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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멸망 n% 진행중-76화 (76/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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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쥐고있던 강태석이 천천히 바닥에서 일어섰다.

우득...

거의 바닥난 마나.

녹초가 된 몸.

솔직히 결계는 그다지 효율적인 선택은 아니었다.

칠채영창의 마기를 억누르느라 피로가 온몸을 잠식했고 마력소모도 상당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한 이유는 이것만이 피를 안볼수 있는 방법이었으니까.

무혈을 통한 시간끌기.

이를 통해 위에서 구해줄때까지 버티다 나가는게 최선이었지만...

"이제 다 끝났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아래에서 치고 올라오는 괴성을 들으며 강태석이 실실 웃었다.

그냥 이제 다 끝이다.

넘치도록 공급되는 피, 미칠듯한 속도로 아래에서 기어올라오는 저녀석.

남은 방법은 하나.

이제 미치도록 싸워서 이곳에서 빠져나가는것뿐.

"그 칼좀 잠깐 빌리자."

"..."

아니타가 뭐라하기도 전 바닥에 길게 늘어져있던 연검을 빌린 강태석이 거칠게 위아래로 연검을 채찍처럼 휘두른 순간.

부우우웅!

부웅!

쩌어어어어어어어억...!

사방을 훑으며 칠채영창의 빛가루를 모아들인 연검이 영롱하게 빛나며 짐승들의 고기장벽을 수십조각 토막토막냄과 동시에.

으아아아아아아!

쿠아아아아아아아아앙!

쩍 갈라진 장벽의 틈 너머.

이미 마음의 준비를 끝내고 괴성을 내지르며 무기를 휘두르는 이들을 향해 쿤츠들이 물밀듯이 쏟아들어오기 시작했다.

**

칠국연합 수송선.

콰아아아아아앙!

"이... 미물이!"

후우우우웅!

굉음과 함께 벽면에 처박힌 소녀가 전신에 녹색 광채를 휘감은채 흉신악살같은 눈으로 오른손의 철퇴를 움켜쥐었다.

마르의 불.

반응금속으로 만들어진 특별한 철퇴.

무게도 무게지만 가장 흉악한점은 이 녀석이 가진 특이한 기능.

마력과 신성력을 머금은 이 무기는 상대를 후려칠때마다 표면이 터져나가며 철의 폭풍을 만든다.

쓸때마다 표면이 점차 깎여나가긴 하지만 그전에 죽여버리면 그만.

"우아아아아아악!"

괴성을 내지른 소녀가 오른손, 길이 150cm에 무게만 199kg이 나가는 철퇴를 휘둘렀다.

저 너머, 자신이 꿰뚫으며 처박힌 벽을 타고 달려드는 무언가를 향해!

이윽고.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녹색광채와 터져나간 금속파편들이 함교실 전체를 폭풍처럼 휩쓸었다.

강철합금으로 만들어진 선내벽들이 종잇장처럼 갈기갈기 찢어지고 기둥들에 구멍이 숭숭 뚫릴 정도의 위력!

초인이고 장갑차고 여기에 걸리면 모조리 찢어발겨진다!

하지만...

콰아아아아앙!

"커흑..."

길다란 손톱이 난 두 손에 목줄을 부여잡힌 소녀가 녹색 광채와 금속의 폭풍을 뚫고 달려든 상대의 모습을 직시했다.

이제는 완전히 짐승의 것으로 변해버린 동공, 길게 자란 송곳니.

금속을 찢어발기는 손톱과 근육에 불을 무시하는 피부.

그야말로 이질적이다.

자카르 신께서 말한 대적자, <짐승>의 존재들.

기계병기들도 이것들에 비하면 인류에게 하찮은 위기라고 하셨을 정도.

실제로 아까전도 괴력을 지니고 있었지만 이성을 잃어버린 지금은 아까전과는 차원이 다른 힘을 뿜어내고 있다.

마치 이게 본모습인 것처럼!

콰득...

"너를 죽여... 너를 구원하고 수많은 이를 살리리라."

벽에 처박혀 멱줄이 졸리고 있던 상황에서도 철퇴를 놓고있지 않던 소녀가 인상을 쓰면서도 오른손의 손잡이에 힘을 주었다.

이 거리에서 마르의 불을 휘두르면 자신에게도 치명타.

하지만 그렇기에 녀석에게도 치명적일 것이다.

키이이이이이잉...

녹색의 빛을 시리게 머금은 철퇴가 소녀에 의해 거칠게 휘둘러지려던 그순간.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캬아아아아아악!

함교실 왼쪽에서 날아든 백색의 화염이 굉음과 함께 소녀의 멱줄을 조르고있던 상대를 후려쳐 함교실 오른쪽 밖으로 퉁겨냈다.

불이라기보다는 거대한 망치에 치여 날아간 느낌.

"...설마?"

철퇴를 휘두르려던 소녀가 멈칫하며 자리에서 일어난 그때.

후우우웅...

"뭐하냐 너. 진짜."

터턱.

