틀 전부터 산에 올라 팔자에도 없는 노숙이라니.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조한율 : 생성 감지기 반응 보면 적어도 S급 정도는 나올 것 같아.
“으엑.”
양태원은 한숨을 쉬었다.
“S급 몬스터 출현은 반년 만인가? 이렇게 자주 나와도 되나요? 파워 인플레 뭐임? 패치 필요할 듯요.”
조한율 : 나도 패치하고 싶다.
얼굴도 보이지 않았지만 그 메시지에서는 처절함마저 느껴졌다.
하기야 대한민국에 불쌍한 직장인도, 바쁜 개발자도 많겠지만 조한율만큼 불쌍하고 바쁜 사람도 드물 것이다.
조한율 : 하지만 우리한테 있는 건 버그 패치가 아니라 끝없는 DLC뿐이지. 더 많은 몬스터 확장팩…….
“이왕이면 몬스터 확장팩이 아니라 템 확장팩이나 치트 확장팩이면 좋겠는데 말이에요. 고인물 전용 콘텐츠는 진짜 게임일 때만 즐거운데…… 아.”
양태원은 손뼉을 쳤다.
“콘텐츠 하니 말인데 얼마 전에 국가 헌터 아카데미 4기 졸업생 졸업식 영상 봤어요. 검사 비율이 최초로 50퍼센트를 넘긴 데다 수석 졸업생도 검사라면서요.”
시스템이 생겨난 초기에는 스타 헌터라고 불릴 법한 사람들이 모두 마법사였던 탓도 있고, 운동이 부족한 현대인의 고질적인 문제. 그리고 마법이 해X포터를 읽으며 자란 사람들의 로망이었던 것 등등, 복합적인 문제로 초기 대한민국 헌터 중 마법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았었다.
그랬던 것이 이 3년 사이 뒤집힌 것이다.
아직도 수가 적기는 했지만, 지금은 검사 선택 비율이 훨씬 높아졌다.
그 증거가 바로 얼마 전, 국가 헌터 아카데미 졸업생들이었다.
물론 그게 누구의 영향인지는 말할 것도 없다.
조한율 : 역시 롤 모델이 중요하다니까. 이번 졸업생들은 다들 스텟도 괜찮아. 예나 씨를 모델로 한 VR이 꽤 효과적이었다는 증거지. 체계를 잡아 가는 과정이니까 검사들의 평균 실력도 점점 나아질 거야.
그러니까 제발 같이 일하자, 그렇게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조한율의 절절한 마음이 느껴졌다.
“검사가 늘면 좋긴 하죠. 아무래도 서버 통합 전에 최대한 해 둘 수 있는 건 해야 하니까…….”
조한율 : 근데, 너 이렇게 나한테 육성으로 말해도 괜찮아? 주위에 사람들 있지 않아?
“아, 저요?”
양태원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들 방어선을 구축하러 뛰어다니느라 바쁜데, 혼자 빈둥대고 있는 양태원과 시선이 마주치면 묘하게 피하는 것이…….
“저 제주도 출신이라, 다들 제가 무당이란 걸 알아서 그런지 뭐라고 중얼거려도 신경 안 쓰던데요?”
조한율 : ……그거 다들 네가 귀신 본다고 생각해서 그런 거지?
“보이는 건 사실인데, 사실 귀신 보인다고 함부로 말 걸면 안 돼요. 심기체가 약해지면 달라붙거든요.”
조한율 : 난 안 보이니까 ㄱㅊ
“하지만 한율 누나, 귀신은 신체만 허약해졌을 때도 잘 붙는데 누나 생활 패턴을 보면…….”
양태원이 말을 막 이으려고 했을 때였다.
휘익!
높은 나무 위에 앉아 있던 양태원을 향해 누군가가 던진 작은 돌이 스쳤다.
누군가 싶어서 내려다보니…….
“뭘 중얼대고 있어? 혼자 농땡이 피우지 마라.”
류세연이었다.
양태원과 눈이 마주친 류세연이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같이 피우자. 심심하다.”
“어, 류세연 누나다.”
뜻밖의 만남에 양태원은 걸터앉아 있던 나뭇가지 위에서 뛰어내렸다. 여기서 볼 줄은 몰랐던 얼굴이라 반가움 반, 신선함 반이다.
“누나 서울에 있지 않았어요?”
“마침 제주도에 있어서 소집당했어. 젠장.”
