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화. 등가 교환
“솔직히 말해서 놀랐대요. 문을 닫아걸고 있던 나라에서 이런 극진한 대접을 받을지도 몰랐고, 기대 이상의 협조를 받게 될 줄은 더더욱 몰랐다네요.”
“협조는 우리 조선 측에서만 해 줄 것은 아니라고 전하거라. 물론 상관장 당신도 알고 있겠지만.”
“알고 있대요. 이렇게 되면 도자기 교역뿐만이 아니라 다른 것을 기대해도 좋을지 모르겠다고 하네요.”
무역 말고 다른 협력을 기대한단 얘기인가. 엘세라크의 분위기가 진지하게 바뀐 이유가 있었다.
아마도 상관장은 지금까지는 네덜란드 본국의 속내를 반만 내보인 듯했다. 처음부터 패를 전부 까고 협상을 시작하는 머저리는 없을 테니까. 물론 우리 역시 그러했다.
“그건 당신의 개인적인 의견입니까? 아니면 하란타 본국의 공식적인 답변입니까.”
“다 알고 있으면서 묻지 말라고 하네요. 하란타를 공식적으로 대표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본국 조정의 입장은 분명 다르지 않을 것이라 장담하고 있어요.”
“다 알고 있다라……. 내게 사람 속을 꿰뚫어보는 능력은 없습니다.”
엘세라크의 코에서 작은 콧김이 뿜어져 나왔다. 충신이 들고 온 술이 좀 올라서 그런지, 그의 감정의 표현이 다채로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어쨌건 조선에 와서 다 좋은데, 모든 일이 술술 풀려가고 있는데, 이해되지 않는 것이 단 한 가지가 있다네요. 선생님은 그게 무엇인지 아시겠냐고 묻는데요?”
“글쎄요. 아국 조정에서 하란타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할 일을 보인 적은 아직 없을 텐데요.”
“우 벤트 헷, 도승지.”
묵직한 엘세라크의 목소리는 분명 나를 향하고 있었다. 네덜란드어를 몰라도, 그가 내가 보여준 네덜란드 관련 지식들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는 사실만은 온전히 전달되고 있었다.
떨리는 요안의 말이, ‘그건 당신이야.’ 라고 엘세라크가 중얼거렸음을 뒤이어 전해주었다.
“아마 멍청한 피터르 같은 자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동방의 크리스텐? 왕국을 찾았다며 헛소리를 했을 거래요. 그 정도로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네요.”
“크리스텐은 저들이 믿는 종교를 가리키는 말이다. 어차피 당신들이 이 근방을 하루 이틀 다닌 것도 아닌데, 그 정도 정보는 얼마든지 모을 수 있었다 전하거라.”
“자기도 알고 있대요. 그런데 이렇게 문을 닫아걸었던 나라의 사람이, 간접으로 전해 받은 정보를 가지고 이토록 정확한 사실을 추론해 자신을 흔드는 것은 말이 안 된다네요.”
아마 처음 북경에서 임금과 내가 보낸 친서를 받았을 때부터 품었던 의심이겠지. 하지만 엘세라크가 내 주군도 아니고, 그의 의문을 해결해 줄 의무는 내게 없다. 도리어 협상이나 외교에는 허장성세가 더 이득을 가져올 때도 있는 법이다.
“그렇다고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제가 그런 결론을 내리게 된 경위까지 당신에게 설명할 필요는 없을 텐데요.”
“맞는 말이라고 말꼬리를 흐리네요. 말투에 풀이 죽어 있어요.”
“풀 죽을 필요 없습니다, 상관장. 당신이 스스로 판단해 보십시오. 이 나라가 하란타에게 이득이 되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내가 그들의 나라, 네덜란드에 대해 어떻게 알아냈든 무슨 상관이겠는가.
엘세라크는 단 하나만 알고 가면 된다. 조선과의 관계가 네덜란드의 국익에 어떻게든 도움이 되리라는 것을.
“어차피 당신의 나라와 내 나라는 그런 궁금증을 가질 여유조차 없는 상황이 아닙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선생님 말이 맞대요. 지금 교역으로 인한 수입은 점점 늘고 있으나, 본국에도, 이 지역에도 적들이 많아졌다는 걸 선생님도 아실 거라고 얘기하네요.”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조선에 오신 것이지요? 단순한 교역을 넘어서서 다른 분야의 협력 또한 기대했기 때문에요.”
