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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멸망 n% 진행중-7화 (7/221)

7화

!!!!!!!!!!!!

저녁.

!!!!

주어진 방안.

침대에 앉은 강태석은 바깥에서 들려오는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듣다 뒤로 누워 후우 숨을 기댔다.

쉘터는 오랜만에 축제분위기.

간만의 반가운 소식때문인지.

혹은 곧이어 떠나야할 쉽지않은 행보때문인지.

페리트란은 아끼던 물자를 풀어 사람들에게 활기를 불어넣기로 결정한 모양이었다.

하긴 가기전 충분히 충전해야 또 힘낼수 있을테니.

"... 대접도 좀 바뀐건가."

입구, 아까와는 다르게 잠기지않은 철문을 바라보던 강태석이 재차 숨을 골랐다.

조금 여유가 생기니 앞으로 고민해야할 것들이 휘몰아쳤다.

자신과 같은 다른 참가자들은 어디에 있을지.

현재 멸망은 어느정도까지 가속화되고 있을지.

어느 경로를 통해 나아가고 무엇을 얻어야할지.

그게 강태석 본인은 축제에 참여하지 않고 이곳에서 쉬고있는 이유.

머리가 복잡했다.

'뭐 그렇다고 딱히 정리되는 것도 아니지만.'

되려 눈앞에 닥치고 휘몰아치면 머리속이 더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강태석이 입맛을 다시던 그때.

끼이이익...

"역시 혼자있었네."

"..."

"그렇게 나가란 표정 짓지말지? 맥주도 가져왔는데."

털썩.

침대 옆에 털썩 앉아 양손에 든 맥주병중 하나를 건네는 아린의 말에 노골적으로 귀찮다는 표정을 짓던 강태석이 이를 받아들고 손가락으로 뚜껑을 따 입에 가져다댔다.

꿀꺽.

"..,"

"그렇게 맛없다는 표정도 짓지말고. 맥주 차갑게 하는데 쓸 전력은 없으니까. 그나저나 너 싸울때 아니면 진짜 말없구나."

이에 강태석이 콧김을 흥 내뿜었다.

수다도 떨고싶을때나 떠는거지.

갑자기 게임좀 종료했다가 확 바뀐 세상속에 떨어졌는데 말문이 다다다다 열릴리가 없다.

하지만 그런 강태석이 뭐가 그리 재미있어보이는지 싱글벙글 웃던 아린이 갑자기 표정을 다잡으며 물었다.

"그나저나 그거 진짜야? <배>를 만들겠다는게?"

배.

이에 강태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왜 이 도시가 웜들에게 안잡아먹혔는지 알아?"

"음... 미모의 여성이 덧없이 스러지는게 너무 아쉬워서 그런거 아닐까? 기계들도 보는눈이 있을테니까."

"..."

자신의 턱에 양손을 가져다대고 히죽이는 아린을 보며 강태석이 할말을 잃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런 밝음을 유지하는것도 재능.

자신은 이런건 못한다.

하지만 정정해야할건 정정해야지.

"완전 오답."

"..."

"정답은 여기가 2기 계획도시중 하나이기 때문이지."

2기 계획도시.

국가들을 통합한 세계연방이 그 우월한 기술력으로 온 인류의 일상에 편의를 가져오기 위해 지은 계획도시들.

물류, 정보, 생산, 치안.

귀족들의 직할령인 방위도시, <센트라>보다야 못하지만 구세대의 평범한 도시들과는 비교를 불허하는 미래형 생활권을 구축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든 도시 전체의 에너지와 정보를 효율적으로 공급연결하기위해  도시 기획초기부터 바닥 전체에 매설된 금속.

합금, 타르늄.

거기서 퍼져나오는 특수한 파장이 도시 전체로 웜들이 침입해들어오는걸 막는다.

"그런게 있었다고?"

"보통사람들은 잘 모르지. 구축단계부터 연방이 통째로 진행했으니까."

