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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멸망 n% 진행중-71화 (7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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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콰콰쾅!

배, 하층객실부.

"계속 쏟아부어! 머리 내밀지 말고!"

복도에서 양 객실들을 향해 거칠게 소리친 페리트란이 정면, 갑판 너머로 멀리 보이는 대저택들을 바라보았다.

카트란의 말에 따르면 도시 가운데서 벌어지고 있는 봉인해제의 핵심이 되는 구조물들.

카티와 아린, 달리안이 따로 저택을 부수러 출발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자신들도 저곳에 돌입해 제몫을 해야한다.

늦장부리다 제시간을 못맞춰 주인잃고 작동을 멈춘 배와 이 섬에서 모조리 죽기 싫다면 말이다.

옆에 있는 이들도 그때문에 모두 필사적으로 싸우는 것.

한데 배의 속도가 늦춰지고 있다!

필시 어딘가 문제가 생긴 것.

'일단 엔진부를 확인해야해.'

"가자."

페리트란이 뒤의 군터와 무장병들과 함께 거칠게 복도를 지나 배, 깊은 곳으로 향하려던 그때.

저벅.

"저... 다들 거기 멈춰주실래요? 더 오시면 저도 일이라 가만히 있을수가 없어서."

복도너머, 걸어나온 30대의 남성.

키이이이잉...

그런 사내의 양쪽으로 떠다니는 두개의 금은빛 초승달을 본 페리트란들의 표정이 굳었다.

**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들은 카트란이 마주쳤던 칠국연합의 인물들에 대한 간략한 특성들을 전달받았다.

양옆에 뜬 두개의 금은빛 초승달.

이는 분명 국가, 아벨에서 왔다는 이의 특징.

거대군수기업, 아벨.

군용무기및 개인용 커스터마이징 장비들을 연방 및 각 자치구들에 공급하며 역량과 부를 쌓은 이들.

연방이 사방에 영향력을 잃은 지금은 국가를 자처할 수준의 힘을 지녔다.

사실 대부분의 정보가 불분명한 비밀스런 곳.

그런 곳에서 온 남자.

"... 그게 네 무기인가보지?"

후우웅!

후웅!

좁은 복도에서도 전혀 위화감이나 부딪침없이 사내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고있는 두개의 초승달을 가리키며 묻는 페리트란의 말에 사내, 무마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뭐. 제가 제 취향대로 커스텀한 녀석이죠. 그나저나 그냥 물러나는게 어때요? 저는 일개 월급쟁이라 필요 이상으로 일하긴 싫다구요."

키이잉...

말과 달리 시퍼런 빛을 충전하고있는 금은빛의 초승달.

이를 보던 페리트란이 이내 짤막하게 대답했다.

"기각하지."

필시 엔진실쪽에서 나온 저놈이 속도를 늦추고 있는 범인.

페리트란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파파파파파파파팡!

페리트란의 뒤쪽에 서있던 군터와 무장병들의 레일건이 샛노란 빛줄기들을 뿜어댔다.

정확히 말하면 빛줄기로 보일 정도의 강렬한 탄속을 지닌 탄자들.

그들의 무장은 이미 전도시, 카툰을 지나며 개인화기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게 되었다.

충전이 문제지만 핵융합엔진이 있는 이상 적어도 선내에서는 에너지 걱정없이 무제한사용가능!

투콰콰콰콰콱!

콰콰콰콰콱!

두터운 금속으로 일차골격을 형성한 선내복도가 마치 종잇장처럼 찢겨나가며 사방으로 뿌연 먼지와 파편들을 만들어냈다.

당연히 일개 사람따위는 종잇장처럼 찢어놓을수 있는 위력.

하지만...

키이이이잉...

"아 진짜. 당신들이 먼저 시작한 겁니다."

뿌연 먼지구름 사이, 파랗게 빛나는 반투명한 벽이 번득인다.

역장.

두개의 초승달이 만들어낸 벽 너머로 자리잡은 사내가 손가락을 까딱인 순간.

콰콰콰콰콰쾅!

쏟아부어지는 탄환을 압도하는 시퍼런 빛줄기들이 줄줄히 터져나와 페리트란들이 있던 곳을 휩쓸기 시작했다.

**

쿠르르르릉!

쿠르릉!

폐허의 대지 위를 질주하던 카티와 아린, 달리안이 끊임없이 진동이 터져나오는 뒤쪽의 배를 흘끔 바라보았다.

배가 느려진만큼 진동도 작아졌지만 이를 메꿔주겠다는듯 군데군데서 끊임없이 터져나오는 충격과 폭음들이 배의 내외를 뒤흔들고 있었다.

