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짝사랑의 비밀

짝사랑만 13년째인 김연오. 그 상대는 지독히도 그의 취향에 부합하는, 그의 ‘룸메이트’이자 ‘십년지기’ 친구 유신이다. 연오는 회사 인턴의 짝사랑을 도와주기 위해 함께 호텔 방으로 향하던 중 우연히 유신과 마주치게 된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한 연오는 괜한 오해를 살까 싶어 적당히 둘러대고 인턴과 자리를 피하지만, “재미 좋았나 보네.” “인턴이 그때 그 새끼인가 봐? 취향하고는.” “너 그 새끼 좋아해?” 유신은 그날 이후 인턴을 신경 쓰며 유치한 독점욕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낯선 유신의 태도에 연오의 의아함은 점점 쌓여만 가고, “네가 세워 봐.” “뭐?” “내 거. 네가 세워 보라고.” 유신은 계속해서 연오를 도발하며 선을 넘으려 하는데…. [본문 발췌] 도착한 집은 사방에 불이 켜져 있어서 한밤중인데도 대낮같이 환했다. 내 룸메이트, 유신은 거실 소파에 누워 한가롭게 책을 읽고 있었다. 그러다 내가 오는 것을 보고는 책을 던지듯 두더니 말을 걸어왔다. “오늘 안 오는 줄 알았더니.” “너야말로 집에 없을 줄 알았는데?” “이틀 이상 외박 안 하는 거 알면서 그러지?” “그래서 새벽같이 달려왔잖아.” “늦었어.” “미안.” 유신의 차가운 목소리가 달콤한 투정으로 들리는 것은 나의 13년 짝사랑 경력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눈길조차 주지 않는 것보다는 나았기에 나는 웃으면서 내 방으로 들어가려 했다. “박아 줘?” 갑자기 들려온 말만 아니었다면 그랬을 것이다. 유신은 여전히 누운 채로 책을 보고 있어서 혹시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싶었는데 그건 아닌 듯했다. “원하면 박아 줄 테니 말하라고.” “뭘 박아?” “내 걸 네 구멍에.” “…돌았냐?” 나는 어이가 없었다. 가끔 유신은 미친놈 같은 소리를 할 때가 있었다. “나한테 서지도 않는 새끼가 뭘 박아.” 내가 짝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있으면서 종종 저렇게 개소리를 지껄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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