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화. 하나에 셋을 더하다
소란을 듣고 방으로 뛰어 들어온 행수기생의 손에는 지시했던 대로 굵은 밧줄이 들려 있었다. 그것을 받아 두 쓰레기를 꽁꽁 묶는 충신의 입에서는 차갑디차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서자라서 어렵다. 상업이 천대받아서 어렵다. 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이라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남 탓만 하는 새끼는 딱 질색이다. 내가 다시는 핑계를 대지 못하는 몸으로 만들어 주지.”
“네, 네가 뭘 알아! 양반의 몸으로 태어나 잘 먹고 잘 살기만 한 놈이 뭘 안다고 그래?”
“뭘 아냐고? 이 새끼야. 역적의 자손 정도면 네놈을 훈계할 자격이 되냐?”
“뭐, 역적?”
“건방진 새끼가. 네놈 때문에 멀쩡한 상인들이 똥물을 뒤집어쓸 뻔한 생각만 하면 속이 뒤집힌다. 이 새끼들, 끌고 가라. 내 직접 손을 볼 것이다.”
우리를 급습했던 왈패까지 갱생시킨 것을 보면 도대체 그동안 충신의 창고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인지.
앞으로 허생과 그의 부하들에게 가해질 비극에 묵념을.
그나저나 내 지시로 옆에서 조용히 허생의 궤변을 참아야 했던 탓인지, 충신은 이놈에게 쌓인 것이 여간 많은 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조그만 반항이라도 할 때마다 한 방씩 급소에 주먹을 꽂아 넣고 있었다.
어찌 보면 허생보다 더한 처지였으나 바닥부터 기어 올라온 충신에게 이놈의 남 탓은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 마음이 이해가 갔다.
“사…… 살려줘! 읍읍!”
“잠깐!”
어느새 들이닥친 충신의 수하들에게 끌려가던 허생을 막아 세웠다. 재갈이 물려진 채 몸부림을 치던 놈에게서 마지막 희망이 가득 담긴 시선이 날아왔다.
“착각하지 마시게. 자네를 살려주려는 건 아니니까.”
“읍…… 읍읍!”
“자네의 궤변이 내 귀를 무수히 더럽혀 놓았지만, 딱 하나 귀담아들을 말이 하나 있더군. 무엇인지 아는가?”
“읍읍! 읍읍읍읍읍!”
소매에서 접선을 꺼냈다. 그리고 천천히, 부채 끝으로 불쾌한 것을 다루듯 놈의 턱을 어루만지다 목젖을 찔러 들어갔다.
서늘하겠지. 만일을 대비해 쇠붙이를 덧댄 철선(鐵扇)이니까.
허생의 목구멍에서 숨 막히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현재 나라 사정에 대해 자네가 불평한 것들은 마음속에 새겨 두겠네. 서자 차별, 상업 천시. 아주 틀린 말들은 아니었으니까.”
“읍읍읍!”
“자네의 일생을 마음 깊이 동정하네. 하지만 저지른 일에 대한 응보는 받는 것이 세상의 도리가 아니겠는가. 자네도 글줄 좀 읽었으니 그 정도는 알고 있겠지?”
“읍읍!”
“잘 가게. 다만 앞으로 나랏일을 하며 늘 자네의 낯짝을 떠올리겠네. 허생, 자네 같은 자가 다신 나오지 않도록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주지. 영광으로 여기도록 하게. 그리고…….”
말을 마치자마자 부채로 놈의 뺨을 찰싹 갈겼다. 뒤이어 날아간 내 발길질에, 방심하던 놈의 몸이 붕 떠서 허공을 갈랐다.
콰당탕.
방 밖으로 날아간 허생은 정신을 놓은 듯했다. 충신의 수하 하나가 축 늘어져 거품을 뿜는 놈을 들어올려 어깨에 실었다.
“지금까지 한 말은 홍문관 교리 안한수로 한 이야기이고, 인간 안한수가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하지. 내 아내로 선 넘지 마라, 개 같은 새끼야.”
