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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아앙!
쿠어어어어어어!
드드드득!
아래에서 솟구쳐 올라온 좀비몬트라가 주둥이 앞에 강태석의 파르스를 처박고 동굴 위로 밀어붙이자 콰득콰득 소리가 나며 지반이 무너지고 암석이 으깨졌다.
당연히 그사이에 낀 파르스에도 막대한 압력이 가해졌다.
쿠드득...
몸통만으로 밀어붙이는 것도 아니었다.
쩍 벌어진 주둥이, 이에 박혀있는 이빨들이 콰득거릴 때마다 날카로운 날들이 사정없이 우그러들며 그사이에 낀 파르스의 장갑을 으깨려 들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온몸으로 버텨내던 파르스 안의 강태석이 콕핏 속에서 숨을 길게 내쉬었다.
이런 것까지 준비해 놓았을 줄이야.
아직 몬트라를 잡기에는 시간도, 능력도 부족했을 테니 어딘가 운 좋게 대지 아래서 묻혀 썩어가던 몬트라의 시체를 얻어 좀비화시켜 만들어낸 것으로 보였다.
하여간 영 상황이 좋지 않은 건 분명한 사실.
하지만 희소식도 있기는 했다.
띠링!
<레벨 15 달성!>
<추가 스탯 4가 지급됩니다.>
<검기가 한 단계 진화합니다. 검사가 뒤엉켜 벽의 형태로 구현됩니다.>
<스탯 투자... 어둠샘4(전 마력>감염된 푸른 피)>
<강태석>
>레벨 : 15(11.44%)
>직업 : 전마강갑 지주(등급-?)
>스킬 : 전마강갑 장착*해방(?)/영뇌수(D+)/무량검기(D+)/그림자칼-지(D++)
>스탯 : 흑선(D+) 10/암흑 회로(D+) 10/짙은 그림자(D+) 10/어둠샘(C+) 14/이상 상념(D+) 8.
>무장 : 전마강갑(?)/여의(S?)/칠채영창(B?)/오시리스(C-잠항 중)/알레고리아(B)/NO. 111(C+)
어느새 한 단계 오른 레벨.
강태석은 그 모든 스탯을 마력에 투자했다.
특별한 스탯이 있다고 하여 이에만 투자하는 것을 강태석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균형을 찾을 때가 아니다.
무엇보다 파르스에 타고 있는 지금은 그 동체가 자신을 대신하니 근력, 체력, 반응속도보다 더욱 중요한 게 마력.
쿠르르릉....
스탯 다섯 개가 투자된 순간 안 그래도 막대한 출력을 뽑아내던 어둠샘이 출렁거리며 한층 더 많은 양의 마력을 뿜어대기 시작했다.
원래대로라면 검기 사용자 근력과 출력의 몇십 배를 가볍게 뽑아내는 파르스를 검기로 감싸 운용하는 짓 따위는 강태석보다 레벨이 높은 검기 사용자라고 할지라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무기에는 고출력 사이오닉소드가 있으니 검기를 두를 필요가 없고, 전신을 검기로 두르고 강화시키기에는 너무 크고 거대하다.
하지만 한 등급 위의 스탯, 어둠샘이 이를 가능케 만들어 주었다.
순식간에 내부 파츠부터 시작하여 장갑 전체를 감싸는 검기.
거기다 변화는 여기서만 끝난 게 아니었다.
콰아아아아앙!
콰앙!
우드드드득!
꽈득!
검기가 덧씌워지며 자신의 이빨을 밀어내기 시작하는 게 느껴지자 좀비몬트라가 더욱 거세게 날뛰며 파르스를 이리저리 처박아 대며 주둥이에 힘을 주었다.
아무리 살아생전의 몬트라보다 약하다고 해도, 아무리 파르스가 중장갑병기라고 해도 그사이에는 큰 격차가 있다.
녀석이 날뛸 때마다 외부 장갑이 우그러들고 막대한 압력이 가해지며 고대문명의 기술로 만들어진 파르스의 내부에 타격을 가했다.
버티기 힘든 충격.
이에 따라 누적되는 강태석 신체 자체에의 데미지.
이는 곧 숙주에 대한 위협.
강태석의 상황이 위태로워지자 즉각적으로 반응한 세 개체가 있었다.
전마강갑.
여의.
금속 생명체.
그리고 그 반응은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강태석의 몸으로부터 일어나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일단은 전마강갑부터.
콰르르르르릉!
몸을 감싸고 있던 그림자가 쑥쑥 몸의 크기를 늘려나가며 사방, 파르스의 동체를 통째로 집어삼켜 나갔다.
콕핏부터 시작하여 내장 골격, 코어, 사이오닉 신경계, 고출력 반응 섬유에 외부 장갑까지.
순식간에 뻗어 나간 어둠이 그사이를 구석구석 메우고 뒤이어 뻗어나가 몬트라에 사정없이 짓이겨지고 있는 표면까지 뒤덮는다.
