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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멸망 n% 진행중-68화 (68/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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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타나엘의 말에 아래 모여있던 이들이 미간을 좁혔다.

모를리가 있겠는가.

전세계 각대륙에는 다양한 나라들이 존재했고.

그런 각국의 번영들은 온갖 전설과 시조들이 대륙에 즐비하던 환세존재들과 싸우고 물리치며 이뤄낸 것.

초패권집단, 연방이 온 세계를 집어삼키며 통일되긴 했지만 그 역사가 얼마되지 않았기에 그들의 존재와 흔적, 역사는 고스란히 세상과 사람들 기억속에 남아있다.

그런 이들을 보며 아타나엘이 웃었다.

그래, 이곳에도 존재한다.

고대, 이지역에 존재했던 어떤 나라가 봉인한 대마수가.

연방으로부터 그 봉인의 책임을 자신들 일곱가문이 떠앉아야했던 짐승이.

사실 봉인이 풀릴 일은 없다.

일곱가문의 저택과 이 거대한 원형의 구조물은 모두 아래 존재하는 어떤 <무언가>를 짓누르기 위해 설계되었고.

봉인의 <해제법>을 실행하지 않는한 저택 전체의 내벽에 새겨진 수만글자의 고대밀어들이 일곱저택 사방에서 고대존재를 얽어매니까.

하지만 지금은 풀어야한다.

봉인의 해제법을 실행해야한다.

그게 자신과 일곱국가들의 마지막 계약.

<여러분. 저 멀리서 폭풍이 오고 있습니다. 사악한 존재들이 다가오고 있지요.>

쿠르르릉...

아타나엘과 일곱주인, 그리고 일곱 국가에서 파견된 인재들이 서쪽에서 다가오는 번개구름을 바라보았다.

저건 평범한 자연현상이 아니다.

얼마전, 남쪽에서 어떤 푸른 존재가 은빛 지평선 너머에 폭풍을 부르고 칠국연합 전체의 공격을 견뎌냈듯.

새로 태어난 어떤 <사악한 존재>가 자신의 세력을 키우며 점점 더 다가서고 있는것.

저곳뿐만이 아니다.

사방팔방.

세계가 격동하며 저런 사악한 존재들이 태어나고 있다.

세상을 집어삼키고 스스로의 힘을 키우며 서서히, 하지만 강렬하게 인간들의 영역으로 다가서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을 정면으로 맞서기엔 피해가 너무 크겠다고 판단한 칠국연합의 결정.

이이제이.

세계 곳곳에 봉인되어있던 환세존재들중 그 행방이 알려진 것들을 깨워 일단 저 거대한 폭풍들과 충돌시키고 시간을 버는 것.

이를 위해 각국에 파견된 인재들.

그리고 그 봉인의 <해제법>은...

꾸욱.

잠시 망설이는 아타나엘을 향해 어느새 다가온 정장사내가 손을 부여잡으며 말했다.

"가주. 결정을 내리시지요. 저 폭풍이 향하는 곳은 이제 당신과 당신 식솔들이 살아가야 할 곳입니다."

"..."

이에 눈을 꾹 감은 아타나엘이 이내 결심을 내리며 눈을 떴다.

그래, 맞다.

이는 식솔들을 지키기 위해 행했던 모든 결정의 마지막 한걸음.

이어 아타나엘의 가라앉은 목소리가 아래로 울려퍼졌다.

<저희는 이곳의 봉인된 존재를 풀어줄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 대가는... 충분히 많은 피지요.>

피.

제물.

충분히 많은 생명체의 생명.

그게 지하에 봉인된 옛 존재를 깨우는 방법.

아타나엘이 손안의 버튼을 꾹 누른 순간.

콰르르르르릉...

열려있던 거대한 천장이 다시 커다란 소음을 내뿜으며 닫히기 시작했다.

**

일곱저택, 내부.

콰르르르릉...

일곱 저택에 마련되어있던 거대한 지하동력장치가 플랜트의 힘을 빌어 천장을 닫았다.

동시에 벽면에 새겨져있던 핏빛 고대밀어들이 무언가에 녹아내리기라도 하듯 스르륵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 모든것들은 봉인의 해제를 위한 전조.

밀어들이 지워짐으로써 억누르던 첫번째 힘이 지워진다.

그리고 그렇게 모든 밀어가 사라진 순간.

키르르륵...

키르르르르르륵...

캬아아아아악!

저택보다 더욱 깊은곳.

사람들이 모인 지하 3층보다도 더더 아래.

억눌려있던 <무언가>들이 자신을 짓누르던 힘이 해방됨을 느끼고 괴성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

콰르르르릉...

쿠우우웅!

