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재 멸망 n% 진행중-109화 (109/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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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젖, 급소와 신경을 정확히 노리는 간결한 일격.

촤아아악!

단번에 고통없이 보내주기 위한 칼날이 목을 향해 날아들던 그때.

콰득.

끄으으윽...

전신전력을 쥐어짜 날아들던 칼날을 양손으로 받아낸 차레스가 광기서린 눈길로 상대를 바라본후 손을 쫘악 당겼다.

살기는 그른 상황.

누구보다 자신을 살리기 위해 노력해야할 심장과 폐, 내장과 마력이 자신을 죽이기 위해 날뛰고 있다.

하지만 이대로 죽을수는 없다.

해야할건 복수.

'네... 재능과 정수를 최대한 빨아가주마.'

타고남과 강함이 무엇보다 중요한 세계.

자신의 마지막 일격은 상대에게 있어 그 무엇보다 치명적인 비수가 되리라.

기괴하게 비틀린 얼굴근육을 쥐어짜 웃은 차레스가 피투성이 두손을 뻗어 휘청 넘어온 상대의 양손을 잡았다.

이윽고.

촤르르르르륵...

치이이이익...

아까전과 같은 현상이 차레스의 양손너머, 상대에게 일어났다.

거칠게 빨려드는, 말로 형용하기 힘든 흐름.

더불어 자신의 몸에서 피어나는 피 증기.

빨아들일수 있는건 모두 빨아들인뒤 정수만 축적하고 쓸데없는 체액따위는 증발시켜 날려버리는 과정.

동시에 양쪽으로 기괴하게 돌아가던 차레스의 시야로 찬연히 빛나는 상대 내부의 모습이 보였다.

흡수가 발동한 순간 상대의 재능, 그 크기를 알수있는 능력.

상대의 재능이 막대할수록 빨아먹을수 있는 빛이 더욱 거대하고 찬연하다.

'너는 얼마나 될까.'

일반인은 티끌.

검기사용자는 밤톨.

먹어본적 없지만 강기사용자는 사과.

허접한 녀석이라면 단 오초만 붙잡고 있어도 밤톨의 절반정도는 순식간에 날려버릴수 있을것이다.

차갑게 웃은 차레스가 빛 너머, 그 근원의 크기를 알아보려 집중한 그때.

후우웅...

찬연한 빛, 그 너머에 보이는 광경에 차레스가 저도 모르게 눈을 꿈벅거렸다.

티끌만한 별티도, 밤톨만한 광석도, 전구처럼 빛날만한 무언가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놀랍게도 빛 너머로 보이는건 어둠, 그자체.

쿠르르릉...

무저갱, 혹은 블랙홀.

우주처럼 광대하게 펼쳐진 공간 저 너머로 보이는건 오직 시커멓고 시커먼, 어딘가로 향하는 검고 깊은 구멍뿐.

비치고 있던건 사방 모든것을 빨아들이고 있는 구멍으로 휘어져 빨려가던 빛들이 장막의 발버둥처럼 뿜어내던 광채였을 뿐.

동시에 들릴리가 없건만 머리속으로 선명히 울려퍼지는 천둥소리, 그 위로 덤덤한 목소리가 덧씌워 들려왔다.

"껍질에 갇혀있지만... 네가 빨아먹을 수준은 아니지. 그냥 조용히 가라."

그 말을 마지막으로.

"끄으윽... "

천천히 밀려드는 칼날, 서서히 끊어지는 의식과 고통.

이윽고 마지막에 바라본걸 믿을수 없다는듯 버티던 차레스의 의식 전체가 검게 물들어 스러졌다.

**

털썩.

띠링!

<[룬의 아이들][불매 불랑품 타입]을 제거하셨습니다.>

<천공국가, 룬에서 태어난 이 소년들은 각기 다른 특별한 능력과 재능을 타고납니다.>

동시에 차레스의 시체가 가루가 되어 파스스 스러지더니 그 안에서 자그마한 결정이 하나 떨어져내렸다.

떨그렁!

강태석이 이를 집어들자 눈앞으로 한개의 상태창이 떠올랐다.

<일그러진 정수파편>

:벽을 넘은 자가 복용시 적정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벽을 넘지 못한 자가 복용시 재능과 무관하게 강제로 1의 벽을 넘을수 있습니다.(전제조건 : 레벨 10(100%))

'좋네.'

강태석이 엄지손톱만한 보라색 수정파편을 바라보았다.

평범한 벽아래 생존자를 검기사용자로 만들수있는 물건.