"그럼 그게 없던 일반 도시들은?"

계획적 이주를 통해 수많은 이들이 2기도시로 옮겨왔지만 여전히 수많은 이들이 살던 도시에 살았었다.

고향이었기에, 가족들이 있기에, 삶의 터전이 그곳이었기에.

그런 아린의 말에 강태석이 다시 입을 닫고는 맥주를 마셨다.

꿀꺽.

"..."

"..."

미소가 사라지고 표정이 굳은 아린을 씁쓸한 눈으로 보던 강태석이 이내 앞으로의 계획을 떠올렸다.

죽은 사람은 안타깝지만 산사람은 살아야한다.

자신이 생각한, 아니 정확히 말하면 예전 게임 플레이를 하던 이들과 함께 떠올렸던 해결책은 하나.

지하에 매설된 타르늄 합금을 모아 기계벌레들의 바다를 건널 <배>를 만든다.

웜으로부터 보호받을 타르늄 외장, 장기간의 <항해>에 대비한 물자와 인력을 실을 공간.

이 모든 것을 충분히 실어나를 강력한 구동장치와 엔진까지.

배보다는 거대한 전차에 가깝겠지만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것에 가까우니 배라고 불러도 부족함이 없을것이다.

혹은 방주라던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 강태석이 우득 몸을 풀었다.

쉽지 않은 계획이다.

무력, 기술, 인재, 물자까지 혼자서는 못한다.

게임에 대해 안다고 그 커다란 배를 조립할 손기술이 뚝딱 나오는게 아니니까.

이곳 쉘터는 물론, 부족하면 사방팔방의 사람들을 끌어모아야 할터.

하지만 해내야한다.

이 게임은 기본적으로 영지물.

커다란 세력과 튼실한 무장, 강력한 문명은 기본으로 갖춰야할 것들이니.

이렇게 만들어내는 <배>와 이 안에 탈 이들이 자신의 첫 영지, 첫 영지민이 될 것이다.

끼익.

"가서 자라. 내일부터 바쁠거니까."

"..."

"보여줘야지. 배를 만들고 있는걸."

오늘밤 파티가 끝나면 할일이 많을터.

문을 열어보이는 강태석의 말에 잠시 머뭇거리던 아린이 길게 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

다음날.

철커덕.

익숙한 면면들이 쉘터 엘리베이터 입구 폐허더미, 강태석의 앞에 서서 출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무장병 사내, 함께 출격했던 군인들.

거기에 아린과 무기고 안에서 발견되었던 여인까지.

차이점이 있다면 그때의 소수인원보다 훨씬 더 많은 숫자들이 모여들었다는것.

<스캔결과 특이한건 없었지만... 여전히 수상해서. 쉘터 안에 두는것보단 밖으로 보내자는게 중론이야.>

아린의 말을 떠올리며 주변을 긴장반, 호기심반으로 살피는 여인을 바라보던 강태석이 고개를 돌려 전체를 주욱 훑었다.

웅성웅성.

총 인원 일백가량.

어제보다 훨씬 더 많은 편제.

각종 물자를 등에 매고 개인화기로 무장한 이들을 보던 강태석을 향해 아린이 다가와 입을 열었다.

"현재 쉘터에서 동원가능한 여유인원 전부야. 우리도 여기에 상당히 큰 투자를 하는거지."

"그래서 표정이 다들 안좋은가보네."

"... 사실 다들 이 계획에 찬성하는건 아니니까."

일백가량의 이들.

그중 날카로운, 혹은 불만섞인 몇몇의 눈빛들에 아린이 중얼거렸다.

사실 본인도 저 심정이 이해가 간다.

지금 이 계획은 자신이 생각해도 상당히 위험했기에.

배를 만드는것 자체가 가능할지말지 모르는 상황인데 그걸 다른 쉘터들이 뻔히 지켜보는 가운데서 한다?

