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재 멸망 n% 진행중-65화 (65/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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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고르그가, 가주실.

대장사내도 아니타처럼 당황했다.

갑작스레 왠 부르탄?

하지만 생각은 짧고 행동은 빨랐다.

본능이 위협을 감지했기 때문.

콰르르르륵...

사내가 주먹을 움켜쥔순간 옷 안에 감추어져있던 검은 문신들이 거칠게, 마치 덩굴줄기처럼 자라나며 사내의 전신과 얼굴을 뒤덮었다.

<마르게리타>.

심장을 숙주삼아 검은 어둠속의 무언가를 키우는 주술.

핵융합엔진에 중앙플랜트같은 문명이 자리잡은 시대에 왠 주술인가 싶겠지만 놀랍게도 이 주술이 보르그의 전신사이보그화보다 더욱 강력한 힘을 부여한다!

자신이 볼츠의 리더이자 구련장의 제 1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수 있던 이유.

더 나아가 천방지축 날뛰려하는 볼츠의 구성원들을 힘으로 찍어누를수 있었던 근원.

콰득.

힘을 주자 전신을 타투로 휘감은 사내의 발밑이 절로 으깨졌다.

상황이 어떻게 된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움직일 때.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생각과 동시에 바닥이 박살날 정도로 강하게 도약한 사내가 신형이 순간 사라졌다.

목표는 적발의 여인, 그리고 그 뒤의 가주.

단번에 치우고 사로잡는다!

순간.

콰드드드득...

"...!!!!!"

적발 여인의 손에 가로막힌 자신의 주먹에 사내가 기겁을 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

거구, 700kg에 달하는 보르그를 튕겨내고 그 기계근육마저 과부하가 걸리게 만드는 자신의 완력이 가로막혔다.

아니, 심지어 압도당한다!

콰득...

"크흑..."

가만히 자신의 오른주먹을 조여오는 여인의 왼손.

마치 거악에 깔린듯한 압력.

콰아아아앙!

콰앙!

놀란 사내가 반사적으로 아직 자유로운 왼주먹을 휘둘러 여인의 얼굴을 쾅쾅 내리쳤지만 여인은 미동조차 하지 않고 여유로이 빙글거렸다.

그런 여인의 얼굴을 감싸고 있는건...

"어쩌나. 나도 비슷한게 있는데. 하긴 그게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거거든."

"크흑..."

"원래 원조가 더 쎈거 알지?"

콰드드드득...

전신 사지를 붉은 용의 문신으로 감싼 적발 여인이 오른손의 고통에 괴로워하는 사내를 보며 웃었다.

**

아타나엘가, 지하 서재.

콰아아앙!

"끄으윽..."

전마강갑을 휘감은 강태석에게 걷어채인 사내가 벽의 책장을 우르르 무너트리며 바닥에 툭하고 떨어져내렸다.

그걸로 끝.

"... 후우. 열심히 챙겨먹은 보람이 있네."

통증이 한결 덜하다.

쭈르르륵...

허리춤에 남은, 이젠 몇개 남지 않은 회복제들을 꺼내 입에 메단 강태석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쓰러진 스물한명의 남녀들.

지하에 남은 이는 아직 제법 있겠지만 어떤 이들은 도망갔을테고 어떤 이들은 흩어졌을테니 더는 올라오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설령 올라와도 그때쯤이면 상황이 정리되었을 터.

"나와 이제."

"와. 너 진짜 강하구나. 뭐하던 사람이야?"

철문뒤에 쪼그려있다 스륵 머리를 내민 소녀가 주변을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숨어있는지 채 5분도 되지 않았다.

한데 모조리 끝난 상황.

심지어 상대는 평범한 생존자들도 아니고 일곱가문의 직속으로 뽑혀 재무장된 이들이다.

처음 9층에서 일곱 제압했을때는 설마설마했는데 이정도라니.

그때.

"... 그런데 여기 주인이 악취미네. 무슨 서재 벽뒤에 저런걸 그려놨데."

"?"

주변을 둘러보던 소녀의 시선이 어딘가에 고정된걸 본 강태석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았다.

소녀가 바라보던 곳은 방금전 강태석이 걷어차 날린 사내가 부딫친 벽면.

부서지고 으깨진 고급진 책장.

그 뒤에는...

스르르륵.

다가간 강태석이 뻥 뚫린 벽면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대략 50-60cm 정도의 구멍.

그 사이로 큼직한 정체불명의 상형문자들이 빼곡하게 적혀있다.

책장뒤, 금속으로 된것처럼 보이는 벽면을 그득 메운채, 한곳의 빈틈도 없이.

이윽고.

콰드드드득...

콰드득...

