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화.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
어느 날 낮, 적막한 산사.
황주군 근방, 몽운사라고 불리는 절이었다.
그 대웅전에 중 한 명이 들어앉아 눈을 감고 명상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놈! 거기 서지 못할까!”
“메롱! 나 잡아봐라! 에베베베!”
“이 꼬맹이가!”
“머리에 털이 없어서 그런지 걸음도 미끈미끈하시네요? 그런 미끈한 걸음으로 나를 잡을 수 있겠어요? 에베베!”
잡념을 흩으려 염불까지 외던 중의 집중이 깨진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 수련에 필요한 침묵이 감돌아야 하는 사찰에, 이 무슨 망령된 소리가 감돌고 있단 말인가.
“이놈들아! 신성한 사찰에서 무슨 소란이냐!”
중이 대웅전을 박차고 뛰어나간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 화가 비어있는 머리끝까지 오른 중이 막 여닫이문을 열어젖힌 순간,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웬 황당한 장면이었다.
“주지스님!”
“에베베! 대머리 대장 납셨다!”
사미(沙彌, 구족계를 받지 않은 예비 승려) 몇몇이 꼬마 하나의 뒤를 쫓고 있었다. 헌데 그 꼬마의 발놀림이 얼마나 빠른지, 절에서 몸 쓰는 일을 도맡아하는 사미들이 꼬마의 꼬랑지조차 스치지 못할 지경이었다.
이런 소란 탓인지, 몇몇 전각의 문들이 활짝 열리고 있었다. 하나 둘씩 머리를 내밀기 시작한 중들의 시선은 절 마당에서 술래잡기 중인 아이와 사미들에게 꽂혀 있었다.
“이놈! 여기가 어딘지 알고 수행을 방해하느냐!”
“여기요? 몽운사라는 절 아닌가요?”
“알면서 그런 짓을 한단 말이냐! 공을 올리러 온 부모를 따라온 모양인데, 네놈이 승려들의 수행을 방해한다면 네 부모가 올릴 불공의 효험이 없어질 것이야!”
그 말을 듣자마자 꼬마의 행동이 달라졌다. 사미들과의 술래잡기를 멈추고 절 마당에 선 큰 나무를 기어 올라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 재빠름이 마치 날다람쥐 같았다.
“이놈아! 내려와! 지금 내려오면 혼내지 않겠다!”
“웃기지 마요! 내가 내려가면 볼기부터 까고 볼 거면서!”
“뭐야?”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찾으셨어요? 당신 같은 땡중이 우리 부모님을 찾을 자격이 된다 생각하세요?”
방금까지 천진난만하기만 하던 아이의 말에 날이 서 있었다. 그 말에 당황한 주지는 대답하는 것마저 잊을 정도였다.
“이놈이! 감히 주지스님께 말버릇이 그게 뭐야!”
“스님은 무슨! 님자 떼고 ‘스’라고 불러도 모자랄 사람들이!”
“말 다했냐?”
“말 다했다, 왜! 내가 틀린 말 했어?”
아이 한 놈이 피우는 소란 탓에, 절의 여러 전각에 들어가 있던 중들이 전부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 모욕이 귀에 꽂히는데, 수행이고 일이고 할 수 있을 리가.
“요놈이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내려오기만 해봐! 콱!”
“뭐야. 당신 땡중들, 날 잡으러 온 사람들은 이게 전부야?”
“왜, 이쯤 되니 도망 못 칠까봐 무서운 게냐? 얌전히 내려와라, 나무를 흔들어 떨어뜨리기 전에.”
협박 아닌 협박을 받았음에도, 아이가 기가 죽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이는 높은 가지 위에 올라서서, 눈가에 손을 대고 자신을 잡으러 나온 중들을 둘러볼 뿐이었다.
“이쯤 되면 여기 땡중 소굴에 있는 땡중들은 다 나온 거지?”
“그래! 요놈아! 여기 스님들이 네놈 볼기짝을 한 대씩 때렸을 때, 볼기짝에 살점이 남아나나 보자꾸나!”
꽤나 무서운 위협이었을 텐데, 아이는 그 말을 듣자마자 묘한 미소를 띨 뿐이었다. 이윽고 중들의 머릿수를 대강 세어본 아이의 눈빛이 반짝하고 빛났다.
“흠, 흠.”
그러고는 목청을 가다듬은 아이는, 양 손을 입가를 향해 천천히 올렸다.
“선비 아저씨! 짐승 아저씨들! 지금이에요!”
“뭐야?”
