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헬 나이츠-47화 (47/125)

# 47

헬 나이츠 2권 (22화)

Episode 19 스타니스의 초대(4)

크아아아앙!

취이이이익!

두 개의 머리가 고통을 참지 못하고 주위의 나무를 들이박았다.

쾅! 쾅!

그럴수록 가슴의 상처는 더욱 벌어져 검은 피가 왈칵 쏟아져 나왔다.

그 피에 대지는 썩어 들어갔다. 주변은 하이디아에 의해 파괴되고 온통 독에 절어 있었다. 더욱 발광하며 몸부림을 치는 하이디아는 자신을 상처 낸 제이크를 찾기 위해 주위의 모든 것을 녹이기 시작했다.

치이이익!

꼬리로 주위를 파괴했다. 엄청난 고목이 쓰러졌다.

그 사이에 제이크가 매서운 눈빛으로 하이디아를 응시했다.

“오냐, 어디 더 까불어 봐라. 크르르르.”

낮은 울음을 터뜨리며 제이크의 표정 또한 매우 사나워졌다.

5

스타니스는 멀리 떨어진 상태에서 하이디아와 제이크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하이디아의 공격이 제이크에게 먹히는 느낌이었다.

제이크는 힘겹게 하이디아의 공격을 피하는 것처럼 보였다.

스타니스의 얼굴에 웃음이 피어올랐다. 비록 엄청난 힘을 뿜어내 컨트롤이 힘들어질 것 같았던 하이디아였다.

하지만 저 녀석만 처리해 준다면 그런 것은 상관이 없다. 스타니스가 가진 모든 마나를 총동원해서라도 완전체 하이디아를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하이디아가 녀석을 잡아먹기라도 해도 조금은 진정이 될 것이다.

모자란다면 다른 인간을 잡아서 줄 수도 있다. 하이디아를 진전시키고 컨트롤할 수만 있다면 무엇을 못하겠는가.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제이크의 움직임은 더욱 빨라졌고, 하이디아는 그 움직임을 따라잡기 위해 발악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스타니스의 얼굴이 점점 굳어져 가는 것은 그때부터였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그 무엇도 상처 내지 못할 것 같았던 하이디아의 가슴에서 검은 피가 솟구쳤다.

마치 그곳이 약한 부위인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제이크는 사정없이 검으로 베어 버렸다. 스타니스의 눈이 크게 떠졌다.

고통에 몸부림치며 비명을 질러대고 있는 하이디아의 모습을 처음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 어떤 무기로도 상처 하나 낼 수 없었던 하이디아의 비늘이다.

그 어떤 갑옷도 이보다 단단할 수 없다. 어떤 불로도 태울 수 없는 것이 바로 하이디아의 비늘이었다. 그런데 단지 검으로 하이디아에게 상처를 입혔다.

직접 눈으로 확인을 하고 있으면서도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풍경이었다.

“이, 이럴 수가! 하이디아에게 상처를 입히다니.”

눈으로도 보고도 믿기 않는 현실에 스타니스는 망연자실했다. 이러다가 하이디아가 무너질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 생각은 곧 현실이 되었다.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는 하이디아의 뒤쪽에서 검은 인영이 불쑥 튀어 올랐다. 그 인영은 바로 제이크였다. 꼬리를 밟고 재빨리 이동을 시작한 제이크는 두 머리가 붙어 있는 경계를 강하게 내려쳤다.

쾅!

그 순간 하이디아의 몸이 경직되며 꼼짝을 하지 못했다. 제이크는 다시 한 번 그곳을 강하게 내려쳤다.

쾅!

하이디아의 몸이 부르르 떨며 두 머리가 세차게 흔들렸다. 바로 그곳. 하이디아가 경직되며 움직이지 못한 이유가 그곳이 바로 유일한 약점이기 때문이다.

제이크는 하이디아의 약점을 간파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곳을 집중적으로 검으로 내려치자 단단하던 비늘이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드러난 피부.

제이크는 망설임 없이 그 피부에 검을 꽂았다.

부욱!

우우우우!

하이디아가 울음을 터뜨리며 고통에 울부짖었다. 그 상태로 검의 손잡이를 잡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우두두둑!

두 머리의 경계가 제이크의 검에 찢어졌다. 그러자 하이디아는 더 이상 발광하지 못하고 축 늘어졌다.

두 머리가 찢어지자 이제 하이디아는 힘을 쓰지 못했다. 이때를 놓치면 안 되었다.

