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화. 역적의 자손
“역적의 자손이라니요. 어찌…….”
“무슨 말을 하려는 줄 안다. 어찌 역적의 자손이 소과를 보고, 어찌 역적의 자손이 조선의 미래인 성균관에 들어앉아 있냐는 물음이겠지.”
충신의 나지막한 음성은 잔뜩 잠겨 있었다. 한 마디 한 마디 토하는 것이 고통스러워 보였다.
“당연히 가져 마땅한 물음이다. 내가 한수 네 놈의 입장이었어도 그랬을 테니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으셨던 겁니까. 성근과 같은 자리에서 처음 뵈었을 때부터 범상하신 분은 아니라 생각했는데요.”
그러나 고통스러워하는 충신에게서 눈을 돌릴 순 없었다. 그가 이토록 아픔을 감수하면서도 비밀을 털어놓는 것은 나와 좌명을 어느 정도 믿을 수 있는 자라고 판단한 결과일 테니까.
그런 각오를 한 자의 발언을 내 한 몸 편하자고 외면할 수는 없었다.
“좌명이 너는 이럴 때만 눈치가 빠른 거냐? 필요한 때는 백지장 그 자체더니.”
“일정의 의문에 근거가 없진 않습니다. 저도 비슷한 물음이 머릿속을 한창 돌아다녔었으니까요.”
도대체 성균관 유생이라는 자가 어떻게 이런 짓거리를 하고 돌아다니는가. 충신을 보고 이 성균관의 망나니이자 아웃사이더에 대한 의문이 떠오르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역적의 자손이라는 다섯 글자는 그 의문에 대한 충분한 해답이 되어주고 있었다. 전부는 아니었지만.
“그래, 네놈들이면 어느 정도 이상함은 이미 감지하고 있었어야 정상이겠지. 머리 하나는 그 성균관에서도 뛰어난 놈들이 아니냐.”
“사형…….”
“날 선진이라고, 사형이라고 격식을 갖춰 제대로 불러주는 놈들도 네놈들이 처음이었다. 그것에는 충분히 감사를 표하마.”
방금 행수기생이 말했던 내용이 떠올랐다. 성균관 입학 이래 내내 홀로 다녔다 했다. 충신이 외로운 늑대가 되어야 했던 이유는 그것이었나.
충신을 강가(家) 놈이라 하던 동장의의 역겨운 얼굴도 떠올랐다. 그런 동장의가 자신의 재력을 이용하려 한다며 역겨워하던 충신의 얼굴도 떠올랐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그가 내뱉었던 말투가 험악했던 이유를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별말씀을요. 일정과 저는 지켜야 할 도리를 지킨 것뿐입니다.”
“이런 자리에서까지 겸손할 필요는 없다. 네놈들 같은 놈들은 정말로 희귀하니까. 그러니까 이런 비밀까지 털어놓는 것이지만.”
충신이 앞에 담긴 술잔을 숨도 쉬지 않고 들이켰다. 좌명에게 내리려고 하던 벌주였다. 독한 술을 잔뜩 삼키고 트림을 하는 충신은 묘하게 속이 시원해 보였다.
“네놈들처럼 내 마음에 드는 놈들이 아닌 자가 내 정체를 함부로 떠벌리고 다녔다가는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로 이마가 찢겼을 거다. 이 자식들아.”
“그 강궁에 저격당할 생각을 하니 모골이 송연하긴 합니다. 그런데 발설하기로 마음먹으신 것은 선진님이 아니십니까.”
“그래. 너희처럼 마음에 드는 놈들한테 화살을 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건 걱정 말고.”
말은 그렇게 하고 있었지만 알고 있었다. 충신의 허세는 마지막 자존심이라는 것을.
성균관은 조선 문명의 총화였다.
그런 장소에서 권신의 자제를 건드리고 무사할 리가 없었다. 다만 다른 유생들이 혹여나 하여 충신 앞에서만 입단속을 했을 뿐 모르는 이는 없었을 것이다.
저번에 본 근육의 두께와 질을 보면 충신이 다른 무예에도 출중할 것이 분명했으니, 앞뒤 안 가리고 눈깔이 돌아가면 공부만 한 샌님들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라고 여겼을 확률도 있고.
순간 머릿속에서 김 갑사와 대결하는 충신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미래에 태어났으면 그래플링과 레슬링을 겸비한 김 모 선수와 타격기에 특화된 강 모 선수의 이종격투기 타이틀 경기를 볼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 인마, 또 딴생각하고 있지? 그놈의 버릇은 못 고치냐? 염병할.”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
“아오, 확 이걸. 분위기 잡고 있는데 깨는 데는 일가견이 있어요. 한수 이 자식.”
말은 험악했으나 충신의 눈꼬리는 웃고 있었다.
