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재 멸망 n% 진행중-72화 (7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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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 포른가 저택.

<그대에게 영원한 번영을.>

쿠웅...

거대한 기갑창과 거태도를 들고 저택, 정원에 안착한 카티는 잘 가꿔진 조형물과 풀들 한가운데 있는 커다란 석조동상을 바라보았다.

멋드러진 콧수염을 기른 사내를 조각한 3m 크기의 동상.

오는 도시 전체가 폐허였는데도 이곳과 동상만은 흠집하나없이 관리되고 있다는게 이곳 가문의 위세를 설명해주고 있었다.

물론 이제는 아니지만.

부우우웅!

콰아아앙!

"이걸 부순다고 되는건 아니겠고. "

손에 들린 거태도를 휘둘러 동상을 박살내버린 카티는 위세높게 선 대저택의 정면을 바라보았다.

동상은 그냥 부숴본거고.

그렇다고 이 저택 전체를 부순다고 가운데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것들이 멈추는건 아닐 것이다.

그 말은?

역시 저택지하의 핵심 시설을 박살내야한다는 뜻.

괜히 위를 박살냈다가 입구가 폐허더미에 깔리면 정작 중요한 곳은 들어가보지도 못하는 수가 있다.

생각을 마친 카티가 지하를 향하려던 순간.

저벅.

"거기 멈추시오."

"... 그래. 없을거라 생각하진 않았지. 조금 기대하긴 했지만."

가장 중요한 시설을 방치했을리가 있겠는가.

정원의 나무 뒤에서 걸어나온, 길다란 창을 든 말총머리 무인의 등장에 손의 거태도를 강하게 쥔 카티가 숨을 골랐다.

몸에서 뿜어져나오는 압도적인 기도.

특별한 무구나 주의해야할 잔재주는 없어보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만만찮다.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데 몇대 몇으로 흩어졌는지는 안말해줄거지?"

기대도 안한 질문.

하지만 의외로 대답이 들려왔다.

"셋은 배로 갔소. 셋은 이곳에 남았고. 하나는 가주들을 모시고 우리들의 배로 향했지."

"... 여유있네. 그런 정보 막 흘려도 괜찮은거야?"

어떻게 보면 귀중한 정보.

이에 무인이 해맑게 웃었다.

"첫번째로... 당신이 내가 준 정보를 믿을수 있겠소? 적이 준 정보인데?"

"..."

혀를 차는 카티를 향해 무인의 말이 이어졌다.

"두번째. 당신이 안다해서 어쩐단 말이오. 당신은 이곳에서 어디가지 못하고 끝날건데."

처억.

창을 겨누는 상대의 말에 카티의 인상이 기어이 찌푸려졌다.

오만한 한마디.

하지만 그걸 무시할수 없게 만드는 실력이 있다.

"망할 녀석. 한번 보자."

잠시 후.

콰아아아아아아앙!

기갑창을 등에 멘 카티가 손에 든 거태도를 거세게 휘둘러 상대를 내리찍었다.

**

배 후미, 공중정원.

어느새 달리안에 의해 복구된 원형의 공간은 여전히 아름다운 후미조망을 관람할수 있는 투명한 금속벽면과 가운데, 고풍스런 주인전용 의자를 자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략적으로 핵심적인 위치는 아니고 또 예전의 일로 불길하다는 인상이 있어 현재는 모두의 관심에서 소외된 공간.

그런 의자위.

"하아. 진짜 좋네. 나도 이런배 하나 가지고 싶은데. 이건 대체 얼마에 팔수있으려나."

처음 보는 금발의 여인이 배의 의자에 앉은채 빙글빙글 몸을 돌리며 신기하다는듯 주변의 배 내부를 바라보았다.

처음보는 순간 비싼 녀석인줄은 알았다.

대륙간 이동이 가능한 배가 흔할리가 없으니까.

한데 들어와보니 상상이상.

설마 소문으로만 듣던, <귀족> 전용이었을 줄이야.

"귀족중 누가 요트처럼 타다가 질려서 그냥 남쪽 해안가에 버려둔건가? 이 녀석들은 그걸 주운거고?"

금발 여인이 배를 보며 중얼거렸다.

사실 이런 물건을 그냥 타다가 해안가에 휙 버릴수 있다는게 상상이 안가지만 금발 여인은 알았다.

귀족들은 그럴만한 권세와 마인드를 지녔다는걸.

그들에게 있어 이런건 언제든지 타다가 편하게 갈아치울수 있는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거야 귀족들의 입장이고.

