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6)
“저기요, 아직 끝 안 났거든요?”
“네……, 네?”
볼에 서늘한 손가락이 와 닿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잠시 정신을 놓고 있자, 그녀가 고운 눈썹 사이를 찡그리고는 내민 손가락이었다.
“우리 약속 아직 안 끝났다고요, 선배.”
“그…… 저랑 한 약속은 밥 약속 아니었나요?”
창밖에는 어느새 붉은 노을이 내리고 있었다. 분명 아까 그녀를 만나러 갔을 때는 해가 중천에 떠 있었는데……. 점심만 먹고 헤어지는 거 아니었어?
“밥 약속 맞잖아요. 지금.”
“아니…… 저희 점심에 참치초밥 먹지 않았었나요? 그리고 지금 시간이…….”
벌써 그녀와 6시간 넘게 함께하고 있었다. 사실상 이건 밥 약속이 아니라 데이트였다.
“그거 제가 계산했잖아요, 선배. 그 스시집, 엄청 비싼 데였는데.”
“그래서 제가 영화 본 거랑 방금 카…… 다점(茶店)에서 먹은 걸 계산했죠. 그래도 좀 모자라긴 한데…….”
“맞아요. 선배가 여기서 딱 저녁을 사시면 오늘 쓴 비용이 서로 비슷해질 거예요. 그럼 된 거 아닌가요?”
어쩐지 내가 계산하겠다는 걸 한사코 거부하더니, 이런 거였나.
그녀는 나를 향해 윙크를 날리더니, 순식간에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아무래도 나, 예전 심양에서 있었던 일처럼 완전히 함정에 빠진 모양이었다.
그래서일까. 그녀의 말에 함부로 거역할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분명 여기는 청나라가 아니고, 그녀도 황녀가 아니라는 생각을 속으로 수백 번 외쳐봐야 공허한 결과만 따라올 뿐이었다.
“그리고 이왕 휴일에 이렇게 꾸미고 나왔는데, 좀 더 어울려주세요. 설마 제가 귀찮다거나, 피곤하신 건 아니죠?”
“아뇨, 아뇨. 그럴 리가요.”
“아니면 저랑 있는 게 재미없다거나…….”
“그것도 아니에요. 벌써 이렇게 시간이 훌쩍 가 버렸는걸요.”
그저 당황해서 뱉은 말이었는데, 그녀는 내 대답이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순진한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가득 띤 그녀는, 곧 테이블에 비치된 태블릿을 들어 저녁 메뉴를 주문하기 시작했다.
“음……. 선배, 여기 뭐가 맛있는지 아세요?”
“어, 아뇨. 사실 여기에서 뭘 파는지도 짐작이 안 가요. 치즈가 들어간 음식을 파는 것 같긴 한데…….”
풋. 내 어리바리한 모습을 본 그녀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하지만 어쩌란 말인가. 그녀가 자신만 아는 맛집이라며 데려온 이곳은 간판도 제대로 달려있지 않은 데다, 겉모습은 한옥 인테리어를 하고 있어 어떤 메뉴를 파는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그나마 가게 외부에 걸려있는 청사초롱에 건락점(乾酪店)이라는 한자가 쓰여 있어, 치즈를 재료로 한 음식을 파는 가게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려줄 뿐이었다. 성조대왕 시절부터 내려오는 레시피라니, 이것도 그 유제품과 설탕 중독자 양반이 소주방의 숙수들을 갈군 흔적인가.
“그럼 제가 힌트를 드릴게요. 제가 북 중국어를 조금 하는데, 거기 말로는 ‘나일라오 꿔쿠이’라고 하거든요.”
“나일라오…… 꿔쿠이……?”
어디서 들어본 말인데……. 어디였더라?
“기대해도 좋아요. 제가 정말로 좋아하는 음식이거든요.”
그때 눈치챘어야 했다. 방심의 끝에는 지옥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이게…… 말씀하신……?”
“네, 맞아요! 자랑스러운 전통요리, 피자 되겠습니다!”
피자 자체는 그렇게 당황스러운 음식이 아니었다. 그건 어차피 내가 바꿔놓은 역사의 흔적이니까. 하지만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파인애플 피자를 좋아한다고 했을 때 알아챘어야 했는데…….”
“네? 뭐라고 하셨어요?”
“아, 아녜요. 참 맛있게…… 생겼네요.”
“그럼요. 저번에 대뜸 하와이안 피자를 물어보시길래, 좋아하실 줄 알았거든요. 그럼 그렇지, 후후.”
이게…… 하와이안 피자?