그러고는 잠시 말을 잊은 채 술병을 통째로 입으로 가져가더니 한참을 들이키는 그였다. 말이 나온 것은 한 번의 트림이 더 새어 나온 후였다.
“나는 강충신이다. 진주 강씨지. 별호 그런 건 없다. 지어줄 놈도 없었고 성균관 놈들은 다들 날 강가(家) 놈이라 불렀다.”
“왜 그런 멸칭을? 별호는 저나 일정이 바로 붙여드리겠습니다.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유 서리에게 들었다. 따돌림당하는 하란타 출신 훈련도감 초관과 친분이 있다고 했지? 그런 놈이 나한테까지 매정하게 굴진 않을 것 같았는데 이 정도로 아무렇지 않게 여길 줄이야.”
유 서리와 거래하면서 박연의 이야기도 들은 모양이었다. 이 틈에 변명해야 될 것이 있었다.
“박 초관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아까 기생들이 정인이랍시고 함부로 말하던 여인은 그 집…….”
“너 색목인 취향이었냐? 뭐, 색목인들은 성장이 빠른 편이니 유녀 취향이라는 오명은 벗을 수 있겠다만. 그래도 나이 안 찬 아녀자 건드리면 참형인 건 알지? 인마.”
“아니, 그런 사이가 아니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 와중에도 놀릴 생각은 가득하구만.
오해를 풀려면 한참 멀었다 싶었다. 옆에서 말없이 대화를 듣고만 있다 끼어든 것은 얄미운 좌명이 놈이었다.
“선진님, 이쯤이면 성근의 변명도 수준급이니 믿어주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이런 몇 년 분량의 놀림거리를 한 번에 털어먹으라고? 그러긴 싫은데? 나한테 뭔 이득이 있다고?”
“성근과 그 여인이 정말로 정을 통하는 사이가 아니라면 제 누이 정도는 한 번 봐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 선진님도 좋고 저도 좋은 일이 아니겠습니까.”
왈가닥 처리 건을 한참 침묵하고 있다가 여기서 들고나온다고? 좌명과 충신의 시선이 마주쳤다.
이미 딜은 끝나 있었다. 썅.
“뭐, 좋다. 그 정도 건이면 마음에 충분히 들진 않아도 이문은 났지 싶으니.”
“그러실 것 같았습니다. 이제 하시려던 말씀 계속하시지요.”
누구 멋대로 결정이야?
그러나 이 둘 앞에서 아무리 발광을 해도 결정을 뒤집긴 글렀다 싶었다. 뭐, 소개팅 나가도 예의만 갖춰서 거절하면 별 뒤탈은 없었으니 그것은 이 시대에도 마찬가지일 것이었다.
“그 자리에서 도망칠 생각은 말게, 성근. 오명을 씻고 싶으면 말일세.”
“무슨 오명을 말하는 건가. 억지로 뒤집어씌운 자는 자네와 선진님이지 싶은데.”
“그러길래 누가 남들 보는 자리에서 소맷자락을 함부로 내어주래? 네놈이 판 무덤이다. 멍청한 놈아.”
아니, 나는 그 자리에서 누가 보고 있을 줄은 몰랐지.
단순히 달래려는 목적이었다지만 이제 밖에서 요안이와의 접촉은 삼가야겠다는 다짐을 새삼 새겼다. 조금만 삐끗하면 이제 관아로 끌려가 목이 날아갈지도 모르는 일.
“아무튼, 잡설이 길었다. 그래도 네놈들이 일부러 그런 건지는 몰라도 분위기가 축 처지지는 않아서 부담이 한결 덜하구만.”
“말씀하십시오, 귀는 항상 열어두고 있습니다.”
충신의 이맛살이 찌푸려졌다. 다시 진중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 같았다.
“내 조부님은 역적의 오명을 쓴 분이다. 그래서 부친께서 그 당시 아명(兒名)으로 불리던 내 이름에 충성할 충자와 믿을 신자를 집어넣은 것이고.”
“역적의 오명이라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내가 아무것도 모르고 천자문이나 떼고 있던 시절이다. 할아버님은 폐주의 명을 받아 오랑캐군을 섬멸하고 천군(天軍)을 도우러 도원수로 출전하셨지.”
무언가를 깨달은 듯한 좌명과 시선이 마주쳤다. 폐주라면 광해군을 일컫는 말일 것이고, 그때 명을 도와 오랑캐인 후금을 치러 도원수로 나간 사람은 한 명뿐이다.
“심하라는 땅에서 벌어진 전투였다고 들었다. 할아버님은 그때 포로로 잡혀 십 년 가까운 세월을 오랑캐 땅에서 고생하셨다. 그리고 귀국하시자마자 오명과 모욕을 뒤집어쓰고 금방 돌아가셨지.”