그 뒤로 따라 뻗어 나간 것들은 내부와 외부에서 쏟아져 들어온 은빛의 물질들.
촤르르르르륵!
강태석의 왼손에서는 여의가, 외부에서는 금속 생명체가 증식하듯 쏟아져 나오며 차례차례 어둠의 갑옷이 둘러싼 파르스의 빈틈 내부를 메꿔가고 제멋대로 개조했다.
특히 역할이 컸던 것은 금속 생명체.
<미지의 외부지성 접촉... 실시간 연산량이 폭증합니다. 여의의 사용불가모드가 해제됩니다.>
콰득!
콰득콰득!
여의와 접한 금속 생명이 스스로의 무기 조직 신경망을 활용하여 인간은 제공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수준의 지성을 제공했다.
이에 따라 해금된 한계, 끝없이 증폭되는 여의의 능력.
금속 생명의 지성 아래 들어간 나노머신들이 쭉쭉 뻗어 나가 파르스 내부를 채운 것도 모자라 고대문명의 기술로 개발된 병기 내부를 제멋대로 개조하고 강화하기 시작했다.
더 강하게, 더 효율적으로, 믿을 수 없는 정도로 정교하고 강력하게.
그렇게 변화를 거친 파르스는 이전과 같은 기체라고 하기에도 미안할 정도였다.
이윽고.
"후우."
그 모든 변화의 폭풍 속에 서 있던 강태석이 콕핏 속, 이제는 자신의 몸과 같은 수준으로 신경이 연결된 파르스의 감각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아까 전까지는 조종하는 느낌이었지만, 이제는 온 기체가 자신의 손발 같다.
마치 자신이 파르스의 크기로 거대해진 느낌이다.
물론 그에 따른 부작용으로 외부에서 가해지는 압력 또한 자신의 몸마냥 온전히 받아들여야 했지만, 고통스럽거나 괴롭지는 않았다.
이유는 하나.
말 그대로 상대의 공격이 그닥 고통스러울 정도로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잠시 후.
"이제 슬슬 해볼까?"
키이이잉...
콰드드득!
쿠아아아아아앙!
강태석이 한껏 거대해진, 어둠의 갑옷에 둘러싸인 자신의 두 손을 뻗어 자신을 으깨려는 몬트라 녀석의 갈라진 위아래 턱 주둥이를 움켜쥐었다.
**
동굴 밖, 절벽 위.
구어어어어...
콰아아아아아아앙!
어느새 위로 올라와 있던 에르트가 흡족한 눈길로 절벽을 박살 내며 이리저리 날뛰고 있는 좀비 몬트라를 바라보았다.
이 대륙으로 오자마자 처음 발견했던 미지의 생물.
그 위용을 보고 한 마리 손에 넣고 싶어 얼마나 애가 탔던가?
다만 아직 자신의 완성되지 못한 권능으로는 이길 수 없어 미뤄두었던 녀석.
한데 이 동굴, 지하에서 웬 어설픈 꼬맹이가 그 시체를 발견해 가지고 놀려고 낑낑거리고 있는걸 봤을 때는 얼마나 즐거웠던지 모른다.
물론 건방지게 그 귀중한 재료에 어쭙잖은 수준의 술식을 박아 넣으려던 녀석은 당장에 목을 베어 레이스로도 부활시키지 않고 폐기처분 해버렸지만.
하여간 그렇게 얻은 사체가 자신의 손안에서 완성되어 저렇게 듬직하게 현세에 날뛰고 있는 모습을 보니 마치 부모가 자식을 보는듯한 기분이다.
"잘 움직이는 것 같으니 이대로 여길 정리하고 바로 저 너머까지 끝내 버리면 되겠다."
쿠궁...
쿠구구궁...
투타타타...
절벽 위에 선 에르트가 저 너머, 총성이 난무하고 있는 수림 한쪽을 바라보며 웃었다.
아직 마무리가 조금 미흡했던 터라 잘 작동할지 몰랐는데, 구울몬트라는 기대 이상으로 잘 날뛰어 주고 있었다.
이러면 망설일 필요가 없다.
곧바로 이 녀석을 몰아 저 너머, 발버둥 치고 있는 안타까운 생명들을 모조리 시왕님의 품으로 거두어 줄 것이다.
그렇게 늘어난 세력과 구울몬트라로 다른 몬트라와 생명들마저 죽이고 군대를 만들어 바다를 건너 차례대로 이곳 6층을 집어삼키리라!
이곳은 자신이 보기에는 그야말로 젖과 꿀이 흐르는 땅과 같으며, 자신은 이곳을 기반으로 자라나 시왕님의 옆자리에 어울릴 제 1사도의 자리까지 올라가게 될 것이다.
여기까지 상상을 마친 에르트의 죽은 피부에 묘한 홍조가 떠오르던 그때.
꾸드드드득...
콰아아아아아앙!
“꾸어어...”
"...?"