“류세연, 방어선은 이제 반나절 정도만 더 있으면 완성…… 어라, 양태원 헌터.”
류세연을 향해 다가오던 김하현이 양태원을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 양태원도 마주 손을 들어 주었다.
그 와중에 류세연이 눈매를 사납게 떴다.
“반나절이 더 걸린다니, 이틀 전부터 알림 왔다며? 왜 이렇게 느려?”
“야, 야.”
시비라고 생각될 법한 말에 주위를 뛰어다니던 헌터들이 움찔했다. 그야 동분서주하며 방어선을 치고 있는데 저런 말을 들으면 짜증이 날 법도 했다.
“틀린 말 했냐, 내가?”
분위기가 살짝 험악해진 것을 아랑곳하지 않고 류세연은 코웃음을 쳤다.
“그놈의 행정 절차인지 뭔지로 또 반나절은 허비했겠지. 뻔하다, 뻔해.”
“그 문제 말고도 백록담이 좀 커야지…… 게다가 여기까지 오는 데 걸리는 시간도 있고, 제주도 쪽은 이런 경험도 많지 않고.”
김하현이 주위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부드럽게 설명해 주었지만 류세연의 짜증은 풀리지 않았다.
그야, 던전 생성 예상 지점 주위로 몬스터들이 나오지 못하도록 방어선을 치는 것은 정부 소속 헌터들의 업무이긴 하니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속도 좋다. 자칫하면 X되는 것도, 수습해야 되는 것도 우리구만.”
언제나 그렇듯 저렇게 직설적으로 쏴 대는 것이 문제다.
이렇게 되자 김하현은 아예 류세연을 뒤로 돌리고는, 양태원을 향해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은 채 낮게 속삭였다.
“미안. 지금 현장에 A급 인력은 너랑 쟤밖에 없어서 좀 예민해.”
A급이란 건 공식적인 지위는 아니고, 솔로로 던전 공략이 가능한 헌터를 가리키는 은어였다.
“아무래도 지방은 항상 인력 부족이란 말이지. 마침 둘이라도 있는 게 다행…….”
“다행은 무슨.”
시종일관 부루퉁한 표정인 류세연이 콧방귀를 뀌었다.
“모처럼 놀러 왔다가 발목만 잡히고 이게 뭐야.”
“어?”
저 성질머리에도 대강 익숙해져 류세연의 말은 한 귀로 흘려듣고 있던 양태원이 반응했다.
“누나가 제주에 놀러 오다니 별일이네요. 요새 던전에 거의 살다시피 하지 않았어요?”
류세연은 2년 전 전투에서 진언 마법을 깨달은 후, 진언 마법을 갈고닦겠다며 허구한 날 던전에 들어가 있었다. 덕분에 전달 갱신된 랭킹 순위에서는 8위를 차지했을 정도였다.
“너무 집에 안 들어갔더니 두부가 삐져서 같이 한 달살이 하려고 왔어. 우리 두부 바다 좋아하거든.”
“두부…… 아, 강아지 이름?”
“어. 사진 볼래?”
들여다본 핸드폰 화면 속에는 하얀 털을 가진 쪼그만 강아지가 성질이 났는지 세모눈을 뜨고 있었다.
‘주인을 닮나?’
“그런데 강아지 데리고 놀러 온 건데 갑자기 소집당해서 어떻게 해요? 강아지는 지금 혼자 있어요?”
“으응, 우리가 묵으려던 펜션이 반려 동물이랑 같이 숙박 가능한 곳이라 그쪽에서 맡아 주고 있어.”
그렇게 대답한 것은 김하현이었다. 그러고는 양태원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안 그래도 강아지 신경 쓰여서 죽으려고 하니까 그만 물어봐 줄래?”
“이미 늦은 것 같은데요…….”
“다 들리거든?”
류세연은 짜증이 잔뜩 난 얼굴로 혀를 찼다.
“우리 애 이제 노견이라서 혼자 오래 두면 안 되는데 큰일 났어. 그냥 동생더러 제주도 내려와서 데려가라고 해야 하나…….”
“오늘 밤도 넘길 것 같으면 그렇게 하는 게 나을지도.”
“강아지 부럽다. 나도 반려 동물…….”
그렇게 말하다가 양태원은 문득, 자신의 몸에 감겨 있는 청룡을 흘끗 바라보았다.