***
놈을 검거할 수 있었던 것은 반쯤은 윤휴의 제보 덕분이었다. 남인인 양천 허씨 집안에 세상에 불만을 품고 행적을 감춘 서자가 한 명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놈의 뒤를 추적할 수 있었다.
마침 곶감을 찾아 한창 허탕을 쳤던 날, 충신의 분풀이를 대신 받고 안성으로 쫓겨 갔던 행수가 운 좋게 허생의 소문을 모아다 주기도 했고.
“……그렇게 모인 정보들을 종합해 제 벗의 기루에 덫을 놓았습니다. 고쳐 쓸 여지가 있는 자였다면 상황을 조금 더 두고 보려 했으나, 그럴 필요가 없었습니다. 처분은 여기 강 진사에게 일임했고요.”
“그렇군. 네 말을 들으니 어깨가 더 무거워지는 기분이로구나. 이번 매점매석 일로 허생이란 자만을 탓하기에는 마음에 걸리는 것이 많다. 그렇다고 현실을 두고 볼 생각은 아니다만.”
“허생의 주장에 조금만 더 대의명분이 실려 있었더라면, 그 자리에서 제 입을 열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저하께 이런 고언을 드리는 것입니다.”
앞에서 꺼낸 독점금지법 이야기를 세자 역시 이해하긴 했으나, 앞으로 상업이 흥성하더라도 신경 쓸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라는 사실이 그에게 부담을 주는 모양이었다.
그렇다고 세자의 의지가 꺾인 것은 아니었다.
세자 역시 심양을 겪으며 성장해 있었다.
“허생은 세상에 불만을 가진 무뢰배가 분명하오나, 그와 같은 자가 생겨난 원인은 쓴 약으로 받아들이셔야 합니다, 저하. 앞으로 위정자의 입장에서 고쳐나가야 할 현실이니까요.”
“알고 있다. 고작 한 명의 손에 성균관에까지 물건이 돌지 못하게 될 줄이야. 다만, 아버님과 작금의 조정에 회의가 드는 건 어쩔 수 없구나. 이런 민생조차 해결하지 못하면서…….”
세자가 말꼬리를 흐린 부분을 나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동궁에서 숨을 죽이고 있다지만 세자 역시 답답할 것이었다.
청에서 식견이 트이고 내 영향까지 받은 세자는 이제 완전히 개혁군주의 소질을 보이고 있었다. 지금의 모습이 변하지 않는다면 세자는 성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참, 강 진사, 안 교리의 말에 한 치 틀림이 없겠지?”
“제 벗이 허생이란 자를 제거하기로 마음먹은 계기가 보고 드린 바와는 조금 다르기는 하나, 큰 문제는 없나이다. 처분이 끝나는 대로 저하께는 따로 전말을 올리겠사옵니다.”
“좋다. 내 심양에 너희 둘을 데려간 것이 인생 제일의 행운이었던 것 같구나. 다시 한번 실감하였다.”
“소첩의 생각도 같습니다. 이 둘은 앞으로 저하의 나라를 지탱할 주춧돌이 되어 줄 것입니다. 감축드립니다.”
천천히 보고서에 눈을 고정한 채 구두 브리핑을 듣던 세자가 굳은 얼굴을 풀고 한숨을 내쉬었다. 언제부턴가 세자와 회동 자리마다 동석하는 강빈 역시 흐뭇하게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참, 강 진사. 이야기가 나온 김에 말인데, 관직에 올라 나랏일을 맡을 생각은 없나? 자네 상단도 꽤나 규모가 커지고 체계가 잡혔다 들었는데, 이제 나를 위해서 본격적으로 일을 해 줬으면 하는데.”
“나랏일 말씀이나이까…… 감사한 제안이오나 훗날의 일이면 몰라도 소생은 지금 일에 더 집중하고 싶사옵니다. 지금 하는 일도 어쨌건 저하를 위한 일이 아니겠나이까?”
“하하, 그럴 줄 알았다. 허나 이 제안은 나의 뜻만은 아니니라. 호조에서 자네의 능력에 대해 냄새를 맡았거든.”
