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호랑이 어사, 조선을 뒤흔들다!-244화 (244/298)

244화. 하멜의 조선 방문기

“야루 우라, 아니 압록강…….”

억양이 어설픈 조선말이 소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북경에서 귀국하는 조선인들이 강을 건네줄 나룻배를 기다리는 사이, 바람을 쐬고 싶다며 수레 밖으로 나온 도르곤의 딸, 동아였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이제 이곳을 건너면 조선의 영토로 들어가게 됩니다. 물론, 각오가 충분히 서셨으니 심양에서 발걸음을 멈추지 않으셨던 것이겠지만…….”

“이미 북경을 떠날 때 결심했던 일이에요. 친왕의 딸로 마음을 졸이며 사는 것보다는, 어머니의 나라에서 저를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사는 것이 훨씬 마음이 편하겠죠.”

똑 부러진 말투는 아비인 도르곤을 닮은 것인가.

애초에 도르곤은 몽골로 시집가는 것과 조선으로 떠나는 것, 두 가지 방안만을 제시했다고 들었다. 지금 청나라를 벗어나 내게 몸을 의탁하게 된 것은 순전히 이 소녀가 결정한 일이라는 이야기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더는 여쭙지 않겠습니다. 조선에 오신 이상, 섭정왕 전하께 입은 은혜를 생각해서라도 원하시는 모든 편의를 제공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장긴. 아버님께서 저를 맡기실 정도로 장긴을 신뢰하신 이유가 있네요.”

“그러나 지금까지 쭉 다이칭 구룬에서만 머무르셨기 때문에, 새로운 곳에 적응하는 일은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저와 제 가족들이 도와드릴 테지만요.”

“알고 있어요. 조선은 어머니의 나라라지만 제게는 낯선 곳.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장긴.”

강물에 반사된 햇빛이 그녀의 눈가에서 부서져 흩어졌다. 그녀는 소리 없이 울음을 삼키고 있었다.

아무리 자신이 결정한 일이라지만 평생 살아왔던 고향을 떠나는 일이 쉬울 리가 없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나는 한양에 두고 온 내 가족들, 특히 내 딸을 그 위에 겹쳐보고 있었다.

내가 만약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내 소중한 사람들도 동아처럼 눈물을 흘리게 되는 날이 오고 말 테니까.

“장긴, 표정이 무섭습니다.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 건가요?”

“아, 죄송합니다. 잠시 다른 생각을 하느라 그만……. 저기 나룻배가 돌아오고 있군요. 먼저 건너가시겠습니까?”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얼버무리며, 나는 마음속으로 굳건한 맹세 하나를 세우고 있었다.

도르곤이 가버린 지금, 다시는 타의로 압록강을 건너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반드시.

***

“어이, 하멜! 뭘 하고 있나! 빨리 갑판으로 안 튀어나와?”

“예! 갑니다, 간다구요!”

1655라는 글자가 스페르버르(Sperwer)호의 선원 겸 서기, 하멜의 깃펜 끝에서 마지막으로 아로새겨졌다. 잉크병 뚜껑만을 겨우 닫은 채 갑판으로 뛰어올라간 하멜은 저 멀리 수평선 너머에 목적지인 조선 땅이 나타난 것을 볼 수 있었다.

1651년에 네덜란드를 방문한 조선인들을 따라 외교사절단을 보낸 이후로, 네덜란드에서 처음으로 파견된 공식 사절단이었다. 그동안은 잉글랜드와 전쟁을 벌이느라 소규모의 상선만 보내는데 그쳐왔다.

조선으로 향하는 바닷길이 제대로 열린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작년에 스헤베닝언에서 일어난 해전에서 잉글랜드에 대승을 거둔 네덜란드가 영란전쟁을 승리로 마무리한 덕분이었다.

그 때문에 마르틴 트롬프와 미힐 더 라위터르는 네덜란드 안에서 누구도 범접 못할 영웅이 되어 있었다. 원 역사에서는 트롬프 제독이 전사하고 네덜란드가 패배하는 해전이었지만, 이 배에 탄 누구도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야……. 항해사님, 여기가 조선입니까? 벌써부터 풍기는 냄새부터 다른 것 같긴 한데…….”

“입 털 시간에 빨리 밧줄이나 당겨라! 이 근방의 바다는 본국처럼 얕은 갯벌이 널려있다! 정신 똑바로 안 차리면 언제든지 배가 좌초할 수 있단 말이다!”

“예이~ 알겠습니다!”

항해사는 하멜에게 명령을 내리면서도 해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들의 목적지인 벽란항으로 통하는 물골을 정확히 찾아들어가는 것은 베테랑 항해사에게도 어려운 일임이 분명했다.

