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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멸망 n% 진행중-11화 (11/221)

11화

지상.

진입 n시간째.

쿠르르릉!

"... 들어가봐야 하는거 아냐?"

입구에 서있던 아린이 불안한 표정으로 말하자 그 옆에 서있던 무장병 사내가 고개를 저었다.

저 안에 뭐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한가지는 확실하다.

지극히 위험하다는것.

들어가서 살아나온 이가 없고 더 나아가 가끔씩 이근방에서 실종자가 생기곤 했다.

이미 이근방, 제 3공업단지는 악명이 자자했던 장소.

거기에 안쪽에서 터져나오는 흉험한 진동까지.

지금 들어가면 그야말로 개죽음당할수도 있다.

"현실적으로 생각해야한다. 우리마저 들어가서 죽는다면 그녀석을 지지해줄 사람이 없어. 정말 그녀석을 믿는다면 우린 여길 지키며 기다려야해. 녀석이 올라오는걸."

"..."

무장병사내의 말에 아린이 주먹을 꾹 쥐었다.

반박할 말 없는 정론.

안으로는 팀장급들도 동요하고있고 밖으로는 다른 쉘터의 이들이 슬그머니 자신들을 살피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는 오롯이 안으로 들어간 카트란이 가지고올 결과물에 의해 정해질것.

무언가 보여준다면 이 불안한 평화는 조금더 유지되겠지만 만약 그렇지 못한다면...

쿠르르르릉!

불길하게 떨리는 진동속, 흉험한 굉음을 토해내는 지하통로에 아린이 고개를 휘휘 흔들어 잡생각을 떨쳐내던 그때.

쿵...

쿵...

쿵쿵쿵쿵....

저 멀리 어둠속에서 뭔가 둔탁한 발걸음이 들리기 시작했고.

"..."

철컥.

철커덕.

이에 입구에 서있던 아린과 군인들이 화기를 겨누며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했다.

인간치고는 지나치게 무겁고 육중한 소리.

하지만 잠시후.

"...!!"

서서히 입구쪽으로 가까워지는 시퍼런 빛의 기계덩어리.

그리고 그 옆에 선, 그보다 더 반가울수 없는 익숙한 얼굴에 아린과 무장병 사내들의 표정이 화악 밝아졌다.

그리고 그들이 거진 빠져나올때쯔음.

콰르르르르르르릉!

콰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릉!

안쪽, 넓게 자리잡은 지하공동망이 통째로 무너지며 자욱한 흙먼지와 연기가 훅 통로 밖으로 터져나왔다.

**

쿠르르르르릉!

자욱하게 덮쳐오는 흙먼지속, 바깥으로 나가던 강태석이 혹시나 하는 눈으로 옆, 이익거리면서도 뒤뚱뒤똥 밖으로 향하고 있는 크란을 바라보았다.

이제 통로밖은 코앞.

아직 낮이기에 10m만 더가면 햇살이 비추는 곳에 도달한다.

그리고 이는 실험체 출신인 크란의 육체를 통째로 녹여버릴터.

즉 원래대로라면 여기서 멈춰세워야한다.

하지만...

<이 아이는 밖으로 나갈수 있다. 걱정하지말고 데려가라.>

사내의 말을 떠올린 강태석은 혹시나 하며 핵융합엔진을 밖으로 옮기고 있는 크란의 옆에 발맞추어 걸었다.

만약의 사태, 크란이 견디지 못하면 곧바로 잡아당겨 일단 햇빛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그렇지만 강태석이 걱정하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익...

쿠우우우웅!

흙먼지를 뚫고 나온 크란이 힘겹다는듯 핵융합엔진을 바닥에 내려놓은 뒤 자신의 갸냘픈 팔다리를 주물러대는것을 본 강태석이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위에서 비추는 햇살은 아무런 상관없다는듯한 태도.

'다행이군.'

그제서야 마음을 놓은 강태석이 뿌득 기지개를 하듯 몸을 풀었다.

그런 강태석의 눈 앞에 떠오르는 창들.

<핵융합엔진(B)의 확보에 성공했습니다.>

<퀘스트 : 아티팩트-방주 건설의 1단계를 완료했습니다.>

>조건 1. 핵융합엔진 확보(B) 완료.

