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화. 첫날밤
혼례는 물 흐르듯이 진행되었다. 내가 관직을 내려받고 입궐할 날이 머지않았기에, 매파 할멈은 하루에도 몇 번씩 신랑신부의 집을 왕복해야만 했다.
사주단자와 예물, 폐백이 오가고, 길일을 잡아 신부의 집에서 행해지는 대례(大禮) 날이 정해졌다. 이제 남은 일은 신부를 모시러 가는 일뿐이었다.
“훠이! 물러나시오! 장원급제자 새신랑 나간다오!”
한양 땅에 일가친척이 하나도 없었던 탓에 신랑과 동행하는 상객(上客)과 후행(後行)의 구성은 전부 성 영감에게 맡겨야 했다. 내가 탄 말고삐를 틀어쥐고 길잡이 역할을 맡은 김 갑사는 여태껏 보았던 것 중에 가장 신이 난 모습이었다.
“김 갑사, 그 장원급제 타령, 그쯤 하면 안 되겠는가?”
“어째서입니까요? 나리처럼 본인 사모관대로 초행걸음에 나서는 신랑도 흔하지 않을 터인데, 하물며 나리께서는 얼마 전 과거에서 장원급제하신 분이 아닙니까요? 널리 알려야 마땅한 일입죠.”
“혹시 내가 무과를 포기한 일 때문에 이러는 건 아니겠지?”
“아래위로 삼대의 영광이라는 장원급제자께 어찌 그런 무례를 저지르겠습니까요. 다만 나리의 무재가 썩게 된 일은 소인 홀로 가슴 구석에 묻겠습니다요.”
하, 이마에 손이 절로 올라갔다. 정답을 짚은 모양이니 그의 입을 말릴 수는 없을 것이었다.
김 갑사의 말은 그렇다 치고, 지금 신부집으로 가는 초행길에 깔린 구경꾼은 이상하게도 많아 보였다. 평소에 보던 초행길에 몰려들던 인파의 수준이 아니었다.
그 시선들이 부담스러워 연신 자랑스레 신랑 행차를 외쳐대는 김 갑사의 입을 어떻게든 다물게 하려 노력했으나, 전혀 소용없는 일이었다. 말의 한 걸음 앞을 걷는 성 영감 역시 껄껄 웃고만 있을 뿐이었다.
신부집이 위치한 관훈동에서 북촌이 가까운 것이 다행인가. 가야 하는 길이 멀기라도 했으면 부끄러움에 얼굴이 터졌을지도 모르겠다.
“영감, 김 갑사를 조금 말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제발 힘을 좀 써 주십시오.”
“자네가 울상이 되는 것도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구만. 핫핫. 헌데, 김 갑사의 입을 틀어막는다 해서 아마 구경꾼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일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자네가 틀어박혀 과거 공부로 면벽 수련을 하는 동안 몇 가지 일이 있었지. 자세한 것은 차차 알게 될 것이야.”
알쏭달쏭한 말이었다. 그렇게 성 영감이 던진 말의 의미를 알아내려 골몰하는 동안, 구경꾼들이 소곤거리는 말 몇 토막이 귓가를 파고들었다.
무언가 의미심장한 말들이었다.
“저분이 그분이셔? 훤칠하시기도 하지.”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일로 먼 청나라 땅까지 떠나기 전에 정인에게 꽃갈피처럼 아름다운 맹세를 남기고 가셨다며? 나는 언제 저런 분을 만나려나.”
“청나라 황제 눈에 들어서 황녀가 유혹했는데도 지조가 굳음이 바윗돌 같으셨대. 어쩜 그럴 수 있으시지?”
“금의환향한 후에 장원급제까지 따내고 기다리던 각시를 맞으러 가는 길이라잖아. 각시도 노처녀 스물셋이 되기까지 낭군을 기다렸다는데, 어머, 어머.”
뭐야, 구경꾼들이 왜 내 시시콜콜한 사연을 꿰고 있는 거지?
얼굴에 열이 확 쏠리는 것이 느껴졌다. 어쩐지 평소보다 아낙네들이 많이 보이더니, 그 얘기였나. 몰려드는 시선의 정체를 알아낸 이상, 말 위에서 부끄러움을 견디기 힘들어질 지경이었다.
“영감, 이 무슨……?”
“어느 날인가 유 서리가 흥미로운 잡기(雜記) 하나를 가져다주더구만. 아녀자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것이라던가? 나는 그걸 읽어보았을 뿐, 더 이상은 모르는 일이라네. 핫핫.”
“예?”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누군가가 나와 하연의 사연을 가지고 말 그대로 소설을 써냈단 이야기인가?
누가?
대체 왜?
