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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르르르륵...
퍼어어어어억!
강렬하게 날아든 굵기 10cm의 쇠사슬.
평범한 이였다면 맞는 순간 머리통이 날아갈 무게와 위력.
인간이 집어던질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터어어엉...
칠채영창을 이용해 사슬을 옆으로 비껴낸 강태석이 뒤로 퉁겨나가며 전마강갑을 휘감은 발에 힘을 주었다.
근력과 무게는 별도.
사슬 자체가 강태석보다 무거웠기 흘려내도 그대로 밀려난다!
콰가가가가각...
콘크리트 바닥을 밭고랑처럼 패며 뒤로 밀려난 강태석은 자세를 다잡은뒤 어둠 저너머, 사슬이 날아든 곳을 바라보았다.
드러난건 크기 4m가 넘어보이는 거구의 기계인형.
그리고 그 옆에 의기양양하게 선 여인과 십수명의 무장병들.
촤르르륵...
놀랍게도 멍하니 사슬을 회수하고 있는 세팔의 기계인형은 마치 고분고분한 소마냥 여인의 옆에서 자신의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를 본 강태석이 갸늘게 눈을 떴다.
기계인형이 고분고분 사람의 말을 듣다니?
설마 저 여자도 달리안처럼 테크니컬인가 했지만 그런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테크니컬이 이런 지하에 함부로 나돌아다닐 인재도 아니고.
하지만 테크니컬이 아니면 눈 앞의 현상이 설명되지 않는다.
이윽고 나온 결론.
"<세뇌>를 쓸줄 아는 놈이 있구나. 귀찮은데."
창을 붕붕 돌린 강태석이 혀를 찼다.
**
세뇌.
테크니컬의 변형테크트리중 하나.
생포한 기계병기의 판단알고리즘에 간섭해 부하, 아니 노예로 만든다.
장점. 달리안과 다르게 일단 작업한번 해두면 늘릴수 있는 숫자에 큰 제한이 없다는것.
단점. 맹목적인 복종을 위해 판단력을 극도로 저하시켜야하는 만큼 따로 옆에서 명령을 해줘야하는 인간을 붙여야한다는것.
아까전 크탄을 생포하려는듯 보였던 움직임.
테이머라는 단어.
눈앞, 고분고분한 기계병기와 득의양양한 여인.
모두가 이를 증명하는 상황.
그런 강태석과 베티를 향해 쩌렁쩌렁한 외침이 울려퍼졌다.
"<시장>께서 말씀하셨지. 일단 싸움이 벌어지면 기습이 벌어질수 있으니 각 쥐구멍 철통방비하라고. 설마 이런데까지 신경써야하나 했는데 감히 배신자 년이 정보를 가져다불어?"
"칼! 오해야!"
"오해는 무슨. 죽어."
이어지는 총격.
콰르르르르르르륵!
"아아아아악!"
어찌나 시원하게 퍼붓는지 무슨 폭포소리와 함께 그들이 서있던 자리가 갈려나간다.
기겁하며 비명을 지른 여인과 베티를 데리고 급하게 통로 한쪽, 파인 부분으로 몸을 숨긴 강태석이 혀를 찼다.
레일건 정도는 없어보이는데 화망에 기계인형까지 있으니 거슬리긴 하는 상황.
치직...
'이거 써볼까? 마력소모가 좀 심하긴 한데.'
강태석이 엄지와 검지, 두 손가락 사이로 정전기의 줄기를 만들며 고민하던 그때.
<내가 처리할게요.>
"사람 죽이면 안된다며?"
이에 베티가 으쓱했다.
<죽이지 않고서도 할수있어요. 거기다... 썩 보기 그런것도 있고.>
저너머, 멍하니 선 기계인형을 보며 작게 중얼거리던 베티가 자신의 등뒤에 있는 철창중 하나를 뽑아올렸다.
길이 4m, 두께 10cm에 달하는 굵직한 살인병기.
이윽고.
파아아아아아악!
길게 꼬인 베티의 손가락에 의해 회전을 먹은 철창 하나가 강렬한 파공음을 토해내며 저너머, 통로로 질주했다.
**
파아아아아아악!
맹렬한 기세를 뿜어내며 날아드는 철창.
하지만 기계병기의 옆에 서있던 여인은 당황하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막아."
동시에.
쿵!
터어어어어어어엉!
크기 4m에 달하는 커다란 기계인형이 한발 앞에 서자 마치 커다란 벽이 생긴것처럼 통로의 거진 대부분, 여인과 수하들 앞을 막아섰다.
당연히 날아드는 철창도 예외란 없는법.
다만 의외라면...
'꽃혔어?'
파직...
파지직...
기계인형의 굵직한 허벅지를 반쯤 관통하고 부러진 철창에 여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호리호리해보이는 체형이라 별것 아닐줄 알았는데 저런 쇠막대기를 던져 자신의 애완인형, <프티>의 특수장갑을 관통하다니?
