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호랑이 어사, 조선을 뒤흔들다!-270화 (270/298)

270화. 카간은 잠 못 이루고

“아주 큰 선물이군요. 황후도 기뻐할 것입니다.”

황족들이 머무는 자금성의 내조, 그 중에서도 황후의 침전인 곤녕궁에 낯선 손님이 몰래 방문 중이었다. 이곳은 본래 황제와 황후만이 거처해야 할 은밀한 공간, 그러나 지금 이 자리에는 한 명의 황족이 더 자리해 있었다.

“무얼요. 카간을 열과 성을 다해 돕는 일은 아이신기오로의 피가 흐르는 자라면 당연한 일이지요.”

“어쨌든, 고생하셨습니다. 고모가 가지고 있던 인연이 이 조카에게 정말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가 짐을 돕는다면 천군만마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아닙니다. 카간의 힘이 되었다니 저는 그저 기쁠 뿐입니다.”

자금성의 은밀한 침전을 방문한 손님의 정체는 다이칭 구룬의 고륜온장공주, 아이신기오로 마카타였다. 강희제의 밀명을 받고 먼 여행을 떠났던 그녀는 북경에 돌아오자마자 곧바로 자금성으로 향한 듯했다.

“그리고…… 보정대신께서 돌아가시고 조정이 혼란에 빠지니 황후께서도 늘 얼굴빛이 좋지 않으셨던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수밖에요.”

“사실 황후도 처음에는 고모를 완전히 신뢰하지는 못했었습니다. 하지만, 오래 전 고모와 고려의 정승 사이에 오갔던 이야기를 들려주니 그제서야 납득하더군요.”

“말씀대로 옛날에 있었던 이야기에 불과합니다. 이번 일은 그저 카간과 다이칭 구룬을 위해 맡았을 뿐.”

중대한 임무를 수행해준 시고모를 향해 말없이 머리를 숙인 황후에게, 황녀는 맞절로 답했다.

황후의 가문인 허셔리 씨족은 보정대신 허셔리 소닌이 죽은 후 안하무인으로 날뛰는 오보이를 경계하느라 이번 일에 최대한 협조하고 있었다.

“아닙니다. 정말로 고모가 아니었다면 해주실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럼 나머지 일은 제가 처리할 테니, 여행길도 고단하셨을 텐데 오늘은 이만 공주부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시지요.”

“몸이 고단하진 않습니다. 덕분에 평생의 숙원을 풀었으니까요. 오히려 감사를 표해야하는 것은 저입니다, 카간.”

“……원하신다면 말씀만 하십시오. 이번 일의 보답이라고 하기에는 무엇하지만, 제 모든 권한을 동원해서라도 고모의 다른 숙원을 풀어드릴 테니까요.”

딱딱한 이야기를 마친 강희제가 농을 섞어 이야기를 한 이유가 있었다. 오랜 여행에 지칠 만했을 텐데도, 황녀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조금도 없었으니까.

강희제는 이미 황녀의 입에서 조부인 숭덕제 시절에 있었던 모든 뒷사정을 들었다. 크게 내색하진 않았지만, 황녀의 그런 모습을 보고 어떻게 아무 생각도 들지 않겠는가.

“마음만 받겠습니다. 그럼 좋은 시간을 방해했으니, 저는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카간.”

“밤이 늦었습니다. 조심해서 돌아가십시오, 고모.”

조카의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카타 황녀는 황제를 향해 가볍게 미소 짓고는 곤녕궁을 빠져나갔다.

그동안 얼굴에 한 점 희미하게 남아있던 어둠마저 깨끗이 걷힌 채였다.

조숙한 황제는 그런 고모의 모습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조선으로 보낸 특사가 가져온 선물은 마땅히 황후와 보내야 했던 밤일도 잊게 할 정도로 중대했다.

“다이칭 구룬의 주춧돌을 마련한 숭덕문황제의 검이 드디어 내 손에 들어왔다. 과연 여전히 날카로움을 유지하고 있을 것인가…….”

곤히 잠든 황후를 뒤로 하고, 어린 황제는 침대를 나섰다. 아무래도 고모가 가져다준 선물을 이 자리에서 바로 뜯어 확인하기 전에는, 오늘은 잠에 들 수 없을 것 같았다.

“구왈기야 오보이. 놈의 야심을 조금이라도 일찍 눈치챘어야 했는데…….”