목적지로 향하는 짧은 시간 동안 퍼즐 조각을 필사적으로 짜 맞춰보았으나 짚이는 구석이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일단 내가 청나라 땅에서 부친 편지를 받은 사람 몇 외에는 알 리가 없는 이야기가 어떻게 퍼졌는지부터 오리무중이었으니.
신부 집 대문 앞에 액운을 태우려 피워놓은 짚불을 뛰어넘고, 나무로 깎은 기러기를 전한 후 사배(四拜)를 행하는 동안에도 머릿속은 온통 뒤죽박죽이었다. 그야 일기장이 만천하에 공개된 것과 동급의 수치 플레이였으니까.
장모님이 치마로 받아든 나무 기러기를 신부가 기거하는 방 앞에 던지는 모습이 보였다. 목안(木雁)이 일어섰으니 첫아들을 낳을 것이라며 기뻐하셨지만, 그 말조차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제 나오시게. 낭군이 아주 애가 타는 모양이야.”
“……헉.”
온통 신상 유출에만 쏠려있던 내 정신이 그 순간 돌아왔다.
붉은 원삼을 입고 화려하게 치장한 하연이 수모의 부축을 받으며 문지방을 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으니까.
그 아름다운 모습에 가슴이 갑작스레 죄어들었다.
막 뱉어내려던 숨 역시 목젖을 넘지 못했다.
그녀의 쪽찐 머리에는 모친에게 물려받았음이 분명한 옥비녀가 하나 꽂혀 있었다. 내가 정표로 받았다가 이번에 폐백과 함께 신부집으로 보냈던 그 물건이었다.
***
정신을 차려보니 새벽이었다. 장지문 너머로 어둠이 물러가려는 기미가 보였다.
무심코 습관처럼 앞을 더듬다 품 안에서 느껴진 온기에, 이젠 총각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부자리가 깔린 장소는 신방으로 꾸며진 하연의 방이었다. 그녀를 처음 만났던 날과 달라진 것은 별로 없는 듯했다.
자장가처럼 잠든 이의 가벼운 숨소리가 들려왔다.
잠든 모습조차도 그녀다웠으나, 하연의 가녀린 몸에는 어제 겪은 일들마저 버거웠는지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뭐, 사실 부부의 예를 완전히 맺은 것은 아니지만.’
원래 첫날밤의 로맨스 따위는 없고 피로 탓에 뻗어서 잠만 잤다는 등, 갓 결혼한 선배들이 첫날밤에 대한 환상을 깨 준다며 해준 이야기는 진실이었다.
혼례는 이제 절반이 지난 것에 불과하건만 긴장 탓인지 체력 소모가 여간 많은 것이 아니었다.
대례상 앞에서 수모의 부축을 받아 신랑신부가 맞절을 올리던 때쯤엔, 하연의 얼굴에서 핏기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사모관대에 익숙하고 매일같이 말을 타던 나야 버틸 만했지. 무거운 예복에 눌린 채 혼례를 치러야 했던 하연은 견디기 어려운 일이었음이 분명했다. 가뜩이나 몸도 연약한 사람이었다.
“그래도…… 잠든 모습마저도 참 고우십니다.”
삼베 수건을 꺼내 하연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조심스럽게 훔쳐냈다. 얇은 속곳에 언뜻 비치는 살결이 고왔으나 이를 악물고 참았다.
그 무거운 복장에, 담벼락에 빼곡하게 붙어 구경하던 사람들의 시선까지 견뎌내야 했으니 오죽 고되었을까. 그 탓인지 대례를 마치고 신방으로 들어오는 하연의 걸음은 위태롭게 휘청거리고 있었다. 행여나 쓰러지지는 않을까 걱정을 할 정도로.
그런 상황이니 첫날밤이고 뭐고 머릿속에 남아있을 리가 없었다. 하연을 괴롭히던 무게들을 벗겨내고 푹 쉬게 하는 수밖에.
“음…… 으음…….”
다른 생각을 하다 땀을 닦아내던 손길이 거칠어지기라도 한 걸까. 새근거리며 잠들어있던 하연의 콧잔등이 찡그려졌다.
내 손길에 잠을 방해받은 것일까, 잠시 뒤척이던 그녀가 이윽고 천천히 눈꺼풀을 올렸다.
“제가…… 잠들었었나요?”
“혼이 나간 것처럼 잠드셨었습니다. 첫닭은 아직 울지 않았으니 눈을 더 붙이시지요.”
땀에 젖어 이마에 붙은 그녀의 머리칼을 천천히 쓸어 올렸다. 내 손길을 느낀 모양인지, 아니면 내게 안긴 채 잠들었단 사실을 깨달은 것인지 가슴에 와닿은 하연의 얼굴에서 열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부끄럽습니다, 나리. 저를 정말로 재우고 싶으시거든 껴안은 팔부터 풀어주시어요.”