그것도 쉘터사람도 아닌, 갑자기 방문한 외지인의 발안에 따라?

아무리 페리트란과 아린, 그리고 무장병사내와 군인들이 밀어줬다고 해도 온전히 받아들여질리가 없다.

그게 사람들의 눈빛에 불신이 맴도는 이유.

심지어 이는 강태석이 아닌, 이를 지지한 아린과 무장병사내들에게도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강태석은 되려 덤덤하게 말했다.

"어차피 다들 대충 느끼고 있을텐데. 사실 이대로 가면 답이 없다는걸."

"..."

"그나마 여력이 있을때 덤벼야지."

강태석의 말에 아린이 주먹을 꾸욱 쥐었다.

그렇다.

그게 결국은 모두가 이 불안한 계획에 참여한 이유.

상황이 그들을 벼랑끝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가자고."

키이이잉!

키잉!

강태석의 말에 무장병사내를 비롯한 몇몇 이들이 배낭뒤, 전파방해기기를 작동시키자 반경 30m, 순식간에 뻗어나간 방해파장이 조용해진 사람들을 뒤덮었다.

이로써 준비완료.

잠시후.

스으으윽.

무장한 일백아홉의 사람들이 폐허더미를 떠나 도시의 황무지를 향했다.

**

목적지, 폐허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훨씬 수월했다.

들키지 않을수가 없는 수많은 이들이 도심 한복판을 가로지르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이에 대한 아린의 대답은 간단했다.

"미치지 않고서야 이정도 숫자를 건드리진 않지. 죽고싶지 않다면. 거기다 오늘은 우리도 작정하고 나왔는데."

키이이잉...

말을 걸면서도 자신의 손에 들린 개인화기를 이리저리 겨누고있는 아린의 말에 강태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보니 사람들 곳곳, 비슷한 넝마와 무기로 위장했지만 분위기 자체가 다른 눈빛으로 주변을 매섭게 살피고 있는 이들이 몇몇 보였다.

이들이 쉘터에서 저격을 담당하고 있는 이들일터.

플레이어로 치면 직업, 화기전문가.

이를 타고난 이들은 근거리부터 원거리까지 보통 이들과는 차원이 다른 명중률과 화력투사를 보장한다.

똑같이 분당 300발 쏠수있는 총이라고 해도 이를 3발 맞추는것과 30발, 100발 맞추는건 완전히 다른 문제니까.

선제공격받는다면 몇은 죽거나 다치겠지만 확실히 보복해서 죽인다.

그리고 싸울수 있는 인원이 곧 생존과 직결되는 이곳에서 그런 무모한 짓거리를 하는 쉘터는 없을것이다.

그런 녀석들은 이미 싸울수있는 인원이 모두 죽어 황무지의 시체가 되었을테니.

그건 레드헬같은 강한 세력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좋다. 생각보다 작업진행이 빠를수도 있겠어.'

중얼거린 강태석이 고개를 들어 높게 선 두개의 빌딩을 바라보았다.

가로 100m정도의 8차선 도로.

그 양옆에 마치 두개의 탑마냥 서있는 커다란 빌딩과 그 옆으로 늘어선 폐허들.

관문마냥 우뚝 선 정면을 바라보던 강태석이 앞장선 발걸음을 옮기려던 그때.

스윽.

"자자. 다들 정지. 정지정지."

빌딩 옆, 망가진 차 안에서 걸어나와 손을 휘휘 저으며 앞을 막아선 넝마차림 사내 하나가 휘파람을 불며 강태석 뒤, 우르르 몰려온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뭐야. 무슨 소풍날이야? 뭐 이리 우르르 몰려나와있어."

"큘람. 비켜. 길막지말고."

"아린. 내가 아무리 널 사모한다고 해도 이건 아니지. 여긴 우리 관할이라고."

키이잉.