국지적 폭발인데 저 거대한 배가 저정도로 떨어울리니 현장이 어느정도일지는 보지않아도 알수있는 상황.

<...>

"가자."

쿵쿵쿵쿵...

달리던 센티널속에서 침묵을 지키는 아린을 향해 짤막하게 뱉은 카티가 정면을 바라보고 발걸음을 더욱 가속했다.

배가 제시간에 도착해서 저택을 부수거나 해결하는걸 도와주면 좋겠지만 지금은 최악의 경우도 상정해야한다.

여차하면 자신들 셋이서 저택 일곱개를 다 부숴야할지도 모르는 상황.

'... 위험부담을 줄이고 싶지만 시간이 없어.'

잘근 입술을 깨문 카티가 달리는 센티널과 달리안을 얹은 기계인형, 크탄을 향해 말했다.

"함께 행동하면 좋겠지만 그러다 늦을수도 있어. 각자 흩어져서 움직이자. 각자 좌, 우, 정면으로."

어느새 가까워지기 시작한 일곱개의 저택들.

정면의 저택을 중심으로 직경 2km의 반원을 따라 드문드문 비슷한 형태의 집들이 배치되어있다.

저 정면의 저택과 건너편의 것들은 카티 본인이.

아린은 왼쪽을, 달리안은 오른쪽을 따라 차례대로 부숴나간다.

별일이 없다면 이 거대한 원의 반대편에서 각자가 만나게 될터.

쿵쿵쿵쿵...

키이이잉!

카티의 말에 옆에서 달리던 아린과 달리안이 고개를 끄덕인순간.

파파파파팟!

한줄기로 뭉쳐 달리던 셋이 동시에 세 방향으로 흩어져 폐허도시 위로 길다란 세개의 선을 그려내기 시작했다.

**

구덩이, 지하.

콰르르릉!

목걸이가 떨어져나간걸 확인한 강태석이 주먹을 쥐었다 펴며 천장을 바라보았다.

폭탄목걸이가 억누르고 있던건 단순히 자신의 자유와 목숨만이 아니었다.

일정이상으로 힘을 끌어올리면 자동으로 이를 감지하여 폭발하는 구조.

노예가 혹시 자력으로 탈출하려는 등의 허튼수작을 부리는걸 막기 위해 그렇게 설계된 것.

하지만 지금 그 제약이 풀렸다.

콰르르르르르릉...

<칠채영창, 복구 완료.>

<사용가능.>

강태석이 손을 슬쩍 휘저은 순간.

휘르르르르륵...

사방에 입자 형태로 떠돌아다니던 유리가루들이 회오리처럼 소용돌이치며 강태석이 든 벨페른의 칼 끝으로 모여들었다.

하지만 완성된 형태는 이전처럼 창이 아니었다.

만들어진건 길이 3m의 길다란 태도.

벨페른의 칼 끝에 마치 유리수정이 솟아난 것처럼 칠채영창의 파편들이 만들어낸 영롱한 칼날들이 만들어져있었다.

이번에 칠채영창이 완전히 박살나면서, 그리고 여러번 검폭을 사용하며 알게된 것.

어쩌면 칠채영창의 사용법은 원래 이런것일수도 있다.

강태석이 그렇게 완성된 태도에 마력을 불어넣은 순간.

파아아아아아아앗!

금빛의 검신을 타고오른 마력이 일곱빛깔로 영롱하게 빛나는 칼날을 타고 마치 등불처럼 은은하게 사방을 밝힌다.

이 거대한 암흑의 공간에 비하면 미약한 빛.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무섭다.

힘의 낭비를 최소화한 파괴의 칼날.

강태석이 만들어진 태도를 오른쪽으로 쫘악 휘두른 순간.

쫘아아아아아아아아악!

!!!!!!!!

달려들던 쿤츠 셋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미끄럽게 토막이 났다.

저항감도 느껴지지 않는 일격.

마치 두부를 가르고 지나듯 부드럽게 뼈와 살, 근육을 모조리 갈라냈다.

거기에 하나 더.

바들바들...

바르르르...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하며 살아있는, 그렇기에 남은 흉성을 폭발시켜 달려들어야하는 쿤츠의 잘려나간 상하체들이 공격조차 못하고 바닥에서 간질에 걸린 것마냥 바르르 버둥쳤다.

칠채영창의 칼날에서 뿜어져나온 미약한 일곱색깔 빛.

그 빛들이 스쳐잘려나간 단면의 신경계를 침범하고 올라가 마구잡이로 뒤집고 있는 것.

마치 바이러스나 세균들이 몸안을 타고 집어삼키며 난동을 부리는듯하다.

쫘아아아아악!

쫘아악!