귀한 고래기름초에 화로에서 꺼낸 불씨를 옮겨 붙이며 황제는 중얼거렸다. 놈은 4인의 보정대신이 균형을 이루던 구도가 무너지기 전까지 잘도 자신의 송곳니를 숨겨왔다.

그랬던 오보이가 본색을 드러낸 것은 최근이었다. 아마 자신이 아니었으면 놈이 몰래 갈아왔던 송곳니에 당했을 것이라며, 강희제는 스스로에게 위안을 건넸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이제는 놈의 옛 주인, 황제의 백부 숙친왕 호오거를 중심으로 불손한 움직임까지 감지되고 있었다. 고작 열다섯 살짜리 황제가 헤쳐나가기엔 지금 상황은 너무나 힘겨웠다.

“어리다는 이유로 나를 허수아비로 보는 것인가. 간악한 놈 같으니.”

보정대신 사이에서 조율을 맡던 소닌이 죽은 후, 조정의 균형은 완전히 무너졌다.

같은 양황기 출신인 두 보정대신, 오보이와 어빌운이 야합하면서 다시 한번 권력다툼이 시작된 것이다.

그들의 목표가 된 나라 숙사하는 수족을 모두 잃은 채 옥에 갇힌 지 오래였다. 오보이는 선제의 황릉을 돌보지 않아 황실을 능멸했다는 등 나라 숙사하에게 스물네 가지의 죄목을 들이밀었다.

허나 강희제에게는 그런 죄목들이 전부 눈에 차지 않았다. 그동안 북경의 치안을 맡았던 오보이라면 충분히 조작할 수 있는 정도의 증거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황제에게는 폭주하는 오보이를 막아설 힘이 없었다.

그가 대부분의 군권을 틀어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팔기를 이루는 여덟 정예부대 중 황제의 뜻대로 움직이는 군대는 정황기와 정람기, 단 두 부대뿐이었다.

아마도 나라 숙사하의 유죄를 최종적으로 입증해 줄 증인이자 죄인이 조선에서 압송되어오면, 숙사하는 즉시 목이 매달릴 것이 뻔했다. 그나마도 강희제가 계속해서 재검토를 명하며 시간을 끌었기에 숙사하의 목숨이 지금까지 연장된 것에 가까웠다.

“하아. 번국의 제일가는 정승을 북경으로 끌고 와 벌하려는데, 그 죄목이 고작 강남에서 유행하는 연극의 내용이라는 것은 지나치게 치졸하지 않은가.”

천천히 책 사이에 끼워놓았던 서찰을 꺼내며, 황제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오보이가 조선의 영의정을 벌하겠다고 내민 증거들 역시 허술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때 북경 정벌군에 종군하던 이가 어떻게 그 치열한 전쟁통 속에서 명의 선대 황제를 살려보낼 수 있겠는가. 당시 북경성 전투에 말려든 모든 이들이 어떻게 움직일지 알고 있던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가 미래라도 보고 온 것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나머지 증거들 역시 결정적인 단계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일부러 명의 함대를 살려보내 적을 이롭게 했다는 죄목 역시 트집에 불과했다.

그가 이끈 조선 함대가 괴수 정성공을 참한 이후, 명 수군의 전력은 처참할 정도로 떨어지고 말았다. 철벽과도 같은 방어를 자랑하던 강과 해안 일대는 이제 빈틈이 꽤나 보이고 있었다. 이제는 수준 낮은 청의 수군이 작게나마 전공을 올리고 있을 정도였으니까.

오히려 바다를 통해 조선에서 대량으로 강남의 물건을 공급해준 덕분에, 물가는 안정되고 밀무역의 수요는 날로 바닥을 치고 있었다. 해금령을 내린 해안을 단속하던 배들을 명과의 전선으로 투입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조선이 세운 공은 확실했다.

“오히려 무능을 자랑하고 있는 것은 자쿤 구사를 이끄는 본인이 아닌가? 고려 함대를 전부 징발해서 전면전을 시행하고, 응하지 않으면 벌해야 한다니 이 무슨…….”

청은 명 수군이 약해진 틈을 타 산동 이남의 황하와 회수를 넘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이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양주에서 명의 사령관 오삼계와 벌인 회전에서 청군은 처참한 패배를 맛보고 더 이상의 남진이 좌절되고 말았다.