어디선가 들려오는 이질적인 소리에 에르트의 눈썹이 치 꺾였다.
무언가 이상하다.
방금 들려온 건 구울몬트라의 짧은 비명.
한참 날뛰며 거슬리는 녀석을 박살 내고 있어야 할 놈이 왜 비명을 토한단 말인가?
고개를 돌려 절벽 아래, 주둥이를 박고 콰드득 난동을 피우는 녀석 방향을 바라본 에르트의 눈동자가 이내 한없이 커졌다.
촤르르르르륵...
거대한 강철의 채찍을 손안에 쥔 암흑의 병기가 마치 날뛰는 말 위에 올라타 뒤에서 목을 조르듯 구울몬트라의 목을 한없이 조여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꾸어어엉...”
콰드드드드득!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콰아앙!
뒤에 올라탄 녀석을 떨구기 위해 수백 미터 크기에 달하는 몬트라가 사정없이 난동을 부리며 자신의 동체를 굴려 대고 사방에 찍어 댔지만 허사.
콰르르르릉!
온 천지가 폭격이라도 맞은 것처럼 뒤흔들렸지만 강철의 칼날이 솟은 채찍을 목줄마냥 움켜쥔 암흑병기는 떨어져 나갈 생각조차 안 한 채 미동도 하지 않고 구울몬트라의 등 뒤를 지켰다.
아니, 그걸 넘어 더욱더 힘을 주어 강철의 톱날을 잡아당기며 몬트라의 목을 썰어가고 있었다!
콰드드득...
“꾸어어어어엉...”
대지를 떠받치는 기둥마냥 두꺼운 구울몬트라의 목과 피부, 근육이 검푸른 검기를 휘감은 채찍에 조금씩 썰려 나가는 걸 본 에르트가 기겁을 했다.
이대로라면 아무리 구울몬트라라고 해도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목이 분리되어 썰려 나갈 것이다!
"이 벌레 같은 놈이..."
까득.
이를 간 에르트가 그대로 곧바로 서서는 손에 힘을 준 뒤 자신이 선 대지, 절벽의 무덤 옆으로 팔을 뻗었다.
수평으로 펴진 팔, 아래를 향하는 손바닥.
이어 에르트가 한껏 더 정신을 집중한 순간.
콰르르르르륵!
콰르륵!
콰르르르르륵!
좀비몬트라와 상대 기체의 난동으로 모조리 무너져 내린 절벽의 틈과 틈 사이로 수많은 뼛조각들이 촤르륵 뽑혀 나와 에르트의 손아귀 안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자신이 권능을 부여해 부리던 스켈레톤들의 조각이었다.
수십, 수백, 수천.
그 척추뼈와 갈비뼈, 사지가 모여들고 모여들어 칼의 손잡이의 형상을 이루고 그 위로 칼날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끝없이 모여든 뼈들이 서로를 강하게 집어삼키며 얼마나 자라났을까?
처어억...
작은 여인의 체구에 어울리지 않는, 크기 15m의 거대한 스켈레탈소드.
바로 이것이 살아생전에도 참마도로 명성을 떨치던 여단장, 에르트 본인의 애병이다.
잠시 후.
터어어어엉...
콰아아아아아아아앙!
그 거대한 뼈의 칼을 들고 날듯이 산 아래로 뛰어 내려간 에르트가 그대로 이를 휘둘러 구울몬트라의 목 뒤에 붙어있던 암흑의 병기를 강하게 후려쳤다.
**
절벽 아래.
후두둑...
"커헉... 허억..."
무너진 바위 더미 아래서 누군가 먼지투성이가 된 채 간신히 기어 나왔다.
바로 스피어를 이끌고 이 대륙에 도착했던 사내였다.
이미 마력도, 체력도 바닥난 채 겨우 목숨만 건져 나온 상황.
"..."
자신의 잘려 나간 왼팔을 바라보던 사내가 고개를 들어 위, 굉음이 터져 나오고 있는 절벽 위를 바라보았다.
거대한 스켈레탈소드를 든 여인과 커다란 괴물, 그리고 온몸을 어둠으로 감싼 칠흑의 병기가 서로 뒤섞여 안 그래도 무너진 대지를 뒤흔들고 창공을 찢으며 그야말로 대혈투를 벌이고 있었다.
자신의 몸 상태가 멀쩡할 때라고 해도 차마 껴들지 못할 수준의 격돌이다.
하물며 온몸이 만신창이 상태인 지금이야 말할 것도 없었다.
"크흐. 크흐흐흐. 크흐흐흐..."
콰르르릉...
무너지는 대지 속, 간신히 힘주고 선 사내가 실소를 흘려댔다.
분명 둘 모두 자신의 원수이건만 끼어들 여력조차 없다.
그 비참한 상황 속에서 사내가 그저 허탈하게 웃으며 바닥만 내려다보고 있던 그때.
"어떻게든 목숨은 건진 모양이네요."
"?"
뒤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여인의 목소리에 사내의 고개가 빙글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