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백제에서 살아남기-134화 (134/154)

134. 이주를 지켜라 2

연합군 수뇌부는 차라리 우회하여 이주를 직접 공격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좁혔다.

"조금의 공이라도 세우자는 게요?"

"뿐만이 아니라 연방이 이주를 발판으로 세력을 떨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오."

"나쁜 방법은 아니구려. 하여간 대체 연방이란 나라는 어디서 나와서는……."

어디서 그런 괴상망측한 나라가 나타나 이렇게 귀찮게 하는 것인가.

어차피 패할 전투라면, 이주의 백성들에게 피해를 조금이라도 입혀야 한다.

"심지어 저만한 무기와 배를 가진 것을 보면 오랑캐라 무시할 수도 없겠소. 일단 그럼 함대를 따로 보냅시다."

연합군은 함대를 나누어 따로 우회시켰다.

연방군은 연합군을 상대로 정신없이 화포를 퍼붓고 금강급 함에 오르는 병력들을 쳐내느라 죽을 맛이었다.

"배를 돌려라!"

마침내 민과 월의 함대가 물러나기 시작했다. 연방에게는 연합군이 전력 차를 깨닫고 연방의 함대 앞에서 물러난 것처럼 보였다.

"하늘이 우리를 도왔다!"

"부여연방 만세!"

와아아아아아아!

연방군은 천지가 떠나가라 함성을 질렀다. 그야말로 대승이다.

연합의 군선 수백 척이 수장되었다. 반면에 연방군의 군선은 대부분 멀쩡했다.

"우리 배는 몇 척이나 무너졌소?"

"배 자체는 손실이 적소이다. 병사들도 수백 명이 죽거나 다쳤소."

천 척을 상대로 피해도 적은 편이었다.

꽤 잘 버텼다. 피해도 미미하니 그야말로 대승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도 과연 중원의 국가답다고나 할까.

"그 와중에 단병접전이라. 대단하오."

정말 질릴 뻔했다. 죽을 줄 알면서 올라오는 것을 보면 그야말로 악귀가 따로 없었다.

뭐 결국에는 인해전술에 불과하지만, 수가 하도 많다 보니 연방의 장수들이라도 놀랐다.

"그래도 그 정도라면 나쁘지 않습니다."

"저놈들의 박살 난 선박들 보면 그렇지요."

정말 엄청나게 부서졌다.

아예 바다를 뒤덮을 정도니 도무지 새어볼 수도 없다.

"일단 승리는 했는데, 왜 저놈들이 왔는지 모르겠구려. 굳이 와서 박살 날 이유가 없을 텐데."

"아마 우리가 이주에 있으면 저들 입장에서 뒤가 찜찜하지 않겠습니까?"

일리가 있다. 그렇다면 이다음에 또 올 가능성도 있다.

그때를 대비해서 언제든 준비는 해야 한다.

"화약은 얼마나 남았소이까."

"아까와 같은 전투를 할 만큼은 안 될 것이오. 만일 다음에도 저만한 규모로 오면 단병접전을 각오해야 할 것이오."

"설마 또 오겠소?"

상당히 많은 배를 수장시켰다. 저러고 또 오겠는가?

제대로 피해조차 입히지 못했고, 화포 공격을 그리 받았으니 다시 올 생각은 하지 못할 것이다.

"이러다가 원주민들이 공격이라도 하면……."

"큰일이로군."

싸울 수는 있으나 피해가 클 것이다.

이렇게 되면 손실만 생길 뿐 이주 점령이라는 목표가 퇴색되고 말 것이다.

그런데 섬으로 돌아오자 원주민들이 연방군을 반겼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음?"

"우리를 지켜주기 위해 그리도 싸워주시다니. 정말 감격했습니다."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그럴 것도 같다.

연합군은 몇 번이나 섬에 상륙하려 했다.

"음, 하하하. 응당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오."

설마 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일이 잘 풀려서 다행이다.

어쩌면 이대로 이주를 취해서 이들을 백성으로 삼을 수 있겠다.

와아아아아아!

그때 어디선가 함성이 들렸다. 혹시 연방군이 승리한 것에 대한 축제라도 벌여주는 것은 아닐까.

"허허. 혹시 적군이 물러난 것에 대해 승전을 기념하는 축제라도 하십니까?"

"그럴 리가요. 아닙니다. 갑자기 이게 무슨."

안타깝게도 아니란다. 그럼 저 함성은 무엇인가?

한 번 알아보게 하였더니, 섬에는 꽤 큰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장군 큰일입니다! 연합군이 섬에 상륙하여 대만도의 원주민들을 죽이고 있습니다!"

"뭐라고? 그 미친놈들이!"

너무 쉽게 빠진다 했더니 그런 이유가 있었나.

병사들을 데리고 가보니, 이주의 서쪽 해안에서 상륙한 연합군이 원주민들을 끌고 가는 것이 보였다.

설마 우회해서 원주민을 데려갈 계획을 꾸몄다는 말인가.