강희제는 알 리 없지만, 원 역사에서도 운남과 귀주, 단 두 성을 가지고 청을 코너로 몰아붙였던 명장은 여전했다. 게다가 전장이 펼쳐진 양주는 그의 고향, 남벌에 나선 이후로 학살을 서슴지 않으며 민심까지 잃은 청군이 쉽게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때문에 이번 원정의 실패를 두고 조정에서도 책임의 소재를 날카롭게 묻고 있는 상황이었다. 오보이는 그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내부의 배신자가 적과 내통했다는 명분을 들고 온 것이다.

“하긴, 감히 카간인 내 면전에서도 비수를 숨기길 서슴지 않던 놈이다. 그 비수를 지금처럼 언제든지 정적에게 찌르려 들 것이고, 언젠가는 내게 겨눌지도 모르지.”

사각, 사각. 엄중히 봉해진 편지봉투가 강희제가 뽑아든 단도에 잘려나갔다. 불쾌한 기억을 떠올린 어린 황제는 콧잔등을 찌푸렸다.

황제가 병문안을 핑계로 오보이를 방문했을 때, 놈은 병이 중하다며 몸을 일으키지도 않았었다. 감히 지존 앞에서 침상에 누워있는 것을 석연치 않게 여겨 조사해보니, 그때 놈이 이것과 비슷한 단도를 등 뒤에 숨기고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원래라면 반역의 죄를 물어 그 자리에서 목을 쳐도 무방한 중죄다.

하지만 황제는 몸에 칼을 지니는 것은 만주족의 풍습이라며 둘러대며 그 일을 스스로 묻을 수밖에 없었다. 직접 놈을 징벌할까 생각도 했지만, 아직 때가 아니라는 할머니 태황태후의 만류를 받고 뜻을 접어야 했다.

빠득. 작게 이를 악무는 소리가 침전에 울렸다. 하지만 그 뒤를 이은 것은 의외의 작은 탄성이었다.

“과연. 할아버님께서 고려인을 바투루로 삼으신 이유가 있긴 하구나.”

전직 잘안 장긴이 보낸 편지는 잊지 않고 자신에게 연락을 보내준 것에 대한 정중한 감사로 시작했다. 그 편지를 읽기 시작한 황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속이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

마치 그의 불편한 속내를 알기라도 한다는 듯, 그 편지의 말머리부터 오보이가 단도로 자신을 능멸한 일화가 적혀있었기 때문이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허전함이 내려앉았던 강희제의 어깨에 정체모를 힘이 돌아오고 있었다.

“아르가투란 이는 어떻게 고려의 수도에 앉아 북경을 주머니 속 물건을 들여다보듯 파악한단 말인가. 이 사람은 분명 내게 큰 힘이 되어줄 것이 분명하다.”

뒤이은 편지의 내용도 마음에 드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위기에 빠진 어린 황제가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에 대한 답장이었음에도, 그 편지에는 주제넘은 요구나 분수를 잊은 언행이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번국이지만 외세를 끌어들여야 하는 황제의 정치적 부담을 줄여주려는 계책이 적혀 있었을 정도였다.

“오보이에게 빼앗긴 군권을 찾는 것을 도와주겠다……. 고려에서도 군사를 지원해주겠지만 미래를 위해서라면 내가 놈의 손아귀에 있는 팔기를 포섭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 장으로 이루어진 편지를 읽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촛불에 일렁이는 글자들을 다시 읽어 내려가는 강희제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작위를 박탈당한 예친왕이 자식을 고려로 피신시켰을 줄은 몰랐군. 사람 둘을 보내니 그 예친왕의 수하에 있던 팔기를 규합하는데 이용하라……. 이것은 마치 카간인 나에게 과제라도 주는 것 같지 않은가.”

어찌 보면 군주로서 불쾌하게 느껴질 만한 내용이었지만, 강희제의 기분은 썩 나쁘지 않았다. 조선의 정승은 고작 열다섯 살에 불과한 자신의 능력을 믿고 그러한 제안을 보낸 것이었으니까.

편지의 내용대로라면 황녀는 예정에 없었던 호위 둘을 더 데리고 북경으로 복귀한 듯했다. 전 예친왕 도르곤의 사위와 전직 양백기의 장수.

편지는 그들을 이용해 순치제의 치세 동안 찬밥 대우를 받았던 정백기와 양백기를 포섭하라는 제안이 적혀 있었다. 본래 예친왕 휘하에 있던 두 구사의 옛 기억을 되살리고, 카간에게 마땅히 바쳐야 하는 충성을 요구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아 보였다.

“과연, 과연……. 이런 상황이 만들어진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계략을 짜낼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을 텐데도 빈틈이 없어 보이는구나.”