“폐주의 명으로 일부러 오랑캐에게 항복한 자이니, 조정에서 선진의 조부님을 벌해야 한다는 소리가 돌았다고 들었습니다.”
“김좌명. 그렇게 돌려 말하지 마라. 할아버님을 참해야 한다고 난리 친 개새끼들이 있었다고 들었다. 오히려 할아버님의 충성심을 의심하지 않았던 것은 현 주상 전하셨다.”
그가 광해군의 밀명을 받아 후금에 일부러 항복했다는 설이 주류인 적이 있긴 했다. 그 시작이 조선 조정이었을 줄이야.
“할아버님 말씀으로는 천조의 장수가 머릿수만 많은 병력을 분산시키는 바람의 오랑캐의 수만 기병에 모조리 쓸렸다고 들었다. 그리고 조총수 위주의 우리 군은…….”
‘횡시(橫屍)가 산야를 덮었다. 피는 흘러 도랑을 이루었다.’
사르후 전투 얘기였다. 이미 알고 있는 얘기였다.
아마 내가 앞에 앉아있는 장본인의 손자보다 더 자세히 알 것이었다.
“패배는 할아버님의 책임이 아니었다. 남은 부하들의 목숨이라도 살리려면 오랑캐에게 항복하는 것이 최선의 수였다. 그러나.”
충신의 눈초리에 순간 살기가 가득해졌다. 숨이 턱 막혀왔다.
“조정의 성리학쟁이들은 감히 천조를 배신했다며 목을 치라 난리였지. 전하의 의지로 삭탈관직 선에서 마무리된 것이 천운이었다.”
“명분이 실리에 앞선다 하면서도 실리를 위해서는 거리낌 없이 명분을 날조하는 자들 아닙니까.”
“그래서 난 성리학자들이 싫다. 쓸데없는 명분에 목숨을 걸고 때로는 그것을 핑계로 삼는 것에 거리낌이 없는 자들이다. 성균관까지 들어와서도 무엇이 그리 좋은지 이해를 아직 못 하겠다.”
고개를 흔드는 충신의 얼굴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그것은 성리학의 탓이 아닙니다. 그것을 사용하는 자들이….”
“안다. 알아! 김좌명! 그렇다면 무엇을 탓하란 말이냐! 명을 내리고 제주로 귀양 가 죽은 폐주를 탓하란 말이냐? 조총수만 이끌고 오랑캐 기병을 쓸어버리지 못한 할아버님의 군재(軍才)를 탓하란 말이냐?”
목소리에 잔뜩 울분이 깔려있었다. 어느새 붉게 충혈된 그의 눈은 부릅떠져 있었다. 그 목소리에 비어있는 술병과 사발들이 쨍 하고 낮게 울렸다.
“됐다. 너희에게 말해 뭐하겠냐. 그냥 정신 나간 선진이 잠시 헛소리한 것이라 생각해라.”
“그래서 과거를 보는 것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성균관에선 홀로 다니신 것이었군요.”
“그래, 아버님 본인은 할아버님의 죄를 속죄한다며 벼슬길에 나아가지 않고 양반의 처지를 잊고 천한 상업에 손을 대셨지만 나만은 그러지 않기를 바라셨다. 그런데 이를 어쩌냐.”
다시 한번 술병이 충신의 입으로 가져가졌다. 꿀꺽, 꿀꺽. 그는 술을 울분 대신 삼키고 있었다.
“나 역시 할아버님을 역적으로 몰고 간 조정에 출사할 뜻은 손톱만큼도 없고 아버님의 상재(商才)는 더 짙게 물려받은 터다. 이 나이에 장안 제일 기루의 물주가 된 것은 그런 맥락이다.”
충신의 경영전략은 탁월했다. 본인이 스스로 최고의 난봉꾼이 되어 유흥가 평가의 기준이 되고 그것을 이용해 자신이 가진 기루의 브랜드 가치를 상승시켰다. 그것도 홀몸으로.
“난봉꾼으로 사신 것은 그것을 위한 것이었습니까.”
“아니, 재미 반, 진지 반이다. 사내로 태어나서 여색을 탐하는 것을 정말로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 네놈들도 방금까지는 이성으로 겨우 누르고 있었겠지만 속은 아니었을 텐데?”
사뭇 진지한 표정을 유지하던 충신의 입꼬리가 살짝 이죽거렸다.
크흠. 뜨끔한 모양인지 좌명이 헛기침을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 역시 부정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내가 숨겼던 이야기는 이게 다다. 자, 이제 어쩔 테냐. 역적의 자손에게 침을 뱉고 이 자리를 뜰 테냐?”
“저와 성근이 어찌 그런 일을 하겠습니까. 저희가 마음에 들었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선진(善進).”