생애 처음으로 입궐한 탓인지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던 충신이었다. 아마 할아버지라도 떠올린 탓에 심사가 복잡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세자에게서 호조라는 말을 듣자 충신의 눈빛이 묘하게 바뀌었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 중인지 알 것 같았다.
“호조…… 참으로 탐이 나는 자리이긴 하나, 아직 서류를 다루는 일보다는 현장을 누비고 싶사옵니다. 아직 청을 오가며 할 일이 많이 남았을뿐더러, 이제 왜국에까지 신경을 써야 할 테니까요.”
“이번에 네 수하로 들어온 변승업이라는 자의 이야기냐. 일본과의 교역 역시 앞으로 우리가 펴야 할 일에 필수 불가결하다. 잘 해낼 것이라 믿는다, 단.”
“말씀하시옵소서, 저하.”
“너를 점찍은 호판은 꽤나 끈질긴 사람이다. 그 집안 내력만 봐도 알고 있겠지?”
세자가 씨익 웃으며 나를 바라봤다. 아니, 저하, 왜 절 바라보시는 거죠?
충신 역시 세자의 시선을 따라가 나를 바라보더니 씨익 웃음 지었다.
이래서 연예인이 피곤한 거구나. 사생활의 자유가 없어.
“후후, 무산되었던 정책도 결국 관철해낸 분이니 쉬운 상대는 아니겠군요. 제 벗의 체면도 생각해야겠고요. 명심하겠나이다.”
“좋다. 기반을 튼튼히 다져놓고 조정으로 들어오거라. 너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니 내 기다릴 수 있노라. 그리고 김 박사.”
“예, 저하.”
충신의 옆에 꿇어앉아 있던 좌명이 얌전히 고개를 숙였다. 나와 충신이 심양에서 날뛰던 시절 한양에 남아있던 좌명은 세자를 직접 보는 일이 이번이 처음이었다.
“내 너를 호판의 아들이 아닌 성균관 박사 김좌명으로 이 자리에 부른 이유가 있다. 김 박사도 짐작하고 있을 터.”
“제가 성근을 통해 올린 제언 때문이옵니까.”
“바로 그렇다. 청풍 김씨 집안에서 가업으로 운영 중인 인쇄업이 지금도 큰 도움이 되고 있는데, 네 발상이 실제가 된다면 거기서 오는 이득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그리 추켜올리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나이다. 이미 선대왕 시절 조보와 관련한 일화를 참고해 고언을 올렸을 뿐인데, 저하께서 뜻깊게 봐주신 덕이겠지요.”
조보(朝報). 요즘으로 치면 조정에서 발행하는 기관지나 관보 정도라 보면 될까.
나라의 주요 정책과 발령 현황 등을 신문 형태로 만들어 배포하는 것이었는데, 좌명은 이쪽에 흥미를 가진 모양이었다. 곶감 일로 찾아갔을 때, 성균관에서 조물락거리던 종이의 정체가 그것이었다.
“네 말대로 조보를 목판으로 인쇄해 민간에 유통하려 시도하다가 무산된 건이 실록에 적혀있더구나. 당시에는 기밀을 유출했다는 이유로 처벌받은 것이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렷다?”
“물론이나이다, 저하. 선대왕 시절에는 관과 상관없는 자들이 운영하여 그런 문제가 생길 수 있겠으나, 이번에는…….”
“너와 호판, 둘 다 조정의 녹을 먹는 자이니, 그런 실수는 벌어지지 않겠지. 지금 찍어 배포하는 소설로는 한계가 있다 생각한 것이냐.”
좌명의 시선도 내 쪽을 향했다. 놈의 붉은 입술이 묘하게 비틀렸다.
뭔가 불길하다.
“그럴 리가 있나이까. 아직도 써 내려갈 수 있는 소재는 많을뿐더러, 장안 제일의 글솜씨 역시 저희에게 있지요. 그 솜씨는 세자빈마마께서도 보증하신 터.”