상귀는 혀를 내둘렀다.

"설마 이런 얄팍한 수작을 벌이다니."

"우리에게 조금이라도 이주를 내놓지 않겠다는 뜻이 아닙니까."

가만히 보고 있으려니 이게 참 어이가 없다.

지금까지 가만히 있다가 연방을 이 땅을 노리니, 따라서 노리는 것이 아닌가.

"저항하는 자는 다 죽이고 끌고 갈 수 있는 자들은 모조리 끌고 가라!"

"사, 살려주세요!"

심지어 연합군은 무력을 동원하고 있다. 이대로 내버려 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우리도 배를 돌려 저것들을 부수어야 하는 것이 아니오?"

"상륙한 수군을 움직여 저들을 격퇴해야 하오."

상대의 함대는 연방군의 몇 배에 달한다.

당연히 병력도 비슷하겠지. 마저 더 상륙하기 전에 철저하게 격퇴해야 이주를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지금 당장은 저들이 상륙해서 공격하는 걸 막아야 한다.

"명길 장군이 함대를 끌고 저들의 뒤를 치시오."

"예, 총사."

상귀는 명길에게 함대를 주어 적들의 뒤를 치게 하고, 상륙한 연방군은 분기탱천한 원주민들을 찾아갔다.

"당장 구해야겠소!"

아니나 다를까. 원주민들도 다들 화가 났다.

"기다리시오. 이대로라면 다 죽을 것이오. 우리와 함께 갑시다."

"함께 간다는 말이오?"

"여기까지 왔으니 어찌 물러설 수 있겠소? 함께 갑시다."

"고맙소."

고마울 것이 있나. 결국 이 모든 것은 연방과 관련이 있거늘.

이제 와 물러설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남은 화약을 사용합시다."

"그럽시다."

콰앙! 콰광!

계속해서 상륙하는 연합군을 막으면서 동시에 이미 상륙하여 원주민들을 납치해가는 병사들과도 싸웠다.

"원주민들을 구하라! 싸워라!"

"연방군과 함께 동료들을 구하자!"

연방군과 원주민은 결사적으로 적들에게 맞서 싸웠다.

싸움은 서로 죽고 죽이며 일진일퇴였으나, 원주민들의 반격에 연합군은 버티지 못하고 대오가 무너졌다.

"이런 지독한 놈들! 퇴각! 퇴각하라!"

그렇게 연합군을 별 소득을 얻지 못했다.

납치하던 원주민들도 저항하면서 연합군을 죽여댔으니, 이제 연합군은 더 버티지 못하였다.

"이겼다! 우리의 승리다! 부여연방 만세!"

한참의 접전 끝에 수십여 척의 연방 함대가 상륙하려는 연합함대의 뒤를 쳐부수니, 연합군은 더 버티지 못하고 퇴각했다.

이미 연방 함대와의 전투가 불가능한 것을 깨달은 연합함대는 꼬리를 말고 이주에서 물러났다.

원주민들은 연방에 큰 고마움을 느꼈다.

"고맙소이다. 그대들이 도와준 덕에 우리는 저들을 이길 수 있었소."

"아닙니다. 우리가 연방을 의심한 탓이지요."

솔직한 말로 원주민들이 진작에 돕는다고 했어도 해상이 주력이었던 싸움에서 그들이 도왔을지는 알 수 없다.

"어쩔 수 없지요. 우리라도 의심은 했을 것이오."

"이번 일로 깨달았소. 연방이 없으면 우리는 다시 적들의 침공을 받게 될 터 연방에 들겠소이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가 아닌가.

이렇게나 열심히 싸웠는데, 혹여 그냥 쫓아내려고 했으면 총리 각하를 뵐 면목이 없다.

"좋소이다."

팼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이제 겨우 본국에 보고를 할 수 있게 되었다.

* * *

남당.

남당의 황제 이경은 연방의 문제로 고심이 많았다.

들어보니 순전히 말이 안 된다고, 이번 일이 당나라 측의 일방적인 궤변이란다.

처음에는 당장 연방과 싸우고 싶지만 남당은 통일된 나라도 아니다. 연방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확신할 수도 없다.

머리를 냉정하게 식히니, 연방의 총리란 자가 한 말이 그럴듯하다.

"하기야. 나 같아도 믿기 힘들겠군. 지나가는 길에 남당의 함대가 공격을 하여 교전을 하는데 350척의 함대가 바닷속으로 가라앉았으니."

이걸 또 열심히 설득하자니 남당의 수군이 지나가는 함대에 덤볐다가 쪽도 못 쓰고 수백 척이 수장되어버린 것이 된다. 한마디로 당나라의 수군은 연방의 함대에 조금의 피해도 주지 못한 나약한 함대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나마 보복할 겸으로 민과 오월에 연방이 이주를 먹을 것이라 알려 이주를 치게 했는데. 이 정신 나간 놈들이 천 척을 끌고 갔다가 아주 제대로 깨지고 돌아왔다고 한다.

