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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멸망 n% 진행중-155화 (155/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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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너스빌... 그대가 왜 여기에?"

뒤를 돌아본 사내가 정신이 혼란스런 와중에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집단의 장이라는 자가 왜 본진을 놔두고 이런 위험한 곳에 와있단 말인가?

거기에 그 뒤에 서 있는 자들은...

그런 사내를 향해 아너스빌이 웃었다.

**

콰아아아아아앙!

절벽을 배경으로 한 사투는 어느새 서서히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구울몬트라를 마치 용마냥 올라탄 채 거대한 칼을 들고 질주하는 에트르.

이에 맞서 대지와 몬트라를 이리저리 밟아 뛰며 맞서 싸우는 강태석.

그리고 승기는 이미 기울어진 상황.

쾅쾅쾅쾅!

콰드드드드드득!

"커헉..."

자신의 구울몬트라를 밟고 미친 듯이 질주해 자신을 걷어차는 육중한 거체를 막아선 에트라가 형편없이 밀려나는 자신의 육체를 다잡으며 검은 피를 토했다.

자신이 쥔, 평생을 함께 해왔으며 시왕님의 권능을 부여받아 더욱 단단해진 스켈레탈소드가 삐그덕거리며 뼛가루를 뿌려댔다.

자신의 살아생전과 죽음 이후를 함께 해온 든든한 애병.

저 녀석만 있으면 전장이건 어디건 두려울 것이 없었지만, 이건 너무 규격 외의 상대다.

수십, 수백 톤의 중량에 달하는 녀석이 저런 속도에 저런 마력, 저런 출력을 휘감고 달려와 후려 차다니!

되려 저 일격에 튕겨 나가지 않은 것만 해도 에르트의 실력을 입증하는 바였다.

그렇지만 그와 별개로 상황은 점점 악화되어가고 있었다.

콰아아아앙!

쿠아아아아아앙!

발밑을 떠받치는 구울몬트라가 자신의 주인을 돕기 위해 온몸을 비틀며 이빨로, 몸뚱이로 칠흑의 기체를 공격하기 위해 날뛰었지만 이번에는 안타깝게도 구울몬트라의 덩치가 너무 컸다.

그 거대한 몸뚱이는 이미 주인뿐 아니라 강태석마저 밟고 뛰어나니며 노닐기에 충분할 정도였다.

콰아아아앙!

솟구치는 몬트라의 공격을 피한 뒤 녀석의 몸뚱이를 발판 삼아 한달음에 앞으로 뛰쳐 달려간 강태석은 손안에 쥐어진, NO. 111의 채찍까지 사이오닉소드의 출력을 확장해 실은 뒤 그대로 휘둘러 스켈레탈소드를 휘둘러 오는 에르트를 후려쳤다.

이어 터져 나온 육중한 굉음.

콰드드드득!

휘청거리는 그녀와 그녀의 칼.

그와 달리 강태석과 금속 생명, 전마강갑이 집어삼킨 파르스의 기체는 멀쩡하다 못해 굳건히 구울몬트라를 밟고 그 위에 우뚝 서 있었다.

중량의 차이, 출력의 차이.

그녀는 분명 자신과 현재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지만, 어차피 승부가 그런 것으로 정해지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중장갑, 중병기가 전장을 휩쓸고 포격과 폭격이 천공을 뒤흔드는 세계.

검기 사용자들조차 스스로의 힘을 맹신하지 않고, 뭇 왕들은 문명을 세우고 군대를 꾸려 국력을 강하게 했다.

좀비 군대와 죽음의 기사들이 전장을 질주하던 건 그 옛날, 문명이 발전하지 못했던 예전 백국의 시대에나 가능했던 일이다.

물론 시간이 조금만 있었다면 그녀와 그녀의 군대는 이 문명과 군대조차 집어삼키고 감염 시켜 더욱더 강력한 죽음의 해일로 변모했겠지만, 그녀에게는 그럴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이제 끝을 볼 차례.

사실 강태석도 그다지 여유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끝도 없이 마력을 뿜어댈 것 같던 어둠샘이 이제는 바닥을 보일 정도로 말라붙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키이이잉...

콰아아아아앙!

거침없이 상대를 후려쳐가던 강태석이 자신의 내외부를 관조했다.

게걸스럽게 자신의 마력을 집어삼키고 있는, 이제는 파르스라고 부르기도 힘들 정도로 격이 달라진 칠흑의 기체.

물론 구동 자체야 스스로의 코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이를 덧씌운 전마강갑과 금속 생명, 여의의 운용은 모두 자신의 어둠샘이 대신하고 있다.

마력이 떨어지면 이 기체 또한 평범한 파르스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자신이 지금 몬트라를 평지처럼 짓밟고 뛰어다니며 자신의 몸마냥 칼을 휘둘러 댈 수 있는 건 모두 파르스의 내부 구조가 지금의 형태로 개조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마력이 바닥나면 그냥 좀 무겁고 출력 좋은 뚜벅이 병기로 돌아간다는 뜻.

물론 그것만으로도 덩치가 작은 에르트 하나를 상대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지만.

