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호랑이 어사, 조선을 뒤흔들다!-86화 (86/298)

86화. 북경 전투

홍타이지의 명이 떨어진 이후, 청의 제장들은 각자의 부대를 향해 흩어져갔다.

도르곤의 부장이 뒤따라 2군 병력들을 이끌고 온 상태라 합류는 어렵지 않았다. 다만 이번에도 호포대가 배치된 위치는 최전방이었다.

이자성군은 북경성벽에서 멀리 떨어진 벌판에 진을 치고 있었다. 성벽 위를 점령한 아군의 공격에서 멀어지려는 의도인 것 같았다.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이 죄이는 규모였다.

공성 과정에서 꽤나 병력을 소모했을 텐데도 그의 병력은 영혼까지 끌어모은 청군과 오삼계군을 합한 규모보다 훨씬 커 보였다. 이자성을 만나러 갔을 때, 성을 포위하느라 분산되어있던 병력을 보았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오삼계군은 전투 개시를 기다리며 호포대의 바로 우측에서 우익의 말단을 구성하며 대기했다. 황제를 구하기 위해 이자성의 대군을 상대로 사실상 몸을 던져 시간을 끌어야했던 오삼계군이었다.

흰 천을 어깨에 묶어 피아식별의 표식을 삼은 병사들 중 부상 하나 달지 않은 자가 드물었다. 그럼에도 그들의 눈에서 전의가 식지 않은 것은, 아마 내가 살려 보낸 황제가 군중에 있기 때문이겠지.

곧 저 커다란 세력들이 피와 살점을 튀기며 대륙의 운명을 걸고 일전을 벌일 것이다. 지시를 받아 화약과 탄환을 재고 부무장을 점검하는 호포대원들의 얼굴에도 긴장이 가득 차 있었다.

전장을 흐르는 분위기는 물을 잔뜩 채운 풍선마냥 점점 팽팽해져 갔다. 그때, 적진에서 말 한 필이 달려 나왔다. 화려한 복장을 하고 등에 깃발을 꽂은 것을 보니 이자성군에서 전령으로 쓰는 자인 것 같았다.

“은혜도 모르는 오랑캐의 추장 홍타이지는 틈왕 전하의 분노를 전해 들으라!”

전령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에는 시작부터 도발기가 가득했다.

호오, 지금 뒤통수를 맞았다고 따지기라도 하려는 건가? 내가 보기엔 이자성 스스로도 오랑캐라 여기던 청나라쯤은 언제든지 배신할 낌새를 충분히 보였다 생각하는데.

“네놈은 우리와 약조를 하지 않았느냐? 우리는 북경성을 얻고, 너희는 산해관에서 만족하기로 굳은 맹약을 맺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언제 청나라가 산해관에서 만족하기로 약속했어? 날조도 어지간히 해야지.

허나 저렇게 악을 쓰는 이유가 단순히 아군을 긁기 위한 목적은 아닐 것이다. 이자성이 청군에 합류해있는 오삼계군에게 보내는 메시지겠지. 북경성의 뒤통수를 친 것은 저놈들도 똑같다는 메시지.

“오랑캐 놈들의 간악한 술수에 속아 산해관을 내준 자들은 들어라! 저자들은 북경을 취하고 화북의 패권을 잡으면 너희 또한 토사구팽 할 자들이다! 속히 오랑캐의 품을 벗어나 틈왕 전하의 품으로 합류하라!”

씨도 안 먹힐 소리.

적어도 청군은 덜떨어진 한 새끼를 제외하면 성내 약탈은 안 했는데?

오삼계의 생각이 궁금해져 우측의 진영을 돌아보았다. 마침 그 의문에 대답하듯이 듬성듬성한 콧수염을 단 젊은 장수 하나가 오삼계의 진영을 나서는 것이 보였다.

“내가 요동총병관 오삼계다! 반란군의 전령은 내게 할 말이 있느냐?”