경험치는 어차피 올리면 되는거니 자신이 쓰는 것보다 다른 이에게 주는 것이 훨씬 더 도움이 된다.

누굴 줄지는 차치하고서라도 말이다.

스윽.

주머니에 수정을 넣은 강태석은 여전히 경계를 풀지않고 자신이 있는 곳과 시체를 노려보고 있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시카른에 다섯남녀, 살아남은 중년사내에 그를 따르던 몇몇 생존자들까지.

수는 적지만 검기사용자로 이루어진 좋은 전력.

"따라올거면 따라오던가."

"...? 너 뭐 어디 갈데 있어?"

홀로 흘러들어온 처지 아니었단 말인가.

되려 자신들이 챙겨 당분간 같이다닐 생각이던 시카른이 강태석을 바라보았다.

**

통로, 서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

이제는 정확히 말하면 북쪽으로 서서히 움직이고 있는 <리틀월드>의 후미, 33km 지점.

5층의 20m정도 되는 낮은 플로어 사이, 구불구불한 우주선같은 구조물들의 미로를 지나 도착한 곳.

우글우글...

"..."

"... ...."

강태석을 따라 목적지에 도달한 이들은 눈 앞에 보이는 광경에 눈을 꿈벅였다.

수천명을 훌쩍 넘어보이는 인원.

마찬가지로 천대는 족히 넘어보이는 엑소슈트.

그런 이들 곁으로 그득하게 쌓여있는, 풍족한 물자들까지.

"어디서 이런 대인원들이..."

강태석의 곁에서 걷던 중년사내가 구조물들 사이, 빼곡하게 자리잡은채 바쁘게 움직이는 이들을 보며 침음을 삼켰다.

마치 어디 거대한 원정군대의 군벌 천막지를 보는듯 하다.

격전을 치뤘는지 부상자는 다소있어보이지만 그 이상으로 넘치는 위용과 기세.

아니, 방금전 싸움을 끝마친 여파로 여전히 남은 투기와 살기때문에 더욱 흉험하고 강해보인다.

대부분의 것들이 지리멸렬한 4층과 5층, 이 근방에서는 찾아볼래야 찾아볼수 없었던 무장세력.

이정도 세력이 합쳐 탄생했다면 그들이 몰랐을리가 없다.

이에 그들이 곁에 걷던 강태석을 바라본 그때.

저벅.

"돌아왔다."

"아 이새끼 진짜! 말이라도 대충 해주고 가지! 뭐가 어떻게 된거야!"

쿠르르릉...

저 너머, 아스라히 뻗은 5층 플로어 뒤쪽.

일자로 열린 층계 너머로 서서히 흘러 멀어지는 은빛바다의 풍경을 가리키며 나타난 군파츠 등의 등장에 시카른 등의 인상이 복잡하게 변했다.

딱 봐도 범상치 않은 기세를 풍기며 우르르 몰려온 이들.

아우라부터 시작하여 주변 이들의 집중되는 시선, 자신감까지.

한눈에 봐도 저들이 이곳을 이끄는 이들인걸 알수 있겠다.

한데 그런 녀석들이 자신들 곁에 있는 카트란이라는 놈을 어려워하면서도 반가워하는게 눈에 보인다.

이 커다란 세력의 중요인물이라는 뜻.

"너 뭔데 4층 돌아다니고 있었던거야...."

작게 중얼거리는 시카른의 말에 짧게 콧김을 내쉰 강태석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군파츠와 카티, 페리트란과 더그 등을 비롯하여 머무른 모든 이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시카른의 질문에 대한 답이 이들이 궁금해하는 것에 대한 답이 될터.

"궤도엘리베이터를 분리시켜 콜로니 부분을 배로 만들었습니다. 앞으로는 이걸 타고 북쪽으로 향할 겁니다."

"...!"

이에 주변이들이 무슨 소리인가 하며 눈을 꿈벅였고.

강태석은 그런 이들에게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주며 천장을 바라보았다.

직경 4km, 길이 178km의 거대한 원형생태계.

이를 타고 북쪽, 백색의 장벽으로 향한다.

살아남기 위해, 그너머 세상으로.

이로 인해 생기는 장점과 단점이 있다.

장점. 훨씬 더 드넓은 대지, 단단한 기반, 풍족한 물자, 더 많은 가능성.

실을게 없어 뭔가 있어도 버려두고 와야했던 과거와는 다르다.

사람, 물자, 시설.

많으면 많을수록 득이 되며.