머릿속에 동음이의어 하나가 떠올라 입 밖으로 튀어 나갔다. 별호를 붙여주는 자가 없었던 충신을 위한 선물이었다.
“야, 한수. 너 이제 님 자도 생략하고 막 나가기로 한 거냐? 이 자식이 간이 부었나.”
“이름자를 하도 소중히 숨기신 탓에 이제 선진이라는 호칭이 더 익숙하지 않습니까. 그대로 별호로 삼으십시오. 단, 뜻을 품은 글자는 조금 바꿔 선할 선에 나아갈 진자로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충신의 눈이 마구 흔들리고 있었다. 기쁨과 당황이 반반씩 섞인 것이 눈동자에 드러나 춤을 추는 것이 드러났다.
“너 인마, 남의 별호를 그렇게 함부로…….”
“일정은 제 별호를 단어의 앞뒤를 바꾸어 붙였을 뿐인데도 괜찮지 않습니까. 지금까지 걸어오신 길은 남들과 다를 뿐 틀리지 않았다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를 담았습니다.”
“이 자식…… 입만 살아가지고는…….”
내 앞에 앉은 역적의 자손은 말을 잇지 못했다.
어찌 보면 그야말로 군자 그 자체였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으나 성내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온 충신이었다. 말은 거칠었으나 그의 긍지는 우뚝 서 있었으니, 그런 자에게 바치는 선물이었다.
“벗께서 비밀을 하나 알려주셨으니 제 비밀도 하나 알려드릴까요.”
“뭐? 벗? 한수 너, 이제 순 동급 취급이냐?”
“저와 성근이 나이 차이가 나는 만큼 선진님과 제가 차이 나지 않습니까. 퇴계 선생께서도 고봉 선생과 아비와 아들만큼의 차이가 났음에도 격의 없게 지내셨다 들었습니다. 이제 포기하시지요.”
반박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논리 정연한 좌명의 변이었다. 하긴 이 사회에서 나이 많은 선배라고 다짜고짜 반말을 하는 것이 비정상이긴 했다. 담겨있는 감정이 나쁘지 않아 그냥 넘기고 있었을 뿐.
끄응. 말문이 막힌 충신이었다. 누가 와도 할 말은 없을 것이었다.
“아무튼 무거운 비밀을 알려주셨으니 저도 무겁지만 재미있는 비밀을 하나 알려드리겠습니다.”
“좋아. 들어나 보자. 뭔데?”
“저는 대사간 영감이 암행어사로 나갔을 때 그것을 대리한 적이 있습니다.”
좌명과 충신의 눈길이 동시에 내 얼굴에 꽂혔다.
미친놈 취급하는 눈빛이었다. 하긴, 그걸 누가 믿겠나.
왕이 이미 약점을 꽉 잡고 있으니 이들에게 말하는 정도로는 문제도 되지 않을 것이었다. 그리고 어차피 곧 밝혀야 될 이야기기도 했고.
“거짓으로 들으셔도 상관없습니다. 정말 제 비밀입니다.”
“거짓말도 믿어지게 해야지? 이 미친놈아. 뭐, 됐다. 네 비밀 따위 거짓이어도, 네놈이 미친놈이고 재밌으니 됐다.”
“결국 안 믿으시는 겁니까?”
“술잔이나 받아, 인마. 벗이 된 기념이다.”
충신의 손에 들린 술병에서 술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쏟아지고 있었다.
그 추세로 사발을 계속 들이키다간 신방례 때의 숙취가 찾아올 것이었지만, 쏟아지는 술의 양이 충신의 기쁨과 비례하고 있을 거라 생각하니 거절하기는 싫었다.
어차피 밤은 길었다.
통금 때 돌아다닐 수 있다지만 꼬투리를 남기기도 싫었고.
***
훗날, 대리 어사출두의 증거인 호피 복면과 천둥번개를 뿜는다던 몽둥이를 직접 본 충신은 이렇게 말했다.
“이 미친놈! 조선 땅에 나보다 더 미친놈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 미친놈아!”
※ 작가의 말
조선시대에는 나이차가 심하게 난다고 하더라도 선비 간에는 지켜야 할 예의가 있다고 여겨졌습니다. 퇴계 선생은 여러분들께도 유명한 성리학의 거두 이황이고, 고봉 선생은 그 퇴계와 32살 차이가 났음에도 쿨하게 사단칠정과 관련한 토론을 벌인 기대승을 가리킵니다. 이 토론은 무려 8년이나 이어집니다.
나이뿐만이 아니라 기대승은 갓 벼슬을 단 종9품 말단 관원이었고, 이황은 대사성을 거쳐 공조참판까지 단 차관급 인사로 격의 차이와 나이의 차이가 동시에 공존했음에도 둘의 토론에는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