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 반란군의 승리
남초.
남당의 서쪽에 있는 초나라는 남당에게 복속된 신하국이었다.
지금의 초왕인 마희광의 아버지 마희범이 남당에 입조하면서 남당의 신하국이 되었다.
초왕 마희광은 최근에 일어난 마희악의 반란을 물리쳤으며, 이제는 슬슬 상국의 노릇을 하는 남당에게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기회가 찾아왔다.
"남당이 지금 반군을 진압하고 있다더군."
"예, 폐하. 무려 10만의 군대가 초주의 반군을 제압하기 위해 출정했다 합니다."
남당이 10만의 군대를 움직였다면 아마 방비가 허술하지 않을까.
지금이라면 책봉 관계를 끊어내고 반대로 남당을 노릴 수 있지 않을까.
만일 남당만 도모할 수 있다면 천하의 판세를 뒤집을 수도 있다.
"우리가 가만히 있어야 하겠는가? 지금이라면 능히 남당에서 독립하여 황제를 칭하고 동진을 할 수 있지 않은가."
"남당을 상대로 말입니까?"
"반란 때문에 백성들이 동요하였으나, 지금이라면 충분히 싸워볼 만할 텐데?"
원 역사와 달리 마희광은 마희악의 반란을 진압했다.
마희광은 반란으로 인해 피폐해진 내치를 다지고 반란을 뒤에서 은근히 지원하려 한 당에 원한을 가지게 되었다.
초에 있어서 남당은 무찌르지 않으면 반드시 위험한 나라다.
"충분히 그럴듯할 것입니다."
"위에 있어 진나라는 연방의 노예니 상관없겠지."
후진은 이미 천명을 잃었다.
연방에 고개를 숙이고 나라를 보전하고 있으니 진나라는 중원의 천명을 가졌다고 할 수 없다.
"진은 이미 연방의 신하국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지금부터 여는 초나라가 남당으로부터 독립된 나라임을 선포하고 황위에 오를 것을 초나라 만천하에 선포할 것이다!"
초 황제 마희광은 칭제건원을 하고 대군을 일으켜 동쪽으로 진군을 계시했다.
목표는 남당. 천하의 패권을 쥐기 위해 초왕 마희광은 남당을 멸망시키기로 결심했다.
초의 거병은 반란을 제압해야 하는 남당에게는 큰 타격이었다.
남당에게 초를 막을 만한 병력은 현재 초주에 있는 것이 전부였다.
오월과 민의 침입도 있으니 군사력이 약화되었기 때문이다.
남당은 어쩔 수 없이 반란 진압을 포기하고 초의 군대를 막기 위해 초주를 공격하던 군사를 돌려야만 했다.
* * *
초주.
반군과 함께 초주를 지키던 연방의 장수 덕술은 눈에 띄게 당군이 조용한 것을 느꼈다.
심지어 병사가 보이지도 않는다.
아무리 봐도 저건 퇴각이다.
밤사이에 군대가 빠져나갔다. 급하게 물자를 두고 간 것을 보면 빨리 돌아가야 할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지? 대체 저놈들이 왜 퇴각을……."
"설마 역병이 다시 퍼진 게……?"
부장의 말에 덕술은 고개를 저었다. 역병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미묘하다.
"그랬다면 우리도 위험했다. 게다가 혼란스럽지도 않고. 게다가 역병이면 이렇게 신속히 퇴각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음, 그것도 그렇군요."
"그럼 답은 하나다. 당에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
남당 본국에 어떤 문제가 벌어진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남당에 벌어질 만한 것은 외침이 아닌가.
"그렇다면 추격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음, 하지 말지. 승리를 확신할 수 없다. 당장 막는 것도 급급하고, 추격하여 섬멸할 만큼의 기동력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기병대만 충분하면 추격 섬멸도 생각해 볼 텐데 아쉽게도 아니다.
추격하면 오히려 반격으로 죽을 수도 있다.
"아쉽습니다."
"게다가 만일 외침에 의해 빠지는 것이라면 우리가 소비하지 않아도 된다. 알아서 저들이 무너지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그러면 참으로 다행일 텐데 말입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당군이 물러간 이유를 알게 되었다.
초의 마희광이 대군을 일으켜 동진을 시작했다.
이렇게 되었으면 이제 당나라는 쉽게 초주를 노리지 못한다.
한동안 당은 초주를 치지 못할 테니 이건 완전한 승리다.
"백성들이여. 그대들이 승리했소!"
와아아아아아!