“네가 오삼계냐? 틈왕께서는 불리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오랑캐를 막아낸 너와 네 병사들을 높이 평가하고 계신다. 속히 투항해 손을 잡고 오랑캐를 격멸하자! 그러면 틈왕께서 네게 밝은 미래를 약속해 주실 것이다!”

전령의 말을 전해 듣자마자, 삼십을 갓 넘긴 것처럼 보이는 장수의 얼굴이 크게 구겨졌다.

“십팔대조(十八代祖)까지 씹어 먹어도 시원치 않을 반란군 놈의 새끼야!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 다 말인 줄 아느냐!”

“뭐…… 뭐야?”

“산해관을 지키던 나와 내 병사들의 뿌리는 전부 북경에 있다! 내 병사들의 부모를 베고, 아내를 겁간하고, 자식들을 노예로 끌고 가려던 놈들이 뭐가 어쩌고 어째?”

“아니, 그것은!”

“네놈들이 오랑캐라 부르던 자들이 오히려 우리와 우리 가족의 안전을 보장해주었다! 내 당장 네놈들의 머리통을 날려버리고 그 신세를 갚으리라!”

약탈을 금한 것은 정답이었다. 내가 수습한 북경성의 민심은 오삼계와 그의 군사에게까지 닿아 있었다.

그때였다. 주위가 웅성거려 돌아보니 전령 하나가 나를 향해 달려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카간이 위치한 본진에서 급하게 뛰쳐나온 듯했다.

“헉…… 헉! 카간께서 내리신 명입니다!”

“전령? 무슨 일인가?”

“카간께서 말씀하시길, 장긴께서 아군의 효시(嚆矢)가 되라 전하셨습니다!”

효시, 날아가면 소리가 나 신호용으로 쓰는 화살.

잠시 카간의 뜻이 와닿지 않았지만 곧 그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 전장에서 효시라 할 만한 신호는 하나뿐이다.

말에서 내려 등에 메었던 총을 뽑아들었다.

화약과 탄환의 상태를 확인하고 천천히 목표를 향해 조준점을 세웠다.

목표를 향해 한걸음씩 내딛는 발걸음이 천근처럼 묵직하게 느껴졌다. 여전히 목표는 오삼계와 말씨름 중이라 이쪽은 신경도 쓰지 못하는 듯했다.

천천히 몸을 기울여 한쪽 무릎을 꿇었다. 팔꿈치를 무릎에 세우고 반대쪽 팔꿈치는 넓게 벌려 충격에 대비했다.

‘분명 적병을 쉽게 격파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마땅히 힘을 다해 이들을 쳐부수어야만 북경은 온전히 우리의 손아귀에 들어온다.’

‘…….’

‘가라, 다이칭 구룬의 전사들아. 대업을 우리 손으로 이뤄내도록 하라.’

홍타이지가 했던 말이 머릿속을 한껏 메아리치고 있었다.

숨을 참았다. 총부리를 멈추고 곧 부싯돌에서 튈 불꽃을 피해 눈꺼풀을 내렸다.

딱.

쾅!

곧이어 뒤에서 돌격을 알리는 나팔 소리가 길게 여러 번 울렸다. 전장의 공기를 찢은 나팔 소리는 천지도 뒤덮을 것 같은 함성 소리에 금방 묻혀 사라졌다.

***

자신이 없었다. 질 자신이.

얼마 전, 황성만 남기고 북경성을 떨어뜨렸을 때까지만 해도 모든 일은 이자성의 예정대로 굴러가고 있었다. 어젯밤까지만 해도 자금성의 옥좌가 떠올라 괜히 헤벌레하며 잠을 이루지 못했던 이자성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북경성 내부와 외부에 각각 주둔 중이던 병력의 허리를 오삼계란 놈의 병력이 끊었다. 그자의 군세는 시간을 들여 물리쳐낼 수 있었으나, 그 사이 성으로 돌입한 오랑캐 놈들의 군사가 약탈에 눈이 돌아가 있던 아군을 전부 도륙했다.