함교실 왼쪽 뻥 뚫린 구멍을 통해 날아든 일월의 청년, 로크가 바닥의 소녀를 보며 혀를 찼다.

**

후우우웅...

"오셨어요?"

"그래. 오셨다. 그리고 잘 보셨지. 바닥에서 나뒹구는 꼴 하고는."

혀를 끌끌차면서도 들어온 로크는 소녀를 일으켜세우고는 몸에 묻은 먼지를 하나하나 세심하게 손으로 탁탁탁탁 털어주었다.

이에 소녀의 얼굴이 잠시 붉어질 정도.

하지만 이내 소녀가 정신을 차리고는 괴물이 퉁겨나간 오른쪽을 바라보았다.

"아 맞다. 잡아야하는데!"

"이미 늦었어."

소녀의 몸을 툭툭 털어내던 로크가 뻥 뚫린 오른쪽 함교실 구멍을 바라보았다.

후우우웅...

저 멀리, 기절한채 떨어져내리는 여인의 몸을 받쳐들고 어느새 빠져나가고 있는 한 소년의 모습이 보인다.

커다란 창과 커다란 칼.

무거운걸 지고서도 어찌나 기민한지 벌써 한참이나 배에서 멀어진 상태.

"괴물은 괴물끼리 노는건지."

알수없는 말을 중얼거리던 로크를 향해 소녀가 물었다.

"왜 돌아온 거에요? 다른 사람들은?"

"이제 떠나야하니까 그냥 배에서 쉬려고 돌아온거고... 다른 녀석들은 아직 좀 바빠보이던데. 오겠지.”

로크가 저 멀리, 혼란에 휩싸인 도시 너머로 보이는 은빛의 배를 바라보았다.

**

오시리스.

"창문 닫아!"

"와아아악! 이놈들 뭐야!"

투타타타타!

투타타타!

끼이이이이익...

끼이이익...

객실, 서서히 닫히기 시작하는 금속창들 사이로 오시리스의 쉘터민과 생존자들이 미친듯이 레일건을 퍼부었다.

아래에서 갑자기 개미집터진 것마냥 솟구치는 녀석들로 인해 이미 표면 전체가 뒤덮인 상태.

터어엉...

터어엉...

"후욱... 후우. 하아. 미치겠군. 저것들 뭐야."

"여유부릴시간 없어. 빨리 갑판으로 가자."

닫힌 객실의 금속창 너머, 쉴새없이 긁어대는 소름끼치는 소리를 들으며 한숨돌렸던 이들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말 그대로 아직 끝난게 아니다.

객실창이야 작기도 하고 통짜금속으로 된 창문을 틀어닫으면 그만이지만 갑판을 통해 이어지는 복도등은 제대로 방어하지 않으면 위험할 터.

텅텅텅텅!

우당탕!

비슷한 생각을 한 이들이 우르르 상층객실에서 뛰쳐나와 갑판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들이 도착한 갑판도 이미 난장판 상태.

쿠아아아아앙!

크아아아앙!

투타타타타타타타!

쉴새없이 갑판 위로 기어오르려는 짐승들과 이미 모여든 이들이 사격을 벌이며 그야말로 대혈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 와중에 어찌어찌 배까지 도달해 기어오르는데 성공해 숨을 헐떡이는, 방금전까지만 해도 싸우던 적군 생존자들도 덤.

하지만 지금 피아를 가리고 있을 시기가 아니다.

"야 씨! 너희도 일어나! 다 죽기 싫으면 쏴!"

투타타타타!

기어오른 이들을 지나치며 쏘아갈겨대는 이들의 말에 바닥에서 숨을 헐떡이던 이들도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이를 악물며 사방으로 가진바 화력을 모조리 퍼붓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면 정말 다 죽는다!

쿠우우웅!

쿠웅!

쿠아아아아아아아아!

"제기랄... 저기! 페리트란! 페리트란! 우리 출발안해?!"

사방에서는 짐승들이, 땅 아래에서는 정체모를 무언가가 괴성을 내지르며 기어올라오고 있는 상황!

한 쉘터민이 갑판 한쪽,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페리트란과 군파츠등을 바라보며 버럭 소리쳤다.

**

오시리스, 상공 400m.

투타타타...

타타타타....

"후우. 어찌 되었건 우리는 한숨 돌린거같은데. 그나저나 저 분들도 참 중간이 없네요."

허공에 둥둥 떠서 아래를 내려다보던 정장사내가 저멀리 해안선에 있는 자신들의 배를 보며 혀를 찼다.

일곱가주 그양반들이 질러주신 덕분에 아래는 일순간에 지옥도.

망망대해에 뜬 고깃덩어리를 향해 달려드는 피라냐들처럼.

배 전체가 우글우글 기어나온 짐승들에 의해 모조리 뒤덮이고 있다!

"우린 어쩔까요 이제?"

아래를 바라보던 정장사내가 자신의 옆에 뜬 셋을 바라보았다.

무인, 기륜과 아벨의 무마드, 부르탄의 적발여인 안트라.