백성들은 그제야 안심했다.
조정의 군대가 초나라와의 전쟁에 투입되었다는 것은, 국가 대 국가의 싸움이니 아마 한동안은 초주에 신경도 쓰지 못한다는 증거다.
장군 덕술도 지금을 놓치지 않기로 했다.
지금이야말로 초주를 연방에 편입할 때다.
"이제 나 연방의 장수 덕술은 백성들에게 묻겠소! 초주를 통해 독립한다면 어쩌고 싶습니까?"
"우리는……."
"설마 아직 생각한 것이 없소?"
그 말이 사실인지 백성들은 아무 말이 없었다.
"우리는 마땅히 나라를 세울 만한 구심점의 인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장군이 없었다면 우리는 이렇게 싸울 생각도 못 하였으니."
애초에 단순한 반란이었고, 적당한 지휘관이 없어 연방에 요청한 것이 바로 반군이었다.
덕술은 연방의 사람이니 황제에 옹립하여 새 나라를 세우는 것도 좋지는 못하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방법은 이미 나왔다.
"그렇다면 원래 약조한 대로 연방으로 들어오겠소?"
"가능합니까?"
"못할 것이 무엇이겠소이까? 이미 본국에서도 훈련을 받았소이다. 원한다면 내 본국의 총리께 보고할 것이오."
오히려 이번에 연방에 편입시킨다면 본국에서도 크게 칭찬할 것이다.
단 한 번의 전투로 이만한 성과를 냈으니까.
심지어 뭔 일이 터지지 않았으면 초주는 쑥대밭이 되었을 것이다.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우리끼리 독립한다 한들 결국 당에서 고립될 것이 뻔합니다. 조정이 다시 군대를 보내면 큰일입니다."
그렇겠지. 지금만 봐도 피해가 막심하다.
인명 피해가 크지 않았던 것은 성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성도 얼마 버티지 못할 것 같으니 이제 그다음은 뻔할 뻔 자다.
다음에는 전멸할 것이다.
당이 패배하여 초주에 못 올 수도 있지만, 이길 경우도 생각해야 한다. 군대가 오기 전에 조치를 취해야 한다.
"연방에 초주가 편입되면 당도 함부로 움직이지 못할 것입니다."
그것도 그렇다. 반군으로서 당을 격파하고 독립한 백성들이 주인을 스스로 택하여 연방인이 되었다.
남당이 뭐라 할 수 있을까?
물론 항의 정도는 할 수 있겠지만 군사력도 얼마 없을 테니 전쟁을 불러일으킬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초주와 인근 지역은 전부 연방에 넘어가겠지.
"그럼 번복이 없는 걸로 알겠소이다."
"다만 연방의 백성으로 대해주시오."
"걱정 마시오. 총리께서는 초주의 백성들을 연방인으로 다스릴 것이오."
초주를 얻는다면 중원 내륙으로 들어가는 교두보도 확보되는 격이고, 인구도 크게 얻을 수 있으니 본국에서도 기뻐할 것이다.
* * *
초주에서 꽤 흥미로운 소식이 들어왔다.
초나라가 군사를 일으켜 남당으로 진격하고 있다더라.
남당의 국력은 또 줄어들겠지.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놈들이 초주에서 군대를 돌렸다. 즉, 전투를 포기하고 돌아갔으니, 초주의 반군이 승리한 것이다.
"이거 참, 하늘이 우리를 돕는 것이로군."
초주가 점령당했으면 곧바로 군대를 보냈을 텐데, 지금 초나라가 거병을 한 덕에 우리는 조금 더 여유롭게 사태를 관망할 수 있다.
"그러게 말입니다. 만일 초주가 점령당했다면, 우리는 더 큰 피해를 감수해야 했을 겁니다."
"초나라가 당나라를 공격하였다면, 아마 당으로서도 꽤 큰 시련이 될 것입니다."
"더 중요한 사실은 초주에서 독립한 백성들이 연방의 일원이 되기를 청한다는 것입니다."
당군이 물러나자 초주는 곧바로 당에서 독립을 선포했다. 그리고 백성들은 저들끼리 협의해서 초주를 비롯한 인근지역을 연방에 바쳐 연방의 지배를 바란다고 하니, 연방의 군대를 보내지 않고 우리는 남당의 영토를 얻은 것이다.
"이거 초왕에게 고맙다는 서신이라도 보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네."
"그러게 말입니다."
초왕 마희광에게 정말로 선물이라도 보내야 하나. 어쨌든 남당은 곧 끝장나게 될 테니 초와도 친하게 지내는 것이 옳다.