“이 팔을 풀어주면 그대가 또다시 나를 속이고 사라지려 할까 두렵습니다. 잠시만 이대로 있어 주십시오.”
“아이, 나리도 참…….”
“나리라는 호칭도 그렇습니다. 이제 부부의 연을 맺었으니 조금 더 어울리는 호칭으로 불러주셨으면 합니다.”
“무엇이 좋을까요. 그럼, 당신?”
그리도 부끄러운지, 낯간지러운 단어를 뱉어낸 하연이 얼굴로 내 가슴팍을 부비적거렸다. 숫제 달군 돌 하나를 품은 것마냥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크흠, 크흠!”
“후후, 서방님. 두근거리는 소리가 방 밖까지 들리겠어요.”
“부인, 서방이란 단어가 제 건강에 더 위험한 것 같습니다. 그냥 당신이라고 불러주시지요.”
“정말 못 말리시는 분을 지아비로 삼은 것 같네요. 그 사실이 너무나 행복하지만요.”
위로 치솟은 입꼬리가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렇게 좋은 것, 진작 할 것을.
내 사람을 안고 있기만 해도 시간이 빨리 흘러간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하연의 체온을 느끼던 사이 어느새 장지문 너머가 부옇게 밝아오고 있었으니까.
“이렇게 안겨 있으니 당신을 처음 만났던 날이 생각나네요. 기억하세요? 오라비와 술잔을 나누다 저희 집에 업혀오셨던 날 말이에요.”
“그대가 제 옷을 갈아입혔던 그 날 말입니까. 그때도 이 자리에 누워있었던가요.”
“사실 그날 말씀드렸던 게 전부가 아니었어요. 못된 분 같으니라구.”
가볍게 가슴팍을 꼬집은 하연이 눈을 흘겼다. 이 사람, 분명 엉덩이를 보면 꼬리가 몇 개는 나 있을 것이 분명하다.
“전부가 아니라니, 제가 술김에 사고라도 쳤었습니까?”
“규방처녀에게 참으로 몹쓸 짓을 저지르셨지요. 당신 말고는 시집 못 갈 몸으로 만드셔 놓고는…….”
“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부인.”
“당신, 다른 여자 앞에서 약주를 삼가시는 게 좋을 거예요. 상태를 살피려 다가간 저를 그대로 잠결에 끌어 안으셨다구요. 힘은 또 어찌나 세시던지.”
“끌어안았다니, 제가 말입니까?”
아, 그제서야 머릿속을 비집고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우리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던 시절, 멀쩡하게 대화를 나누던 하연이 갑작스레 얼굴을 붉히고 입을 다물었던 적이 있었다.
‘소녀를 밀어내시려거든 진작에 그러셨어야 했습니다. 서찰도 신경 써서 교환하시고, 그날 새벽에는 그렇게까지 하셔놓으시고는…….’
‘소저, 그것은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날 새벽이라니요?’
‘앗…… 그……그게…….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래! 옷을 갈아입혀드렸던 그 일 이야기입니다!’
항상 단아함을 잃지 않던 그녀가 당황해하던 모습은 정말로 희귀했기에, 그래서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있던 대화였다.
그래서 그날 새벽에?
나도 모르게 머리를 감싸 쥐었다. 시집도 안 간 처녀를 이부자리에서 끌어안다니, 사고를 쳤다는 사실을 부정하려야 부정할 수 없었다.
“무엇을 그리 괴로워하세요. 오히려 그 일 덕분에 당신께 마음을 빼앗겼는걸요.”
“아무리 의식이 끊긴 도중이었다 하나 선비 된 자로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그대가 그런 일에…….”
“어머. 서방님,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시면서도 저지른 일에는 책임을 지는 것이 도리라며 향기로운 말씀을 남기신 것은 어디 사는 누구시랍니까?”
“아…….”
“이제 좀 기억이 나세요? 보통 이런 고백은 사내가 제 아낙에게 하는 말이라던데, 지아비가 이리 시원치 않으니 소첩은 앞으로의 일이 걱정된답니다.”
발그레한 뺨에 손을 얹은 채 과장된 한숨을 흘리는 하연의 모습이 눈부셨다. 아마 내 얼굴은 지금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으리라.