잘 구워진 밀가루 반죽에서 뚝배기를 제거하자, 치즈를 비롯한 각종 토핑이 흘러내려 빵 안을 채우는 것은 내 기억속의 피자가 맞았다. 헌데, 그 가운데서 자신의 존재감을 너무나 선명하게 드러내는 재료가 하나 있었던 것이다.
“조선시대부터 내려온 전통 레시피로 피자를 굽는 데는 이 근처에 여기뿐이에요. 아, 선배는 식단 조절하느라 이런 패스트푸드는 잘 안 드셔서 모르겠구나…….”
원래 세계의 하와이안 피자는 그래도 먹을 만한 음식이었다. 하지만 이건…… 우욱…….
왜 반짝거리는 투명한 시럽이 흘러내리는 파인애플이 피자 위에 잔뜩 올라와 있는 걸까.
이거 설마, 내가 아는 그거…….
“탕후루, 맛있어 보이죠? 이건 하와이안이 아니라 요심도식 만주리아 피자예요!”
“네, 네……?”
“제가 얼마 전에 찾아낸 건데, 엄청 맛있어서 벌써 푹 빠져버렸다고요! 선배 입맛에도 분명 잘 맞을 거예요. 제가 보증해요!”
방두쇠가 만든 피자가 다른 세상에서도 나를 괴롭히다니, 이게 호포대 대원들에게 빠따를 쳐댄 내 업보인 건가?
이 세상으로 넘어오기 전에 탕후루 피자를 법으로 금지시키든지 했어야 했다. 아니, 적어도 그녀에게서 황녀를 떠올렸으면, 언제든지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걸 예상했어야 했다.
“아~ 아 해봐요. 어서요! 귀여운 후배가 직접 먹여드리는 일이 얼마나 있겠어요?”
전부 내 탓이었다. 눈을 질끈 감고 자갈을 씹는 심정으로 피자를 씹을 수밖에.
“맛있죠? 그쵸?”
눈앞이 새까매졌다.
아마도 피자에 지나치게 함유된 당분이 혈당치를 지나치게 올려버렸기 때문이 분명했다.
***
“야, 너 어제 뭐 잘못 먹었냐?”
훈련 도중, 스피드건을 들고 내 구속을 재던 감독님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 것은 그녀와 데이트를 한 다음 날이었다.
“뭐 잘못됐습니까? 감독님?”
“아니아니, 잠깐……. 너 곡구(曲球), 커브도 던져봐라. 니가 제일 잘 던지는 그거.”
감독님에게 요청받은 대로 포수를 향해 커브를 던졌다. 손톱으로 찍어 고정시킨 야구공은 손목을 비틀며 팔을 휘두르자 손아귀에서 경쾌하게 튀어나갔다.
팡. 공중에서 한 차례 제동이 걸리듯 꺾인 야구공이 포수의 미트에 정확하게 안착했다.
“이상한데…….”
“네? 무슨 말씀이신지…….”
이상하다는 말만 남긴 채, 감독님은 한참을 심각해진 얼굴로 스피드건만 쳐다보고 있었다. 잠시 후, 고개를 갸웃거리던 그는 내 눈앞에 스피드건의 액정을 그대로 들이밀었다.
“……136km/h?”
“야, 너 평소 커브 구속보다 5km는 더 나왔잖아. 이번에는 다시 속구 던져봐. 투심 말고 포심으로.”
보통 커브보다 구속이 빠르고 예리하게 꺾이는 파워 커브가 내 주요 구종이긴 한데, 구속이 평소보다 훨씬 잘 나오고 있었다. 내 폰에 저장된 영상에서도 커브의 최고 구속은 133km/h 정도였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어처구니없다는 듯 머리를 벅벅 긁은 감독님은 다시 마운드 뒤로 가서 스피드건을 겨누기 시작했다.
팡. 채찍처럼 휘어진 내 팔은 이번에도 포수의 미트에 정확히 공을 꽂아 넣었다.
“이상한데, 이거, 스피드건이 고장 난 건가?”
“왜 그러세요, 감독님?”
“이거 봐라. 156km/h 아니냐. 니가 제구가 좋았지, 프로에서도 드물 정도의 파이어볼러는 아니지 않았냐. 최고 구속 해봐야 150을 겨우 찍던 녀석이 말이야.”
이상했다. 몸에 남아있던 기억을 따라 평소대로 던진 건데…….
말없이 턱을 쓰다듬던 감독님은 옆으로 걸어가 다른 투수를 불렀다. 그리고는 몇 차례고 구속을 재기를 반복했다.
“야, 너. 어제 뭐 먹고 뭐 했냐.”