그렇게 되면 그 상태로는 자신의 압도적인 상위 호환인 좀비, 혹은 구울 몬트라를 당해낼 재간이 없다.

정신없이 내리 찍히다 고철이 되며 끝날 것이다.

그 전에 끝낸다.

촤르르르르륵!

철컥!

상대를 걷어찬 강태석이 NO. 111을 채찍에서 칼의 형태로 그러모은 뒤 그대로 마력을 집중했다.

길이 6m, 두께 1m.

커다란 파르스가 쓰기에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크기의 거대한 칼.

손잡이는 작았지만, 그조차도 이미 강태석의 전신을 둘러싸고 있는 여의와 금속 생명체에 집어 삼켜져 그 형태가 변한 지 오래였다.

길이 8m, 두께 2m에 두터운 손잡이.

파르스의 양손을 통해 뻗어 나오는 사이오닉소드의 출력마저 집어삼킬 수 있게 개조가 끝난 포식의 검.

콰르르르릉!

강태석이 의식을 집중한 순간 남은 모든 출력과 마력들이 곧게 뻗은 칼로 흘러 들어가기 시작했다.

파르스의 코어, 어둠샘의 마력, 전마강갑의 어둠에 이를 둘러싼 뇌전의 권능까지.

그렇게 뒤섞여 흘러 들어간 검푸르고 번쩍이는 온갖 색의 마력들이 쭉쭉 자라나 NO. 111의 칼끝에 빛나는 수천 줄기의 번개 스파크들을 만들어냈다.

검사.

중급의 상징인 검벽의 준비 단계와도 같은 기술.

그렇게 준비를 끝마친 강태석이 자세를 바로잡은 채 여전히 거대한 스켈레탈소드를 굳건히 쥔 에르트를 바라보았다.

잘 싸우긴 했지만 이제 마지막이다.

"잘 가라. 이제 진짜 죽자."

이윽고.

콰아아아앙!

옆으로 수평을 따라 휘둘러진 칼끝.

평범한 검기 사용자들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십여 미터 크기의 시퍼런 벽이 대기를 불태우고 밀려 나가며 구울몬트라 위에 선 에르트를 향해 질주했다.

**

본진 주변.

콰아아아앙...!

투콰콰콰!

"미치겠네 진짜. 이 새끼들 대체 언제까지 밀려오는 거야!"

엑소슈트를 입고 미친 듯이 사방을 향해 디스트로이어를 쏴 갈겨대던 더그가 답답하다는 듯 버럭 소리쳤다.

산에서, 대지에서, 지하에서, 사방에서.

죽은 자들과 죽은 짐승들이 그야말로 끊이지 않고 몰려들고 있었다.

그나마 움직임이 느릿느릿한 좀비 같은 녀석들은 좀 낫다.

문제는 그 상위 개체로 보이는 구울 녀석들이다.

타타타타타타탓!

터어어어엉!

"이 새끼가... 안 떨어져!"

퍼억!

투타타타타타!

“콜록...”

그야말로 짐승마냥 날렵하게 달려들어 엑소슈트 앞에 찰싹 달라붙은 녀석 하나를 오른쪽 디스트로이어로 퍼억 내려친 뒤 그 자리에다 레일건을 갈겨버린 더그가 자욱하게 퍼져 나오는 독연에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저주, 전염병, 시취, 혹은 더 나아간 무언가들이 잔뜩 섞인 연기들.

좀비나 구울들이 죽을 때마다 안에 내용물마냥 그득 담겨있던 저것들이 물 폭탄 터진 것마냥 펑펑 터져 나가며 주변으로 흩뿌려졌다.

그럴 때마다 주변 금속이 부속되고 나무와 땅에 곰팡이가 쑥쑥 자라나며 사방을 물들였다.

그리고 여기엔 사람도 예외란 없었다.

벅벅벅벅.

"후욱... 후욱... 환장하겠구먼. 진짜."

투박한 엑소슈트의 외골격을 뚫고 밀려 들어온 독연, 이에 스친 부위로 울긋불긋 솟아나는 종기와 고름들을 긁으며 더그가 이를 꽈득 악물었다.

자신은 나름 벽 직전까지 강해진 육체를 가진 상태.

한데 온 마력, 온 육체로 저항해도 이렇게 될 정도로 독성이 강하다.

하물며 자신보다 약한 전투원, 그리고 그보다 더 아래의 일반인들은 훨씬 더 심각할 것이다.

실제로 그 광경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고!

투욱...

투콰콰콰콰!

엑소슈트를 입은 채 진열을 유지하고 옆에서 잘 싸우고 있던 녀석들이 갑자기 양팔의 무기를 추욱 늘어트리거나 투타타타 이상한 방향으로 디스트로이어를 쏴 갈기며 툭툭 쓰러지고 있었다.

짐승이나 시체들의 공격에 당하진 않았지만, 그 내부 탑승자들은 이미 전염병과 저주에 범벅이 되어 리타이어 됐다는 이야기.

하물며 뒤쪽, 아직 전선이 뚫리지 않았기에 침범당한 적조차 없는 연구시설의 입구를 통해 드문드문 시체들이 기어 나오고 있었다.