하이디아의 재생력이 뛰어나기에 다시 합쳐지면 안 되기에 제이크는 그대로 뛰어올라 힘없이 늘어진 하이디아의 두 머리를 그대로 썩둑 잘라 버렸다.

쿠쿵!

쿵!

잘려 나간 두 개의 머리가 바닥에 떨어졌다. 날름거리던 혀는 밖으로 삐져나온 상태였다. 두 개의 머리가 동시에 잘려 나가자 하이디아는 드디어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바닥에 떨어진 두 개의 머리가 마치 재가 되어 사라져 갔다. 잠시 후 뼈만 앙상하게 남았다. 그것도 곧 바닥으로 꺼지며 어둠이 되었다.

목이 없는 동체도 불어오는 바람에 재가 되어 날아갔고, 동체 뼈도 머리와 함께 바닥으로 사라지며 어둠이 되었다.

스타니스는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며 눈을 부릅떴다. 하이디아를 처리하는 인간이 존재하다니. 그는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망연자실한 표정이 되었다.

“마, 말도 안 돼!”

뚝!

그리고 하이디아와 연결된 무엇이 갑자기 끊어졌다. 스타니스의 머리가 윙 하고 울리며 그 충격이 그대로 전해졌다.

“크윽!”

스타니스는 단말의 비명을 지르며 힘없이 그 자리에 그대로 무너졌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의 정신적 충격이 전해진 것이다.

머리가 울린다. 모든 힘이 한꺼번에 빠져나간 듯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했다. 힘겹게 몸을 일으키려 하지만 비틀거리기만 할 뿐 제대로 서 있지도 못했다.

공황 상태에 빠진 듯 머릿속이 허했다. 간신히 손으로 나무를 짚으며 일어섰다.

그때 앞에서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저벅저벅.

발자국 소리로 다가오는 인물이 제이크라는 것을 알았다. 힘겹게 고개를 든 스타니스가 두려움에 떨리는 눈동자로 다가오는 제이크를 응시했다.

제이크가 스타니스 앞에 섰다.

스타니스의 눈동자가 급격히 흔들렸다. 인간이 어떻게 마계의 몬스터를 처리할 수 있으며 어떻게 상처 하나 입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스타니스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너, 넌 누구냐?”

“글쎄, 그건 죽은 네 동료에게 물어보지 그래.”

제이크는 여전히 붉은 눈으로 스타니스를 응시했다. 하지만 말을 하는 제이크는 어딘지 모르게 괴기스러워 보인다. 스타니스가 다시 힘겹게 말했다.

“크윽! 도대체 너의 정체는 무엇이며, 여기서 무슨 일을 벌이려는 거지?”

“그건 오히려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스타니스가 비틀거렸다. 정신적 충격에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다리가 후들후들거렸다. 하지만 버텼다. 스타니스가 제이크를 상세히 훑어보았다.

“네, 네 녀석은 이그나탈의 호위기사가 아니었나. 그런데 어찌 이토록 강한 마기를 뿜어낼 수 있으며 하이디아를 손쉽게 처리할 수 있지?”

이 녀석도 이그나탈이라는 이름을 거론했다. 제이크의 고개가 갸웃거렸다.

“네 녀석도 나를 이그나탈이라고 여기는군. 훗, 그 녀석도 그러더니…….”

제이크는 자신이 죽인 라예키르를 생각했다. 그도 처음에 자신을 이그나탈이라고 오해를 했다. 하지만 나중에 자신의 모습을 보며 누군지 깨달게 되었다.

하지만 스타니스는 더 했다. 자신이 헬 나이츠로 변했는데도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 아무래도 머릿속에 확실히 이그나탈이라는 인식을 팍 심어 두었기 때문이 아닐까.

제이크의 말에 스타니스는 의심의 눈초리가 되었다. 그럼 이그나탈이 아니면, 누구란 말인가?

“너, 너. 이그나탈의 호위기사가 아닌가?”

“이그나탈이 누구지?”

제이크가 오히려 반문하며 물었다. 스타니스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리고 자세히 제이크를 보았다. 저 모습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다.

“어디서… 헉!”

그제야 스타니스는 제이크의 모습을 어디서 확인했는지 떠올랐다. 그 글귀 잊혀진 고대의 기록!

“헤, 헬 나이츠!”

스타니스는 놀란 얼굴로 이름을 토해 내었다.

제이크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그 미소만 보아도 확실했다. 녀석은 앞에 있는 녀석은 마계의 군단장인 헬 나이츠였던 것이다.

