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호랑이 어사, 조선을 뒤흔들다!-68화 (68/298)

68화. 충신불사이군(忠臣不事二君)

“……폐하의 은덕에 감읍, 또 감읍하오나 그 명을 따를 수는 없습니다.”

“뭣이?”

카간의 눈에서 순간 광채가 사라졌다. 예상도 못한 대답인 듯했다.

“저 미친 고려놈이!”

“정신이 나간 것이 아니냐!”

“카간에 대한 모욕입니다! 목을 베어야 합니다!”

군막을 가득 채우고 있던 청나라 장수들 사이에서 거친 반응이 들불처럼 번져갔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반응은 생각보다 훨씬 격렬했다.

“다들 그 입 닥치라!”

의외였다. 오히려 그 반응을 가라앉혀 준 것은 홍타이지였다.

“이 자의 처분을 결정할 사람은 나다! 입을 가볍게 놀리는 자가 있거든 그자부터 참할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고 일갈을 날린 카간의 눈에서는 다시 불길이 솟고 있었다. 말을 잘못 했다가는 목이 날아갈 상황이었지만 뱉은 말을 주워 담을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내 너를 고작해야 니루 장긴으로 쓰지 않을 것이다. 고려인으로 구성할 잘안의 장긴을 맡기리라. 너라면 금방 공을 세워 구사의 우두머리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삼백인대의 대장이 아니라 그것을 다섯 묶은 부대의 대장으로 쓰겠단 이야기였다. 구사는 한자로 쓰면 기(旗). 강력한 화력 맛을 보았으니 조선인으로 구성된 팔기라도 만들 생각인가.

나중에 한군팔기(漢軍八箕)가 생겼듯이 팔기 내에 고려팔기가 따로 구성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러나 그런 잡생각을 할 때가 아니었다. 카간의 입은 쉬지 않았다.

“저자들을 보아라. 네 능력을 알아보지 못하고 장정 하나 못 쥐어주지 않았느냐.”

“…….”

“맨땅에서 병사를 양성하는 실력도 뛰어나고, 전략을 짜는 것도 훌륭하고, 적이 무심코 뱉은 말에서 중요한 정보를 뽑아내 판단하는 능력까지. 훌륭한 장군의 자질이 아니냐?”

“게다가 이 자는 세 나라의 말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기까지 합니다. 카간.”

“그걸 몰라보는 고려놈들의 눈깔은 전부 들판에서 썩어 나자빠졌단 말이냐? 너를 세자를 가르치는 말직에나 써먹는 고려놈들에게 아직도 충성심이 남아있단 말이냐?”

김 갑사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카간의 말에 감동해 눈물을 줄줄 흘렸을지도 모르겠다. 하, 이번 인생은 무슨 단추를 잘못 끼워서 자꾸 무관으로 엮이는 것인지.

하지만 그가 하는 말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애시당초 심양에 와서 개고생을 한 것도 권력을 얻기 위함이 아니었던가.

“내게 오거라. 내 밑에서 네 능력을 펼치거라. 너는 소국의 문관으로 썩기에는 아까운 재능을 가지고 있다.”

마음이 다시 한 번 크게 흔들렸다.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자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고 하던가. 이렇게 노골적으로 내 능력을 인정해주는 사람은 이 시대에 떨어지고 처음이었으니까.

옆에 선 세자는 더는 보기 어렵다는 듯이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입을 앙다문 채 입술을 잘근잘근 깨무는 세자의 모습이 보기 안쓰러울 정도였다.

그 모습을 보자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날 이 자리로 이끌어준 사람. 나를 먼저 알아봐준 사람은 조선 땅에 이미 있었다.

애초에 권력을 얻고자 했던 것도 그 사람에게 감명 받아 조선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함이었고.

지금 가슴팍에서 고동치는 마패를 쥐어준 어사 나리. 그 사람을 배신할 수는 없다.

남원 땅에서 출사를 결심했던 것도 조선 백성들을 위함이었지 남의 나라에 가서 출세하려던 것이 아니었다.

홍타이지의 손을 잡으면 조선을 더 이상 일순위로 둘 수 없었다. 신경을 쓴다고 해도 한계가 있겠지. 그것이 내가 나랏일을 하며 배운 교훈이었으니까.

“……그 명, 받을 수 없습니다. 폐하.”

카간의 눈이 크게 떠졌다. 거절당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던 눈치였다.

“왜? 무엇 때문이냐? 너도 고려에서 끌려왔던 자들처럼 만고의 충신이라도 되고 싶은 것이냐?”