아이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산허리를 갈랐다. 중들은 그제서야 묘한 위화감을 느끼고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이윽고 절 주위의 수풀들이 눈에 띄게 움찔거리는 모습들이 중들의 시야에 비쳤다.
“주지스님! 이건 대체?”
사실 지금까지 주지는 이 상황을 말없이 지켜볼 뿐이었다. 저런 귀찮은 일을 빨리 처리하지 못하는 사미들에 대한 짜증과, 줄어든 추가 수입 탓에 방금까지 고민을 거듭하다 두통이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이제 그것들이 주지 안에서 막 가라앉고, 이 사태를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아랫놈들에 대한 불만이 주지의 입에서 터져 나오려 할 때였다. 막 고함을 치려고 열리던 주지의 입에서는 기괴한 바람 새는 소리만이 흘러나올 뿐이었다.
“으악!”
“대낮에 웬 범이냐!”
수풀 사이에서 웬 호랑이 대가리 하나가 불쑥 튀어나왔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상황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수풀에서 튀어나온 범의 대가리에서 튀어나온 벼락같은 포효가, 이 자리에 있던 땡중들의 몸을 마비시키고 말았다. 범의 포효는 사냥감에게 오줌을 지리게 만든다던가.
헌데, 무언가 이상했다.
아무리 주지가 정신이 나갈 지경이라고 한들, 호랑이의 포효가 인간의 말처럼 들릴 리가 없지 않은가.
“호포대! 이 썩어빠진 중들을 전원 체포하라!”
그 포효를 필두로, 수풀 사이에서 온갖 짐승들의 대가리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작은 산사 주위에서 우후죽순 솟아나는 짐승 대가리의 향연에, 땡중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
그로부터 며칠 후, 한양과 의주를 잇는 관서대로의 한 자락.
평소에는 북으로 가는 파발 몇이나 달리는 한적한 길이었지만, 지금은 평소와 달리 북적이는 중이었다. 근방 고을의 수령이 둘이나 모여 무언가를 꾸미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 은율 현감, 왔는가?”
“목사 영감, 무슨 일이십니까?”
꽁지가 빠지게 달려온 이는 은율현의 현감이었다. 그를 맞는 이는 황주목의 목사였고.
“지금 관내에 갑자기 불탄 민가가 생겨서 한참 신경 쓸 일이 많은데, 영감께서는 어째서 소인을 소환하신 겁니까?”
“은율 현감, 자네는 고작 불탄 민가가 문제인가? 자네의 관직생활 앞길에 중차대한 문제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 오늘 일어날 것이란 말일세!”
“중차대한 문제요?”
그제서야 현감의 시야에 주위의 풍경이 또렷하게 잡히고 있었다. 이 욕심이 두둑한 황주 목사가 주변의 백성들을 끌어다가 웬 환영 인파를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한쪽 구석에서는 기름이 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맛있는 냄새가 연신 풍겨오고 있었다. 그 냄새의 방향을 따라 코를 벌름거린 현감의 시선에, 화려한 돗자리 위에 상다리가 부러질 지경으로 차려진 술상이 눈에 들어왔다.
“영감, 웬 귀한 손님이라도 오시는 겁니까? 새로 즉위하신 주상께서 왕림하신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는데요?”
“이 사람, 소식이 늦기는! 주상 전하만큼이나 귀하신 분이 이곳을 지나가실 예정이라고 하네! 자네도 이 촌구석을 벗어나 한양으로 돌아가고 싶으면 그런 분 눈에 들어야 할 것이 아닌가!”
“그 정도로 높으신 분이 이 황주에 들르신단 말씀이십니까? 영감께서는 그 소식을 어찌 아신 겝니까?”
잠시 우쭐한 표정을 지은 목사가 소매에서 서찰 한 장을 꺼내 건넸다. 마치 보물을 다루듯 건네진 그 서찰에는, 간신들의 난을 진압하느라 심신이 지친 임금의 총신 하나가 요양 차 곧 황주를 방문할 것이라는 말이 적혀 있었다.
“이거, 승정원에서 작성한 문서가 아닙니까?”
“그래! 전하의 뜻을 밖으로 전하는 그 승정원에서 보낸 문서일세! 얼마나 귀한 분이 오실지 짐작이라도 되는가?”
“헌데, 영감. 황주 근처에 요양하기 좋은 곳이 있습니까? 소관은 금시초문인데요?”
현감의 입에서 비명이 새어 나온 것은 그때였다. 목사의 팔꿈치가 거칠게 현감의 갈비를 쑤셨기 때문이었다.
“멍청한 사람 같으니라고! 전하의 총신께서 지나가시는데 요양하기 좋은 곳이 없다면 만들어서라도 대령해야 하지 않겠는가!”