심지어 이 드넓은 공간 사방에 그런 것들이 남겨져있다.

그리고 단점.

더 많은 적, 더 많은 내분, 더 많은 위기의 가능성.

방랑하는 기계병기들의 군대,

분주히 활동하며 거슬리는 모든것들을 치우려할 칠국연합.

그리고 이 콜로니, 내외로 살아남은 수많은 강소세력들까지.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져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력해야한다.

"당분간 우리는 <5층>을 중심으로 활동할 겁니다. 여러분들 모두가 강해져야해요."

하지만 그런 강태석의 말에 눈을 가늘게 뜨고 곤란하다는 표정을 피어올렸다.

이유는 하나.

"카트란. 네가 오기전에 우리도 나름 주변을 살펴봤어. 후퇴하는 길에도 그렇고 이곳에 자리잡은 뒤에도 그렇고. 하지만 여긴 정말 아무것도 없던데 여길 기반으로 활동하자고? 심지어 여긴 다른 층보다 더 좁고 복잡해."

더그의 말에 모여든 생존자들은 물론, 뒤에서 멍하니 듣고 있던 시카른마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들이 좀더 가까운 5층이 아닌 4층으로 내려온 이유.

한때 자신들이 그자의 아래, <플래그>의 아래 뭉쳐 파죽지세로 콜로니 구석구석을 휩쓸고 다닐때 이미 결론이 낫었다.

5층은 그닥 쓸만한게 없는걸로.

이 거대하고 광활한, 우주선같은 공간은 복합주상건물로 말하자면 기업입주공간.

수많은 연구자들과 콜로니에서 일하는 직원, 노동자, 혹은 시스템관리인들이 모여 궤도 엘리베이터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고 처리하던 곳.

말하자면 화이트칼라이자 블루칼라들이 모여 일하던 장소.

당연히 <물자 운송>을 목적으로 하는 4층처럼 높고 광활한 구조가 필요하지 않았고 따라서 마치 우주선마냥 층고가 낮고 복잡한 구조로 뒤엉켜 만들어졌다.

화면 들여다보고 책상에서 머리싸매는 일에 칸막이와 의자만 있으면 됐지 여러가지들이 필요할리는 없으니 말이다

궤도엘리베이터가 멀쩡하던 시절에야 나름 여럿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이 거대한 공간안 사회구조를 원활히 돌리는데 필요한 핵심층이었겠지만 생존자인 자신들이 강해지는데 적합하지는 않다.

"차라리 6층으로 가는게 어때? 거기라면 우리도 좀 안다고. 우리 수준에 안 맞아서 위험하긴 하지만..."

강태석과 같이 온 이들, 그중 마르트의 말에 카티를 비롯한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처음 보는 이들의, 이곳을 안다는듯한 태도.

그 말은 저들이 이곳의 현지인이란 의미다.

어딜가서 그 짧은 틈에 저런 이들을 데려왔단 말인가.

"재주도 좋네."

더그가 강태석을 보며 기가 막힌다는듯 중얼거리던 그때.

"안돼. 곤란해. 거긴 우리 수준에 안맞아."

마르트의 말을 들은 강태석이 단호히 거절했다.

6층이 어딘지는 알고 있다.

<생태구역>.

그리고 언젠가 이곳의 가장 깊은 곳, 12층까지 정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가야하는 장소.

하지만 거긴 지금 자신들 수준으로 가면 몰살이다.

병력이 제법 많고 엑소슈트로 무장했으면 뭐하는가.

이거 게임으로 치면 그냥 <땡보병>이다.

생존구역같은 벙커 하나 화력부족으로 깨지 못하는.

생존이라면 모를까, 이걸로 올라가 본격적인 <전쟁>에 끼어들면 개죽음.

엑소슈트는 무슨 강력한 병기가 아닌, 그런 전쟁에 필요한 기본무장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말하자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필요한건 <기갑화>.

아래층, 시카른들이 만들었던 <마울러>같은 강력한 병기들.

이를 갖춰 더욱 현대화된 군대를 어느정도 완성시킨 후에서야 위로 올라갈수 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건 도면과 재료.

그리고 이들은 모르겠지만 그 재료들은 모두 근처에 준비되어있다.

바로 이 5층에 말이다.

"우린 이제 저곳으로 갑니다."

처억 손가락을 들어 위를 가리키는 강태석의 말에.

"...? 뭔 소리야. 그럼 6층으로 가잔 뜻 맞잖아."

5층 위는 6층.

상식 아닌가.

강태석을 보며 군파츠가 작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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