‘더러운 오랑캐 놈들, 감히 뒤통수를 먼저 쳐?’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력의 규모는 이자성군이 확연히 우세했다.

오삼계의 병력은 허리를 끊는 과정에서 희생을 감수해야 했고, 그 피해를 복구하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터였다. 성 점령에 병력을 나누어야 했던 오랑캐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이자성은 오삼계군이 위치한 적의 우익을 붕괴시키기 위해 관군 출신 정예병들을 좌익에 배치했다. 책사들의 의견 역시 일치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전투가 시작된 지금, 아군 좌익에 무게를 더했음에도 적의 우익은 순순히 뚫리지 않았다. 분명 낙양부터 시작한 북상의 과정에서 추풍낙엽처럼 쓰러져간 명의 관군과는 달랐다.

‘역시 정예병은 다른가?’

오랑캐와 숱하게 다퉈온 병력들이니 그들도 강병인 것은 분명했다. 그러나 이미 전날 전투에서 오삼계군을 겪어본 바, 이 정도의 추가 병력 배치면 곧 적의 우익은 붕괴할 것이라는 게 책사들의 공통적인 의견이었다.

헌데, 오히려 병력을 더한 아군의 좌익이 슬슬 밀리고 있다. 적의 철기는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은 상태라 좌익으로 병력을 더 돌릴 수도 없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냔 말이다! 이 무슨!”

“진정하십시오! 틈왕 전하!”

“진정은 무슨! 저번까지만 해도 견적이 나온 병력이다. 왜 힘을 충분히 더해주었는데도 뚫지 못하냐 이 말이다!”

보병끼리 맞붙는 기세는 문제없이 예상대로였다. 그럼 무엇이 문제인가? 이자성은 필사적으로 전장을 향해 눈알을 굴렸다.

아군의 군세가 무언가 뻑뻑하게 굴러가고 있었다. 병종간의 연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움직임이 어딘가 낯설어 보이기까지 했다. 왜지?

이자성은 그 이유를 잠시 후에야 깨달을 수 있었다. 전방에서 지휘도를 휘두르던 지휘관이 피를 뿜으며 말 아래로 나동그라지는 장면을 목격하고 나서였다.

“이게 어찌 된 일이냐! 거리는 이미 좁혔고, 근방 백보 안에는 조총을 든 자도 없지 않느냐! 대체 어디서 총탄이 날아온단 말이냐?”

“전하……! 저, 저기!”

책사 이엄이 가리킨 손가락 끝에 한 무리의 군세가 보였다. 수만 규모의 군세가 맞붙는 동안 거기서 삼백 보 가량 떨어진 거리에 작은 집단 하나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천 명이 조금 넘을까.

그들의 차림새가 익숙했다. 맨 앞에서 앞장서 총을 겨누고 있는 지휘관 놈의 복장은 더더욱.

“저놈들! 북경성내에 처박혀 있어야 할 저놈들이 여긴 왜!”

성벽 위, 홍이포에 포병이 달라붙으려 하면 순식간에 목숨을 끊어놓던 자들이었다. 이제 그들의 총구는 이자성군의 지휘관들을 향해 있었다.

그 순간, 전장에서 잔뼈가 굵은 이자성의 본능이 외쳤다. 저놈들을 제거하지 못하면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대기 중이던 기병을 출격시켜라! 저놈들을 쓸어버려야 좌익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다! 어서!”

“옛!”

명을 받은 전령이 등을 돌렸을 때였다. 적진에서 벼락같은 나팔 소리가 터져 나오더니 황색과 남색 갑주를 걸친 기병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들이 카간이라 부르는 우두머리의 직속 철기(鐵騎).

각각 정황(正黃), 양황(鑲黃), 정람(正蓝)의 깃발을 치켜든 악마들이었다.

마치 이자성의 방금 내린 전략을 깨부수겠다는 듯이 먼저 아군 진영을 향해 돌격하는 적군의 최정예였다. 이자성은 뒷목에 소름이 오스스 돋는 것을 느꼈다.