그런 내 모습을 보는 하연의 입꼬리는 기분 좋게 휘어져 있었다. 그 모습조차 사랑스럽기 이를 데가 없었다. 이윽고 그녀의 손이 뻗어 나와 내 볼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깨어계실 적에는 그리 늠름하고 대장부 같으시던 분이, 잠들어계실 적에는 마치 어미를 잃은 아이처럼 조용히 눈물을 흘리며 저를 놓아주시지 않았지요. 그 모습에 어찌 흔들리지 않는 여인이 있겠습니까.”
“제가…… 그랬습니까, 부인?”
“친족도 모두 잃고 홀몸으로 한양에서 수학 중이시단 이야기는 오라비에게 이미 들었었으니까요. 그 빈자리를 제가 채워드리고 싶단 발칙한 생각이 들었었지요. 그 꿈이 이뤄졌네요, 이제.”
조선에 떨어지고 단기간에 적응했다 생각했었다. 하지만 다시 돌아가지 못할 시대에 대한 그리움이 술에 취한 무의식중에 뛰쳐나온 모양이었다. 그걸 발견한 사람이 하연이어서 정말로 천만다행이었다.
내 뺨에 닿아있던 하연의 손에 천천히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 손에 몸을 맡기니, 어느새 내 얼굴은 부드럽고 포근한 것으로 감싸졌다. 그녀의 따스한 체온과 아스라이 전해지는 심장 박동 탓에 눈이 저절로 감겼다.
“나 역시, 나 역시 그랬습니다. 정신을 차린 낯선 곳에서 처음 접한 여인이 선녀처럼 느껴졌지요. 애써 떨쳐내고 집으로 돌아간 후에도 그대의 목소리가 온통 머릿속을 울렸습니다.”
“당신…….”
“심양에서 힘든 일이 있을 때면 옷깃에 수놓은 나비를 쓰다듬었습니다. 더 견디기 어려운 일이 생기면 그대가 내게 건네준 비녀를 꺼내 보았지요.”
“……저 역시 당신이 남겨준 연적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이 일과였어요.”
“내 옆에서 살아 숨 쉬어줘서 고맙습니다, 부인. 그대의 풀어 내린 머리카락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사내란 사실에 감사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고생하지 맙시다, 우리.”
희미한 웃음을 남긴 하연이 나를 더 꼭 끌어안았다. 그녀의 몸에서 풍기는 향기가 나를 감싸자, 그 향에 취해 몸이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다.
“그래도 고생이 없진 않을 거예요. 당신은 이제 이 나라 조정의 중추가 되셔야 할 분이고, 저는 그런 분을 내조할 당신의 지어미니까요.”
“너무 무리는 하지 마십시오, 부인. 당신 몸이 상하는 것보다 내 마음이 더 상할 테니.”
“그래도 당신께서 선비 된 도리를 지키셨듯 저 또한 지어미 된 도리를 지켜야 하지 않겠어요? 오늘 아버님과 나누신 대화를 들어보니 조정 일 외에도 맡은 일이 많으신 모양인데, 그 짐, 저도 나눠 들 수 있게 허락해주세요.”
대례 도중 김육과 잠시 나눈 이야기가 전부였지만 앞으로 고생길이 훤해 보이긴 했다.
내가 없는 사이 좌명과 김육이 벌여놓은 교육과 인쇄업부터 시작해서, 심양에서 데려와 정착시킨 속환인들과 청에 남길 거부하고 나를 따라온 호포대 인원들까지.
거기에 현재 조정 역시 호락호락한 상황이 아니었다. 현직 관리로 장원에 올랐으니 네 품계를 오르는 것은 확정이었고, 그 정도 품계를 받고 당파에 끼어드는 이상 조정에서 일어날 정쟁을 피할 도리가 없었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지도.
심양에서 열심히 세자에 대한 보고서를 꾸며 올린 덕에 능양군의 신임이 무너지지 않은 것이 그나마 천만다행이었다.
“멋지게 말을 하시자마자 한숨을 쉬신 거예요? 당신도 참.”
“염치없지만 부인이 나를 많이 도와주셔야 할 겝니다. 부탁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당연한걸요. 관리의 아내가 된 이상, 각오해야 하는 일이잖아요? 그리고 당신처럼 아낙네도 귀하게 여기는 분이 하는 부탁, 어찌 들어드리지 않을 수 있겠어요.”
“다시 한번 당부하지만 부인의 몸이 우선입니다. 잊지 마세요.”
“우리 낭군님은 언제나 제 걱정이시라니까. 후후.”
지금 눈이 감기는 이유는 혼례로 인해 쌓인 피로 때문일까, 아니면 이 사람에게서 나긋나긋하게 풍겨오는 향기 때문일까.
그렇게 멀어진 정신은 해가 중천에 뜨고 나서야 찾을 수 있었다. 이렇게 깊이 잠들어 본 기억이 몇 없을 정도로 달콤한 휴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