“더는 부정할 수 없다고 하네요. 선생님 앞에서는 숨길 수 있는 게 없을 것 같대요.”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는 네덜란드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닿는 곳이다. 애초부터 고작해야 극동의 상관장 하나가 단독으로 움직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아마 엘세라크가 올린 보고를 받은 네덜란드 본국에서 명령이 내려왔기에 이 자가 조선으로 향하게 된 것일 테지. 전쟁으로 치면 정찰병 역할을 맡아서 말이다.
“나는 당신들이 새로운 땅에 세력을 뻗어는 놓았으나, 본국과의 거리가 너무 멀어 제대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태라 판단하고 있습니다. 타이완 섬 같은 곳 말이죠, 맞습니까?”
“아니라고 하고 싶으나 그럴 수 없대요. 남경으로 내려온 명이 타이완 섬을 눈에 불을 켜고 노린지 오래라네요.”
“독립을 쟁취한 그 강대국과 또다시 싸워 이겨 얻은 타이완 섬인데 말입니다. 지킬 병력과 운영할 사람이 없어 뱉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곳이 아닙니까.”
한숨을 푹 내쉰 엘세라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더 숨길 생각조차 버린 듯했다. 타이완 섬 질란디아의 총독이 본국에 특사를 요청하고도, 그들의 도착을 기다리지 못하고 자신을 먼저 보낸 이유가 있다고 했다.
“당신들이 타고 온 범선을 선물하겠다고 했을 때 알아챘습니다. 본국에서 파견될 함대로는 한계가 있으니, 우리의 손을 빌리고 싶다는 의도가 발언에 묻어나왔지요.”
“조선이 하란타와 손을 잡을 의지를 보인다면, 바타비아? 아무튼 그곳의 조선소에서 건조한 범선을 공급할 생각도 있다네요. 특사가 찾아오면 공식적으로 제기할 제안이래요.”
바타비아는 지금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가리킨다. 네덜란드가 가진 향신료 식민지의 중심지인 그곳에는 분명 장기 항해로 소모된 선박을 수리하고 새 선박을 만들기 위한 조선소가 위치하고 있을 터.
양국의 친선이 깊어지면 조선─네덜란드 연합함대라도 만들자 제안하려는 건가?
“상당히 흥미로운 제안이군요. ‘공급’이라……. 단순히 배 한 척을 선물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팔겠다는 뜻 같은데, 맞습니까?”
“역시 눈치가 빠르시다네요. 그리고 이미 전하의 앞에서 해양 패권을 입에 담으신 것은 선생님이 먼저라고 덧붙였어요.”
엘세라크의 눈에 빛이 돌아온 것이 보였다. 결국 네덜란드의 목적은 이것이었군.
아마 엘세라크가 판단하여, 조선이 네덜란드에게 거래처 이상의 가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면 이런 이야기도 꺼내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는 건, 일차 시험은 통과했다는 이야기겠지.
하지만 제안을 덥석 받아들인다면 그것 또한 외교관으로서 실격일 것이다. 외교관이란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제안 뒤에 묻어있을지도 모르는 독을 늘 주의해야 하는 법이다.
“그건 그랬지요. 허나 선박을 공급해 주기만 한다면 우리에게 큰 도움은 되지 않을 텐데요? 그러니 배를 넘겨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항해술과 측량술까지 확실히 전수해 주시겠지요?”
“당연하다네요. 이미 측량술은 이야기가 된 사항이고, 항해술 역시 넘겨줄 용의가 있다고 해요. 인원만 준비하면 바로 시작될 수 있다고…….”
“거기서 끝이 아니지요. 배를 받아 운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배의 유지·보수도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
“만약 배에 이상이 생기면 수리를 전부 그 ‘바타비아’라는 동네에 맡겨야 할 텐데요. 그 땅과 조선은 얼마나 떨어져 있습니까? 엘세라크 상관장?”
가볍게 숨을 뱉은 엘세라크가 양손을 들어올렸다. 동시에 고개를 젓고 있는 그의 표정이 사뭇 묘했다.
“역시 조선을 속여 이문만 뜯어내자는 주장을 밟아버리길 잘했다네요. 선생님을 어찌 속일 수 있겠냐면서요.”
“그래서, 제 질문에 대답을 해 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물론이지요. 당연히 선박의 수리를 비롯한 조선 기술 역시 전수해드릴 생각입니다. 단, 이쪽은 공짜가 아니라네요.”
“공짜가 아니라?”