“영차……. 그나저나 신기하군요. 이 바다, 왠지 모르게 본국을 닮아 있습니다.”

“끙차……. 그러게 말이다. 오가는 함선들도 죄다 스쿠너를 닮아있고, 저기 보이는 항구도 완전히 우리나라에서 보던 그대로가 아니냐.”

“몇 년을 기다려서 온 보람이 있긴 하군요. 원래는 더 일찍 올 수 있었던 곳인데, 그놈의 전쟁 때문에 원.”

하멜은 돛에 연결된 밧줄을 연신 당기며 선임 선원, 마테우스 에보켄과 잡담을 나눠댔다. 네덜란드 해군에 제공된 동인도회사의 적극적인 협조 덕분에 그들은 단기간 동안 교역선 선원 대신 해군 보급병 생활을 해야 했던 것이다.

물론, 그때 동아시아로 떠났더라면 하멜은 폭풍을 만나 제주 해안에 좌초하게 되었겠지만, 그런 사실을 하멜이 알 리 없었다. 밧줄을 마저 당기는 동안도 조선으로 오는 내내 지겹게 먹어야 했던 감자와 절인 양배추에 대한 불평만 늘어놓을 뿐이었다.

“요호……. 요호……. 밧줄을 당겨라…….”

“전방 좌현 방향! 조선 함대 출현!”

망루에서 견시 임무를 수행하던 선원의 외침이 허공을 갈랐다. 항구에서 막 빠져나와 대열을 이룬 조선 함대를 비켜가기 위해 하멜과 다른 선원들은 또다시 굵은 땀방울을 흘려야 했다.

“이야……. 이거 완전 조선 앞바다가 그들의 상선으로 바글거리고 있지 않습니까? 네덜란드를 떠나오며 상상했던 것 이상인데요?”

“선장님한테 들은 바로는 조선이 가진 상선만 백 척이 넘을 것 같다던데? 게다가 너도 며칠 전 들렀던 켈파르트 섬(제주도)에서 봤지? 이들은 전열함도 가지고 있다. 그것도 두 척이나.”

“전열함에 스쿠너라……. 이 근처에서는 조선 해군을 상대할 나라가 없겠는데요? 라위터르 제독도 조선 해군에서 복무하셨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래. 그러니까 우리는 열심히 본국과 조선 사이에서 떨어지는 단물만 열심히 빨아먹으면 된다. 암스테르담으로 돌아가서 우리 몫으로 배정받은 도자기 한 상자만 팔아도 그게 얼마냐. 인생을 단숨에 바꿀 수 있는 금액이지.”

선임 선원의 말대로 조선이 가진 교역선의 수는 동인도회사가 아프리카 대륙 너머로 보내는 상선의 규모를 훌쩍 뛰어넘고 있었다. 그 사이를 오가는 양 대륙의 부도 어마어마한 규모였음은 물론이다.

“이거, 총독 가문에서 조선 왕실에 공녀를 시집보내는 이유가 있군요. 조선에서 들어오는 물건들은 금덩이 그 자체인데다, 이 정도 해상강국과 관계를 맺어놓으면 무조건 이득일 테니까요.”

“시집을 보내? 하멜, 너 본국을 떠나오기 전에 ‘그 소설’ 이야기도 못 들어봤냐?”

“‘그 소설’이라니요?”

“오라녜 가(家) 공녀님과 조선 왕세자님의 로맨스 말이야. 아, 너는 미혼이니 모를 법도 하지. 조선으로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우리 마누라가 그게 진짜인지 알아다달라고 그리 바가지를 긁었거든.”

‘프룀(자두)’라는 이름을 단 신생 출판사가 그 소설로 주변 나라에서도 떼돈을 긁어모으고 있다고 선임은 덧붙였다. 그제서야 하멜은 그의 집에서 일하던 하녀가 비슷한 이야기를 했던 것을 떠올릴 수 있었다.

“프룀이라……. 오기 전에 배웠던 조선말로 하면 오얏이었던가요? 이상한 이름이군요.”

“어디서 자금을 끌어다 설립한 출판사인지는 몰라도 조선에서 들여온 서적들도 번역해서 팔아넘기던데? 요새 암스테르담에 조선 문화가 유행중이지 않냐. 처음에는 주로 장신구가 유행하더니, 요새는 조선 그림이 없어서 못 팔 지경이라더라.”

“그림이라……. 아, 이건 어떻습니까? 저희 몫으로 배정받을 도자기를 조선 그림으로 포장해서 가져가는 것은? 그림은 상자 안에 들어갈 테니 공간을 더 차지하지도 않을 거고요.”

