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헬 나이츠-36화 (36/125)

# 36

헬 나이츠 2권 (11화)

Episode 15 싸움에 임하는 자세(2)

“서, 설마?”

폴의 눈빛이 바뀌었다. 그는 제이크가 하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필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도련님께서 그것을 하려는 걸로 보이지?”

“맞아, 집단 전투법을 알려 주려는 것 같아.”

“후후훗, 이거 일이 점점 재미있어 지겠는데.”

폴과 필은 흥미로운 눈으로 변하며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제이크는 바론을 중심으로 하나의 형태를 완성시켰다. 바론을 중앙에 두고 그 뒤에 두 명, 그 뒤에 두 명. 이런 식으로 마치 삼각형을 만들었다.

그리고 바론과 형태를 짓고 있는 병사들에게 각기 역할을 부여시켰다. 나머지 조들도 제이크가 설명하는 전술을 하나라도 빼놓지 않으려는 듯 눈에 불을 켜며 주시했다.

일차 전술 형태를 만든 제이크가 제일 먼저 맨 끝의 2명에게 말했다.

“너희 둘은 주변을 경계하다가 먹이가 들어오면 뒤를 막는 역할이다.”

“넵!”

두 사람이 힘차게 말했다. 제이크는 그 다음 두 명에게 지시를 내렸다.

“너희 둘은 적을 혼란스럽게 하면서 공격하는 역할이다.”

“알겠습니다.”

“나머지 한 명 남는 사람은 일종의 미끼 역할이다.”

제이크가 홀로 남은 바론을 보며 말했다. 바론의 얼굴이 급격히 바뀌었다.

“네에? 미, 미끼 역할요?”

“그렇다. 하지만 미끼라고 해서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너 하나로 인해 여기 있는 팀이 죽느냐, 사느냐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제이크의 말은 한마디로 중앙에 있는 자의 행동에 따라서 팀이 움직이기에 막말로 미끼라고 했지만 팀에서는 아주 중추적인 일을 담당한다는 의미였다.

그제야 이해를 한 바론의 표정이 밝아졌다. 솔직히 미끼라고 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러면서 아직까지 자신을 인정해 주지 않는지 원망까지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인 전술을 듣고는 자신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인지 새삼 깨달게 되었다.

“바론, 내가 말한 것을 이해했나?”

“넵, 이해했습니다.”

“좋아, 이해를 했으니 다행이군. 하지만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아직 모를 것이다. 지금부터 내가 보여 주겠다.”

제이크가 말을 하고는 바론을 한쪽으로 밀고 전술의 중앙에 섰다. 그리고 차근차근 전술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이것이 처음 전술 형태이다. 이 상태에서 앞에 적이 나타났을 때 혼자 앞으로 치고 나가 적을 유인한다.”

제이크가 직접 시범을 보여 주었다. 바론과 나머지 병사들은 그런 모습에 집중을 하며 지켜보았다.

“일단 한 번 붙어 보고 적이 강하다 싶으면 뒤로 물러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는 이 상태에서 전술을 운용한다. 하지만 적이 강했을 때에 대한 것을 말해 주겠다.”

그러면서 제이크는 열심히 설명을 시작했다. 제이크가 앞으로 나서서 적을 상대하면 뒤로 물러난다. 그때 양옆에 있던 동료들이 힘을 합쳐서 합공을 펼친다. 적의 손발이 어지러워질 때 다시 양 끝의 두 명이 합세해서 적의 뒤를 노리며 공격한다.

그렇게 다섯이 하나의 거대한 이빨이 되어서 적을 씹어 삼키는 것이다. 제이크는 몸소 시범까지 보여 주며 하나하나 차근차근 설명을 하였다. 병사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머릿속으로는 이해를 하는 듯했다.

“바론 이해했어?”

“네, 대장. 어떻게 운용되는지 알았습니다.”

“좋아. 너희들은?”

주위에서 지켜보는 병사들에게도 물었다. 그들도 한 목소리로 힘차게 대답했다.

“이해했습니다. 대장님!”

그들의 목소리에 제이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 전술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신속과 협동이다. 이 두 가지 중 하나라도 소홀한 것이 있다면 절대 성공할 수 없는 전술이라는 것을 꼭 명심하도록!”

“명심하겠습니다!”

병사들이 힘차게 대답했다. 바론이 손을 들었다.