임금의 앞에 나섰던 이래로 엘세라크는 마치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처럼 굴고 있었으나, 이 자의 본질은 분명 상인이다. 조선을 일방적으로 뜯어먹을 생각은 버린 듯하니 다행이지만, 적어도 네덜란드 측의 이익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도대체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도자기의 원천기술은 절대 내 줄 생각도 없을뿐더러 고령토를 구하기 어려운 네덜란드에게는 그리 쓸모 있는 기술도 아닐 것이다.
“……바펜스미트(wa’pensmid).”
“무기…… 어, 병기 제조술? 이 사람이 원하는 건 무기를 만드는 기술이래요.”
“무기라? 이 조선 땅에 하란타 사람이 탐낼 무기가 있던가요? 이 나라의 자랑인 화포마저도 당신들의 홍이포 기술이 더 훌륭할진대.”
“궁에서 얼룩무늬 옷을 입은 친위대의 무기를 봤다고 했어요. 그것이 탐난다고 합니다.”
“호포대를 말하는 것입니까? 하란타의 선박과 교환하기에 총검같이 단순한 무기는 너무 가치가 헐할 텐데요.”
엘세라크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의 눈에서 이상한 광채가 쏟아지기 시작한 것은 그때였다.
“자신은 바보가 아니래요. 호포대가 검 한 자루 외에는 추가로 무장을 하지 않은 걸 보면, 등에 메고 다니는 총이 얼마나 훌륭한 무기인지는 듣지 않아도 알 수 있다는데요?”
“호오, 그렇습니까? 단순히 궁궐을 지키는 수비 병력인데, 총과 검이면 충분하지 않습니까?”
“그들의 유래에 대해서 별제 나리에게 들었답니다. 정확하게 전달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원래 전쟁터에서 활약하던 사람들이라고, 맞나요?”
도대체 이 인간은 뭘 얘기하고 다닌 건지. 사실 호포대가 중원의 전쟁터에서 활약했다는 사실은 그리 중요한 기밀은 아니었으니 어깨도 우쭐할 겸 이야기한 것이겠으나, 엘세라크처럼 통찰력이 뛰어난 사람에게는 이것 또한 커다란 정보였던 듯했다.
“맞습니다. 헌데 그것과 상관장의 짐작과는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인지?”
“이상하다네요. 저 정도 병력이라면 분명 조총수를 호위할 피이크(piek)? 아, 긴 창이라네요. 그걸 들린 병사도 있어야 할 텐데 보이질 않는다고요.”
호오, 그걸 알아챈 건가?
분명 청에서 호포대를 운용할 때, 보조병인 쿠투러에게 등패와 긴 창을 들려 호포수들 앞에서 혹시나 있을 기병이나 보병의 돌격을 대비하도록 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호포대 단독으로 작전을 나간 적도 적고, 무엇보다 강선을 판 조총과 로렌츠 탄 덕분에 사거리가 무지막지했기 때문에 장창수들의 존재감이 없었을 수밖에.
때문에 귀국한 후, 호포대의 무장은 조총과 총검으로 간략해졌고, 금군이 되고 나서도 의장으로 차는 환도 정도가 추가되었을 뿐이다. 그걸 이 상인이 몇 안 되는 정보로 읽어냈다고?
“아무래도 건물 탓에 협소한 궁에서는 장창을 사용하기 까다롭지 않겠습니까? 재미있는 생각을 하셨군요.”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면 할 말이 없다네요. 헌데, 선생님이 카스텔라를 내면서 하신 말씀을 떠올려 달래요. 하란타의 사정을 그리 훤히 알고 조선의 처지를 이해하도록 설득했으면, 거꾸로도 생각해달라는데요?”
처음에는 엘세라크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히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보내오는 진지한 눈빛을 읽고 나서야, 그의 본심이 전해져오기 시작했다.
“하란타 본국의 사정이라……. 확실히 좋은 무기가 필요하시겠군요. 강대국 사이에 끼어 그들의 위협 속에서 살아가고 계실 터이니.”
“역시 말이 통할 줄 알았대요. 조선에 좋은 배가 필요한 만큼, 하란타에게도 좋은 무기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하네요.”
“……이해합니다, 그 심정, 아주 절절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자신이 선생님을 설득할 차례라 하네요. 자신은 ‘조선의 카스텔라’가 무엇인지 모른다고…… 어어?”
그때였다. 엘세라크가 나를 향해 깊숙이 고개를 숙인 것은.
“상관장? 갑자기 이게 무슨 짓입니까?”
“하란타는 주변국들에게 아직 독립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나라라고 해요. 거대한 강대국들의 틈바구니 사이에서 살아남으려면 두 가지가 반드시 필요하대요.”