그리고 청룡과 눈이 마주치고야 말았다.
- 예끼.
“아야.”
청룡의 꼬리가 찰싹, 양태원의 이마를 때렸다.
갑자기 혼자 이마를 마구 문지르는 양태원에게로 호기심의 눈길이 모였다 사라졌다.
“뭘 봐. 구경났어?”
그리고 괜히 옆에 있던 류세연이 성질을 냈다.
“왜 쳐다보고 X랄이야. 할 말 있으면 와서…….”
“아하하하! 그나저나, 태원아. 요새 강예나 헌터랑 연락하니?”
어떻게든 분위기를 쇄신해 보려는 김하현의 노력에 양태원은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연락이야 하는데 요 한 달은 거의 못 봤어요. 던전 들어갔거든요. 이번 던전 공략은 좀 오래 걸릴 거라고 하더라고요.”
“대체 얼마나 어려운 던전이길래 예나 씨가 그 정도로 고생하지?”
“야, 궁금해하지도 마. 한번 따라갔다가 뒤지는 줄…….”
류세연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남들이 보기에는 류세연만 해도 던전에 살다시피 하는 괴짜인데, 그런 류세연도 강예나는 따라가기 힘든 모양이다.
“성실한 천재란 거 진짜 짜증 난다고. 이걸 왜 못 하지? 하는 표정 보면 빡 돌아.”
“그런 거치곤 친해졌잖아.”
“그거야 둘 다 술을 좋아하니까!”
한라산에 올라와 처음으로 류세연이 활짝 웃는 표정을 지었다.
처음에는 그렇게 서로 경계하더니, 둘이 노는 게 은근히 잘 맞는 듯했다.
“둘이 만나면 무슨 이야기해요?”
“글쎄, 하도 마시니까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도 기억이 안 나.”
“아니, 두 분 다 술 좀 그만 드세요.”
“내가 아니라 강예나가 문제거든? 걔는 무슨 술에 한이 맺혔나 봐. 근데 그러다가도 무슨 일 생기면 멀쩡하게 뛰쳐나간다는 게 제일 무서워.”
그건 확실히 그랬다.
그렇게 셋이서 빈둥대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던 때였다.
주변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지더니, 이윽고 누군가가 소리치는 것이 들렸다.
“어, 생성 감지기 좀 봐요!”
방금 전까지만 해도 파랗던 마력석이 갑자기 붉게 달아올랐다.
심지어 대략 6시간으로 표시되고 있던 예상 시간은……
- 던전 생성까지 00:14:56
“……장난이지?”
헌터들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예상 시간이 6시간이나 차이 나는 게 말이 돼?”
“감지기 고장인가?!”
“쳇.”
류세연이 짧게 혀를 찬 후 완드를 들고 마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양태원 또한 눈을 가늘게 뜨고 상황을 주시했다.
던전 생성 감지기의 원리는 차원의 균열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을 탐지하는 것.
그러나 보통 차원의 균열이 열리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기 마련이니, 어지간해서는 저 생성 감지기의 표시가 틀릴 일은 없을 텐데 저러는 걸 보면…….
“강한 것도 강한 건데, 꽤 교활한 놈이 나오는 모양이네요.”
그렇다면 짐작 가는 것들이 있다.
조한율 : 조심해, 태원아. 조금만 버티면 된다!
그렇게 조한율의 메시지가 도착하자마자.
던전 생성 감지기에 불이 붙으며 폭발했다.
콰콰쾅!
폭발해 흩날리는 파편과 마찬가지로 매캐하게 흩날리는 연기.
“조심해!”
“방어구 장착하고 물러나!”
그리고 그 혼란과 연기 사이로, 무언가가 보였다.
조한율 : 이야…….
“아이고.”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 하늘을 비추는 호수가 검붉게 물들었다.
쿠르릉!
그리고, 그 호수 속에서.
검은빛의 반지르르한 몸체를 한 몬스터들이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키이이익!
몬스터들이 괴성을 내질렀다.
- 몬스터가 출현합니다.
- B급 몬스터, 독을 품은 전갈이 출현합니다.
- C급 몬스터, 다리 있는 뱀이 출현합니다.
“저건…….”
“망했다.”
헌터들이 제각기 신음했다.
그럴 만도 했다.
호수 속에서 기어 나온 것은, 진흙 같은 마기를 몸에 두른 악마들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