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호랑이 어사, 조선을 뒤흔들다!-1화 (1/298)

1화. 조선에 떨어지다

“이번 제안 꼭 잘 생각해 보게. 대우는 섭섭지 않게 할 테니.”

“알겠습니다. 돌아가 보겠습니다. 교수님.”

너무나 불편한 자리였다.

김 교수가 직접 끓여 내온 보이차 향기가 불쾌하게 코끝을 감돌고 있었다. 직접 현지에서 구하느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며 자랑을 풀어내는 김 교수의 이야기에서 연구실 분위기가 짐작이 갔다.

‘고생은 무슨, 그깟 찻잎 가지고. 일은 아래에 있는 대학원생들이 다 하고 본인은 학회다, 출장이다 핑계대로 유유자적 하셨구만?’

사범대 뒤뜰을 떠도는 좀비들의 존재는 이미 알고 있었다. 연구실 생활에 찌들어 다크서클이 아예 뺨까지 내려올 지경이던 선배의 한탄에서 알게 된 이야기였다.

학위가 뭐라고 숫제 교수의 노예까지 자처해야 하는 불쌍한 처지들, 지옥으로 스스로 기어들어갈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렇지만 불쌍한 대학원생 생활조차 지금의 내 처지보다는 나을지도.

「안 선생님.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급한 사정으로 그만두신 것은 알고 있지만 다시 한번 부탁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보시는 대로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갑자기 담배가 확 땡겼다. 방금 건물 밖으로 나와 얼굴에 쏟아진 서늘한 바람 탓일지도 몰랐다.

‘X발…… 담배 하나 살 돈도 없고…….’

주머니를 아무리 뒤져봐도 나오는 것은 돛대조차 떨어진 텅 빈 담뱃갑뿐이었다. 덩달아 딸려 나온 백 원짜리 동전 한 닢에 한숨만 크게 새어 나왔다.

큰 일이 터져 갑자기 그만뒀던 과외였다. 그래도 다시 과외를 맡기려는 것을 보니 내 솜씨가 잊히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인정받았다는 안도감이 메마른 마음을 부드럽게 적셨다.

「제가 소개해드린 사람이 잘 못 가르쳤나요?」

「그런 것은 아니고…… 진석이 의욕도 예전 같지 않고 그 선생님도 많이 바빠지셔서 힘드신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급하게 그만두면서 과외에 도가 튼 동기에게 넘겨주고 나온 자리였으나, 잘 풀리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하긴, 나만큼 과외에 열성인 사람이 몇이나 됐겠어.

월 사십짜리 과외였다. 생활비로 쓰기에는 적지 않은 금액이었으나, 내가 쏟아부은 노력에 대한 보상을 생각하면 큰 금액도 분명 아니었다.

가성비를 따지기 전에 내가 재미있어서 스스로 노력을 기울였던 과외였으니까.

「선생님이랑 할 때는 과외 시간만 기다리던 애였는데, 요새는 숙제도 잘 안하고 그래요.」

「아…… 그렇군요…….」

명문사립대의 비싼 등록금과 서울에서 자취할 생활비까지 스스로 감당하려면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었다. 연줄과 대학 간판으로 받은 첫 과외 제자가 나와 잘 맞는 녀석이었던 것이 다행이었지.

‘교육심리 시간에 학습자와 관계 설정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던 교수님 말을 기억해두길 잘했지…….’

응원팀 뒷담화나, 야구 열심히 하던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면 녀석은 없었던 흥미마저 꺼내오곤 했다. 그걸 기반으로 조금씩 공부에 대한 흥미도 붙여갔다.

당근과 채찍을 쓰는 법을 그렇게 배웠다. 진석이로 정립한 안 선생식 과외법은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하나에서 시작한 학생은 금방 여럿으로 늘어났다.

학자금 대출에는 손을 대기 싫어 시작했던 일이었는데…… 덕분에 빚에 쪼들리는 집안에서 지원을 받지 않고도 무사히 졸업반까지 다닐 수 있었다.

‘그 일만 아니었어도 진석이 수능까지는 그만 둘 생각이 없던 과외였는데…….’

결국 그렇게 내 손을 떠났던 과외가 다시 돌아왔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인상된 과외비가 입금된 내역이 알림으로 뜨는 것을 보니 학부모의 다급함이 그대로 전해져왔다.