천장이 닫히며 지상과 지하가 격리된다.

밤하늘은 사라지고 거대한 구덩이 안에 자리잡은 것은 온통 어둠뿐.

이런 썅... 대체 뭐 어떻게 돌아가는거야.

사방을 둘러보던 이들이 긴장하며 입에서 쌍욕을 내뱉던 그때.

덜컹.

덜커덩.

덜컹.

그들이 모여있던 철벽 근처, 사방에서 수십개의 철문들이 열렸다.

이미 작동을 멈추고 우그러져있던 엘리베이터들의 입구.

분명 일곱 가문은 엘리베이터가 작동을 멈췄다고 했는데 갑자기 문들이 열리다니?

실제로 그들이 예전 엘리베이터 내부를 확인해보았을때는 내용물이 없이 위아래로 쭉 뻗은 통로일 뿐이었고 때문에 그들은 계단을 통해 오르락내리락거려야만했다.

한데 지금와서야?

"... 뭐야 이거. 위로 올라갈수 있나 설마?"

벽을 등지고 서있던 볼츠중 한명이 혹시나 하는 표정으로 철벽쪽, 어둠이 깔린 주변보다 더 시커먼 입구 안으로 머리를 들이밀었다.

혹시나 이곳을 통해 위로 올라갈수 있지 않나 했기 때문.

하지만 고개를 틀어 위를 바라보려던 사내는 아래서 들려오는 수상한 소리들에 고개를 아래로 돌려야만 했다.

....!

크아아앙!

수상한 괴성.

헐떡이는 숨소리.

거침없이 쇠벽을 타는 발톱소리와 점점 더 가까워지는 쿵쾅거림.

그렇게 어둠에 어느정도 익숙해진 사내가 볼수있게 된건...

콰드드드드득!

"크헉... 크아아아아악! 쿤츠! 쿤츠다!"

크아아아아아아앙!

캬아아악!

엘리베이터 통로, 수십개의 수직길을 타고 밀려들어오는 수천 수만마리의 짐승들을 보며 물어뜯긴 사내가 고함성을 내질렀다.

**

쿤츠.

지역 민간구전신앙으로 내려오는 짐승의 이름을 딴 애칭.

3m의 크기, 호랑이를 닮은 외양.

하지만 훨씬 더 커다란 입에 여러개의 눈, 억센 앞발톱과 커다란 팔뚝.

민간구전신앙에 등장하는, 산에서 우르르 몰려내려와 인간들을 거침없이 집어삼키고 마을들을 불바다로 만들었다는 괴물들.

그 피해가 너무나 심각해지자 나라에서도 가만있을수 없었고.

결국 국가 단위의 토벌전이 이루어지고 여러 영웅들이 참여한 결과 그녀석들이 모시던 <신>을 봉인하고 그 짐승들을 모두 몰아넣을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이 근방 도서관의 옛문헌을 통해 알음알음 전해져오는 녀석.

물론 사람들이 이런 옛 이야기를 잘 믿지는 않았지만 지하에서 우연히 발견하게 된 녀석들이 그 <쿤츠>라는 것의 묘사를 상당히 닮았기에 사람들은 그 정체불명의 짐승들에 그것의 이름을 가져다붙이고 아래층으로의 접근을 경원시했다.

싸운다고 먹을게 생기는것도 아니고 내려가보기에는 녀석들의 기세와 숫자가 워낙에 흉포했기에.

일정 선만 넘지 않으면 녀석들도 딱히 올라오지 않았으니 신경쓸 필요는 없어보였다.

하지만 지금.

"우아아아아악! 진짜!"

콰아아아아앙!

달려들어 머리를 물어뜯으려는 짐승을 후려쳐 으깬 거구사내, 보르그가 괴성을 내질렀다.

생명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의 괴력.

통짜금속인 자신의 전신을 물어뜯어버릴 정도의 날카로운 이빨에 그에 걸맞는 흉폭함까지.

거기에 이런 녀석들이 해일처럼, 끝도 없이 사방에서 밀려든다!

콰드드드득!

"입구! 일단 입구를 막아!"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이 층에 입구가 몇갠데!"

연검을 휘두르는 아니타의 외침에 보르그가 소리를 버럭 질렀다.

그 말대로.

이곳은 넓다.

반경 1km에 달하는 원, 그 사방에 난 수십개의 통로들에서 끝도 없이 쏟아져나오는 괴물들.

그들이 모여있는 근방 두세개정도의 엘리베이터야 틀어막을수 있겠지만 남은 통로들은 무방비.

실제로 아래에서 터져나오는 녀석들의 기세가 어찌나 거센지 벌써부터 그 넓던 층이 끝자락까지 몰려드는 녀석들로 버글버글거리는게 보인다!