“앗…… 아아…….”
“정 안되면 청국 사신 분들이 좋아하시는 월파루(月波樓)에 술상이라도 차려놓고 관기라도 붙여드리면 그만 아니겠는가! 머리가 있으면 좀 굴려보게, 자네도!”
목사는 ‘전하의 총신’에게 간이라도 빼 바칠 기세였다. 그렇게 외관직을 그만두고 경관직으로 옮겨가고 싶은 모양인가.
아직도 영문을 몰라 하는 현감이었으나, 목사의 갈굼은 한참이나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그 갈굼이 끝나갈 쯤에, 저 멀리 길의 끄트머리에 웬 그림자가 하나 나타났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오늘 묵어가실 객관에 관기를 열 명, 스무 명을 붙여서라도 그분의 마음을 사야 하지 않겠는가!”
“맞는 말씀이십니다, 영감. 어! 저기 오시는 분이 혹시 그분이 아닙니까?”
현감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에는 웬 사람의 그림자 하나가 이쪽을 향해 걸어오는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드디어 중요한 순간이 왔다며 침을 꿀꺽 삼킨 황주 목사였다.
잠시 후, 목사는 현감에게 불호령을 쏟아내고 말았다.
“은율 현감! 정신 똑바로 차리지 못하겠는가!”
당연했다. 그들이 ‘전하의 총신’이라 멋대로 기대해버린 사람은, 웬 낡아빠진 도포를 입은 젊은 선비 한 명이었으니까.
“실례하겠습니다. 혹시 이 근방에서 무슨 잔치라도 벌어지는 겁니까?”
“잔치는 무슨 잔치! 자네 같은 자에게 줄 것은 없으니 썩 꺼지게!”
“저 같은 사람이라니요? 소생이 아무리 한빈한 선비라지만 이런 대접을 받을 이유는 없을 텐데요.”
“어허! 썩 사라지라니까! 재수 옴 붙게시리! 어디 잔반 나부랭이가 중대한 일 전에 산통을 깨려 드는 겐가!”
초대하지 않은 손님 탓에 긴장을 한 것이 억울했는지, 황주 목사는 그 젊은 선비에게 괜한 화풀이를 하고 있었다. 그 화풀이 때문에 고성을 내지른 목사는, 선비의 눈이 순간 날카롭게 변한 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
“잔반 나부랭이라니…… 소생에게 이리 거칠게 대하셔도 되는 것입니까?”
“어허! 방해하지 말고 사라지래도! 그 관자에 단 삼베 조각은 뭔가? 싸구려 관자를 가리려 달아놓은 겐가? 헛허.”
“목사 영감의 심기를 그만 건드리는 게 좋을 걸세, 젊은 양반. 혹시 배가 고파 찾아온 것이라면, 내 밑에서 그 덩치를 살려 나졸 일이라도 하는 게 어떤가? 그럼 배는 곯지 않을 터인데. 핫핫핫.”
“현감 자네, 말은 여전히 청산유수로구만? 그 솜씨, 이따 귀하신 분을 대접할 때도 요긴하게 써야 할 것일세! 핫핫!”
젊은 선비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으나, 황주 목사와 은율 현감은 선비의 표정 따위는 개의치 않아 하는 듯했다. 선비의 입술 한구석이 기묘하게 찌그러졌다.
“이 사람, 아직도 눈치 없이 우리 앞에서 개기고 있는 건가? 자! 내 떡 한 조각 적선할 테니 어서 먹고 내 눈앞에서 사라지래도!”
은율 현감은 마음이 급했다.
가장 큰 뇌물 수입원이 갑자기 사라진 탓에 정신이 하나도 없이 황주 목사에게 끌려온 상태였으나, 머릿속에 지금 상황이 정리되기 시작하면서 자신이 해야 할 행동이 무엇인지 드디어 명확해졌기 때문이었다.
그깟 노비 밀무역상, ‘전하의 총신’께 잘 보여서 더 좋은 자리로 옮겨가면 앞으로 알 바가 아니지 않은가. 그렇게만 된다면 그들에게 받은 뇌물을 황주 목사에게 상납하게 되는 일도 없어질 것이다.
그렇게 급해진 탓일까. 현감은 잔칫상으로 달려가 맨손으로 시루떡 한 덩이를 떼 와서는, 앞에 선 젊은 선비의 입에 쑤셔 박고 말았다. 그 모습을 본 황주 목사의 입에서 폭소가 터져 나왔다.
“와하하! 자네 같은 잔반은 평소에 구경도 어려울 떡일세! 맛나게 먹었으면 어서 그만 물러가래도?”