하지만 여인은 이내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웃었다.
고작 그것뿐.
실제로 창도 부러지지 않았는가.
"프티. 앞으로 가. 너희들은 계속 화망 유지하고."
이대로 압박해서 푹 패인틈까지 도달한다.
튀어나오면 벌집을 만들고 안튀어나오면 틈새에 끼인채 프티로 짓이겨 반죽으로 만들면 그만.
승리의 미소를 띈 여인의 말에 프티와 수하들이 움직이려던 그때.
치직...
치지직...
"어어? 왜그래?"
갑작스레 작동을 멈추고 지직거리는 프티의 모습에 여인이 당황했다.
육중하게 발걸음을 옮겨야할 프티가 마치 렉이라도 걸린것처럼 그자리에서 철커덕거렸기에.
하지만 이내 여인은 프티만이 문제가 아니라는것을 깨닫게 되었다.
갑작스레 턱 하고 숨이 막혀왔기에.
"커헉..."
"끄어어어억..."
여인을 비롯해 주변에 있는 수하들이 목과 가슴을 부여잡고 털썩털썩 무릎을 꿇었다.
마치 도미노처럼 쓰러지는 이들.
순식간에 무기는 모두 땅에 널부러지고 십수명의 이들은 전투불능.
그런 이들의 앞으로.
저벅.
<폐가 철가루에 쥐어짜이는 느낌이 어때요?>
사라라라라락...
통로를 걸어나온 베티가 부러진, 아니 반으로 갈라져 열린 철창에서 흘러나온 검은빛 가루를 쉬익 조종하며 웃었다.
**
베티의 주무기는 기계병기 특유의 말도 안되는 완력과 섬세함으로 내던져지는 네자루의 철창.
하지만 진짜는 그게 아니다.
핵심은 자성통제능력.
주변의 자기장을 통제해 일정범위의 금속을 원하는 대로 움직인다.
내던져진 철창에 가속을 붙여 그이상의 위력을 만드는것도.
던져진 창을 회수해 다시 사용할수 있는것도.
주변 철제무기들을 무장해제시키는 것도.
모두 이 능력이 있기에 가능한것.
하지만 진짜 무서운건 철창을 사용할 때가 아니다.
스르르륵...
스르르르륵...
쓰러진 이들의 입과 코에서 흘러나온 검은빛 연기들이 허공에서 뭉쳐 안쪽이 텅 비어있는 철창들 사이로 흘러들었다.
프티라고 불린 기계인형의 관절과 신경회로를 침식하고 있던 철가루들 역시 마찬가지.
스르르륵...
강태석이 흘러나왔던 모든 쇳가루를 다시 모아 철창안에 담고 다시 자성으로 붙여 한자루의 철창으로 만든 베티와 거구의 기계인형을 번갈아보았다.
이게 테크니컬의 분파스킬, <세뇌>의 가장 큰 단점.
수많은 진화의 갈래를 타고 자란 끝에 인간화된 기계인형들은 베티처럼 특별한 능력을 지니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베티의 자성이나 크탄의 검술이 그런 종류.
한데 세뇌를 시키면 그런 능력들을 모조리 사용할수 없게된다.
실제로 단번에 제압당해버린 거구의 기계인형이 이 차이를 증명하고 있고.
'하긴 뭐. 몸뚱이만 사용해도 효율적이지. 머리수도 무섭고.'
속으로 중얼거린 강태석이 손에서 지직거리는 스파크를 허공으로 흩어없앤뒤 엄지를 치켜들었다.
"대단한데."
<카티나 당신같은 기계사냥꾼들에겐 잘 안먹히는게 최대 단점이죠. 몸에 뭘 그리 휘감고 다니는지. 그것만 없었어도 진작에 이뻐해줬을텐데.>
치직...
베티가 장난삼아 흘려보낸 미량의 철가루가 강태석의 몸을 두른 약식 EMP에 휘말려 땅바닥으로 스르륵 흩어진다.
그걸 보며 아쉽다는듯 입맛을 다시는 베티를 향해 어림없다는듯 손을 휘휘 내저은 강태석이 쓰러진 이들을 타고넘어 앞으로 향했다.
이제 통로내, 별다른 정찰자들도 없어보이는 상황.
하긴 녀석들도 배를 공격하느라 바쁠것이다.
그러니 자신도 빠르게 움직여야하고.
"왼쪽 오른쪽?"
"... 오른쪽."
투타타타타...
쿠궁...
진동속, 갈라진 두 통로를 가리키는 강태석의 말에 베티 앞에 묶여있던 여인이 힘없이 턱짓했다.
**
끼이이익...
바닥의 네모난 철문을 열고 위로 올라온 강태석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안전하다는걸 확인하고 훌쩍 위로 뛰어올랐다.
혹시나 올라가자마자 총알세례가 날아들까봐 전마강갑을 한껏 두른 상태였는데 괜한 걱정.
타탁...