“아, 아니… 어, 어떻게…….”

스타니스의 목소리가 몹시도 떨렸다.

헬 나이츠라니 어떻게 헬 나이츠가 인간계에 있을 수가 있지? 그는 눈알을 굴리며 생각을 해 보았다. 하지만 헬 나이츠가 지상에 올라올 이유가 없었다.

“뭐가 잘못된 거지? 어디서부터?”

스타니스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혼란스러워했다.

그 모습을 보던 제이크가 말했다.

“그건 네 동료에게 물어봐!”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제이크는 손을 뻗어 스타니스의 머리채를 움켜쥐었다. 그 순간 제이크의 손으로 엄청난 마기가 흡수되고 있었다. 스타니스의 몸은 마치 수분을 쭉 빨린 듯 미라가 되었다.

모든 생명력을 다 빨린 스타니스는 제이크가 손을 놓자 그대로 땅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그대로 재로 변하며 사라졌다.

“후욱! 후욱!”

제이크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붉은 눈은 더욱 빛을 내었고, 두 개의 송곳니가 나온 이빨은 더욱 길어진 느낌이다. 게다가 제이크의 마기가 더욱 짙어지며 마력이 증폭되었다.

길게 호흡을 가다듬던 제이크가 두 손을 하늘 높이 들고 고개를 치켜들며 포효했다.

“크아아아앙!”

숲 전체가 들썩였고, 제이크 주위로 파장이 일어나며 주변을 흔들었다. 그 소리는 보일란 성의 경계를 서고 있는 병사들의 귀에도 고스란히 들어갔다.

경비병들은 깜짝 놀라며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시선을 던졌다. 그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집무실에 있는 아이린도, 네빌 집사도, 베일 기사단장도 마찬가지였다.

신나게 레드베어 용병단을 도륙하고 있는 폴과 필도 그 소리를 듣고 몸을 멈추었다. 그러고는 제이크와 같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짐승처럼 포효했다.

힘차게 포효를 터트린 제이크의 고개가 그대로 숙여졌다. 어깨까지 축 늘어뜨리며 한동안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 사이 제이크의 갑옷이 서서히 사라졌고, 붉은 눈은 다시 본연의 눈동자로 돌아왔다.

“하아, 하아.”

제이크는 거친 숨을 내쉬었다. 머리가 아파 왔다. 제이크가 그 자리에 털썩 무릎을 꿇고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제엔장! 으아아악!”

머리를 감싸며 고통의 울부짖음을 토해 내었다. 증폭된 마력을 장시간 사용한 제이크의 부작용이 찾아온 것이다.

Episode 20 폭풍은 지나갔지만(1)

1

“와아아아!”

“죽여라! 죽여!”

“저쪽도 있다. 막아라!”

바론과 병사들의 외침이 밤하늘 가득 울려 퍼졌다.

철광산에서의 레드베어 용병단과 이제 갓 2주 훈련을 받고 투입된 병사들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바론과 병사들은 용병들을 상대하면서 단 하나 배운 5인 집단 전투술로 용병들을 하나하나 상대했다. 그 중앙에 폴과 필이 이리저리 날뛰며 용병들을 도륙하고 있었다.

바론과 병사들은 그런 폴과 필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 처음 겪는 전투에 당장 앞에 나타난 용병들을 상대하느라 주위를 돌아볼 겨를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폴과 필은 마치 괴물과도 같은 모습으로 용병들을 찢어발기고 팔과 다리, 목을 뜯어내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레드베어 용병단의 대장인 마틸다와 맞딱드렸다. 폴과 필이 그를 에워쌌다. 마틸다는 으르렁거리며 폴과 필에게 소리쳤다.

“네 이놈들!”

“크르르!”

“캬캬캬!”

폴과 필은 붉은 눈을 빛내며 괴기스런 울음을 터뜨렸다. 하물며 온몸에 붉은 피를 뒤집어써서 그런지 더욱 흉측해 보였다.

마틸다는 폴과 필을 보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이런 괴물 같은 놈들! 절대 너희들을 용서치 않으리라!”

마틸다는 고함을 지르며 폴에게 달려들며 검을 휘둘렀다.

캉!

마치 바위를 친 듯한 소리가 들리고 검을 통해 손으로 짜릿한 진동이 전해졌다. 마틸다의 검은 폴의 어깨를 때렸다. 하지만 더 이상 나아가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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