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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릉!

부웅...

바다 건너, 마치 마왕성마냥 우뚝 선 강철의 탑이자 구조물을 바라보던 강태석이 자신이 탄 부유 바이크를 바라보았다.

제프리에게서 얻어낸 물건이었는데, 그런 강태석의 곁에 서 있던 제프리가 조심스레 한번 더 물었다.

"정말 저희가 같이 안 가도 될까요?"

그런 제프리의 태도에 강태석이 작게 웃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혹여나 데려갈까 봐 전전긍긍하더니, 지금은 또 저렇게 말하다니.

바이크를 내달라는 부탁에 안도의 미소를 지으며 냉큼 내놓던 아까 전을 떠올리던 강태석이 조용히 이동 요새를 가리켰다.

"기다리고 있어. 따라가 지키면서."

쿠르르릉...

강태석의 손끝, 이동 요새는 주인이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기동하며 어딘가로 향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강태석이 정해놓은 자동조종에 따라 목적지를 향하려는 것이었다.

목적지는 북쪽.

북쪽으로 가려면 이곳, 뇌종의 대지를 지나 바다 건너 F구역으로 향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건설된 대교를 통해 가면 된다.

대교의 위치는 이곳에서 살짝 서쪽이기 때문에 강태석이 가는 동안 따로 움직이기로 한 것이다.

어차피 자신이 다녀오는 동안 굳이 성이 이곳에 남아있는 것은 시간 낭비다.

자신은 이대로 저기 보이는 B구역, 철상아탑을 방문한 뒤 그대로 바다를 건너 F구역에 도달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미리 보내놓은 이동 요새, 마몽드와 합류한 뒤 다시 타고 북쪽의 장벽을 향해 마지막 여정을 마친다.

이동 요새는 너무 무거워서 자신이 타고 지금 바다를 건너갈 수 없었다.

"잘 지키고 있어. 딴생각하지 말고."

"아우 그럼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바다를 건널 준비를 하는 강태석의 말에 제프리가 손을 싹싹 비비며 환하게 웃었다.

카트란의 명령은 그야말로 날로 먹는 거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혹여나 자신들을 끌고 저 위험한 B구역 안으로 들어가 처박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이게 웬걸?

그냥 이동 요새나 따라가면서 잘 지키고 있으란다.

그리고 제프리 입장에선 이동 요새를 훔친다던가 하는 등의 생각을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어차피 북쪽으로 가려면 카트란이라는, 이 기묘한 존재가 필요한 마당에 자신 혼자 이동 요새를 훔쳐 가서 어디다 쓴단 말인가.

그래봤자 낭월의 리더, 고아드에게 냉큼 목이 날아가기만 할 텐데.

오히려 자신은 눈앞의 이 작자가 B구역을 무사히 박살 내고 바다를 건너오기를 목이 빠지라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저희가 아주 그냥 성 청소까지 싹 다 해놓겠습니다. 외부 세차도 다 해놓고. 조심해서 다녀오십시오."

쿠르르릉...

무심히 서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이동 요새를 가리키며 경례까지 해대는 제프리를 보며 피식 웃은 강태석이 바이크의 시동을 걸었다.

이제 화신을 완성 시킬 시간이다.

메인 퀘스트.

앞으로의 단신 돌파를 위한 필수과정.

벽뿐 아니라 광대한 대륙, 더 나아가 방주까지의 여정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를 해내야만 한다.

그 뒤는...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되겠지.'

잠시 후.

부우우우웅!

시동이 걸린 부유 바이크가 강태석을 태운 채 표표히 바다 상공 3m에 뜬 채 물보라를 일으키며 바다 건너, 우뚝 선 강철의 탑으로 향했다.

**

B구역, 철상아탑은 해수면 위로 해발 575m의 크기다.

아무리 콜로니가 거대하다 한들 지나치게 높은 위치까지 뻗어있는 기묘한 구조물이다.

하지만 공간이 뒤틀려 확장되어있는 6층이었기에 충분히 품을 수 있는 크기이기도 했다.

키이이이잉!

기동음을 내며 바다 건너, 그 기묘한 강철의 구조물을 향해 달려가던 강태석이 순간 미간을 찌푸렸다.

다가가던 중 안개 너머에서 갑자기 탑 외부에서 빛이 반짝거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마치 크리스마스트리를 둘러싼 작은 불빛들, 혹은 반딧불들처럼.

하지만 저게 그렇게 귀여운 게 아니라는 건 채 3초도 지나지 않아 알 수 있었다.