“오, 좋은 생각이다. 잘하면 짭짤한 부수입이 생길지도 모르겠는데? 남는 시간에 한양이라는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적당한 그림을 구해봐야겠다. 함께 할 테냐?”

하멜이 고개를 끄덕이며 일확천금에 가슴을 부풀리는 사이, 어느새 배는 항구에 들어서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스페르버르 호는 마중 나온 유도선을 따라 벽란항 부두에 접안을 완료했다.

그렇게 선원들이 배에서 내려 드디어 오랜 항해에서 벗어난 것을 기뻐하고 있을 때였다.

하멜은 한 무리의 조선군이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발견했다.

“어이! 거기 하란타 선원 놈들! 똑바로 줄 안 서?”

약간의 땅멀미를 느끼고 있던 선원들의 귀에 날카로운 네덜란드어가 박혔다. 그들을 맞아들이는 조선군 대장은 붉은 기운이 도는 금발을 한 사내였다.

“엥? 저 사람, 네덜란드 사람 아닙니까? 왜 조선군 복장을 입고 있습니까?”

“쉿! 닥치고 지시에 따르기나 해! 이 멍청한 놈아!”

자리를 안 가리고 발동한 하멜의 호기심에, 선임은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이 시절에는 항구를 담당하는 관리의 심기를 거스르면 추방되는 일도 심심치 않게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나는 조선의 원양수영 화포군우후 박연이라 하오. 하란타 측 대표자는 누구시오?”

“여기 있습니다. 저는 코르넬리스 케사르 판 더 고에즈. 네덜란드 공화국의 총독과 동인도회사의 명을 받아 신임 포모사 총독으로 부임하는 길에 조선 국왕 전하를 뵙고, 엥겔란드와의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사실을 알리라는 임무를 받고 왔습니다.”

“그 빌어먹을 섬나라 해적 놈들을 이기고 온 것이오? 이거 참, 진심으로 축하하는 바요. 나 박연은 주상 전하를 대리하여 하란타에서 온 사절단을 환영하겠소.”

“감사합니다. 그리고 추가로 국왕 전하께 바칠 예물이 있는데, 그것부터 미리 하선해도 되겠습니까? 제주에서 오는 길에 짐칸에 물이 새는 것을 발견했거든요.”

“알겠소. 원한다면 조선소에서 수리를 받게 해 드리지. 헌데, 예물이라니? 하란타에서 승전을 기념하는 예물이라도 보내온 것이오?”

총독의 명이 떨어지기 무섭게 선원 몇은 화물을 빼기 위해 배를 향해 달려 나갔다. 중간에 폭풍을 만났기 때문인지 실은 배의 파손이 꽤나 심각했던 탓이었다.

하멜은 배의 서기로서 오늘의 대화를 기록하기 위해 자리에 남아있었다. 그는 무지막지한 양의 예물을 배에서 내리지 않아도 되는 것에 안도했다.

오라녜 공의 명령으로 중간에 기착하는 항구마다 특산물을 잔뜩 사들여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 이유는 지금 판 더 고에즈 경이 저 이상한 조선 관리에게 건네는 문서에 적혀있을 것이다.

“……공녀 자가와 세자 저하의 정식 혼인을 축하한다? 대만 총독, 이것은 조금 곤란하오. 그 일은 아직 결정이 완전히 나지 않았기 때문이오. 우리가 보낸 외교문서에도 그리 적혀 있었을 것이오.”

“예, 하지만 오라녜 공께서는 결과와는 상관없이 공녀께 이 예물들이 필요할 것이라 말씀하셨습니다. 조선에서 자신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이셨고요.”

“으음……. 나도 공녀께서 훌륭하신 분이라는 것은 인정하오나, 아직 정해지지 않은 일을 이렇게 처리할 수는 없소. 일단 이 예물들은 한양으로 올려보내되, 전하께 따로 재가를 받기 전까지는 진행을 보류하겠소. 이 정도는 이해하시겠소?”

“이해합니다. 사실 공작께서도 꽤나 막무가내셨거든요. 다만, 그 결과만은 제 눈으로 보고 오라 명하셨는데, 공녀께서 어떻게 되실지 제가 체류하는 동안 결정이 나겠습니까?”

“그건 가능할 것 같소. 실은 간택의 결과는 이미 나온 상태고, 조정에서 그것을 마지막으로 논하는 단계만 남아 있소. 아마 근시일 안에 궁금증이 풀리게 될 것이오.”

선원들이 계속해서 부두에 화물들을 내리는 사이, 두 사람의 대화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렇게 조선에서 요청했다던 대포 기술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지나가고, 선원들의 이동계획과 숙소 이야기까지 끝이 난 후였다.