“그렇다면 네 명명대로 신보(新報)라고 부를 소식지를 찍어내려 하는 이유는 무엇이냐.”
“이번에 겪은 여러 일에서 민심의 중요함을 깨달은바, 일단은 조금 더 직접적으로 백성들에게 조정의 뜻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부가적인 이유로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단 말이냐?”
“지금 세책점에서 책을 빌려주는 형태로 소설의 수익을 내고 있는데, 더한 방법이 떠올랐기 때문이나이다.”
아, 그 이야기인가. 언젠가 요안이 녀석이 투덜거린 말이라며 하연이 내게 전해준 이야기가 떠올랐다. 요안이 녀석의 글 솜씨가 얼마나 좋은 것인지, 한양에 그 소설에 푹 빠진 애독자들이 여럿 생긴 모양이었다.
‘어이, 주인장! 문 열어! 책값은 얼마든지 있다고 하지 않았나!’
‘다음 편, 다음 편은 어디 있나! 백 권쯤 준비해 오지 못하나!’
‘오늘 신간이 나왔으니 이번 달은 아홉 권만 더 내시면 되겠군요. 다음 달에는 열아홉 권이 나올 것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한편, 책을 빌려주다 보니 여백에 낙서가 남아 돌아오는 일도 부지기수였는데, 그것 또한 골치라고 했다. 악플러는 이 시기에도 존재하는 모양이었다.
「이 책 주인 보소. 이 책에 낙서가 많으니 다시 보수하여 세를 놓아 먹거라.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네 어미를…….」
「들인 세에 비해 내용이 없구나. 등서(謄書)하고 각판(刻板)한 놈이 줄인 것이냐, 붓 든 놈이 글을 부풀린 것이냐. 네놈들의 죄를…….」
「이게 말이나 되는 이야기요. 이런 글을 재미있다고 보는 자들은 세낼 돈으로 의원에 가서 약을 달여 먹는 것이…….」
이런 고충도 문제고, 책의 수요를 예측하기 어렵고 생산도 느리니 세책점을 운영하는데 애로사항이 꽃피는 모양이었다.
이런저런 하소연을 세자에게 늘어놓던 좌명은 말을 계속해서 이어 나갔다.
“세책점 사업은 별개로 하고, 신보 한 면에도 조그맣게 이야기를 실어볼까 하나이다. 처음에는 짧은 이야기를 적겠지만, 반응이 좋으면 긴 이야기도 실을 수 있겠지요.”
“확실히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파는 형태를 취하니, 빌려 간 자가 책을 망가뜨리는 일은 줄겠구나. 헌데 그러면 이야기를 즐기는 자들이 더 감질이 나 몸이 달아할 것이 아니냐?”
“바로 그것이나이다, 저하. 그렇게 되면 어떻게든 신보를 구해 읽으려는 사람들이 늘 것이고, 자연스럽게 옆에 실려 있는 조정의 이야기에도 눈이 가게 마련이겠지요.”
소설을 미끼 상품이자 끼워 팔기로 이용하시겠다? 좌명이 현대에 태어났으면 마케팅개론 수업의 학점을 꽤나 잘 받았을 것이 분명했다. 역시 녀석도 아버지 김육의 피를 짙게 이어받았는가.
나중에는 조보에 실린 소식 이상을 실을 것이라며 원대한 포부를 밝히는 좌명이었다. 이번 허생 사태 같은 일이 발생하면 포상금을 걸고 제보를 받거나, 아예 권장소비자가격을 조정에서 공시할 수도 있다는 발상도 덧붙였다.
“게다가 지금 홍문관을 제외한 조정의 언로를 산림이 장악하고 있는데, 신보가 퍼지기 시작하면 저희에게도 새로운 대간이 생기는 것과 다름이 없을 것이옵니다. 민심의 총의는 어떤 위정자든 무시하지 못하는 법이 아니겠나이까.”
“아주 훌륭한 발상이다. 헌데 그토록 복잡한 일을 김 박사 혼자 감당할 수 있겠나?”