“그……. 밥 약속이 있어서 후배랑 참치초밥이랑 피자 먹었습니다.”
“뭐? 니가 밥 약속? 거기에 초밥이랑 피자?”
감독님의 얼굴에는 ‘네가 웬 일이냐.’라는 문장이 그대로 쓰여 있었다. 내 기억에도 이 세상의 나는 몸 관리 하나는 프로보다 더 독하게 하던 사람이라, 감독님의 반응이 조금 이해는 갔다.
사실 그녀가 아니었다면 입에도 대지 않을 음식들이긴 했다.
특히 그 탕후루 파인애플 피자라는 악마는 말이지. 만주라는 말에 거부감이 느껴지게 만들다니, 이거 참.
“선비보다 더 선비처럼 살던 놈이 별 일이 다 있네. 야, 한수 너, 당분간 식단 그걸로 하고, 그래, 그 후배라는 사람도 자주 만나.”
“……예?”
이건 뭔 뜬금없는 소리야?
“야, 징크스 모르냐, 징크스? 혹시 모르니 다음 연습게임 때까지는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그렇게 해보도록 해. 구속은 매일 체크하고. 아, 연습게임 전날은 무조건 그 루틴 지킬 것.”
“그 말씀은…….”
“왜, 후배랑 점심 저녁 다 먹었다는 거 보니 여자랑 만난 거 아냐? 돌부처 같던 니놈이 여자 만나는 게 신기하긴 한데, 어차피 데이트 할 거면 어렵지도 않잖아?”
“…….”
“왜, 너무 좋냐? 너, 구속 여기서 떨어지기만 해봐. 내가 직접 니놈 입을 벌려서 초밥이랑 피자를 쑤셔 넣을 테니까. 순순히 하란대로 하잘 때 잘 하자, 응?”
이유는 모르겠지만 구속 상승이 정말 그거 덕분이라면 여친에게 감사하라며, 감독님은 내 가슴을 가볍게 툭 치고는 멀어져갔다.
그녀가 여친이 아닌 것은 둘째 치고, 방금 그건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은 명령이었다.
잠깐, 그러니까 매주 그 악마를 입 안에 넣으라고?
구속을 위해서 그걸 억지로?
***
“자네, 어딜 보나. 혹시 끝난 줄 알았나?”
감독님의 민폐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그날 저녁, 나는 절대 가고 싶지 않았던 곳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아, 교수님, 설마 아직도 하실 말씀이 남으신 건…….”
“물론이지. 나는 자네가 이렇게 최신 연구에 밝을 줄은 상상도 못 했거든. 솔직히 말하면 자네가 야구부 에이스만 아니었어도 곧바로 진로를 변경시켰을 텐데 말일세.”
따끈한 보이차를 한 모금 마신 교수가 혓바닥으로 입술을 훔쳤다. 누가 봐도 입맛을 다시는 그림이었다.
“아니면 이런 방법도 있지. 자네가 졸업하고 프로에 가거든 비시즌에 연구실에 와서 공부 해봐도 되고, 아니면 은퇴한 후에도…….”
한 달 조금 넘는 비시즌에요? 그리고, 제가 프로야구선수를 은퇴한 후에는 교수님 정년이 이미 지났지 않았을까요? 설마 제가 조기은퇴할 거라는 악담은 아니실 테고.
그런 말을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이런 말을 입에 함부로 담았다가는 꼭 안 좋은 쪽으로 일이 굴러가기 마련이니까.
다른 쪽으로 말을 돌리려 해도 하필 대화 주제가 전생의 나, 안한수여서 두 배는 더 조심스럽게 말을 해야 했다. 그렇게 살얼음판을 걷듯 불편한 자리에서 억지로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을 때였다.
“아, 참. 내가 자네를 이렇게 앉혀놓고 있는 이유는 또 있다네.”
“또…… 라니요?”
“자네를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나만 있는 게 아니거든. 우리 학과 다른 교수도 자네에 대해서 궁금해했는데, 그 교수는 저녁 강의가 있어서 조금 늦을 수밖에 없어서 말이야.”
“아아…….”
“어디보자. 시간이……. 아, 온 모양이군.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말이야. 허허.”
똑. 똑.
교수실을 노크하는 소리와 동시에 문이 벌컥 열렸다. 그 뒤에는 웬 덩치 큰 남자가 푸른 눈길을 빛내며 서 있었다.
“얀 교수일세. 네덜란드에서 왔지. 전공은 조선과 네덜란드 교류사인데, 그걸 현지에서 연구하기 위해 레이던 대학에서 파견교수로 왔다네.”