그의 제안대로라면 적어도 팔기군 절반을 자신의 손에 넣을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꽤나 할 만해진 상황인데, 이미 러시아와의 전투에서 솜씨를 입증한 조선 육군과 바다의 지배자가 된 조선 수군까지도 황제에게 힘을 보탤 것을 약속했다.

편지는 영고탑에 주둔 중인 주방팔기를 이용해 적의 시선을 돌릴 것이라는 말과 함께 끝이 났다. 조선의 정승은 변방인 만주에도 빠짐없이 연줄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사령관이 북경으로 호출되어 부재중인 상황에서는 주방팔기도 내 명을 쉽게 따를 것이라……. 이 싸움의 개전은 성동격서로 시작될 모양이군.”

편지에는 대강의 큰 줄기만 적혀있었음에도 강희제의 머리는 재빠르게 회전하고 있었다. 저 멀리 조선 땅에 있을 영의정의 생각이 그대로 황제의 두뇌에 흘러들어오는 듯했다.

“그렇게 되면 아마도 개전일은 오보이가 고려로 재촉하는 사신을 다시 보낼 그때가 될 것이다. 그동안 고려는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준비를 갖춰보겠다는 심산이겠고.”

하긴, 오보이도 조선이 뒤로 다른 마음을 품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 그가 조선으로 보낸 사신(使臣)은 사신(死神)과도 다름없는 상황. 감히 어느 번국이 상국에서 보낸 사신의 뜻에 반기를 들겠는가.

그러나 조선은 저항을 택했다. 불합리한 명령에 따라 그들의 정승을 사지로 보내는 대신, 이들은 현 상황을 올바르게 돌려놓기를 원하고 있었다.

“반정(反正)이란 말이 꽤나 어울리는 상황이로군. 나 역시 오보이 때문에 가슴이 답답했던 것은 이들과 마찬가지니까.”

조선의 임금과 정승은 자신의 밀서를 받고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을 받았을까.

아마도 그럴 것 같았다. 황제 역시 기대 이상의 답장을 받고 막혔던 속이 전부 풀리는 듯했으니까.

***

몇 달 뒤, 북경에서 죄인을 압송할 것을 독촉하는 사신이 조선으로 또다시 출발했다.

그리고 얼마 후, 북경의 조정에는 급보 하나가 날아들었다. 만주의 방비를 담당하는 영고탑에서 보낸 소식이었다.

“투먼 울라(두만강) 인근에서 경계를 넘은 고려군과 교전이 벌어졌다?”

“예! 그렇습니다! 현재 암반 장긴의 부재로 총지휘를 담당하고 있는 머이런 장긴의 보고입니다!”

아무도 예상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북경의 조정은 순식간에 혼란에 빠져들었다.

“충실한 번국이던 고려가 갑자기? 보고가 잘못된 것이 아니겠습니까? 상호간에 오해가 있었다든지요.”

“국경을 넘어서까지 산삼을 채취하는 고려인들은 심양 시절부터 해묵은 문제가 아니었습니까. 아니면 놈들이 예전에 뜨거운 맛을 보았던 기억을 벌써 잊은 것일까요? 허어…….”

“혹시 고려의 정승을 소환하기 위해 파견된 사신과 관련이 있는 상황이 아닐지……. 구왈기야 태사는 어찌 생각하십니까?”

갑자기 날아든 질문에, 한껏 기분이 고양된 오보이에게서 코웃음이 흘러나왔다.

빼앗기 위해선 먼저 주어야 한다(將欲奪之 必先與之)는 격언을 그대로 실천한 강희제 덕에, 재상 자리에 막 임명받았기 때문일까.

“뭐, 별일이야 있겠소? 놈들이 발악해봐야 자쿤 구사(팔기) 앞에서는 무력할 뿐이지. 혹시 모르니 병력 일부를 진상조사를 위해 닝구타(영고탑)으로 파견하면 될 일이오.”

오보이의 한 마디에 혼란스럽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정리되었다. 어느 신하가 입에 올린 ‘소국이 대국에 대항해서 되겠냐.’는 말이 그들의 생각을 그대로 비춰주는 듯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단 한 사람만은 지금 벌어지는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옥좌 위에서 이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어린 황제였다.

강희제의 예상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자금성에 조선을 얕보는 웃음이 한창 울리고 있을 무렵, 이제는 꽤나 규모가 거대해진 벽란항은 수송선에 오르는 군사들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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