갑자기 훅 밀려나는 성 주변의 안개, 이어 쭉 뻗어 나오는 한 줄기 빛.

그리고 그게 시작이었다.

키이이잉...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1km가 넘는 거리를 가로질러 순식간에 강태석이 스쳐 지난 자리를 두터운 섬광 줄기가 불태워버렸다.

피피피피피핑!

콰콰콰콰콰쾅!

성 표면으로부터 수백 줄기의 섬광들이 미친 듯이 터져 나와 강태석이 내달리는 바다 표면을 모조리 불태우기 시작했다.

바이크가 아무리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다고 하더라도 도저히 피할 수 없는 공격들이었다.

심지어 스쳐 지나간 첫 일격, 그 후끈거리는 열기를 느낀 순간 강태석은 알았다.

맨몸으로는 버텨낼 수 없는 수준의 것들이라는 것을.

순식간에 바다를 훅 증발시키고 주변의 온도를 후끈 달궈버리는 위력이다.

동시에.

쿠우우우웅...

콰아아아아아앙!

예전, 군벌들의 포격을 막아낸 거대한 팔과 방패가 다시 한번 허공의 그림자에서 튀어나와 강태석과 그가 탄 바이크의 앞을 그대로 가로막았다.

이어지는 대충돌.

콰콰콰콰콰콰콰쾅!

하나하나가 병기를 증발시켜버릴 위력의 가진 일격들이, 수백 줄기가 되어 쉴 새 없이 날아들어 끊임없이 강태석의 앞을 가로막으며 내달리는 방패 위를 후려쳤다.

그 충격이 어찌나 강했는지 거대한 팔과 방패가 내달리는 경로, 그 주변으로 계속해서 바다의 증기가 피어오르고 아지랑이가 생겨날 정도였다.

그렇게 바다 위를 내달리는 강태석을 따라 자욱한 운무의 길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위로 끊임없이 퍼부어지는 포격, 더 나아가 점점 더 달궈지는 방패.

치이이이익...

점점 더 시뻘게지는 눈앞의 방패를 보며 바이크를 몰던 강태석이 혀를 찼다.

콜로니의 동력도 끊긴 마당에 대체 어디서 저 정도의 에너지를 끌어 쓴단 말인가?

더불어 하나 더.

'뭔가 있긴 있구나. 수준이 높아.'

쿠르르르릉!

어느새 500m, 지척까지 다가온 바다 건너 성을 보며 강태석이 중얼거렸다.

화신체는 어지간한 병기들은 무시해버리는 방어력을 지닌다.

하지만 끊임없이 퍼부어지는 포격들은 그런 화신체의 방패조차 시뻘겋게 달구며 유효한 타격을 입히고 있다.

저 병기들이 보통이 아니라는 뜻이다.

일격 일격이 마울러급은 아니지만, 그 삼분지 일은 될 정도로 보통이 아니다.

이런 것들을 저렇게 퍼부어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상대의 수준이 상당하다는 걸 의미하는 상황이다.

그동안 괜히 다른 세력들이 까불거리다가 어맛 뜨거라 하며 데이고 물러선 게 아니었다.

하지만 어찌 되었건 목적은 달성했다.

쿠르르르릉!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성을 바라보던 강태석은 나머지 한쪽 팔도 꺼내 든 뒤 수백 미터에 달하는 창을 그대로 수평으로 휘둘렀다.

목표는 성의 방어시스템이 아닌, 앞의 바다였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거대한 손에 의해 휘둘러진 창이 바다를 후려친 순간 해일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물보라가 터져 나와 그대로 강태석의 방패와 이어지는 포격, 그 사이를 뒤덮었다.

더불어 가려지는 시야와 공격들.

촤아아아아아악!

쿠쿠쿠쿵!

광선들이 위력이 어찌나 강했는지 어지간한 도시 해안선 정도는 쓸어버릴 법한 위력을 가진 해일조차도 얼마 버티지 못하고 수증기로 변하며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정도의 틈이면 충분했다.

촤아아악!

두 팔, 그리고 창과 방패를 모조리 다시 그림자 안으로 거둔 강태석은 공격이 잠시 멈춘 틈을 타 바이크의 엔진을 풀로 가동했다.

이어 터져 나오는 우렁찬 소리, 쭉 당겨지는 시야.

잠시 후.

키이이이잉...

콰아아아아아아앙!

급가속한 바이크가 그대로 남은 거리를 일순간에 좁히며 마치 운석마냥 성의 일부를 꿰뚫으며 충돌했다.