“반갑습니다. 안한수 선수. 저도 당신의 열렬한 팬입니다.”
당황스러웠다. 금빛 수염으로 뒤덮인 외국인에게 유창한 한국어가 날아왔기 때문이 아니었다.
이 사람,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아실지 모르겠지만 네덜란드에서도 야구는 인기 스포츠거든요. 아무래도 우리 식민지였던 아메리카에서 만들어진 종목이기도 하고, 조선과의 교류가 여기서도 드러나기도 하죠. 하하.”
“아……. 그렇군요. 반갑습니다. 안한수라고 합니다.”
홀린 듯이 얀 교수가 악수를 청하며 내민 손을 마주잡았다. 왠지 이 사람에게는 이런 높임말이 아니라 하오체로 평대를 받아야 할 것 같았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얀 벨테브레이라고 합니다. 17세기 조선에 처음으로 표류하신 선조님과는 미들네임만 빼면 이름이 같지요.”
아……. 나는 그제서야 남자에게서 느껴지던 데자뷰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아마도 박연이 표류하기 전, 네덜란드에 남긴 가족의 후손이 이 남자인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선조님과 공통점이 또 하나 있습니다. 하하. 무엇인지 아십니까?”
“공통점이요? 뭔가요?”
“그건 한국인과 결혼했다는 점이지요. 아, 물론 저는 네덜란드에서 만난 인연이긴 합니다만. 하하. 그래서 박사논문 주제도 네덜란드와 조선의 교류로 정했습니다.”
역사 관련 학과도 아닌 체육특기생이 17세기 조선과 네덜란드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어 놀랍고 신기했다며, 얀 교수는 말을 이었다. 정말 기막힌 우연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그가 잡은 손에 지그시 힘을 주어 반가움을 표시했다.
“아, 참. 시간이 조금 늦었군요. 출출하지 않으십니까?”
꼬르륵. 얀 교수가 어둑어둑해진 창밖을 가리킨 순간, 내 배에서 마치 대답하듯 흘러나온 소리였다.
그걸 들은 교수 두 명은 타이밍이 기막히다며 한참을 웃어댔다. 얀 교수는 웃는 모습까지도 박연을 닮아 있어, 그의 웃음이 무례라 느껴지는 일은 없었다.
“미리 준비한 게 있어 다행이군요.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저와 간단한 간식이라도 함께 하시겠습니까?”
“실례일리가요. 그런데 간식이라면……?”
“17세기 조선과 네덜란드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제가 간식 겸 좋은 선물이 될 수 있는 것을 준비했지요.”
내게 윙크를 보낸 얀 교수는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들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낯선 언어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는데, 아마도 이 시대의 현대 네덜란드어겠지. 내가 아는 17세기의 네덜란드어 지식으로는 얀 교수의 말이 토막토막 들릴 뿐이었다.
“곧 오겠다는군요. 간식을 들고.”
“제가 초콜릿과 차라는 단어를 들었는데, 맞나요?”
“호오, 맞습니다. 네덜란드어도 조금 아시는 모양이군요. 이거 오늘 저녁은 즐겁겠습니다.”
간단한 것에도 이리 호감을 보이는 얀 교수를 보니, 나도 가슴 속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박연을 처음 만났을 때도 비슷한 느낌이었지.
똑똑.
교수실에 다시 노크 소리가 울린 것은 그때였다. 들어오라는 말과 함께 문이 활짝 열렸다.
“어…… 어?”
문이 열리자마자 숨이 턱 막혔다.
짙은 민트 향이 나를 덮쳤기 때문일까, 갑자기 아무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의 어깨 위로 금빛의 머리카락이 물결쳤다. 바다를 닮은 푸른 눈동자는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제 딸입니다. 성근대학교로 파견을 오면서 함께 유학을 왔지요. 저한테 배워서 딸아이도 한국어가 참 유창할 겁니다. 하하.”
***
어젯밤, 꿈을 꾸었다. 마치 오늘 저녁의 일을 예지하는 듯한 꿈을.
그리고 결국 꿈은 현실이 되었다. 겉모습은 조금 달라졌지만 그 사람을 못 알아볼 수는 없었다. 내 눈에, 그 사람 말고 다른 사람이 보일 리는 없으니까.
매번 꿈속에서 나타나 나를 안아주던 사람, 거친 손길로 내 머리칼을 쓰다듬던 사람, 내 가슴을 기쁨의 색으로도, 슬픔의 색으로도 물들게 하던 사람.
그 사람을, 드디어 만났다.
이번에는 반드시…….
호랑이 어사, 조선을 뒤흔들다!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