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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르르릉...

배 중앙복도.

콰지지지직!

주변, 달려드는 짐승 놈들을 향해 청홍투갑의 기운을 듬뿍 머금은 칼을 휘두르던 카티가 천장 너머로 보이는 굵직한 사선의 통로를 바라보았다.

"... 정말로 주인을 찾았구나."

콰아아아아앙!

달려들던 짐승을 벽면에 처박아버린 카티가 저도 모르게 작게 중얼거렸다.

거태도와 기갑창.

자신의 애병으로 알려진 두가지 무기는 사실 <유물>을 보관하던 케이스일뿐.

자신의 진짜 애병은 청홍투갑, 이 녀석들.

자신이 관리하고 있긴 했지만, 그리고 위기의 순간에 꺼내보라고 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 누구도 유물의 적합자로 이제까지 판명받지 못했기에.

하지만 정말로 유물을 사용하는데 성공하다니.

쩌저저저저적!

괴물들을 베어내며 사람들이 빠져나갈 길을 열던 카티의 입가에서 절로 아빠미소가 떠올랐다.

하지만 그 찰나의 직후.

쿠구구구구구...

"아이고. 아직... 제대로 길들인게 아니구나."

하늘에서 떨어져내려오는 불길한 소음에 작게 한탄성을 내뱉은 카티가 청홍투갑을 번쩍 들어 앞을 가로막은 순간.

콰콰콰콰콰콰콰쾅!

투콰콰콰콰콱!

키아아아아아악!

하늘에서 휘어지며 내리꽃힌 수백줄기 빛의 포물선들이 벽을 뚫고 천장을 박살내며 고철선 안을 그득 메우고 있던 짐승들을 모조리 후려치고 불태우기 시작했다.

**

쿠구구구궁...

콰콰콰콰쾅!

"이... 런..."

콰아아아아앙!

갑각으로 된 발을 들어 거침없이 상대, 강태석을 걷어차 저 멀리 처박아버린 기사 형태의 특이종이 하늘에서 내리떨어지는 불벼락을 바라보았다.

이미 사방의 평범한 개체들은 모조리 불타오르고 녹아내리고 있는 상황.

콰콰콰쾅...

콰아아아아앙!

콰드드드득!

날아드는 빛의 탄환을 주먹을 들어 쳐낸 특이종, 기사가 얼얼한 손끝의 통증에 인상을 찌푸렸다.

기사.

일곱꼬리.

기계원숭이.

자신같은 선택받은, 혹은 특별했던 이들을 베이스로 만들어진 셋은 이런 공격에 당하지 않지만 일반개체는 당할 도리가 없다.

심지어 아까전, 굵게 뻗어나온 두줄기 광선들은 자신들이라고 해도 직격으로 맞으면 위험하고!

지금 깊은 곳의 여왕께서는 자신들중 하나인 기계원숭이에게 지켜지고 있으니 문제없겠지만 전력의 손실이 오면 여왕께서 슬퍼하실건 당연한 노릇.

"빨리. 널. 죽이고. 가야겠구나."

벽면에 처박힌, 빗발치는 포화와 연기 너머로 어른거리는 상대를 향해 걸으며 기사가 꾸득 어깨를 풀었다.

에너지는 위협적이지만 통제되지 않았고 난잡하다.

일곱꼬리가 다른 녀석들을 학살하는 동안 이 문제의 근원으로 가서 자신이 처리하면 간단한 노릇.

물론 그 이전에 눈앞에서 알짱거리는 이 녀석을 잡는다.

순간.

"크흐... 으흐흐. 그래. 시간이 없네."

"... ...?"

"고맙다. 이제 고민할 새도 없게 만들어줘서."

이에 갑각기사가 고민하기도 전.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

검게 물든 갑피보다 더욱 어둡게 물든 무언가가 질주해나와 그대로 <기사>의 가슴팍을 단번에 으깨버렸다.

**

<... 전마강갑지주로 전직을 선택하셨습니다.>

<?????????? ??????????????????? ???????????>

<?????????????? ??????????????????? ???????????????>

눈앞의 메세지창이 자신도 모르겠다는듯 끊임없이 장황한 물음표만이 쓰여진 창을 내뱉는다.

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듯.

하지만 전신을 검게 물들이고 복도 위에 선 강태석은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현상을 통해 자신에게 벌어지고 있는 변화를 대충이나마 짐작할수 있었다.

콰르르르릉!

검게 물든 전마강갑이 요동치며 자신의 전신을 물들인다.

체세포 사이에 정체모를 물질이 들어차고 혈관으로는 어둠이 흐르며.