“예, 폐하. 저는 폐하께서 고려라고 부르시는 땅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그리고 그 땅에서 배운 것 중 하나는, 충신은 두 임금을 섬기지 않는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충을 나에게만 향하면 될 것이다! 제 나라마저 지키지 못하는 암군에게는 향할 가치가 없단 말이다!”

흥분한 카간의 코에서 핏덩이가 터져 나왔다. 요새 건강이 좋지 않은 모양인지 홍타이지는 걸핏하면 코피를 흘리기 일쑤였는데, 이번에도 그 임계점을 넘은 모양이었다.

그러나 붉은 핏물이 인중과 입술을 줄줄 적시고 있었음에도 카간은 나를 향한 시선을 여전히 거두지 않고 있었다. 그의 숱 적은 턱수염 끝에 새빨간 핏방울이 연신 맺혔다 떨어지길 반복했다.

“폐하께서 다이칭 구룬을 위해 일하라 하시면 얼마든지 따르겠습니다. 방금 명하셨듯이 고려인으로 구성된 잘안을 키우라 하시면 명에 따르겠습니다. 허나…….”

“내게 마음까지 숙일 수는 없단 말이냐?”

“제 마음 한 조각만은 고향에 둘 수 있도록 허락해주시옵소서. 그것이 제가 바라는 단 한 가지입니다.”

카간에게 충신불사이군(忠臣不事二君)을 운운했으나 어차피 능양군 따위에게 충성을 맹세했던 적은 없었던 터였다. 그것은 문자를 빌린 핑계에 불과했다.

그러나 나는 조선 사람이었고, 내가 바꾸고 싶은 나라는 청나라가 아니라 조선이었다. 인생 두 개분을 같은 땅에서 보낸 지금, 정체성을 바꾸고 싶은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세자와도 지난 일 년 사이 정이 꽤 들었고.

심양에 머무는 내내 단 반년을 머물렀던 한양 땅이 그리워 향수를 앓을 지경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평생을 남의 나라, 남의 땅에서 살 수 있을 리가. 혈관에 흐르는 김치맨의 피는 시대를 바꾸고 공간을 바꿔도 갈아치울 수 없는 모양이었다.

어차피 카간이 내게 권력을 쥐여주고 고려팔기를 실제로 조직할 생각이라고 해도, 그것은 외인부대에 불과하다. 아쉬운 전장마다 써먹고 언제든지 팽할 수 있는 그런 존재. 전장에서 언제 목숨을 잃어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게다가, 남의 나라에서 이민족으로 살아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왕작까지 받았던 항복한 명의 장수들의 말로도 역사에서 좋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조선 사람은 조선 사람으로 사는 게 맞다. 줄을 갈아타면 지금 홍타이지 옆에서 경악에 찬 얼굴을 보이고 있는 역관 정명수 놈과 같은 부류로 취급받게 될 텐데, 그것 또한 꽤나 거슬리는 일이었다.

“그깟 고향이 무엇이라고! 우리 만주족 안에서 좋은 여자를 내려주마. 아이를 낳고 이 땅에 정을 붙이고 살면 되는 것이다!”

“말씀은 감사하오나 제게는 한양에 두고 온 정혼자가 있습니다. 그 약속 또한 헛되이 버리기 어려운 것입니다.”

“이잇……! 너희 고려놈들 중 마음에 드는 놈들은 전부 충이니 절개를 운운하는구나! 도대체 그것이 무엇이 좋다고!”

얼굴이 시뻘게진 카간이 길길이 날뛰었다. 순간 홍타이지의 손이 허리에 차고 있던 칼에 향하는 것이 보여 식은땀이 뒤통수에 주르르 흘러내렸다. 그러나 그것을 막은 것은 카간의 옆에 앉아있던 도르곤이었다.

“카간, 좋은 날이 아닙니까. 피를 볼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도르곤! 감히 카간인 나의 명에 저렇게 반항하는 자를 가만히 놔두란 말이냐?”

“고려인 부대를 만들라는 명에는 따르겠다고 하지 않습니까. 게다가…….”

카간을 향해 몸을 기울인 도르곤은 재빨리 그의 귓가에 무언가를 속삭였다. 그 말을 들은 카간의 얼굴에서 점점 분기가 사그라들고 있었다.

“……좋다. 도르곤, 네 말에 따르지.”

“감사합니다. 카간.”

카간의 분노는 멎었으나, 그걸 가라앉힌 자가 계속해서 내 쪽을 바라보며 복잡한 웃음을 입가에 띠고 있었다. 무언가 꾸미고 있기라도 한 걸까. 불길한 웃음이었다.