“일단 고개부터 드시지요. 헌데, 그것이 무엇입니까?”
“황금과 기술.”
상인이란 먼지만큼의 이문을 위해서라면 영혼도 파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나는 고개를 숙이는 엘세라크에서 연상되는 박연의 모습을 애써 지워내고 있던 터였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내 마음이 흔들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80년 동안의 독립 전쟁을 겪고 이제 갓 탄생하기 직전인 신생국을 보아서?
그들이 내 조국처럼 강대국 사이에 끼어 치일 운명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그 두 가지, 조선에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군요.”
“그렇게 말씀하실 줄 알았대요. 선박과 조총, 이 정도면 하란타 쪽에서 밑지는 거래가 아니냐는데요?”
“아니, 선박과 조총 모두 양국에는 만금과 같은 가치를 가지고 있으니, 당신네 쪽이 밑지는 거래는 절대 아닙니다. 벌써부터 에누리에 들어가면 곤란합니다.”
방금까지 진지하게 고개를 숙이던 엘세라크가 슬쩍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역시, 얕봐선 안 될 사람이다.
“원래는 교역이 시작되고 몇 년 후에야 슬슬 이야기를 꺼낼 생각이었다고 하네요. 하지만 자신도 왜 이런 이야기를 술술 선생님 앞에서 꺼내고 있는지 모르겠대요. 무엇에 홀린 것 같다나.”
“아마 드신 약주 탓은 아닐 겁니다. 그건 확실합니다.”
“자신의 앞에 선생님이 계셔서 그런 것 같다네요.”
“그런 말을 한다고 이 거래를 하란타에게 유리하게 해 줄 생각은 없습니다.”
엘세라크의 입가에 올라앉은 미소가 더 짙어졌다. 내 입꼬리도 슬며시 올라가는 것이 느껴졌다.
“상관장의 추측이 맞습니다. 우리의 조총은 당신들의 것보다 몇 배는 뛰어난 사거리를 가지고 있을 겁니다.”
“오크(ook)!”
“역시래요.”
그 자리에서 나는 호총의 세일즈에 들어갔다. 다행히 조선에서 쓰는 예기척(禮器尺)과 네덜란드에서 쓰는 푸트(voet, 피트) 단위가 비슷해서 설명은 빠르게 진행될 수 있었다.
“조선에서는 일반 조총도 하란타의 것보다 사정거리가 훨씬 길다며 놀라고 있어요.”
“그건 아국 조총수들의 훈련이 잘 되어 있어서 그렇습니다. 벌어들인 돈으로 화약을 사들일 각오만 되어 있으면 그 정도는 하란타에서도 가능할 겁니다.”
“그런데 타이허 무스켓(tijger musket), 아 호총이군요. 그게 조총보다 세 배는 멀리 나간다니 감탄하면서 신을 찾고 있네요, 이 사람.”
나는 엘세라크의 심정이 절절히 이해가 되고 있었다.
내가 알기로도 독립전쟁, 그리고 그 이후로도 네덜란드가 육로로 영토가 유린당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을 테니까. 아마 지금 엘세라크의 심정은 한국전쟁 도중 탱크를 지원받은 국군의 심정과 비슷할지도.
물론 보병의 주무장 하나가 바뀐다고 체급 차이가 나는 강대국과의 전쟁을 뒤집을 정도로 큰 영향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내가 겪어본 전쟁은 그렇게 말랑말랑하고 만만한 게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적절한 전략과 훈련이 함께라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충무공께서 그것을 증명하셨고, 내가 지금 조선으로 부르고 있는 사람이 원 역사에서 증명했듯이 말이다.
엘세라크는 얼굴에 흥분을 숨기지 못했지만, 역시 상관장 쯤 되는 인물답게 평정을 잃지는 않고 있었다. 그렇게 호총의 정보가 얕게나마 여러 차례 오고 간 후, 엘세라크는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걷어냈다.
호총의 정보를 탐내는 엘세라크에게 플류트 외의 다른 선박 기술도 넘기라는 이야기를 꺼냈을 때였다. 그제서야 엘세라크는 자신이 내게 끌려다녔다는 사실을 깨달은 듯했다.
“……선생님?”
“왜 그러느냐.”
엘세라크가 방금 따발총처럼 쏘아붙인 말을 듣고, 요안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녀석의 하얀 귀가 점점 붉게 물드는 것이 보였다.
“역시 선생님을 하란타로 보내야겠다네요. 양국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선생님이 하란타를 방문해 주셔야 한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