‘하긴, 나처럼 성심성의껏 과외에 임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

담배를 다시 피울 수 있게 되었다는 기쁨을 지그시 눌렀다. 사실 생활비를 버는 목적이 아니더라도 과외는 즐거운 일이었다. 누군가를 가르쳐서 바뀌어가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이 어찌 즐겁지 않겠는가.

<슬램덩크>에서 안 선생님도 그랬었다. ‘영감님의 취미생활에 어울려 줄 생각은 없어요.’ 라고 쏘아붙이는 강백호를 보며,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는 건 더할 수 없는 즐거움이라고 중얼거렸었지.

뭐, 사실 안 선생님의 교육 방침이 나와 비슷한 스파르타식이라 더 공감이 잘 갔던 것 같지만. 코치에게 가르치는 법을 처음 배워서 그런 걸지도 모르지. 아무튼.

“일주일 동안 슛 이만 번을 쏘게 하다니. 혹사로 유명한 모 감독이 만나면 형제의 의를 맺자며 반길지도 모르겠네.”

자취방 월세를 내려고 잔고 밑바닥까지 닥닥 긁어내느라 콱 막혔던 숨통이 방금 입금된 과외비 덕분에 조금 풀리는 것 같았다. 그런 쓸데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가벼워진 발걸음을 옮기던 찰나였다.

“뭐야, 저거?”

문득 올려다본 밤하늘에 달이 두 개 떠 있었다.

하나는 원래 있던 익숙한 달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23년 만에 맨눈으로 볼 수 있는 혜성이 찾아왔습니다. 과학자들이 니오와이즈라고 이름 붙인 이 혜성은…….’

생각났다. 자취방에서 혼자 밥 먹다 틀어놓은 뉴스에서 그랬었지.

예쁘네. 잠깐 고된 현실을 잊고 바라볼 정도로 맨눈으로 보는 커다란 혜성은 아름다웠다.

“어…… 어어?”

하지만 그것도 잠시, 육안으로 보이는 혜성의 크기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은 후였다. 커지는 속도는 계속해서 빨라지고 있었다.

X됐다.

두 다리는 처음 마주하는 상황에 얼어붙기라도 한 듯이 어떤 명령도 들어 먹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니, 떨어질 거면 저 연봉 값 못하는 밥벌레들이 공놀이하는 구장에 가서 떨어질 것이지!’

혜성이 시야를 가득 메운 것이 내 마지막 기억이었다.

***

잠시, 꿈 아닌 꿈을 꾸었다.

힘을 잔뜩 주고 치켜 올린 왼손은 둥그런 무언가를 움켜쥐고 있었다.

목청을 돋워 고함을 내지르자, 활짝 열린 묵직한 나무문 사이로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힘껏 고함을 질러서였을까. 답답했던 속이 조금은 풀리는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신이 나 문을 향해 걸음을 내디뎠다.

그 너머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온통 하얀 빛뿐.

***

시간이 얼마나 흘렀던 것일까.

시야가 온통 시꺼멨다. 그사이 잠시 기절이라도 했던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용기를 내 떠본 눈꺼풀 사이로 비치는 것은 낯선 광경이었다.

“뭐야…… 여긴?”

다행히 다친 곳은 없는 것 같았다.

기절했던 장소는 분명 캠퍼스였다. 병원으로 옮겨졌다면 깨끗한 건물 안이어야 정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눈앞에 보이는 것은 엉성하게 짚으로 엮은 벽뿐이었다.

상체를 일으켰다. 그제야 어둑어둑한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낯선 공간을 둘러보았지만, 움막이라는 것 외에는 이곳이 어디인지 아무런 감도 오지 않았다. 움막은 낡은 소반 몇 개를 제외하면 비어있다고 해도 좋을 만큼 초라했다.

“맞다. 핸드폰.”

지도 어플이라도 켜면 여긴가 어딘지 알 수 있겠지.

헌데 바지로 무심코 뻗은 손에는 거친 천의 감촉만이 느껴질 뿐이었다.

낯선 촉감이었다. 핸드폰이 문제가 아니라 있어야 할 주머니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입고 있던 옷과 신발은 행방이 묘연했다. 대신 입혀져 있는 것은 흰 한복과 버선, 그리고 짚신. 점점 영문을 알 수 없는 상황에 머리가 지끈거려왔다.

“웬 미친놈이 장난질이라도 친 건가? 몰래카메라?”