그간 후진을 넘어서 적당히 지냈는데 이제 당을 먹으면 결국 서로 국경을 맞대게 될 테니까.
"초주가 정말 우리 연방과 하나가 되고자 한다면 우리가 군대를 보내야 하니 초주에 보낼 군사 1만을 추리게. 음. 부달이 자네가 맡아."
"예. 각하."
"행정부에서는 이번 일을 잘 이용해 먹게. 저 멍청한 이경이 초에 신경 쓸 때, 초주를 잘 달래어 우리 쪽으로 만들어야 하니까. 그리고 외교부에서는 이참에 초와 외교 관계를 수립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초나라와 당나라를 기반으로 중원 십국들을 모조리 영향권 안에 두면 좋을 것이다.
물론 초나라는 그냥 당하려 하지 않을 테지. 그놈들은 당나라를 향해 공격을 시작했을 정도니까.
"그리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초주에는 이번만큼은 직접 가겠네."
지금까지 너무 쉬었으니까, 이번에는 직접 가고 싶다.
명색이 중원에 우리 땅이 생겼으니 가서 봐야지, 안 그래?
"괜찮으시겠습니까?"
"역병이 문제인가?"
"예, 각하. 아무리 그래도 한 나라의 지도자이신데……."
역병 따위가 나를 막을 수 있을 리 없지.
"역병이 완전히 사라졌음이 확인되지 않은 땅에 가서 미래 연방의 백성이 될 자들을 만난다. 이것만큼 완벽한 이야기도 없지 않은가?"
초주의 백성들도 아마 감격하지 않을까. 나라면 그런다.
역병으로 의심되는 지역을 토벌하러 왔던 당군. 그리고 그런 초주를 지키겠다고 싸우는 연방의 장수.
"그렇기는 합니다만."
"걱정 말게. 그럼 군사 1만은 죽이려고 보내나? 아니지 않은가."
나는 군사 1만이 준비되는 대로 벽란도에서 출발해 남당으로 갔다.
남당의 동쪽은 이미 반군이 지배하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 함대도 근처에 있다. 한마디로 상륙하고 초주로 갈 때까지 아무런 걱정이 없었다.
초주에 입성하자 수많은 백성들이 나를 반겼다.
"총리 각하께서 군사를 이끌고 친히 왕림하셨소이다! 모든 백성들은 연방의 깃발을 흔들며 맞이해야 할 것이오!"
"총리 각하 만세! 부여연방 만만세!"
연방의 깃발이 펄럭인다.
덕술이 백성들을 잘 선동한 것 같다. 이 정도면 완벽하지.
"반갑소이다! 나는 부여연방의 총리 부여금강이오! 내 그대들을 연방인으로 품고자 왔소이다!"
와아아아아아!
함성이 가득하게 퍼졌다.
그래. 바로 이거야.
"이제부터 초주는 연방의 땅으로 연방군이 파견되어 당나라의 위협으로부터 백성들을 지켜줄 것이오!"
"총리 각하 만세! 연방 만만세! 와아아아!"
백성들이 너도나도 즐거워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보기가 좋다.
나는 덕술을 불러 공을 치하했다.
"덕술 장군. 참 수고가 많았네."
"아닙니다! 오로지 연방을 위해서였습니다!"
"아니, 많이 힘들었다고 들었네. 생각보다 남당이 진심이었던 모양인데?"
남당의 군대 10만이 고작해야 백성들 반군이 있는 곳을 넘으려 하다가 퇴각했다.
그건 정말 예상치도 못했거든. 만일 초나라가 적당한 때에 군대를 일으키지 않았다면 이렇게 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예, 하지만 막고자 한다면 못 막을 것도 없는 병력이었습니다."
"아주 마음에 들어. 그럼 지금 남당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가? 지금 초를 상대로 잘 싸우고 있나?"
10만이면 무시할 병력이 되지 못한다.
초주 전투에서 피해가 좀 있어도 여전히 막강한 전력일 것이다.
특히 남당의 전 황제 이변이 내치를 다져서 키운 국력을 바탕으로 이경은 군사력을 키웠다.
심지어 수많은 전투를 치르며 정예 중의 정예가 되었다.
"고전하는 것으로 압니다. 일진일퇴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일진일퇴라. 마희광도 오합지졸만 보내지는 않았을 테지.
명색이 당을 공격한 군대다. 아마 그놈들도 제법 강한 군대를 보냈을 테니 꽤 혈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