“안녕하세요, 판 더 고에즈 님? 저번에는 암스테르담에서 뵈었었죠? 공작부인께서는 안녕하시던가요?”

“오, 요안 벨테브레이 님. 맞으시지요? 여전히 미인이시군요. 안 그래도 공작부인께서 안부를 전해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한참 빠른 속도로 대화를 암기하고 메모하던 하멜의 귀에 맑은 목소리가 들어왔다. 고개를 들어보니, 웬 금발에 푸른 눈을 한 미인 하나가 몸에 조선옷을 걸치고 서 있었다.

게다가 이 여자는 총독과 스스럼없이 배에 싣고 온 교역품에 대한 교섭을 진행하고 있었다. 말을 들어보니 조선 왕실의 무역회사, 내수사라는 곳에서 나온 여자라는 듯했다.

대체 뭐 하는 여자기에 대만 총독쯤 되는 분과 저리 격의 없이 이야기를 하는 것인가. 놀란 하멜의 눈은 점점 커져가기만 할 뿐이었다.

“흐음……. 알겠습니다. 교역품에 관한 이야기는 그럼 한양의 상관에 가서 마저 말씀드리는 것으로 하지요. 그리고 지금부터는 공작부인께서 사적으로 전하는 전언입니다.”

“아이를 또 낳으셨다는데 몸은 괜찮으신지 모르겠네요. 안 그래도 저번 배편에 몸에 좋은 것들을 이것저것 챙겨드렸는데.”

“공작부인께서 그 선물이 꽤 유용했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리고 보내주신 소설들에 매우 만족을 하셨다며, 이번에 반드시 다음 편을 입수해오라 말씀을 하시더군요.”

“물론 준비해놨죠. 기대하신 보람이 있을 거예요. 후후.”

이 네덜란드인의 탈을 뒤집어쓴 조선 미인은 왕가의 혈통이 흐르는 공작부인과도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멜의 벌어진 입은 다물어질 줄을 몰랐다.

“그리고 저기 선원들이 하역하는 상자 중에는 대군께서 보내시는 사례도 끼어있을 겁니다. 따로 신경써주신 덕분에 가족들이 네덜란드에 무사히 도착했고 명마도 구입하실 수 있었다며, 카카오 열매를 잔뜩 사들여 보내셨습니다.”

“얏호! 오랜만에 그걸 맛볼 수 있겠네요. 중전 마마께서도 좋아하실 거예요. 나중에 언제 한번 운종가에 있는 내수사전에 들러주세요. 하란타 상관이 있는 반촌에서 가깝거든요.”

“알겠습니다. 이런 미인께서 초대해주신다니, 기꺼이.”

“그렇게 입에 발린 말을 하시더라도 물건 값은 안 깎아드릴 거예요? 그럼 한양에서 뵙겠습니다.”

이 이해하기 어려운 대화를 일지에 어떻게 정리해야 하나. 요안이라 불린 미인이 문서 몇 장을 들고 사라지자마자, 하멜은 자신도 모르게 머리를 감싸 쥐었다. 차라리 저 무거운 화물들을 나르는 것이 훨씬 쉽지 싶었다.

그렇게 스물다섯 살짜리 풋내기 선원 헨드릭 하멜은 고요하지만 부강한 나라, 조선에 혼란스러운 첫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하멜이 겪은 혼란은 이제부터가 시작일 뿐이었다.

“뭐? 네가 열다섯 살이라고? 1640년생?”

“어어, 제가 경진년 생이니까……. 하란타 식으로 따지면 그게 맞습니다.”

“세상에! 조선에서는 뭘 먹길래 열다섯 살짜리 소년이 이렇게 크단 말이냐?”

하멜의 경악에 방점이 찍힌 것은 화물 하역을 전부 마치고 항구에 딸린 숙소로 안내를 받을 때였다. 안내역으로 나온 조선 사내의 얼굴이 유난히 앳되기에 던진 질문에, 유창한 네덜란드어로 저러한 답변이 날아온 것이다.

그의 앳된 얼굴과 6피트(180cm)가 넘어 보이는 키는 절대로 어울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수레와 마차에 딸린 말을 다루는 동안 본 그의 길쭉한 팔다리에 드러난 근육들은, 안내역으로 나온 소년이 신체단련 또한 소홀히 하지 않았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세상에, 조선은 대체 뭐 하는 나라지?’

그날 밤, 하멜은 숙소에 들고도 하루 동안 조선에서 본 것들 때문에 쉽사리 잠에 들지 못했다. 결국 새벽까지 본 것들을 정리해 개인 일지에 기록한 후에야, 그는 후련하게 눈을 붙일 수 있었다.

훗날 전 유럽을 강타할 베스트셀러가 되는 ‘조선 방문기’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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