“저하께서 심양에 계시는 동안 키워놓은 인재들이 이번 일에 도움이 될 것이나이다. 성근 학당의 사람들 이야기이옵니다.”
윽. 또 나왔다. 그놈의 이름.
“안 교리의 첫째 제자와 이번에 그가 데려온 윤휴라는 자는 소인이 판단하기에 꽤 쓸 만한 인재이나이다. 문재(文才)가 보이는 학생들에게도 언젠가 일을 맡길 수 있겠지요.”
“호오, 그래?”
“혹여나 부족하면 소인의 아우인 우명에게도 이 일을 돕게 할 생각이니 운영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본디 글짓기란 선비의 필수 소양이 아니겠나이까.”
“생각보다 세세한 계획을 세웠구나, 김 박사.”
“소인은 그동안 성균관에서 인재 발굴과 안 교리가 신경 쓰기 어려울 반촌의 관리에 전력을 다할까 하옵니다. 저하의 치세를 위해 이 제안을 받아들여주시옵소서.”
글렀다. 나는 기회가 되면 저놈의 학당에서 간판을 떼버릴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되면 그 일은 물 건너갔을지도.
그나저나 과거공부 따로 시키면서 저런 일까지 가능하려나? 박사 직함을 달더니 좌명은 대학원에서 사람을 갈듯 학생들을 부리는 일에 눈을 뜬 모양이었다. 하긴, 나 없는 사이 성 영감에게 시달렸으니 당연한가.
“좋다. 너도 내 측근으로 발탁하기 충분한 능력을 가진 듯하구나. 김좌명 너 또한 내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다. 부디 너희 셋, 한데 모여 내 보물이 되어다오.”
“망극하옵나이다, 저하.”
몸을 일으킨 세자가 손을 뻗어 좌명의 어깨를 두드렸다. 아마 세자의 머릿속에서는 우리 삼인방을 축으로 한 차세대 조정이 설계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때였다. 조용히 흐뭇하게 이 자리를 지켜보고 있던 세자빈이 대화에 끼어든 것은.
“저하의 결단을 방해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김 박사의 계획이 성취되려면 빨리 재능 있는 작자(作者)를 찾으셔야 할 것입니다. 제 계획에도 그 아이의 재능이 필요하거든요.”
※ 작가의 말
1. 조보
조보(朝報)라는 이름은 익숙하지 않으시겠지만 대신 기별이란 말은 익숙하실 겁니다. 네, 간에 기별도 안 간다는 속담의 그 기별입니다. 본래는 조보를 가리키는 다른 말이었던 단어가, 전반적인 소식까지 가리키는 단어로 의미의 확장이 일어난 경우입니다.
보통 조보에는 임금의 전교, 관료들의 건의와 답변, 임금이 관민들에게 보내는 윤음, 조정의 인사공고, 기이한 자연현상들, 지방에서 올리는 보고서 등이 실렸습니다. 이것들을 승정원에서 정리해 소식지 형태로 배포한 것이지요.
1578년 선조 치세에 조보를 민간에 풀었던 적이 딱 한 번 있었긴 하나, 정보가 지나치게 흘러나가는 부작용이 발생해 관련자 전원이 유배에 처해진 적이 있었습니다. 좌명이 언급한 사건은 이 일을 가리킵니다.
2. 세책점과 악플러
작중에 적은 악플은 실제로 조선시대 세책에 기록되었던 낙서들입니다. 이민희씨가 지은 <조선의 베스트셀러>라는 책에서 발췌한 것인데, 선을 넘은 욕설은 적당히 검열했습니다. 그 시절에도 부모 욕이 제일의 모욕으로 통하던 것 같더군요.
반대 사례인 선플은 독자분들이 달아주신 댓글 중에 적당한 것들을 모아 재구성해봤습니다. 늘 재밌게 읽었다, 연참을 해 달라, 비축분을 달라, 짧게 느껴진다며 저를 다독여주시는 댓글들에서 그동안 참 힘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번 기회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