“내 앞에서 불경한 짓거리를 한 죄로 안한수 네놈의 목을 날려도 모자랄 것이나, 도르곤의 청도 있으니 그것만은 면해주기로 했다.”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단, 네놈의 불경죄로 인해 고려에 내리기로 약속한 포상은 반으로 줄일 것이다. 속환해주기로 했던 고려인 절반은 네 목숨값이라 생각하도록.”

그 말까지 맺고 난 카간의 목소리가 급격히 잦아들어 갔다. 코피가 터질 정도로 흥분했으니 힘이 갑자기 달리기라도 한 것일까.

카간의 말문을 받아 이은 것은 옆에 앉아있던 도르곤이었다. 어차피 이 자의 머리에서 나온 계책일 테니 직접 듣는 것이 나으려나.

“상을 전부 감하지 않은 것은 카간의 하해와 같은 은덕이시다. 고려국 자의 안한수는 쿠투러(보조병)까지 합쳐 포수 천오백 규모의 잘안을 양성하여 카간의 은덕에 보답하도록 하라. 포상에서 감해진 고려인 절반이 그 부대로 들어갈 것이다.”

아하. 그래도 내게 뽑아먹을 것은 확실히 뽑아 드시겠다?

이런 상황에서까지 실리를 추구하는 것이, 과연 청을 이 자리까지 올린 자의 판단다웠다.

나도 반쯤은 그것을 믿고 거절했던 것이긴 하다. 실제로 목을 칠 기미가 보였다가는 넙죽 엎드려 명을 받들겠다 했겠지.

카간의 군막 밖이 갑작스레 소란스러워진 것은 그때였다. 잠시 후 웬 전령 하나가 장막을 열고 뛰어 들어왔다. 몸이 온통 흙먼지로 뒤덮인 것이 급한 길을 오래 달려온 듯했다.

“카간! 심양에서 온 급보입니다!”

“무슨 일이냐? 카간이 있는 군막에 함부로 들어오다니!”

“병중이던 부지(夫之)의 상태가 급변!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와중에도 카간을 찾고 있습니다!”

“뭣이?”

부지는 카간의 후궁을 가리키는 말. 홍타이지의 애첩인 보르지기트 씨가 병석에 누워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었다. 그녀가 아들을 낳자마자 바로 황태자로 봉할 정도로 카간의 애정은 각별했다.

그러나 그 황태자는 몸이 약해 돌도 넘기지 못하고 세상을 떴고, 난산으로 허약해져 있던 보르지기트 씨는 마음에도 충격을 받아 몸져누웠다고 했다.

카간이 그녀를 아끼는 마음은 이미 소식을 들은 카간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의 턱이 수염과 함께 덜덜 떨리고 있었다.

“이만 자리를 파한다! 친왕들은 따로 남아라! 군략을 논의해야겠다!”

“옛!”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카간을 대신해 상황을 정리한 것은 도르곤이었다. 그러나 나 역시 정신이 얼떨떨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상황이 너무 급격하게 바뀌고 있었다. 갑자기 뛰어든 전령 덕분에 카간의 마수에서 벗어난 것은 다행이었으나 머릿속이 정리가 되지 않았다.

군막 안에 꽉 차 있던 장수들이 하나둘씩 일어나 장막을 빠져나갔다. 멍하니 있던 나를 세자가 입구로 잡아끌고 나가는 중이었는데, 그런 우리 둘을 막아서는 자가 하나 있었다.

“카간께선 심양으로 되돌아가실 것이다. 어차피 전황도 정리되었으니 이제 더 이상 카간께서 친정할 필요는 없지. 고려국 세자도 함께 돌아가게 될 것이다.”

어느새 카간의 옆을 빠져나와 군막 안에 남아있던 장수들을 밖으로 내몰던 도르곤이었다. 그는 나와 세자를 군막 밖으로 내모는 척 하면서 계속해서 이야기를 잇고 있었다.

어차피 카간이 친정해야 될 이유도 더는 없었다. 명군의 일부만 영원성으로 빠져나갔지 나머지는 분쇄되거나 포위망 안에서 하릴없이 굶어가고 있었으니까.

홍타이지의 건강이 좋지 않아보였으니 도르곤은 이 핑계를 대고 카간을 심양으로 돌려보낼 생각인 건가. 아니면 애첩의 최후라도 지키기 위해 홍타이지 스스로 밤새 말을 달려 심양으로 돌아갈지도.

생각해보니 원 역사대로라면 홍타이지의 생명은 얼마 남지 않았을 터였다. 지금 애첩을 잃고 받은 충격이 수명을 깎은 것일까.

“그걸 제게 말해주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예친왕 전하.”