천장에는 형광등은커녕 짚단이 잔뜩 얽혀있는 모습만 어슴푸레하게 보일 뿐이었다. 대신 입구에서 흘러들어오는 빛만이 방안을 희미하게 밝히고 있었다.

“문 대신 이걸 달아? 이거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입구를 간신히 가리고 있는 것은 올이 성성한 거적이었다. 비슷한 물건은 바닥에도 깔려 있었다. 보통사람이면 짚이는 것이 없었겠으나 운이 좋은 것인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기억이 있었다. 얼마 전 전공 수업에서 본 적이 있는 장소였다.

그 추측이 맞을까. 몸을 일으켜 움집 밖으로 나간 것은 그걸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지금껏 본 적 없는 울창한 삼림을 배경으로 그 옆에 얌전히 솟아있는 봉분 두 개는 이 움막이 삼년상을 치르는 공간임을 알려주는 듯했다.

“이거, 뭐라고 했더라…….”

여막(廬幕)이라고 했었나?

한국생활사 강의 시간에 김 교수가 빔 프로젝터에 띄워준 그림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다. 좁아터진 방에 놓여있던 소반 위에 놓여있던 물그릇의 정체를 그제서야 알 것 같았다.

“고증 잘했네. 그건 그렇다 치고 이젠 어쩌지.”

기분이 조금 뿌듯해져 왔으나 잠시뿐, 아직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는 상태에, 다른 곳에 연락할 수단 또한 없었다.

산등성이 저 아래 밭처럼 보이는 땅이 드문드문 있는 것으로 보아 좀 먼 거리에 사람이 살고 있는 것은 분명했으나, 슬슬 해가 질 무렵이었다. 지금 시간에 산길을 탄다는 것은 위험했다.

결국 다시 움막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오늘 밤은 결국 여기서 보낼 수밖에 없지 싶었다. 여름이라 추위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는 것은 다행인가.

문득 천장이 머리에 걸릴 것 같아 들어본 손에 무언가가 걸렸다. 손에 만져지는 형태와 묻어난 머릿기름을 보니 상투가 분명했다.

“뭔데, 이거? 난 상투 틀 정도로 머리 기른 적 없는데?”

상황파악이 전혀 되지 않았다.

혹시 가발일까 싶어 머리카락 사이를 열심히 헤집어봤지만 진짜 내 머리가 분명했다. 탈모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는 쓸데없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머리카락을 다듬는 데 쓰인 것이 분명한 참빗 역시 윤을 내며 개다리소반 위에 얌전히 놓여있는 것이 보였다. 박물관에서나 보던 녀석이었다.

참빗 옆에는 케케묵어 보이는 고서가 여러 권 쌓여 있었다. 그 아래로 지필묵이 놓여있는 것도 보였다. 혹시나 단서가 될까 해 펼쳐본 얇은 책에는 어려운 한자만 가득했다. 졸업요건 때문에 딴 한자인증 덕분에 제목은 겨우 읽을 수 있었다.

“이거 진짜 논어잖아? 이……이거…… 설마…….”

펼쳐본 책은 누군가의 손글씨로 적힌 한문으로 가득했다. 일일이 필사했다는 소리였다. 장난을 쳐도 이런 수준으로 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상식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가능성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현대에서는 구경도 하긴 힘든 움집, 갑자기 머리에 틀려있는 상투, 바뀐 복장,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물건들.

모든 것들이 한 가지 가능성을 가리키고 있었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생각이 정리되기는커녕 뭔가 짙은 안개에 감싸여 떠오르지 않는 느낌이었다. 얇은 고무장갑을 끼고 무언가를 만지는 기분?

그 와중에 얼마 전에 쓰던 소논문 생각이 났다. 주위를 온통 조선시대 물건들이 둘러싸고 있어서였을지도 모른다. 조선 백성들의 생활상을 조사하면서 스쳐지나갔던 것들이었다.

‘자네가 제출한 레포트나 소논문 보면 사람이 성실하단 건 누가 봐도 알 거란 말이지. 특히 내 수업 때 낸 경신대기근 논문은 박사과정이 썼다고 해도 믿을 수준이었네.’

매의 눈을 한 채로 김 교수가 날린 공치사였다. 박사과정은 무슨, 무얼 노렸는지는 뻔했지. 순진한 대학생이라면 낚여서 대학원행 급행열차 티켓을 끊었을지도 모를 교묘한 칭찬이었다.