“목사 영감의…… 은혜는…… 참으로 백골난망이군요…….”
“이제야 좀 정신이 드는가? 내 더는 자네를 타박하지 않을 테니 어서 물러가래도!”
뻑뻑한 시루떡을 물도 없이 꾸역꾸역 삼킨 선비는, 그제서야 눈치가 생겼는지 고개를 깊게 숙여 예를 갖추고는 왔던 방향으로 사라져갔다.
그런 모습을 보며 황주 목사와 은율 현감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드디어 잔치 자리의 흥을 다 깨져버리게 만드는 자를 쫓아낼 수 있게 되었으니.
“어디 잔반 놈이 중요한 자리를 망쳐놓으려 한단 말인가! 요새는 말이야, 양반 족보 하나 있다고 자꾸 맞먹으려는 놈들이 생겨서 문제일세! 아니 그런가?”
“목사 영감 말씀이 맞습니다, 핫핫. 어딜 주상 전하의 대리자인 수령들과 맞먹으려 드는지 원. 귀한 분이 곧 오실 예정이 아니었다면 주리라도 틀었을 겁니다. 핫핫.”
“은율 현감. 나는 그렇게 칼같이 나랏일을 수행하는 자네와 일하는 것이 얼마나 든든한지 모르네. 역시 자네라니까! 핫핫핫!”
그렇게 서로에게 자화자찬을 하며 핥아대기를 몇 번을 반복했던가. 이윽고 길의 끄트머리에 사람 그림자가 또다시 비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한 명이 아니라, 수십 명 분의 그림자였다.
“이거 보게! 이번엔 진짜인 모양이야!”
“역시, 주상 전하의 총신쯤 되는 분이면 수하를 수십 명은 데리고 다녀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착각도 잠시였다.
수십 명의 그림자가 가까이 다가올수록, 황주 목사와 은율 현감의 머릿속에 의문사항이 하나둘씩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영감, 요새 한양에서는 줄무늬 옷이 유행이랍니까?”
“날씨가 그리 춥지도 않은데, 얼굴을 감싼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아니, 앞에 선 자는 저걸 뒤집어쓰고 갓을 쓴 겐가?”
“그러게 말입니다, 영감. 도대체 무엇 하는 작자인지…….”
“양반의 체통을 해치는 저런 놈을 어찌 가만 두고 보겠는가! 저 자를 내게 잡아다 대령하게!”
은율 현감의 명이 떨어지자마자 나졸 몇이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갔다.
저 양반 체통도 모르는 놈을 체포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괴상한 선비가 나졸에게 끌려와 그들의 앞에 대령되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나졸들이 선비가 꺼낸 괴상한 몽둥이와 선비 옆을 걷는 덩치가 꺼낸 칼등에 맞고 쓰러져, 바닥을 기게 되었을 뿐이었다.
“아니, 저 미친놈들이 감히 지방관의 수하에게 손을 대? 여봐라! 나졸들은 전부 당장 뛰쳐나가 저 무엄한 놈들을…….”
“아, 아니, 영감! 저 자들, 얼굴에 쓴 것 보이십니까?”
“얼굴에 쓴 것? 아니, 짐승의 가죽이 아닌가? 도대체 무엇 하는 무엄한 작자들이란 말인가?”
황주 목사가 품은 궁금증은 금방 해소되었다.
호랑이 탈 위에 갓을 쓴 선비가 맨 앞에서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소매에서 웬 빛나는 물건을 치켜들었기 때문이었다.
“호포대 전원! 내 말을 따라 복창하라!”
한낮의 빛나는 햇살을 반사하는 둥그런 물건 사이로, 달리는 말 여러 마리의 형상이 드러났다. 생전 처음 겪는 광경에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은 그저 입을 벌리고 이 상황을 바라볼 뿐이었다.
“주상 전하의 대리자가 명한다!”
“……주상 전하의 대리자가 명한다!”
“죄인 황주 목사와 은율 현감은 순순히 오라를 받으라!”
“……죄인 황주 목사와 은율 현감은 순순히 오라를 받으라!”
‘전하의 총신’을 맞으러 나왔던 백성들을 포함해,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의 시선이 호랑이 탈바가지를 쓴 선비에게로 향했다.
갑작스레 일어난 사태 탓인지 모두가 멍하니 다리를 땅에 딱 붙인 채였다.
“여, 여…… 영감!”
“아…… 아…… 설마!”
선비의 발걸음이 멎었다.
그리고, 그의 태산 같은 덩치 뒤에서 짐승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암행어사 출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