오히려 이런 물건을 남쪽 촌동네에서 만들었다는게 상상이 안가는 이야기.

"아아. 다들 조금만 부수지. 이거 가져다 팔면 진짜 대박인데."

금발 여인이 아쉬워죽겠다는듯 배 전체와 함께 떨어울리는 의자 팔걸이를 매만지던 그때.

저벅.

"내려와라. 천한 이야. 네게 어울리는 자리가 아니니."

"... 누구길래 그렇게 막말을 하신데?"

의자를 빙글 돌려 목소리가 들려온 공중정원쪽, 입구를 바라본 금발 여인이 순간 멈칫했다.

얼굴에 커다란 상처를 입은 여인.

그런 상처 뒤로 그 상처만 아니었으면 분명 눈을 혹하게했을것인 아름다운 외모가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

"설마 귀족가 출신?"

"..."

"아하하하! 찍었는데 맞았나보네요. 뭔가 분위기가 제가 아는 분과 영 익숙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금발 여인이 웃으며 일어난뒤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소개드릴게요. 루한 공국에 적을 두고 있는 카스티라고 해요. 저도 당신처럼 귀족가에서 <흘러나온> 분을 모시고 있지요."

예의를 갖춘 태도와 달리 얼굴의 조소를 감추지 않는 상대의 태도에 여인, 아너스빌이 조용히 눈을 감았다 상대를 직시했다.

**

루한 공국.

여타 다른 나라들과는 조금 특이하게 생겨난 국가.

기업국가 아벨처럼 뛰어난 기술력을 지니지도 않았다.

신성국가 마슬룬처럼 신의 가호를 받지도 못한다.

천공국가 룬처럼 하늘에 떠있지도 않으며 범죄자들의 나라, 부르탄처럼 괴물같은 강자들이 우글거리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하다.

어떤 <이>의 명성 아래 난세에서 빛나고자 하는 이들이 우르르 몰려들었기 때문.

어떤 이는 실리를 쫓아.

어떤 이는 적을 두기위해.

어떤 이는 자신이 빛날 자리를 원했기에.

그렇게 모인 이들이 모이고 모여 국가를 이룰 정도로 강해졌다.

칠국연합, 2강 3중 2약 중에서도 당당히 중진인 3중에 해당할 정도로.

그리고 그 중심에 선것이 처음 말했던 이.

대공, 루한.

별칭은 <나약한 자>.

"뭐. 나약했으니까 사실 그정도로 모인거겠지만요. 위에 너무 잘난 사람 있으면... 좀 피곤하잖아요? 마음대로 하고싶어도?"

카스티가 흉터진 여인을 보며 웃었다.

그렇다.

능력도, 의지도, 비전도, 강인함도 없다.

하지만 그걸 모두 뒤덮을만한 혈통이 있다.

귀족가.

그 빛나는 곳의 출신.

그렇기에 그 아래로 수많은 이들이 몰려들었다.

비록 가문으로부터 버려진, 이름뿐인 대공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아니, 사실 오히려 버려졌기에 더욱 좋다.

"결국 너는 네 주인을 능멸하는 거구나."

"... 뭐 일단 명목상 주인이긴 한데. 그렇다고 딱히 제가 노예신세는 아니거든요? 일단 다른 직속 상관이 있기도 하고."

말을 마친 카스티가 읏차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자신들 <대상련> 제 18지부 소속 행상인.

내려진 명은 임시로 적을 둔 루한공국의 임무를 수행하는 동시에 대상련의 행상인으로서 <귀중한 것>을 찾을것.

그리고 지금 이 배에 이어 하나 더 찾았다.

흘려진 귀족가의 이.

"비싸게 팔아드릴게요. 여기서 더 큰 흉 안지게 잘 잡아서."

"..."

불쾌한 표정을 짓는 아너스빌을 보며 카스티가 손을 딱 튕긴 순간.

끼이이이익...

끼이익...

대체 어디 숨어있던지 모를 여섯명의 꼬마들이 그림자 속에서 걸어나와 아너스빌을 바라보았다.

**

상부 객실복도.

콰아아아아아앙!

콰아아앙!

<이 년은 내가 맡을테니까... 배 밖에 집중해!>

콰아아아아앙!

복도에 바디슈트째 처박힌 채 사방, 전투를 벌이는 쉘터원들을 향해 거칠게 소리치는 군파츠를 향해 비웃음이 날아들었다.

"네가 나를 맡아? 무슨 수로?"

이어 빛줄기처럼 복도와 천장을 박차며 지그재그로 날아드는 붉은 선.

쾅쾅쾅쾅!