"와. 와와와. 와... 으으으. 대체 저게 뭐야."

"..."

책장을 모조리 뜯어낸 강태석이 눈앞, 벽면을 그득 메운 수만 개의 핏빛 상형문자들을 보며 할말을 잃던 그때.

콰아아아앙...

크흑... 이익!

위쪽에서 들려오는 충격음과 비명에 강태석의 시선이 돌아갔다.

**

아타나엘, 가주실.

콰아아아아앙!

콰앙!

가주실, 바깥이 내려다보이는 창문을 등지고 선 아타나엘이 눈앞 가주실에서 벌어지는 광경을 바라보았다.

강철의 채찍같은 칼이 허공을 가르며 바닥과 기둥을 쪼갠다.

한눈에 봐도 강해보이는 거구의 기계사내가 쿵쾅거리며 주먹을 내뻗는다.

달려온 다른 이들역시 마찬가지.

한눈에 봐도 자신들이 거둬들였던 지하 9층의 직속수하들보다도 훨씬 더 뛰어난 실력을 지닌 이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눈앞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었다.

볼츠.

이 도시에서 가장 사나운 짐승들.

하지만 저들이 고작 평범한 육체를 지닌 자신을 아직도 잡지 못하고 있는 이유.

스스로를 천공국가, <룬>에서 왔다고 소개한 사내가 앞을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

후우우우웅...

콰아아앙!

정장사내가 손짓할 때마다 강철의 뱀이 바람을 만난 갈대처럼 휘청이며 벽면에 처박힌다.

콰아아아아앙!

표홀히 다가서 가볍게 내지른 주먹질에 거구의 사내가 트럭에라도 치인것마냥 튕겨나가며 복도밖으로 십수미터를 튕겨나간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

콰지지직!

콰득!

끄아아아아아악...

착실하게, 하지만 자비없이 제압되어가고 있는 이들을 보던 아타나엘은 홀로 이 격류속의 적막을 즐기듯 조용히 눈을 감았다.

자신들, 일곱가문.

포른.

고르그.

아타나엘.

청.

마누트.

아핀.

미로강티엔.

그리고 찾아온 이들, 일곱국가.

아벨.

부르탄.

룬.

일월.

마슬룬.

루한.

청무국.

자신은 <룬>을, 고르그는 <부르탄>을.

다른 가주들 역시 각자가 다른 나라들을 고르며 자신들의 선택을 마쳤다.

이제는 남은 일을 마치고... 그들을 따라 이곳을 떠나는것 뿐.

지긋지긋한 장소, 지긋지긋한 이들.

그 모든 것들을 놓아버리고 말이다.

그때.

콰아아아앙!

"후우. 좋아요. 이 아가씨는 제법 거치네. 어디서 우리 나라에서 만든 금속을 구했지."

촤르륵...

바닥에 늘어진 금속연검을 스륵 쓸어본 정장 사내가 이제는 모조리 기절한 이들을 뒤로한채 몸을 돌리며 아타나엘을 향해 웃었다.

"다 끝났습니다. 가실까요? 아 그리고 이 친구들은 어떻게 할까요? 여기서 다 정리해도 된다만."

기절한 이들을 가리키는 정장 사내의 말에 아타나엘이 고개를 저었다.

이미 다른 가주들과 약속한 것들이 있다.

적어도 이곳의 모두에게는 고통스런 진실을 알려주고 떠나기로.

이들도 그에 해당될터.

"모두 데리고 와주세요. <광장>으로 가죠."

"아하하. 뭐 그러시다면야."

이윽고.

후우우웅...

오른손으로 풍선마냥 쓰러진 이들을 가볍게 집어든 정장 사내가 사람들을 쟁반마냥 자신의 왼손에 쌓아올렸다.

이어 만들어진건 열여덟명을 얼기설기 포개만든 인간파이.

이를 사내가 왼손으로 가볍게 들어올린 순간.

또각.

아타나엘이 선명한 굽소리를 내며 폐허가 된 가주실 사이를 앞장서 가로질렀고 사내가 그 뒤를 종종종종 따랐다.

**

지하 3층, 메인홀.

으하하하하하하!

먹고 죽자!

한때 여러 축제를 벌이는 용도로 쓰였던 넓다란 종합광장에 그야말로 수천에 가까운 이들이 모여 신나게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술, 음식, 디저트, 심지어 가벼운 종류의 마약.

이에 더해 격렬한 음악과 조명들까지.

온갖 것들이 제공되어 모여있는 이들의 눈과 혀와 귀를 즐겁게 만든다.

볼츠나 일곱가문 직속과 달리 근근히 먹고 살아가던 이들은 그간 누릴수 없었던 호사.