피부 아래는 그림자가 퍼져나가고 근육과 근육 사이에는 예전, 마리오네트와 같은 어둠의 강선들이 줄기줄기 휘감긴다.

마치 어둠이 순식간에 자신을 삼키는듯한 느낌.

이어 쉴새없이 떠오르는 상태창.

파지지지직...

<약식 EMP(Active/Passive)(등급-E)를 ????의 어둠이 완전히 삼킵니다. 해당스킬은 사라집니다.>

<황금순록의 왕관(Active/Passive)(등급-B/UNIQUE)을 ????의 어둠이 완전히 삼킵니다. 해당스킬은 사라집니다.>

<여의(S)를 ????의 어둠이 일부 침식합니다. 그 결과는 알수 없습니다.>

<칠채영창(B)을 ????의 어둠이 일부 침식합니다. 그 결과는 알수 없습니다.>

<벨페른의 칼(C)을 ????의 어둠이 일부 침식합니다. 그 결과는 알수 없습니다.>

<... 오시리스는 침식하기에 가진 권한이 너무 적습니다.>

<... 망국의 왕은 침식하기에 가진 권한이 너무 적습니다.>

<검체(D)가 흑선(D+)으로 변화합니다.>

<뇌속(D)이 암흑회로(D+)로 변화합니다.>

<기심(D)이 짙은그림자(D+)로 변화합니다.>

<감염된푸른피(C)가 어둠샘(C+)으로 변화합니다.>

<기예(D)가 이상상념(D+)으로 변화합니다.>

<강태석>

>레벨 : 11(7.33%)

>직업 : 전마강갑지주(등급-?).

>스킬 : 전마강갑소환/장착(-)

>스탯 : 흑선(D+)8/암흑회로(D+)7/짙은그림자(D+)7/어둠샘(C+)7/이상상념(D+)7.

>무장 : 전마강갑(?)/여의(S?)/칠채영창(B?)/벨페른의 칼(C?)/오시리스(C-정지중)

파지지직...

완전히 시커멓게 물든 그림자를 몸에 휘감은 강태석이 연기와 포화속에서 걸어나왔다.

온 몸에 지직거리는 스파크를 휘감은채.

EMP가 스러졌지만 없어진게 아니다.

황금순록의 왕관이 스러졌지만 없어진게 아니다.

검고 옅은 그림자, 그 위에서 요동치며 뒤틀리는 자기장기류.

검은 장갑이 EMP를 집어삼키고 말 그대로 스스로의 기능으로 삼아버렸다.

황금순록의 왕관 역시 마찬가지.

콰르르릉...

콰릉...

콰르르르릉...!

정신을 집중한 순간 전마강갑에서 시커먼 번개줄기들이 꿈틀거리며 강태석 주변을 휘감았고.

그렇게 검은 번개를 휘감은 강태석이 저 너머, 정체불명의 체액을 토하며 일어나는 상대를 향해 걸어갔다.

"고맙다. 나쁘진 않은 선택이었던거같아서."

덕분에 깔끔하게 끝내줄 생각.

파지지직...

강태석이 전신의 번개를 손안으로 끌어모으자 쿠르릉거리는 검은 뇌전의 구체가 오른손에서 번득였고.

이렇게 검은 번개로 물든 오른손을 스윽 내민 순간.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마치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치듯.

십수줄기의 굵은 번개들이 연달아 내리꽃히며 갑각기사가 선 자리를 후려쳤다.

**

고철선.

지하, 아주 깊은곳.

쿠쿵...

쿠쿠쿠쿵...

쿠르르르르릉...

<... 위에 대체 뭔 난리가 난거야.>

복잡한 파이프들로 뒤얽힌 통로사이, 바디슈트를 입은 군파츠가 끊임없이 진동이 느껴지는 통로 천장을 바라보며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괴물놈들이 우르르 몰려들어오는거야 봤지만 이 진동이 뭐란 말인가.

혹시 위기에 몰린 나머지 기갑투창들이라도 우르르 쏟아부은건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의 동시다발적인 진동.

하지만 고민은 잠시.

키이잉...

<후우... 집중하자. 집중. 머리를 쳐죽여야하니까.>

통로를 타고 가던 군파츠가 기갑을 입은채 자신의 뺨을 툭툭 쳤다.

괴물놈들이 우르르 터져나오는걸 본순간 알았다.

이놈들 머리를 치지 않으면 그냥 모조리 휩쓸려 죽겠다는걸.

이건 그냥 이성이 아닌, 과거부터 단련되어온 본능이 알려준 사실.

그렇기에 부하놈들은 모조리 도망가라 하고 자신만 바디슈트를 입은채 무작정 깊은곳으로 뛰어들었다.

목표가 있을 곳을 향해서.