“그래, 포, 노획한 포가 남아있다! 포수들은 무엇 하느냐! 어서 포탄을 저 줄무늬 군세를 향해 퍼붓지 않고!”

“전하! 하지만 삼백 보는 멀지 않은 거리입니다! 우리 포수들의 실력이라면 아군에게 포탄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가만히 놔두면 좌익이 붕괴하게 생겼는데 지금 그것이 중요하단 말이냐! 어서 쏘아라! 저놈들을 제거해야 이 전투에서 이길 수 있다! 어서!”

얼마 되지 않아 발사된 포탄은 목표의 근처에 낙하했을 뿐이었다. 다행히 아군을 직격하는 일은 피했으나 책사가 염려하던 대로 포수들의 숙련도가 부족했다.

“더 쏴라! 더! 어서 쏘지 못할까!”

그렇게 두 번째 포격이 시작되었을 무렵이었다.

멀리서 날아온 강풍이 전장을 한 번 휩쓸고 지나갔다. 이자성이 자신도 모르게 바람이 불어온 방향을 쳐다보았을 때, 그의 시야는 온통 누렇게 변해 있었다.

“황사(黃砂)다! 모래먼지가 불어온다!”

순식간에 전장의 하늘은 불어온 먼지바람으로 가득해졌다. 하늘은 칠흑같이 어두워져 지척을 분간하기 어려웠고 눈을 때리는 모래 덕에 병사들은 제대로 눈을 뜨지 못할 지경이었다.

하늘도 나를 버리는가. 이자성은 혀를 씹었다.

“틈왕이시여! 포격을 중지해 주십시오! 이대로라면 화약만 낭비하는 꼴이 되고 맙니다!”

“적은? 적은 여전히 아군을 저격하고 있지 않느냐! 포격을 중지하면 좌익은 전부 죽으란 소리냐?”

“적도 사람입니다, 사람! 이 모래먼지를 뚫고 어찌 삼백 보 앞 아군을 저격하겠습니까? 어서 포격을 중지해주십시오!”

그래, 이 재해는 아군의 시야만 앗아간 것이 아니라 적군의 시야도 앗아갔을 것이다. 약간의 희망을 얻은 이자성은 모래먼지가 잦아들기만을 기도하고 있었다.

황사가 지나가고 시야가 맑아지면, 분명 내 정예병들이 저격수가 빠진 놈들을 격멸하고 홍타이지라는 오랑캐 추장의 본진을 향해 돌진하는 모습이 보일 것이다. 그런 기대를 걸며 이자성은 초조하게 입술을 핥았다.

그가 세울 나라, 대순(大順)의 시작은 여기부터가 될 것이다. 오랑캐를 격멸하고 화북의 주인이 되어 새 왕조를 주창할 것이다.

“……내 꿈은 고작 여기서 끝날 꿈이 아니란 말이다!”

여전히 시야가 흐릿한 하늘을 향해 이자성은 고함을 질렀다. 그에 응답하듯, 북서쪽에서 불어오던 황사바람은 천천히 잦아들기 시작했다.

“전하! 이것은!”

“하늘은 나의 편이다! 봐라! 모래바람이 잦아들고 있지 않느냐!”

하지만 가슴이 부풀어 올랐던 것도 잠시뿐이었다. 황사가 지나가고 맑아진 시야에는 이자성이 기대하지 않았던 풍경만 가득 들어오고 있었다.

그나마 버티던 좌익은 지휘관들을 잃은 탓인지 이제 반쯤 붕괴되어 있었다. 버티지 못하고 흩어져 도주하는 병사들은 어디선가 날아온 탄환을 맞고 픽픽 쓰러져갈 뿐이었다.

“좌익…… 좌익이!!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포수들은 어서 좌익을 지원하라!”

“틈왕이시여! 지금 그것이 우선이 아닙니다! 중군에서 맞붙은 아군 기병이……!”

“뭐야?”