그래. 당나라가 이상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따질 만하지 않은가."

오월과 민나라도 작살난 마당이다. 적당히 꾸민다면 배상을 받아낼 수 있지 않은가.

황제인 자신도 해전이 벌어졌을 때의 상황을 모르니 마냥 화를 낼 수도 없는 일이다. 당시에 수군을 맡던 장수들은 바다에 빠지거나 싹 다 처형했으니 이제 와 어쩌지도 못한다.

그런데 막상 생각해보니 나쁜 상황도 아니다.

오월과 민도 크게 병력이 줄었다.

연방과의 싸움에 얼마나 피해를 입은 건지는 아직 모르지만 적어도 당나라의 사정은 훨씬 낫다.

그래서 신하들에게 물었다.

"이참에 남진하는 것은 어떤가?"

연방의 반응으로 보아 지금 당장 연방이 쳐들어올 것 같지도 않고, 오월과 민은 함대를 잃어 피해를 크게 입었다.

"민은 지금 후계자 다툼이 치열하다 합니다! 폐하, 지금이 민과 오월을 병합할 절호의 시기입니다!"

"그렇사옵니다! 민과 오월을 병합하여 천하의 패권을 쥐셔야 합니다!"

"연방이 시시각각 우리를 위협하고 있으니, 하루빨리 적들을 병합해야 할 것입니다!"

남당의 조정도 전쟁으로 중론이 모였다.

민은 후계자 다툼에 이주에서의 패배가 겹쳤고, 비슷한 이유로 오월도 상황이 좋지 못하다.

연방에 당한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민과 오월이 피해를 입었다면 지금이야말로 밀고 내려가야 할 때였다.

설마하니 연방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은 몰랐다.

"대군을 일으킬 것이다! 민과 오월을 병합하여 옛 당의 영광을 회복하라!"

남당의 황제는 이경은 남벌을 천명하고 군대를 일으켰다.

* * *

대만에서 기이한 소식이 도착했다.

이번에는 직접 상귀가 보낸 것인데, 그 내용이 내 예상보다도 터무니없는 것이었다.

일단 이주로 가는 도중에 왜구를 수 차례 만났다는 것.

그런데 알고 보니 이것들이 그냥 왜구가 아니라 당나라 배였다는 점.

일단 이주에 도착한 뒤 보급 요청 겸 사람을 보낼 이었다는 것. 그런데 오월과 민의 함대가 쳐들어온 것.

뭐가 이리 스팩타클하다는 말인가.

"왜구인 줄 알고 당나라 배를 침몰시켰다라…… 뭐 이런 거짓부렁이."

왜선이랑 중국 배는 정말 그 차이가 큰데?

"장수들이 그 금강급함의 갑판에 있었다면 왜선이 조금 기이하게 보였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요즘 왜구들은 살기 위해 중국의 배를 탄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래요?"

그런 건 처음 듣는 소리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일리가 있는 말이다.

일본을 편입하고 나서 왜선은 한선으로 교체되었다.

왜선을 지녔다면 왜구겠지만, 왜선이 없기 때문에 중국 배를 탈취한 자들도 있을 것이다.

"예. 아국의 수군이 워낙 강하다 보니 왜구가 대부분 근절되었으나, 대신 중국에서 활동하는 왜구들이 늘었습니다. 그들 중에는 상대를 속이기 위해 중국의 배를 타는 것들도 있습니다."

"음. 그렇다면 말이 되는군."

하지만 그래도 명색이 수군의 장수라는 자가. 에잉, 쯧쯧.

상귀가 올린 서신을 마저 읽으니 이게 얼척이 없었다.

"심지어 이주에서 대승을 거둬? 오월과 민나라의 연합함대를 무찔렀다? 뭐 이런 엿 같은 소식이 다 있나."

"승전이 기쁘지 않으십니까?"

"아니, 기쁜데, 기쁜 건 기쁘다만 대만도를 점령하라고 했더니 원주민과 싸운 것도 아니고. 갑자기 뭔 다른 나라랑 싸워?"

당나라도 큰 문제인데? 아니. 아니다. 결국 언젠가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 예상은 했다. 대만도(이주)를 먹으면 중원의 나라들이 경계하는 것은 당연하다.

일단 무역을 하기에 편리한 위치에 있다. 실제로 역사에서도 대만도는 지형학적 위치상 무역의 이익을 봤으니까.

"먼저 쳐들어왔다고 하지 않습니까?"

"전개가 어이가 없으니 그러는 거지. 아니 당나라 함대와 싸운 것도 어이가 없는데. 월과 민의 함대 천 척을 격파? 잘하기는 잘했는데."

민은 민나라대로 약하고 오월은 후당이 쉽게 망해서인지 원 역사와 달리 스스로 월왕이라고 칭하기에 오월이 아니라 월나라라 불릴 정도다.

역시 조금 바뀌었을 뿐. 약한 것은 그대로인가.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기쁘기는 기쁜데 이게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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