저택과 배를 막아서던 동료들.

"카스티 그 작자는?"

"아마 먼저 볼일보고 우리 배로 돌아가지 않았을까요? 수완은 확실하니까."

"... 그렇긴 하지."

정장사내, 모스탄의 말에 기륜이 눈을 감았다뜨며 중얼거렸다.

사람을 노예병으로 만들어 부리고 도구 정도로 보는 그 마인드는 마음에 안들지만 어찌 되었건 실력 하나는 확실.

아마 자신이 챙길것은 챙기고 배에 돌아가 쉬고있을터.

로크나 소녀, 프린과 함께 말이다.

이제 자신들만 결정하면 되는 상황.

투타타타타타...

타타타타...

아래, 소음에 휩싸인 지상을 바라보던 기륜이 정장사내, 모스탄과 다른 이들을 보며 말했다.

"돌아갑시다. 이제 볼일은 다 본거같으니."

어찌 되었건 목적은 달성했다.

지하의 존재는 무사히 지상으로 올라올것이고 서쪽에서 오는 존재와 부딪칠 터.

둘이 충돌하는 사이 자신들은 할일에 집중하면 된다.

가주들도 구해냈으니 이곳에서의 볼일은 다 본 상황.

그런 기륜의 말에 모스탄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들의 배쪽으로 두둥실 방향을 잡으려던 그때.

"후욱... 후욱. 이 새끼들. 용서 못합니다."

"어이. 얘 지금 눈돌아간거같은데?"

군데군데 깨져나간 적색의 금속갑옷.

그 사이로 보이는 맨살에서 피를 흘리며 뭔가를 중얼거리고 준비하는 무마드를 가리키는 적발여인, 안트라의 말에 모스탄과 기륜이 고개를 돌렸고.

이윽고.

콰지지지지지지지지지직...

"... <저걸> 여기서 쓰겠다고?"

"후욱... 내 마음 아닙니까? 임무에 방해되는거 아니니 신경끄세요."

하늘위.

쿠르르르르릉!

구름 사이에서 새어나오는 시퍼런 빛을 본 기륜과 모스탄이 이를 빠득빠득 갈며 양손을 들어올리고 있는 무마드를 바라보며 혀를 찼다.

**

지상.

콰아아아아아앙!

콰콰콰쾅!

"아오 진짜! 끝도 없네!"

전신 바디슈트에 시뻘건 번개장을 휘감은채 올라타는 짐승들을 짓이겨버리고있던 군파츠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버픈지 뭔지의 힘덕분에 모조리 불태우고 으깨버리고는 있지만 그뿐.

죽여도 죽여도 저 깊은곳 지하에 얼마나 많은 놈들이 있는건지 도무지 줄어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옆, 어느새 올라탄 아린의 센티널과 크탄 역시 몸에 붉은 번개를 휘감고 갑판의 한면씩을 맡아 올라오는 놈들을 처리하고 있지만 중과부적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 상황.

순간.

터어어어어어엉...

"왔습니까."

"페리트란. 이 친구좀 부탁해."

어느새 갑판에 올라탄 카티가 자신의 품에 안긴 크란을 씁쓸한 눈으로 바라보다가 원진을 형성하고 있던 페리트란에게 넘기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들 붉은 빛을 휘감고 잘버티고는 있지만 시간문제.

에너지는 끊임없어도 결국 그걸 쓰는 사람은 차츰차츰 갈려나간다.

콰아아아아아아앙!

크게 칼과 창을 휘둘러 주변의 짐승들을 쓸어낸 카티가 페리트란을 향해 말했다.

"버티고있어. 구하러 다녀올게."

"괜찮겠습니까?"

"안괜찮아도 해야지. 어쩌겠어."

키이이이잉...

어느새 기운을 그득 머금은 양손, 두개의 청홍쌍갑을 보던 카티가 고개를 돌려 배아래를 보며 심호흡을 했다.

이미 원형의 철판은 모조리 정체불명의 짐승들로 인해 득시글거리는 상태.

어찌나 그 수가 많은지 마치 온 사방이 짐승들로 된 바다를 보는듯하다.

심지어 자신이 들어가야할 지하구덩이는 그 이상일터.

마치 짐승들로 만들어진 바다의 심해로 잠수하는 느낌.

이런 상황에서 저 안에 한참을 갇혀있던 카트란이 살아있을지는 알수없지만 다 죽기 싫으면 지금은 뛰어들어야한다.

구해내야 출발할수 있을 테니까.

생각을 마친 카티가 그대로 갑판, 그 아래로 뛰어내리려던 그때.

쩌저저적...

쩌적...

콰콰콰콰콰콰쾅!

<으하하하하하! 후우... 이 새끼들. 살아갈수 있을것 같았습니까?>

천둥번개치는듯한 굉음과 심상치않은 에너지.

동시에 함께 들려오는 득의양양한 웃음소리에 뛰어들려는 카티를 비롯한, 싸우던 모두의 고개가 휙 위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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