콰아아아아아아앙!

<... 쓰앙!>

콰드드드득!

금속벽을 으깨며 내달려와 단번에 자신을 빈 객실 한켠으로 처박아버린 상대의 괴력에 벽면에서 떨어져나온 군파츠가 치를 떨었다.

이놈이고 저년이고!

영상속의 놈도 그랬는데 이 정신나간 년도 인간이라고는 보이지 않을 정도의 괴력을 보여준다.

특수합금으로 만들어진 바디슈트가 맨주먹질에 푹푹 패이고 몇톤이 넘는 자신의 몸체가 공중에 붕떠 처박힐 정도!

키이잉...

투타타타타타!

바디슈트의 양쪽 어깨에 장착된 두개의 레일건이 스스로 적을 감지해 불꽃같이 붉은 선들을 내뿜었지만 이미 상대는 그자리에서 사라진 뒤.

"너무 느려. 장난감은 쓸만한데 쓰는 놈이 너무 약하잖아"

콰아아아앙!

어느새 바디슈트 아래 나타난 적발 여인이 어퍼컷을 올려치자 기가 막히게도 통짜금속덩어리인 바디슈트가 통째로 천장으로 들어올려져 처박힌다!

이어지는 중력의 압박.

터어엉...

파지지지직...

위로 처박힐 때의 충격으로 망가진 두개의 레일건이 땅에 떨어져내린 바디슈트의 어깨 위에서 처량하게 스파크를 내뿜었다.

아니, 처량하게 스파크를 내뿜는건 레일건뿐만이 아니었다.

바디슈트 전신에서 미약한 전기가 뿜어져나오고 안에서는 된통 뒤흔들린 군파츠의 신음이 새어나오는 상황.

<커흐...>

콰득.

그런 바디슈트를 한발로 밟아선 적발 여인이 군파츠를 내려다보며 웃었다.

"아까전 그놈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이놈이고 저놈이고 뻔해. 싸우는 실력 보니까 네가 어디서 놀았는지 알겠다. 이제까지 적이 별로 없는 곳에서 살았지? 대장놀이 마음껏 즐기면서 시간을 보냈고?"

콰드드드득...

<끄으으윽...>

어이없게도 적발 여인이 발에 힘을 주자 금속으로 이루어진 바디슈트가 우그럭 소리를 내며 푹패여들기 시작했다.

아무리 힘이 강하다고 해도 말이 안되는 현상.

고작 50kg대, 아무리 많이 쳐줘도 60kg대일 여인이 발에 힘을 준다고 하여 금속이 패여드는 일은 있을수가 없는 일이다.

갑자기 코끼리가 올라탄것도 아닐테니 말이다.

하지만 말이 안된다고 해도 지금 엄연히 벌어지고 있는 현상.

키이이잉...

몸을 둘러싸며 빛나는 적룡 문신을 만족스럽다는듯 훑어보던 적발 여인이 이내 한걸음 더 걸어 완전히 바디슈트 위로 올라섰다.

가슴팍에 선채, 한발을 들어 앞발을 바디슈트의 머리부분에 가져다올리며.

머리부분은 가슴팍에 비해 장갑이 현저히 얇다.

방금전처럼 힘을 주면 아무리 단단한 슈트라고 해도 안의 내용물까지 무사하긴 힘들터.

그때.

<크흐. 시장 그놈이 똑같은 소릴 하긴 하더군. 우리 실력으로 가면 조만간 박살나기 딱 좋을거라고.>

"...?"

아래서 웃는 군파츠의 말에 적발여인이 발에 주던 힘을 멈추고 가늘게 눈을 떴다.

갑자기 왠 헛소리란 말인가.

그런 적발여인을 보며 누워있던 군파츠가 오른손을 들었다.

<그래서 특별히 <업그레이드>를 시켜주더라고. 오래 써먹지는 못하겠지만 단기결전용으로 쓸만할테니 써먹으라고.>

그 말이 끝난 순간.

키이이이이이잉!

군파츠의 바디슈트, 그 금속 표면에 붉디 붉은 금속의 회로들이 떠오른다.

이어 몸 전체로 시뻘겋게 피어오르기 시작하는 막강한 전자기장.

이에 적발여인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

콰아아아아앙!

"아아아아악!"

<겨우 충전 끝났네. 2차전이다. 이 망할 xxxxxx야!>

처음 들려오는 상대의 비멸.

붉은 스파크, 아니 광자포의 회로를 응용해 만든 붉은 번개장을 전신에 휘감은채 적발 여인을 후려친 군파츠가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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