먼지바람 속에서 기병 대 기병의 싸움이 벌어졌을 중앙의 전장이었다. 문득 불길함이 뒷목을 치고 지나가 이자성은 떨리는 마음으로 시야를 중앙으로 돌려야만 했다.

“아군의 기병이 보이지 않습니다! 온통 오랑캐의 깃발뿐입니다!”

책사 이엄이 목이 쉬도록 쇳소리를 내가며 외치고 있었지만 이미 그 내용은 이자성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시 한번 적진에서 긴 나팔 소리가 네 번 연이어 울렸다.

“전하! 전하! 어서 명을 내려주십시오! 적이 돌격해오고 있습니다! 적의 철기는 기수를 돌려 아군의 정면으로!”

“아…… 아아……!!”

“전하!”

방금까지만 해도 적어 보이던 적의 병력이었다. 그러나 이제 이자성의 눈에는 오랑캐의 군대가 온통 대지를 뒤덮은 것처럼 보였다. 괴물처럼 꿀렁이는 적의 군세는 이제 이자성을 삼키기 위해 다가오고 있었다.

“으아아아!! 으아아아아!! 이… 이엄! 어찌하면 좋으냐!”

“아직 병력의 숫자 면에서는 아군이 유리합니다! 아군의 사기만 유지한다면 아직 희망이 있습니다! 어서 명을 내리십시오, 틈왕이시여!”

이자성은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끊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분명 혼란에 빠졌을 것이 분명한 아군을 수습하기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 하는데, 그걸 알면서도 그의 몸은 움직일 줄을 몰랐다.

“전하!”

이엄의 외침에도 이자성은 쉽사리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잠시 후, 사선을 이룬 오랑캐의 군세가 파도가 치듯 이자성의 군대를 향해 밀려들어 오더니, 차례로 격돌했다.

곧이어 피와 살점이 벌판을 수놓았다.

흐르는 피는 개울이 되어 먼지가 내려앉은 대지를 적셨다.

※ 작가의 말

1. 오삼계

중국사에서 한간(漢奸), 그러니까 한족의 배신자로 불리는 인물 중 가장 유명한 자가 오삼계일 것입니다.

원역사에서는 이민족인 청나라에게 산해관을 열어주고 항복한 후, 그들의 수족이 되어 남명의 마지막 숨통까지 끊은 데다, 번왕으로 임명받은 후에는 청의 뒤통수마저 치려했으니 그럴 만한 평가라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앞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산해관에서의 항복은 숭정제의 자결을 접한 후, 이자성의 반란군이 북경을 접수한 후에 일어난 일입니다. 일설로는 오삼계가 사랑하던 첩을 이자성군의 지휘관이 빼앗았다든가, 이자성군에 의해 아버지가 고문당하고 재산을 약탈당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져 내려옵니다.

오삼계가 청에 항복한 시점 또한, 북경을 점령한 이자성군이 명군의 잔당을 소탕하고 산해관을 접수해 청의 진입을 막겠다는 목적으로 먼저 산해관에 쳐들어온 시점이었습니다. 작중에서는 북경성 근방의 벌판에서 이루어졌던 싸움은, 실제 원 역사에서는 산해관 후방에서 일어납니다.

청의 번왕이 되고 일으켰던 반란, 삼번의 난 역시 개국공신이던 명나라 항장들을 강희제가 토사구팽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고 보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저 역시 오삼계 역시 시대에 휩쓸린 인물이라 생각합니다. 이 글에서는 그의 운명이 어찌 될지 궁금하네요.

2. 미세먼지와 황사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이 계절에 저런 것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독자분들도 잘 알고 계시겠지만, 청사고 도르곤 열전에 기록된 산해관 전투 묘사에도 큰 모래폭풍이 불어닥쳐 지척을 구분할 수 없었다는 기록이 적혀 있습니다.

심양일기에도 마찬가지로, 군병과 수레와 말이 너른 벌판에 가득한 와중에, 모래바람이 눈을 가려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적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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