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어쩌다 스토커

불의의 사고로 죽게 된 최민혁은, 자신을 차로 친 금수저 채민우에게 빙의하게 된다.



하지만 이내 빙의보다도 더 충격적인 사실에 직면하고 마는데.

바로 민혁의 유일한 죽마고우인 서태인이 게이이며, 십 년 넘게 자신을 짝사랑해왔다는 사실이었다.



심지어 태인은 민우의 모습을 한 채 자신의 주위를 맴도는 민혁의 의도가 섹스에 있다고 오해하게 된다.

민혁은 삶의 의욕을 잃고 폐인처럼 지내는 태인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그 오해를 수용하기로 하는데…….



[본문 중]



“말했지. 나 좋아하는 사람 있다고. 네가 아무리 이래봤자...”

“그러니까, 상관없다고. 돈은 내가 갚을 테니까, 너는 그 사람 만나. 나 신경 쓰지 말고 제발 만나라고.”



동시에 서태인의 입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허탈한 듯 웃는 그의 얼굴이 너무 이상했다. 이어 녀석의 입에서 믿을 수 없는 말이 뱉어졌다. 더없이 직관적이고 단순한 그 말의 의미를 나는 한동안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



“못 만나. 이미 죽었거든.”

“......뭐?”

“내가 사랑하는 사람, 이미 죽은 사람이라고.”



그렇게 말한 그는 돌연 성큼성큼 내 눈앞으로 다가왔다. 허리를 구부려 나와 입술이 맞닿을 정도로 얼굴을 들이댄 녀석은 관찰하듯 내 눈동자를 살폈다. 가까운 거리에서 뱉어지는 그의 호흡이 자꾸만 입술을 간질였다.



“그래, 인정할게. 너한테 자꾸만 눈이 가고, 신경 쓰여서 미칠 것 같은 건 맞아.”

“....뭐?”

“근데 그건... 널 보면 자꾸 민혁이가 생각나서 그런 거거든. 내가 돌았나 싶을 정도로 닮았어. 아니, 정말 닮은 구석이 있는 건지, 내가 그렇게 믿고 싶은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사람 환장하게 만드는 것만은 확실해.”

“.....”

“그래서 채민우, 너는 안 돼. 시발, 내가 세상 남자를 다 만난다고 해도, 너랑은 안 된다고. 설령 우리가 어쩌다 붙어먹게 된다고 해도.... 우리 사이에, 채민우 너는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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