>설계도안에 따라 최대 B등급의 방주의 제작이 가능합니다.

>A등급 이상의 방주를 만들수도 있지만 그경우 출력 부족으로 상당기능이 제한되고 엔진과부하로 인해 수명이 줄어듭니다.

<레벨 5 달성!>

<추가스탯 3이 지불됩니다.>

<스킬조합포인트가 지급됩니다. 보유한 두 스킬을 조합하여 강화할수 있습니다.>

<현재 보유스킬... 정전기장(Passive)(등급-E)/고폭장(Active)(등급-E+1)>

<조합 가능합니다. 조합하시겠습니까?>

이에 강태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1스킬포인트의 정전기장과 2스킬포인트의 고폭장.

자신이 이렇게 배분한 이유는 조합하면 특유의 유용한 스킬이 나오기때문.

강태석이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자동적으로 스킬조합이 진행되었다.

<조합 진행중... 약식 EMP(Active/Passive)(등급-E) 완료되었습니다.>

<스탯 투자... 근력1/체력2 투자>

<강태석>

>레벨 : 5(24.09%)

>직업 : 기계사냥꾼(등급-E)

>스킬 : 약식 EMP(Active/Passive)(등급-E)

>스탯 : 근력5/반사신경3/체력5/마력5/기술3.

>무장 : 전투강갑(S-현재 재사용대기중)/태도-야마하(수리필요)/특수전투목적용배낭(Used)

스탯배분마저 마친 강태석이 눈앞의 창을 바라보았다.

위기도 있었고 다사다난했지만 결과론적으로 보면 베스트.

몸이야 강제폭주로 만신창이고 전투강갑도 당분간 사용불가지만 레벨도 올랐고 핵심중간단계스킬, EMP도 만들었으며 폐허속에 묻어둬야만할줄 알았던 핵융합엔진도 구해왔다.

게다가 의외의 수확까지.

키잉.

손에 들린 USB형태 데이터저장장치를 바라보던 강태석이 숨을 고르고 앞에 선 아린과 무장병사내들에게 다가가려던 그때.

찰싹.

이잉...

"..."

"뭐야. 잃어버린 딸?"

흙먼지 너머, 아린과 군인들의 시선을 느끼고는 부담스럽다는듯 찰싹 자신의 등 뒤에 붙어 매달린 크란을 본 아린의 한마디에 강태석이 입맛을 다셨다.

**

제 3공업단지, 간이천막.

웅성웅성.

믿을수 없군.

이걸 구해왔단 말이야?

엄청나게 깊은곳에 있었을텐데 이런건...

아니 그보다 대체 무슨수로 들고온거야.

바깥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웅성거림속, 강태석은 자신이 자리잡은 천막 안을 바라보았다.

간이침대에 모포, 간단한 먹을거리들.

넓은건 아니었지만 급조한것 치고는 상당히 편안했다.

그리고...

고롱.

고로롱.

"..."

침대, 걸터앉은 강태석의 무릎을 베고 잠에 든 크란을 내려다보던 강태석이 머리를 긁적였다.

절대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니 어쩔수가 있나.

거기다 이 녀석이 가진 괴력을 생각한다면 다른곳에 둔다고 해도 마음이 편하진 않다.

당분간은 꼼짝없이 보모노릇을 해야할터.

'그래도 방법을 찾아야지. 계속 위험한 곳에 데리고 다닐수는 없으니.'

앳되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잠든 소녀의 얼굴을 내려다보던 강태석의 눈길이 이내 원래대로 돌아왔다.

이제는 일을 해야할시간.

키이잉...

강태석이 손에 들린 USB를 바라보았다.

크란을 맡긴 사내가 죽기전 자신에게 건네준것.

<분명 네게 도움이 될거다.>

사내의 마지막 말을 떠올린 강태석이 USB를 들어 무장병사내가 건네준 군용 넷북에 꽃자 요란한 소음과 함께 화면이 데이터를 끄집어올리기 시작했다.

안에 담겨져있는 것은 일지.

<**** **일 **시>

>실험은 실패다. 육체는 유의미하게 강화되고 기계들로부터 생체펄스도 숨길수있게 되었지만 그러면 뭐하는가.

>수명은 고작 2년남짓. 거기에 햇빛을 받으면 녹아내리는 신체.