“뭐지?”

“이 전술의 이름이 무엇입니까?”

“5인 집단 전투술!”

제이크의 말에 폴과 필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가며 히죽 웃었다.

“5, 5인 집단 전투술?”

바론이 머릿속에 되새기는 듯 중얼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여태까지 이런 전술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왕국의 병사들이 사용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용병들도 이런 전투법을 가지고 있지 않다.

도대체 이런 전투법이 어디서 나왔는지 몹시도 궁금했다. 그러면서 조금 전 제이크가 보여 주었던 것을 하나하나 머릿속에 각인시켰다.

“자! 이제부터 전술 훈련이다. 모두들 몸에 완벽히 숙달될 수 있도록 끊임없는 훈련밖에 없다. 나와 여기 있는 폴, 필이 너희들의 연습 상대가 되어 줄 것이다. 망설이지 말고 확실하게 몸에 익히도록.”

제이크의 지시에 병사들이 힘차게 대답했다.

“넵, 대장!”

다섯 명으로 구성된 5인 집단 전투술은 이들에게는 매우 어색해 보였다. 서로 호흡이 맞지 않아 엉키고, 때로는 큰소리까지 오가며 혼란스럽게 변했다.

폴과 필이 적이 되어 전술 훈련에 참여해 이해는 올려 주고 있지만 그것도 쉽지 않았다. 제이크는 이래서는 안 될 것 같았다.

“바론!”

제이크가 바론을 불렀다.

“넵, 대장!”

바론이 쏜살같이 달려왔다.

“너희들 조는 앞으로.”

바론이 속한 조가 앞으로 나왔다. 제이크가 단상을 내려가며 창을 하나 잡았다.

“자, 이제부터 내가 적이다. 들어와, 바론!”

“네!”

그는 힘차게 대답을 하며 전술 형태를 잡았다. 그리고 재빨리 앞으로 나서며 창을 내찔렀다. 제이크는 즉시 창으로 응수했다. 적절히 힘을 섞어 가며 공격과 방어를 보여 주었다. 그때 제이크가 소리쳤다.

“바론, 앞에 있는 상대가 강하나, 약하나?”

“가, 강합니다.”

“그럼 어떻게 하라고 했지?”

제이크의 말에 바론이 공격을 하면서 서서히 물러났다. 그때를 함께해 양옆에 있던 병사가 치고 나오며 제이크의 양옆에 섰다.

제이크의 언성이 올라갔다.

“들어오는 것이 늦잖아. 다시!”

다시 자세를 잡으며 바론이 뛰쳐나갔다. 곧바로 양옆에 있던 병사들이 나섰다. 또 한 번 제이크가 소리쳤다.

“이번에는 너무 빨라. 그렇게 빨리 들어오면 적이 수상히 여겨서 도망칠 수 있단 말이다. 타이밍을 보고 적이 눈치채지 못하게 신속히 움직이란 말이야. 다시!”

제이크는 실수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즉각즉각 얘기를 해 주었다. 그 결과, 실수는 점점 줄어들었고, 점점 팀이 하나가 되어 가고 있었다.

타앗! 합!

바론의 힘차게 기합을 내지르며 제이크를 압박했다. 곧바로 옆의 병사들이 달려와 제이크의 옆에서면 교란을 시켰다. 제이크는 마치 당황한 듯 창을 휘둘렀고, 곧이어 뒤에 나타난 두 명의 병사들에게 등을 보이게 되며 끝이 났다.

“헥, 헥. 하아.”

“크윽, 하아.”

바론이 있는 1조는 무려 3시간에 걸친 제이크와의 실전 훈련에 거의 녹초가 되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처음으로 제이크의 등을 노리는데 성공을 한 것이다.

“이제야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혀 가는군. 잘했다.”

제이크의 한마디에 바론을 비롯해 1조의 얼굴이 밝아졌다. 비록 몸은 힘들었지만 처음으로 제이크의 등을 공격했다는 것에 칭찬을 들어 너무나도 기분이 좋았던 것이다.

“가, 감사합니다. 대장!”

“뒤로 가서 완벽히 자기 것으로 만들도록!”

“알겠습니다.”

바론의 조가 물러났다. 제이크는 고개를 돌려 소리쳤다.

“다음 조!”