마치 해일속의 부스러기.

끝도없이 몰려드는 녀석들에 맞서 발버둥치는 수천의 생존자들.

어째서인지 무기를 빼앗지는 않은 탓에 무기력하게 당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결말은 명약관화였다.

찢겨나가는 사람들.

반면 쓰러트려도 쓰러트려도 그 자리가 티도 안나게 계속해서 밀려들고 있는 짐승들.

콰아아아앙!

촤르르륵!

그 속에서 연검을 휘두르며 쿤츠들을 찢어발기던 아니타는 왜 녀석들이 무기를 빼앗지 않았는지 대충 알수 있었다.

"피... 피. 제기랄. 우리가 열심히 싸우는게 더 빨리 차오르는거군."

아니타가 사방을 보며 까득 이를 갈았다.

피, 피, 피.

끊임없이 흐르는 생존자들과 짐승들의 피.

쓰러지는 이들의 피와 찢겨나간 쿤츠들의 피가 구분할것없이 바닥과 벽면으로 흘러내리며 스며든다.

가리지 않고, 탐욕스럽게.

그렇게 벽면과 바닥들이 피를 집어삼킬 때마다 벽면에 새겨진 정체불명의 문자들이 점점 더 선명해진다.

얼핏보면 주술문으로 보이는 것들.

하지만 그 흉험함이 차원이 다르다.

그렇게 바닥이 핏물을 삼키고 삼키며 글자가 선명해지고 흉흉한 기운이 점점 더 강하게 원통안을 휘몰아치던 그때.

쿠르르릉...

"커흑..."

"크허어어억..."

바닥 저 깊은 곳에서 터져나오는 정체불명 존재의 괴성에 잘 싸우던 사람들이 피를 토하며 휘청거렸다.

괴성, 혹은 비명성.

오랫동안 갇혀있던 것에 대한 분노.

혹은 생명체에 대한 허기와 갈망.

상상도 못할 정도로 흉험하고 오래된 존재가 터트려낸 포효가 싸우던 이들의 정신을 후려친다!

심지어 거기서 끝이 아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괴성이 아닌, 무언가가 통째로 뜯겨나가고 찢겨나가는 소리.

아주 깊은 곳에서 들려왔건만 어찌나 그 소리가 육중한지 싸우던 모든 이들의 귓가를 후려친다.

물론 이게 아까전처럼 뇌리를 뒤흔들거나 하진 않았다.

정신을 직접 찢어발기던 아까전 포효와 달리 이건 순수한 굉음, 그자체였으니까.

하지만 싸우던 이들은 오히려 아까전보다 더 모골이 송연해지는 느낌을 받아야했다.

저 아래 깊은 곳에서 들려온 이 소리는 마치...

"설마... 뭐가 아래에서부터 층계를 찢어발기면서 올라오고 있는건 아니겠지?"

아니타가 제발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방금 터져나온 진동은 말 그대로 원형 공간의 <이 끝>에서 <저 끝>까지를 단번에 후려치고 있었다.

그 말은 아래에서 기어올라오는 무언가가 단번에 직경 2km에 달하는 층계를 그득 메우고 올라올 정도로 거대하다는 이야기.

하지만 그런 아니타의 중얼거림이 허공으로 흩어지기도 전.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 하하. 진짜. 망했네."

좀더 가까워진, 말 그대로 딱 한층어치 더 가까워진 거리에서 터져나오는 육중한 파열음에 아니타가 허탈하게 웃던 그때.

쿠르르릉...

콰아아아아아앙!

층 전체를 뒤흔드는 여진속,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미친듯이 금빛 칼을 휘두르며 사방의 쿤츠들을 토막내고있는 신입을 본 아니타가 힘없이 말했다.

"뭘 그리 열심히 싸운데. 다 죽을건데."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아니타가 휘두르는 연검은 여전히 거칠게 사방을 토막내고 있었다.

칼을 내려놓기에는 신입이 너무 열심히, 열정적으로 싸우고 있었기 때문.

콰지지지지직!

하지만 사방을 쓸어내는 칼과 다르게 아니타의 마음은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

사방에선 쿤츠들이 몰려들고 아래서는 상대가 불가능한 무언가가 기어올라오고 있으며 위는 금속의 덮개와 정체불명의 놈들이 가로막고 있다.

도망칠수도, 이길수도 없이 계속해서 그들의 숫자만 줄어나간다.

아무리 생각해도 살길이 없는 상황.

그렇지만 그런 아니타와 달리.

콰드드드드득!

<...>

<...>

<...>

"..."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던 강태석은 가라앉은 눈으로 허공, 알림창만을 끊임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어떠한 <메세지>가 떠오르길 기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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