“너에 대한 이야기를 끝마치기 전에 전령이 뛰어 들어왔으니 그 마무리는 지어야지. 어쩌다 보니 고려 백성들을 전과대로 속환해주겠다는 약속은 어긴 셈이 되었지만, 대신 다른 포상은 삭감하지 않겠다. 그리고…….”

도르곤이 내 귓가에 입술을 바짝 들이댔다. 마치 옆에 있는 세자는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였다.

“도망칠 생각하지 마라. 너는 결국 우리 만주족을 위해 일하게 될 것이다.”

그에게 처음 듣는 말투였다. 귓가에 와닿는 도르곤의 숨소리에 찬 바람이 불고 있었다.

뭐, 일은 해 드리지요. 다만 청나라에 충성할 일은 없을 것이지만.

“도망치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꺾이지도 않을 것입니다. 저는 조선 사람이니까요.”

“당돌한 놈. 그래서 마음에 든 것이긴 하지만 여전히 당돌하구나.”

“군사만 잘 다루시는 줄 알았더니, 저를 향한 포위망도 그렇게 잘 짜실 줄은 몰랐습니다.”

“핫핫. 귀여운 놈 같으니. 방금 카간이 말하길, 네게 내려줄 물건이 하나 더 생겼다고 하더구나. 그것을 잊지 마라.”

그렇게 도르곤은 나와 세자를 군막 밖으로 인도한 후 몸을 돌려 장막 안으로 향했다. 급하게 군막을 정리하느라 챙기지 못한 모자 탓에 머리끝에서 꼬랑지같이 땋은 변발이 연신 흔들리고 있었다.

청나라 놈들이 사람에도 영토에도 재물에도 탐욕스러운 것은 잃어버린 모발 때문일지도.

카간의 제안에 순간 혹했으면서도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가 그 변발이었다. 만주족의 일원이 되면 내 이마 면적을 세 배로 늘려야 할 것이 뻔하지. 죽어도 그 짓은 못한다.

변발만 아니었어도 카간의 제안을 고민하던 시간이 조금 길어졌을지도 모르겠다. 고민의 결과는 아마도 바뀌지 않았겠지만.

허나 도르곤이 던져준 마지막 말은 내게 또 다른 고민을 던져주고 있었다. 카간이 내게 무언가를 더 내려준다니. 관직인가? 아니면 또 다른 임무인가?

세자와 함께 조선군 진영으로 돌아가는 동안에도 이 생각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 작가의 말

1. 잘안 장긴(甲喇章京. 갑라장경)

홍타이지가 제시한 잘안 장긴이란 자리에 대해 감이 잘 오지 않으실 독자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이 직위를 이해하려면 청나라 팔기군의 군제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누르하치의 궐기 이후로, 청군의 가장 기본적인 편제인 니루(牛彔, 우록)는 300명의 갑사 혹은 전사로 이루어진 부대를 가리키게 되었습니다. 그 니루가 다섯 개 모여 잘안(甲喇, 갑라)가 되고, 그 잘안이 다섯 개 모여 구사(旗, 기)가 됩니다.

이 구사, 즉 기가 여덟 개 모여 이루어진 청의 정예병 집단이 팔기군입니다. 청나라는 몽골인, 한인, 조선인 가리지 않고 정예병이라면 모두 그 편제에 소속시켰습니다.

장긴은 그 부대의 지휘관을 가리킵니다. 잘안 장긴은 구사의 사령관 기주(旗主)와 구사의 보조 지휘관인 구사 이 암반(固山昂邦, 고산앙방) 다음 가는 자리입니다. 청나라 군인 서열 50위 안에 들어갑니다.

도르곤을 예로 들면, 그는 당시 청의 예친왕이자 팔기군 중 하나인 정백기의 기주이기도 했습니다. 그 아래에 다섯 개의 잘안이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2. 홍타이지의 로맨스

청태종 아이신기오로 홍타이지와 몽골의 공주 보르지기트 하르졸의 로맨스는 중국사에서 손에 꼽히는 유명한 로맨스입니다. 작중 연출이 아니라 송산 전투 이후 실제로 홍타이지가 취한 행동이기도 하고요.

황제답게 수많은 비빈을 거느린 홍타이지였으나, 그가 평생 진심으로 사랑했던 것은 하르졸 한 명 뿐이었습니다. 청나라 초기를 그린 중국드라마 <보보경심>에서, ‘아이신기오로 남자들은 사랑에 정열적이다.’라는 대사가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 홍타이지의 피를 이어서 그런 것인지, 그의 뒤를 잇는 황제들인 순치제, 강희제, 건륭제, 광서제 역시 역사에 남을 로맨스 일화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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