퍼진 저주 때문에 일반인들이 죽어 나가며 좀비로 변해가고 있다는 뜻이었다.

공격보다 저주가 더욱 두려운 상황.

이대로 가면 모두 다 끝장이 난다.

"제기랄... 어떻게 좀 해봐라!"

주어가 없는 단말마의 괴성을 외치며 더그가 재차 총부리를 부여잡고 전면을 바라본 순간.

후우웅...

파아아아아아아아앙!

"...!"

저 너머, 하늘.

마치 폭죽처럼 피어오른 시퍼렇고 아름다운 폭발.

동시에.

후우우욱...

갑작스레 훅 가라앉으며 상태가 좋아지는 자신의 피부에 더그의 눈동자가 휘둥그레 커졌다.

**

콰르르르릉...!

띠링!

<여기사 단장, 에르트를 처치하셨습니다.>

<진목시왕의 열일곱 사도 중 하나를 처치하셨습니다. 해당 방면 멸망의 진행속도가 크게 늦춰집니다.>

<해당 영역 시왕의 권역을 중개하던 사도가 스러짐으로써 시왕의 영향력이 크게 약해집니다. 상태이상에 대한 저항력이 생기고 시체들의 움직임이 둔해집니다.>

<그녀가 직접 부리던 모든 권속들이 흙으로 돌아갑니다. 시왕의 권역에 의해 활동하던 좀비나 구울 등은 여전히 활동을 계속하겠지만 듀라한이나 죽음의 기사, 본-크리쳐 등은 모두 활동을 중지합니다.>

띠링!

<레벨 16 달성!>

<추가 스탯 4가 지급됩니다.>

<전마강갑이 집어삼킨 스킬 중 하나가 아닌, 전마강갑의 고유 스킬 중 하나가 해금됩니다.>

<스탯 투자... 흑선 1(전 근력>검체)/암흑 회로 1(전 반사신경>뇌속)/이상 상념 2(전 기술>기예)>

<스킬... <그림자칼-천/지/인>, 셋 중 하나를 골라 해금이 가능합니다.>

<선택... 그림자칼-인 획득. 나머지 천은 일정 레벨이 오른 이후 해금이 가능합니다.>

<그림자칼-인>

> 자신의 공격에 일부 영속성이 부여됩니다.

> 랜덤하게 물체의 일부를 관통하지만, 조절할 수는 없습니다.

> 검기나 특수한 스킬들은 관통하고 지나갈 수 없습니다.

<강태석>

> 레벨 : 16(3.98%)

> 직업 : 전마강갑 지주(등급-?)

> 스킬 : 전마강갑 장착*해방(?)/영뇌수(D+)/무량검기(D+)/그림자칼-지*인(D++)

> 스탯 : 흑선(D+) 11/암흑 회로(D+) 11/짙은 그림자(D+) 10/어둠샘(C+) 14/이상 상념(D+) 10.

> 무장 : 전마강갑(?)/여의(S?)/칠채영창(B?)/오시리스(C-잠항 중)/알레고리아(B)/NO. 111(C+)

후우웅...

챠르르르륵...

털썩.

쿠어어엉...

변신이 풀리고 맨몸으로 온 마력이 바닥난 채 허공에서 떨어져 내린 강태석이 간신히 균형을 잡아 바닥을 데굴데굴 구른 뒤 옆, 단말마의 비명을 토하며 쓰러져가는 구울몬트라를 바라보았다.

에르트가 죽어 사라졌기에 그녀에 의해 직접 조종되던 본-크리쳐, 구울몬트라도 그대로 생명을 잃고 바닥으로 쓰러지는 것이었다.

안 그래도 그녀를 확실히 처치하기 위해 남은 모든 마력을 검벽에 쏟아 부었어야 했다.

덕분에 파르스의 변화도 풀리고 파르스 자체도 다시 금속 생명 속으로 해제되어 돌아갔다.

녀석이 죽지 않았다면 안 그대로 바닥인 몸 상태로 꽁지 빠지게 도망쳤어야 할 텐데 다행히 녀석도 쓰러진 것이다.

쿠구구구구...

대지에 커다란 흙먼지를 일으키며 절벽면으로 스러져가는 구울몬트라를 보던 강태석은 몸을 누이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사도가 죽어도 시왕의 권역은 여전히 어느 정도 남아있다.

좀비나 구울, 전염병 등은 아직 이 대지를 배회하고 있으니 완전 푹 누워 쉴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쉬어도 모든 게 끝나고 본진에서 쉬어야 한다.

사도를 처치한 이상 적어도 이곳, G구역 적의 세력은 크게 약화되었을 테니 자신이 돌아갈 때쯤이면 본진 주변의 정리도 끝났을 것이다.

"천천히 걸어가 보자."

칼이고 뭐고 모조리 옆에 조용히 뜬 금속 생명에 넣어버린 강태석이 홀가분한 느낌으로 발을 떼어 본진으로 향하려고 했다.

그때.

"카트란."

"?"

자신을 부르는, 하지만 여기 있어서는 안 될 목소리에 강태석의 눈매가 좁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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