사방으로 거침없이 칼을 휘둘러가던 강태석은 모조리, 예외없이 바닥에서 바들거리고 있는 짐승들의 토막을 보며 미간을 좁혔다.

창의 형태로 있을때는 그나마 마병으로서의 기운이 통제되는 느낌이었는데 이를 해제하니 흉험함이 몇배는 증가했다.

어찌보면 저것이 칠채영창이 뿜어내던, 어찌보면 아름다워보이던 빛의 실체.

더 나아가 마병인 칠채영창의 실체.

무기로서는 좋지만 본디 마병이라는 것들은 조금이라도 외줄타기에 엇나가는 순간 주인조차 집어삼킨다.

저 생명을 집어삼키고 갉아먹는 무지개빛이 언제 자신을 삼킬지 모른다는 의미.

'주의해야겠어.'

하지만 그와 별개로 지금 도움이 된다는건 더말할 필요가 없다.

촤아아아아아악!

사방에서 몰려드는 쿤츠의 물결을 거침없이 헤치고 그제서야 앞으로 천천히 나아가기 시작한 강태석의 눈앞으로 어느새 휩쓸려 흩어졌던 생존자들이 보였다.

그들 역시 한데 모여 투쟁중.

그중에서도 빛나는 이들은 구련장이었다.

볼츠고 생존자고 구분없이 모두가 지치고 피투성이가 되어 나가떨어진 상황에서도 여전히 자신들의 애병을 휘두르며 밀려드는 물결을 막아서는 아홉.

쩌어어어억!

단번에 포위망의 한켠을 가르고 나아간 강태석이 피투성이가 된 대장사내와 아니타들을 보며 말했다.

"내 뒤로 모여라."

"...뭐 어쩌려고."

콰드드드드득!

연검을 휘두르던 아니타가 지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말했다.

아까전보다 현저히 힘이 빠진 모습.

그건 다른 구련장들도 마찬가지였다.

애초에 희망이 없다.

버티고는 있지만 싸우면 싸울수록 바닥에 흐르는 피가 많아진다.

그렇게 넘치는 피들을 바닥이 모조리 삼킬수록 바닥에서 기어올라오는 <무언가>의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진다.

안싸우면 죽고 싸울수록 자신들의 죽음을 가속화하는 상황.

그런 이들의 표정은 본 강태석이 숨을 고른뒤 그들의 앞에 서서 칼의 중간즈음을 잡고 바닥에 길다란 태도를 꽃아넣었다.

콰드드득...

바닥에 양손으로 힘주어 칼을 꽃아넣은 강태석이 힘주어 아래로 내리누르자.

쩌저저적...

콰자자자자자자작!

쩍쩍 금이 간 유리의 칼날들이 단번에 파편화되어 흩어지며 사방팔방을 휩쓸었고.

후우우웅...

이어 퍼져나간 유리가루들이 기묘한 힘에 이끌리며 생존자들이 살아남은 반경 100m를 단번에 감쌌다.

허공으로 흩어져 반구의 형태로 사람들을 감싼 반짝이는 유리장막.

콰드드득...

콰득...

어느새 모든 유리칼날을 박아넣어 터트린 강태석이 이제는 황금빛 검신만 남은 벨페른의 칼의 손잡이를 잡은채 정신을 집중한 순간.

쩌저저저저정...

콰드드드득...

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쿠아아아아아... 우억...

사방에서 괴성을 내지르던 생명체들이 빛의 장막을 거친순간 마비가 되며 바들바들 떨며 그자리에서 멈춰섰다.

하나, 둘, 수백, 수천.

아까전 베인 녀석들과 똑같은 현상.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죽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전신 근육이 경직되고 바들거리며 그자리에서 멈춰섰다는것.

이윽고.

허억... 후어어억...

크헉...

"...."

빛의 장막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괴물들의 장벽에 사람들중 몇몇이 저도 모르게 힘이 빠져 털썩털썩 주저앉았다.

물어뜯으려던, 삼키려던, 혹은 할퀴려던.

모든 녀석들이 그 흉험한 자세 그대로 자신들 앞에 멈춰서있다.

빛의 장막이 불러온 기묘한 대치.

그 가장 앞.

콰르르르릉...

"... 체력 보충해. 일단 버티는 데까진 버텨볼 테니까.”

피도, 괴성도, 비명도.

바닥에서 위로 솟구쳐오던 진동도 멈췄다.

다만 위쪽에서 간간히 작은 소음들만이 들려올뿐.

이로서 진행은 완전정지.

‘서둘러다오.’

오래는 못버틴다.

꾸득…

칼을 땅에 박아넣은채 무릎꿇은 강태석이 식은땀을 흘리며 위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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