>이대로는 써먹을수 없다. 아직 도시가 버텨주고 있지만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 그 전에 추가적인 연구를 완성해야한다.

<**** **일 *#시>

>... 내가 이 실패한 결과물의 피실험체가 되어야한다니.

>하지만 어쩔수 없다. 도시는 무너졌고 지금도 지하공동망 바깥에서는 시시각각 기계들이 몰아쳐오고있다. 모두가 포위된 상황.

>당장 죽기 싫다면 갇힌 이들과 함께 이 시술을 받아야한다. 비록 2년의 시한부가 생기게 될지라도... 더이상 햇빛아래로 나갈수 없는 몸이 되더라도... 그래야만 기계들로부터 몸을 숨길수 있을테니.

<**** *%일 &^시>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다.

>좋은 소식은 인공실험체들의 배양에 성공했다는것. 육체는 믿을수없이 빨리 자라며 정신 역시 걸맞게 자란다. 3개월 정도면 성인 남녀와 구분할수 없을정도니 말 다한셈. 애초에 군대를 만들기 위한 목적이란걸 감안하면 유효한 성과에 다다른것.

>그리고... 그래. 사실 나쁜 소식도 같다. 이놈들은 성공하면 안됐었다.

>너무나 흉폭하고 야만적인 성정. 애초에 <군대>를 만들기 위해 게놈이 설계된 녀석들이니 당연한건가.

>거기다 스스로 수를 불리라는 본능까지 지녀서인지 과한 식욕과 성욕까지 지니고있다. 지금은 나와 함께 갇혔던 지하주민들이 통제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말을 들을지... 애시당초 이녀석들은 생후 몇개월 되지 않았다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교활하고 잔인하다.

>빠른 시일내에 이 단점을 고쳐야한다. 햇빛과 수명 문제도 해결해야하거늘. 할일이 계속 늘어나는 느낌이다.

<**** ##일 ^*시>

>... 그녀석들을 너무 과소평가했다. 이제 녀석들은 나와 나를 따르는 주민들의 통제를 완전히 벗어났다.

>아니, 사실 그보다 훨씬 더 좋지 않다. 녀석들은 이제 통제를 벗어난걸 넘어 자신들을 적으로 간주하고 <사냥>을 시작하고 있다. 거기에 정체불명의 <신>을 모시고 제단을 짓기까지.

>... 이해가 가지 않는다. 대체 그런걸 어디서 배웠지? 녀석들이 믿는 신은 들어본적도 없는 신이다. 거기다 핵융합엔진은 어디서 구해왔고?

>아마 이 일지가 마지막이 될것이다. 곧 이곳 실험실도 빼앗기게 될테니까. 그나마 그전에 <마지막 실험>에 성공해서 다행인가.

>... 아이야. 미안하다. 너라도 세상밖으로 보내주마. 그전에 이 지하에 묻혀야할 모든 죄악들을 묻고.

+ps. 서둘러야 할 것 같다. 느낌이 좋지 않다. 핵융합엔진을 단지 빛나는 <돌>로서 숭배하기 위해 가져왔을수도 있겠지만... 뭔가 다른 목적이 있는것처럼 보인다.

일지는 여기서 끝.

사내는 이를 마지막으로 지하 곳곳에 폭탄을 설치하러 돌아다녔던 것으로 보였다.

마지막 실험의 성공작이라는건 아마 자신의 무릎에 자고있는 크란일테고.

그리고...

"..."

<말도 안돼! 으아아아아아아!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됐는데에에에에에!>

마지막, 괴성을 내뱉으며 자신의 손에 죽어갔던 실험체 무리들의 대장사내를 떠올리던 강태석이 고개를 저었다.

일지의 마지막, 추신부분도 그렇고 녀석의 외침도 그렇고.

뭔가 미심쩍은게 있긴 하지만 이미 다 무너진 판국에 어쩌겠는가.

거기다 이제 앞으로의 일에 집중해야하기도 하고.

"도움이 될거라더니. 진짜였군."

키이잉...

<퀘스트 : 방주 설계도안 입수>

일지의 옆.

선명하게 반짝거리는 파일에 반응하듯 떠오른 퀘스트창을 보며 강태석이 커서를 가져다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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