창고같이 물자가 그득쌓인 장소, 그 사이 바닥에 내려앉은 강태석의 뒤로 비좁다는듯 낑낑거리며 올라온 베티가 몸을 탁탁 털어내며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나름 최신형 무늬를 넣은 외장재였는데. 기스났잖아요. 아 진짜.>
"나중에 갈아달라해. 달리안한테."
단번에 불평을 잘라버린 강태석이 창을 들어 그대로 휘둘렀다.
서걱.
털썩.
"...??"
밧줄이 잘려나가며 베티 앞에서 떨어져내린 여인이 어안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여전히 손발이 묶인 상태긴 했지만 어찌 되었건 풀려난 상황.
그런 여인을 복잡한 눈으로 바라보며 입맛을 다시던 강태석이 베티를 향해 손짓했다.
"가자."
<안 죽여요? 여기서 나불나불 떠들고 다니면 어쩌려고. 당신이 물어본 정보 자체가 이 여자에겐 정보라구요. 아니면 아예 계속 데리고가던가.>
그 말대로.
강태석이 물어봤던 무기저장소, 핵심장소, 각종 시설들의 위치 등등.
강태석은 정보를 얻었지만 역으로 이는 여인에게도 정보가 된다.
강태석이 어디로 갈지, 어디를 향하려는지를 그대로 알게된거니까.
여인이 돌아가 나불나불거리면 추격이 붙을수도 있는 상황.
그런 베티의 말에 강태석이 손을 휘저었다.
"이제부터 갈곳은 다 방어가 철저하니까 어차피 한바탕해야해. 그리고 잡힐정도로 천천히 움직일 생각도 없고."
이제부터 속도전.
쉴새없이 내달리며 그야말로 이 플랜트 내부, 살고 있는 모두가 기겁하며 당황할만큼 휘저어야한다.
내집에 불났다는 생각이 들어야 다른 생각을 못하고 허겁지겁 돌아올테니까.
반면 자신이 털려는 곳은 모두 그만큼 중요한곳.
어차피 방금의 복도와는 비교도 안되는 방어가 있을것이며.
그런 상황에서 대롱대롱 메달고 다니면 아까전과 다르게 여인은 반드시 벌집이 되어 죽는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자자 가자."
<마음이 약해서 어떻게 하려구 그래요. 카티 그자는 필요할땐 팍팍 죽이는데.>
"시끄러."
손을 내저은 강태석은 떠나기전, 묶여있는 여인의 앞에 쪼그려앉아 말했다.
"성심성의껏 협조해서 살려주는거야. 그리고 충고하는데 여기 조용히 있어. 괜히 휘말리기 싫으면."
철컥.
레일건까지 내려놓은 강태석이 그대로 허리를 펴 자리에서 일어선뒤 발을 굴러 창고, 물자들 너머로 뛰어올라 사라졌다.
베티도 마찬가지.
터엉...
터어엉...
"..."
순식간에 둘이 사라진 방향과 자신의 눈앞에 놓인 레일건을 여인이 실로 복잡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
쿵쿵쿵쿵!
"밀어붙여라! 더더 빨리!"
장갑차에 올라탄 사내가 늑대를 닮은 길이 7m의 기계병기를 앞세우며 거세게 주변으로 소리쳤다.
상황은 유리 그자체.
콰아아아아앙!
콰아아앙!
장갑차에 탄 이들이 쏘아보내는 기갑투창과 레일건들이 거침없이 평원을 가로지르며 눈앞에 선 거대한 폐허건물들을 후려친다.
압도적인 화력의 차이.
녀석들은 대거리를 내밀 생각조차 못하고 거북이처럼 꽁꽁 숨어있다.
하지만...
'쯧. 마음에 안드는군.'
거침없이 퍼붓던 사내가 전장을 보며 눈썹을 꿈틀거렸다.
기갑창과 레일건들이 강한 위력을 가지긴 했지만 거대한 폐허와 건물들을 뻥뻥 뚫어버리고 무너트릴 정도의 화력을 지닌건 아니다.
그렇다고 숨어있는 녀석들의 화력이 무시하고 들어갈 정도로 약한건 아니니 상황은 교착상태.
하지만 이내 사내의 얼굴이 풀렸다.
시간문제일 뿐이다.
이 압도적인 화력의 차이에 녀석들은 하나둘씩 쓸려나가고 이어 저 너머에 있는 배는 자신들 것이 되리라.
"더 거세게 몰아붙여라! <시장>님께 우리 섹터의 유능함을 입증해보여야한다!"
와아아아아!
함성을 내지르며 밀어붙이는 수하들의 모습에 테이머 사내가 만족스럽게 웃던 그때.
콰아아아아아앙...
콰아앙...
"...?!"
뒤쪽, 들려오지 말아야할 곳에서 들려오는 폭음에 고개를 훽 하고 돌린 사내가 이내 저 멀리로 보이는 광경을 믿기 힘들다는듯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