그리고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하나.

<헤헤. 카트란 이놈. 너도 이런 기능은 몰랐을거다.>

키이잉...

통로 사이를 걷던 군파츠가 눈앞, 바디슈트의 녹색패널에 실시간으로 떠오르고 있는 붉은 점을 바라보았다.

사방팔방에 존재하는 괴물놈들의 위치가 실시간으로 주변을 센서로 감지해 만든 입체지도에 표기된다.

더 나아가 강력한 감지기능이 정체불명의 이상열원을 찾아내 고스란히 어디에 녀석이 있는지 알려준다.

배 아래쪽, 기이할 정도로 시뻘겋고 크게 빛나고 있는 붉은 점.

분명 이게 녀석들 수괴의 위치.

그리고 이제 거리는 코앞.

쿵...

쿠웅...

이제 눈앞, 꺾인 복도만 틀면 목표로 보이는 기관실.

이를 향해 조심스레 발걸음을 떼던 군파츠가 순간 멈춰서며 망설였다.

혼자 괜히왔나 싶었기에.

만약 목적지에 감당안되는 놈이 지키고 있으면?

그러면 그냥 죽을수도 있는거다.

하지만 고민은 잠시.

'자폭시키면... 아무리 센 놈이라도 데미지는 받겠지.'

키이이이이잉..

군파츠가 등뒤에서 들려오는 작은 소음을 들으며 주먹을 쥐었다폈다.

아무리 센놈이라도 자폭시키면 데미지는 받고 틈은 생긴다.

그러면 그 사이에 도망가면 그만.

이런 괴물놈들 특징이 머리가 공격받으면 우르르 몰려들기 마련이니 그정도면 자신의 목적달성엔 충분하다.

배를 떼어내고 물러나면 되는거다.

<좋아.>

바디슈트 안에서 작게 중얼거린 군파츠가 심호흡을 하며 주먹을 쥐었다.

이제 뛰쳐나갈 시간.

쿵쿵쿵쿵!

키이이잉...!

<어디 낯짝한번 보자 이 새끼들아...>

거칠게 뛰쳐나간 군파츠가 어깨 위의 레일건과 온갖 무장들을 장전한채 꺾인 통로 너머, 기관실을 향해 버럭 소리쳤다.

이제 눈앞에 역겨운 괴물놈 수장의 쌍판데기가 있을 터.

하지만 군파츠가 공격을 퍼붓기도 전.

"... 무슨?"

키이이잉...

눈 앞에 벌어진 예상외의 광경에 멈춰선 군파츠의 행동에 어깨 위, 레일건이 갈곳을 잃고 작은 회전음을 토했다.

**

고철선, 지하.

쿠르르르릉...

쿠르르릉...

거칠게 하늘에서 내리꽃히던 빛의 폭우가 멈추며 어느새 배의 진동도 점차 잦아들기 시작했다.

이 정체불명의 공격의 에너지가 과부하가 걸려 멈췄는지, 혹은 적들이 유의미하게 줄어들어 멈췄는지는 몰라도 말이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강태석은 거침없이 불타버린 괴물들이 눌러붙은 복도 사이를 타넘으며 질주했다.

목적지에 있을 괴수들의 여왕을 찾기 위해.

'아마... 기관실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타타탁!

복잡하게 뒤엉킨 파이프를 타넘은 강태석이 거대 도시분쇄기의 대략적인 구조를 떠올리며 질주했다.

전직에 대한 고민이 사라지니 그제서야 머리가 좀 괜찮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여왕의 산란에 필요한 건 두가지.

막대한 열원, 혹은 에너지와 막대한 재료.

그리고 이 배에서 이를 가장 쉽게 얻을수있는 곳은 그라인더의 재료들이 지나치고 코어를 삼키는 엔진의 열기가 스치는 기관실.

심지어 가장 중요한 시설이니만큼 가장 깊숙한 곳에 두터운 골조들로 보호받고 있으니 자리잡기에도 안성맞춤.

그렇게 강태석이 파이프를 타넘어 기관실을 향하는 복도로 몸을 꺾은 순간.

"...?!"

눈 앞에 보이는, 익숙한 바디슈트에 강태석이 저도 모르게 그자리에서 멈춰섰다.

군파츠가 왜 이곳에?

하지만 그와 별개로 멍하니 서있는 모습이 수상하다.

"군파츠. 뭐해. 여긴 위험할수도..."

그런 강태석의 말에.

<... 끝났어. 위험하긴.>

키이이잉...

바디슈트째 몸을 돌리며 혼빠진듯 말하는 군파츠의 목소리에 강태석이 멈칫하며 군파츠 너머, 그 전경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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