2조가 앞으로 나오며 1조가 했던 방식 그대로 훈련을 시작했다. 그 옆으로 폴과 필이 제이크와 같이 훈련을 지도했다. 처음에 모두 어색해하며 제대로 운용되지 않던 전술이 이렇게 세 명이 적이 되어 실전처럼 훈련을 하니 조금씩 나아지는 기미가 보였다.

그러면서 점점 5인 집단 전투술을 깨닫기 시작했다. 어느 덧 해가 서쪽 산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연무장에 모인 200명의 병사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전술 훈련에 매달렸다.

3

스타니스는 보일란 성에서의 정탐을 마치고 스승님이 계신 동굴로 돌아왔다. 스승님은 마법진이 그려진 그 중앙에 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

“스타니스냐?”

“네, 스승님.”

스타니스가 스승에게 다가와 인사를 하였다. 스타니스가 돌아오고 그때서야 천천히 눈을 떴다.

“그래 살펴는 보았느냐?”

“네, 스승님.”

“라예키르를 죽인 자가 누구인지는 확인했고?”

“확실치는 않지만 유력한 용의자는 알아냈습니다.”

“그래? 누구더냐?”

스승의 질문에 스타니스의 눈빛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그는 에페로 자작가에서 얻은 정보와 보일란 성에서 본 제이크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스승은 스타니스가 하는 얘기를 천천히 들었다.

“기사라…….”

스승이 말끝을 흐리며 잠시 생각에 잠기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너의 생각은 이그나탈이 데리고 있는 기사일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냐?”

“네, 그렇습니다.”

스승은 이그나탈의 이름을 듣고도 크게 동요하지는 않는 듯 보였다. 그러나 스타니스가 보기에 스승님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것은 알았다.

“우움. 이그나탈. 몇 십 년 동안 소식이 없더니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것인가?”

스승이 중얼거렸다. 스타니스는 찬찬히 스승님의 상태를 확인했다.

‘스승님의 마기가 매우 안정되어 있군. 하지만 7클래스를 넘어서기에는 아직 뭔가 부족해. 저 상태에서 움직인다는 것은 솔직히 무리라 생각되는군.’

그렇게 결론을 내린 스타니스가 얼굴이 심각해지며 고민에 빠져들었다.

‘어떻게 해야 한다? 혼자 움직이기에는 놈의 무력이 생각보다 강해. 그렇다고 셋째의 죽음을 모른 척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스타니스는 혼자 고민에 빠져들었다. 그것을 눈치채고는 스승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자가 그리 강하더냐?”

“넵, 언뜻 움직이는 것을 보았습니다. 제가 그놈과 상대를 하더라도 쉽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 그 정도란 말인가?”

그때 처음으로 스승이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여태까지 6클래스 흑마법사를 상대로 이길 기사들은 보지 못했다.

스승인 그가 대륙 전체를 돌아다니면서 확인한 것이다. 그리고 이곳 동굴을 발견하고 스스로 7클래스의 벽을 넘어서기 위해 준비를 시작했다.

자신의 오랜 적이고, 라이벌이었던 이그나탈의 소식도 사라진 지금 그를 막을 자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첫째 제자인 스타니스가 알아온 결과는 무척이나 당혹스러웠다.

게다가 이그나탈이 만들어 낸 기사라는 의심까지 든다고 하니 사라졌던 이그나탈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자신도 이렇게 마냥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자신이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다. 7클래스의 벽을 넘기 전까지 안정된 마기의 흐름을 흩트릴 수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재 깨달음에 도달한 상태라 더욱 그러했다.

만약 이 상태에서 나선다면 지난 10년간 고생했던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간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는데 그것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스승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는 현재 갈등을 하고 있었다.

‘이그나탈이 움직였다면 스타니스 혼자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내가 움직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 상황에서는 최대한 빨리 내가 7클래스를 넘어서야 한다. 그래야 이그나탈도 상대할 수 있다.’

찬찬히 고민에 빠져들었던 스승이 눈을 떴다. 스타니스를 바라보며 먼저 그의 의견을 물었다.

“너의 생각은 어떠하냐?”

스승의 질문에 스타니스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제가 보기에 현재로써는 아직 이그나탈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도 스승님과 같은 이유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듭니다.”

“으음.”

스타니스의 얘기를 듣고 그 얘기에 공감을 하는지 낮은 신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스타니스의 얘기는 계속 이어졌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