뒤를 가리키는 넝마차림 사내의 손짓에 강태석이 양쪽 빌딩을 바라보았다.

높게선 폐허 구석구석, 작게 반짝거리는 빛들.

저건 거울등을 활용한 페이크겠지만 저격수는 분명 존재할터.

폐허 사이에 숨어있을 그들은 지금도 자신들의 머리 위로 언제든 총알을 퍼부을 준비를 하고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게 지금 눈앞에 홀로 선 사내의 자신감의 원천.

"후우. 진짜 많이왔네. 이정도면 너희 쉘터 싸울수있는 인원 절반도 넘을거같은데."

"큘람."

"너무 그런 눈으로 보지말고. 내 입장도 이해할거아냐."

어깨를 으쓱한 청년, 큘람이 덤덤하게 말했다.

"안비켜줄건 아냐. 미래의 장인어른한테 죽고싶진 않으니까. 그래도 목적지는 말해줘야하는거 아냐?"

이에 대답한건 아린이 아닌, 옆에 서있던 강태석이었다.

"제 3 공업단지."

"엉?"

"거기로 갈거다. 만들어야할게 좀 있거든."

"... 이 친구는 또 뭐야. 그나저나 3 공업단지? 뭐 트럭이라도 가져가게?"

제 3 공업단지.

이를 언급하는 강태석의 한마디에 큘람이 인상을 찌푸렸다.

**

제 3 공업단지.

도시가 멀쩡하던 시절, 도시 곳곳의 중장비 생산을 담당하던 연방직속 공업단지.

합금, 타르늄부터 중연료엔진, 거대중장비들을 위한 구동장치들과 설계머신까지.

얼핏 들으면 중요할것같지만 살아남은 이들중 아무도 이곳의 물건들에 관심두지는 않았다.

그들이 하루하루 살아남는데 필요한건 먹을것과 전파방해장치를 작동시킬 동력원이지, 되려 괴물처럼 연료를 잡아먹을 중장비들이 아니었으니까.

트럭? 자동차?

조금 유용하긴 하겠지만 그걸 몰고다니면 채 하루도 지나지않아 저격수들의 밥이 되어 타이어 날아가고 순식간에 탈탈 털리고 말것이다.

즉 이곳은 살아남은 이들에게도 버려진 땅.

하지만 그런 3공업단지 주변으로 주변 쉘터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었다.

타아아아앙!

타아앙!

타아아아앙!

"큘람. 저게 뭐하는 짓이래?"

빌딩 위쪽.

질겅거리며 껌을 씹던 저격수 하나가 자신들의 영역 안쪽에 자리잡은 제 3공업단지를 바라보며 물었다.

큘람과 사내뿐만이 아니다.

근처 제법 높은 빌딩들, 혹은 커다란 폐허.

각 쉘터들이 파견한 다양한 이들이 흩어진채 그 한가운데 넓다랗게 위치한 3 공업단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동료를 향한 큘람의 한마디.

"배를 만든단다."

"뭐? 배? 크하하. 뭐 홍수라도 난데?"

"으하하하. 그렇지?"

습기라곤 하나없는 황량한 대지.

여기다 배를 만든다고?

크게 비웃는 동료의 웃음소리에 마주웃던 큘람이 어느순간 웃음을 뚝 그치고 말했다.

"제대로 살펴. 미친게 아닐테니까."

"... 그래. 알지."

아린, 페리트란, 그리고 대장.

그외 살아남은 생존자들.

이제까지 살아남은 그들이 모지리일리가 없다.

분명 뭔가가 있을터.

큘람과 저격수가 어느새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공업단지를 내려다보았다.

**

공업단지, 지하.

지하교통망 진입구.

"진짜 들어가겠다고? 안으로?"

"가야지 그럼."

누군가는 해야한다.

쿠르르르릉!

무장병 사내를 향해 대답한 강태석이 어두컴컴하게 쭉 뻗은 통로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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