"으하하. 가주들이 왠 일이래? 그렇게 창고에 쌓아두고도 짜게 굴더니만."

한 여인이 얼큰하게 취한 얼굴로 사내를 향해 중얼거렸다.

이에 놀란 사내가 본능적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그런 이를 향해 날아든건 뒤통수를 후리는 여인의 손바닥.

따악!

"야 씨. 괜찮아. 누가 듣는다고. 솔직히 너도 공감할거 아냐?"

"... 그렇긴 하지."

파티는 갈수록 격렬해지고 사방은 온통 소음과 빛으로 점철되어있다.

자신들의 수다따위는 파묻어버리는 그 난장판에 다소 안심한 사내가 여인의 말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대로.

일곱가문이란 놈들은 곳간에 먹을것을 쌓아놓고 자신들에게는 정말 짜게굴었다.

자신들은 놈들을 위해 오만걸 가져가 포인트로 바꿔도 몇푼어치 되지않는 식료품만을 얻을수 있었으며.

그런 주제에 능력있는 놈들만 데려가 배불리 먹이고 심지어 볼츠라는 놈들은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먹을것을 퍼다줬다.

오직 강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말이다.

어찌보면 시키는 거라도 하던 직속수하들보다도 더한 놈들.

상황이 이렇다보니 불만이 쌓이지 않을수가 없다.

한데 이런식으로 축제를 열어주다니.

"아하. 이제 그치들이 좀 반성한건가? 이제부터라도 우리에게 좀 잘해주려고? 하긴 우리가 터지기 직전이긴 했지."

"... 그런가?"

"그럼. 우리가 볼츠에 확 붙어버리면 어쩌려고. 그놈들도 난리나는거야. 우리 눈치를 좀 봐야겠다 싶었던 거지. 솔직히 우리 숫자가 좀 많아?"

술취해 외치는 여인의 말에 사내가 어색하게 웃었다.

볼츠에 몇번이고 들어가보려고 했다가 엉덩이만 걷어차이고 쫓겨난 자신 입장에선 볼츠가 딱히 자신들과 함께 할거란 느낌이 들진 않았다.

"... 아마 그놈들은 뭔가 저질러도 우리 몰래 따로 할걸. 수준 안맞는다고. 여기 파티 안온것만 봐도 그렇잖아. 지금쯤 뭔가 저지르고 있을수도 있지."

"아하하? 그런가? 뭐 어때!"

사내의 농섞인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뜬 여인이 이내 크게 웃으며 천장을 향해 술병을 쳐들었다.

뭐 어떤가.

오늘은 즐거운 날.

오늘만은 재수없는 놈들도, 짜증나는 놈들도 잊고 오랜만에 즐기고 싶다.

‘좋아.’

술기운이 오른 여인이 이내 확 사내의 양뺨을 부여잡고 자신을 향해 잡아당기려던 그때.

쿠르르르릉....

쿠르릉...

어어?

무슨 일이야?

갑작스레 이어진 육중한 진동과 소음.

이에 놀란 사람들의 외침.

모르고 싶어도 단번에 음악이 꺼지고 불빛이 사라져 이 변화를 눈치못챌수가 없다.

이에 사내의 양뺨을 부여잡던 여인이 동작을 멈추고 주변을 두리번거린 순간.

쿠구구구구구...

거대한 소리와 함께 메인홀, 광장에 은은한 빛이 비추기 시작했다.

모든불이 꺼지고 온통 암흑뿐이어야할 이곳에 비출수가 없는 빛이!

이윽고.

"맙소사. 천장이... 열린다."

쿠구구구구구...

반경 1km.

지상 1층부터 차례대로 열려 달빛을 쏟아내기 시작한 원형의 하늘에 파티를 즐기던 이들이 멍하니 위를 바라보았다.

**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쿠르르릉...!

지상, 지하1층, 지하 2층.

그 모든 곳의 바닥이 열리며 순식간에 직경 2km, 깊이는 150m에 달하는 원형의 커다란 구덩이가 만들어졌다.

바닥에 모인 수천명들의 눈으로 보이는건 검게 물든 밤하늘과 볓빛 달빛.

그리고 원형의 테두리에 일정한 간격으로 벽마냥 우뚝선 일곱개 고풍스런 저택의 전면.

아래에서 보니 그 위압감이 더욱 심하다.

마치 거대한 일곱개의 저택들이 아래 자신들을 개미마냥 냉엄하게 내려보는 느낌.

상상도 못했던 안전지대의 본모습에 사람들이 놀라 웅성이던 그때.

후웅!

후우우우웅!

어어?

갑자기 구덩이 한켠, 위에서 내던져진 수십개의 무언가들에 사람들이 놀라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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