**

육지.

콰르르릉!

"... 화끈하게도 들어가시는구만."

이동 요새 마몽드, 그 입구에 서서 바다 건너 모든 광경을 지켜보던 제프리가 마지막 순간까지 살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혹시나 걱정되어 지켜봤는데 괜한 기우였다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퍼부어진 공격들은 진짜였다.

군대를 태워버릴 법한 섬광들, 불타오르는 바다의 해수면까지.

자신들이었다면 1km 안으로도 접근하지 못하고 모조리 녹아버렸을 재앙 같은 포격이었다.

다만 이를 뚫어내는 작자의 수준이 좀 더 높았을 뿐이다.

하여간 이제 안으로 들어갔으니 더 이상 자신들은 할 수 있는 게 없다.

심지어 걱정되어 살펴보는 것마저도 불가능하다.

그저 가던 길을 갈 뿐이다.

"다들 가자! 바다 건너서 간다!"

“네!”

쿠르르릉...

마찬가지로 바다 건너를 지켜보다가 제프리의 외침에 우렁차게 소리치며 시동을 거는 부하들의 행동에 사방에서 요란스런 기동음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모두가 예전과는 달리 한결 희망차 보이는 표정이다.

그런 녀석들을 보며 흐뭇하게 웃던 제프리를 향해 한마디가 날아들었다.

"... 약속지켜요."

"약속? 아아. 손대지 말라는? 그럼. 지키고말고. 우리가 잡고 있던 놈들도 다 풀어줬잖아."

바짝 날을 세운 채 자신 쪽을 바라보며 말하는 쌍둥이, 그중 하나의 말에 제프리가 어깨를 으쓱했다.

언니였나 동생이었나 헷갈리지만 중요하진 않다.

어차피 자신은 굳이 손댈 생각이 없었으니까.

'굳이 심기 거슬릴 일을 할 필요가 없지.'

저 멀리, 성안으로 사라진 카트란을 떠올리던 제프리가 제법 이쁘장한 눈앞의 여인을 바라보았다.

미인, 거기다 쌍둥이.

구미가 당기는 조합이긴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괜히 건드렸다가 저 작자가 나와서 기분 나빠져서 저 창과 방패로 자신들을 토막 치고 으깨기 시작하려면 어쩌려고?

거기다 왠지 저기서 나왔을 때면 더욱 강해져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데 말이다.

희망이 보이기 시작하는 지금, 굳이 목숨 걸고 도박하고 싶진 않다는 뜻이다.

"우리 서로 편하게 편하게 가자고. 응? 아 맞다. 너희도 우리 좀 도와달라고."

"... 뭘요?"

"뭐긴. 청소지. 오시기 전에 반짝반짝하게 해둘 생각이야. 광도 좀 내고. 으이그. 먼저 타고 있으면서 뭐 했어? 구석구석에 먼지가 뿌옇네!"

"..."

손가락으로 이동 요새 벽면을 뽀득뽀득 문질러 후 불어보는 제프리의 모습에 쌍둥이, 기리스가 기가 찬다는 표정을 지었다.

**

철상아탑, 내부.

쿠직.

박살 난 벽면, 그리고 으깨진 바이크.

충격으로 뒤엉켜 연두부마냥 뭉쳐져 있는 두 쇳덩어리 사이에서 멀쩡히 일어선 강태석이 목을 뿌득 풀며 주변을 바라보았다.

보이는 건 길게 쭉쭉 뻗은 금속의 복도 뿐이었다.

후우우욱...

바깥의 열기를 머금은 채 뻥 뚫린 구멍으로 후욱 밀려드는 자욱한 운무에 휘 감싸인 강태석이 그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이곳에 들어온 순간부터 자신의 그림자 안에 잠들어있는 화신체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드디어 자신의 육신을 되찾을 때가 왔다는 듯 했다.

아직 어디 안 가고 목표물이 이곳에 제대로 잠들어있다는 뜻이었다.

'아마 이곳에서 연구를 진행한 거 같은데. 제대로 찾아볼까?'

바깥에 비하면 조용했지만 아마 이게 끝이 아닐 것이다.

외부 방어시스템만 구축되어있을 리가 없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키이이잉...

파파파파파팡!

복도 벽면을 타고 구석구석으로 꺾이며 질주해오는 기묘한 수십 개의 빛줄기를 본 강태석이 다시 그림자에서 육중한 강철 장갑을 꺼내 들어 그대로 양팔에 휘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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