하지만 수많은 알바와 과외로 눈칫밥을 먹어온 내게는 통하지 않았다. 대학원 와서 자기 노예가 되라는 소리 아닌가. 헬조선을 넘어 헬헬조선으로 갈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하도 헬조선을 입에 달고 다녀서 벌 받은 건가…….”

그제서야 내가 진짜 조선시대에 떨어진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설마.

하지만 웃어넘길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 리가 없었으니까.

사실, 명문대 나와도 취업이 잘 안 되고, 흙수저는 대학 다니다가 등골이 휠 지경인 현대의 한국은 조선시대에 비하면 천국 그 자체였다.

특히 내가 소논문 주제로 삼은 호란 직후는 파도 파도 괴담만 나오는 시대였으니. 조사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리얼조선의 지옥 같은 참상은 나를 겸손하게 만들었었다.

‘교수가 접근방법이 특이하다고 칭찬해 준 것은 기분이 좀 좋긴 했지만.’

문헌조사보다는 조선이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에 어떤 루트를 탔어야 그 지옥을 벗어날 수 있는지 짠 시나리오가 내 논문의 주제였다.

나름대로 다른 나라의 부국강병 사례와 당시 접할 수 있었던 문물들을 종합해 머리를 쥐어짜 리얼조선의 헬조선 탈출계획을 면밀히 짜 봤었다.

미칠 듯이 운빨이 따르고 마치 미래를 내다보는 것 같은 혜안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는 결론이 있어 피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지만. 상상은 즐거웠으니 그걸로 됐지 뭐.

‘아차, 뭔 생각을 이렇게 한 거야.’

그렇게 옆길로 오래 새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움막 안이 꽤나 어두워졌다는 점을 느끼고 나서였다. 산중이라 해도 일찍 지는 모양이었다.

어둠이 완전히 내리면 여기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을 것이었다. 급하게 불을 밝힐 거리를 찾았으나 손전등 같은 것이 있을 리가 없었다. 청바지 주머니에 얌전히 들어 있을 핸드폰이 너무나 그리웠다.

“그래도 전공수업 열심히 들은 것이 여기서 도움이 될 줄은…….”

다행히 익숙한 물건이 제사상임이 분명한 상 위에 덩그러니 올라앉아 있었다. 송진이 엉겨있는 굵은 소나무 가지였다. 조선시대에 흔히 쓰이던 관솔불.

불이 꺼진지 얼마 안 되었던 모양인지 불씨 몇 개가 그 안에서 가물거리고 있었다. 불씨를 죽이지 않으려면 어떤 강도로 입김을 불어야 할까 잠시 고민하던 찰나였다.

훅.

이상하게도, 살짝 분 입김이 닿자마자 불길은 송진이 엉긴 가지 끝을 삼키듯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거품을 내며 부글거리던 수액이 치이익거리는 소리를 내며 빛을 내뿜었다.

그때였다.

머릿속에 끼어있던 구름들이 불 붙는 소리와 함께 일거에 흩어져버렸다. 동시에 내 것이 아닌 무언가가 해일처럼 머릿속으로 몰려들었다.

“웁! 우웁!”

소나무 가지 끝을 맹렬히 태우는 불길이 머릿속의 장애물까지 태워버린 모양이었다. 갑자기 떠오르기 시작한 수많은 기억들 때문에 눈앞이 빙빙 돌기 시작했다.

숨소리가 몇 번 흐르는 짧은 시간 동안 흘러들어온 십몇 년 분량의 기억이 머릿속을 두들겨 부숴 곤죽을 만들고 있었다. 어느새 한쪽 무릎을 꿇은 채로 이마를 부여잡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엑! 우웨에에엑!”

그 어지러움은 결국 뱃속의 내용물을 꺼내놓고 말았다. 그렇게 몇 번이나 토악질을 해댔을까, 이번에는 어지러움이 가라앉고 뒤이어 찾아온 불쾌함이 계속해서 입 밖으로 위액을 토해내게 했다.

불쾌함의 원인은 따로 있었다. 머릿속에서 뒤섞여있던 퍼즐조각들이 도로 맞춰지면서 희미하게 떠오르기 시작한 기억들 때문이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지금 있는 이 여막이 갑자기 돌아가신 부모님을 모시는 공간이라는 사실과, 이 몸은 조선시대에 살던 또 다른 사람의 것이라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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