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헬 나이츠-50화 (50/125)

# 50

헬 나이츠 2권 (25화)

외전 ― 열두 번째 임시 군단장과 문제 병사 둘

1

크르르!

크아아앙!

엄청난 몬스터와 괴물들이 서로 할퀴며 물어뜯고 있었다. 마치 지옥도를 모는 듯 처참한 모습들이다.

그곳에 낯선 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마계인데 마계인인 아니었다. 인간의 모습을 한 두 명의 존재가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현재는 피를 갈구하고 살육에 미친 광기 어린 눈빛을 띄고 있었다.

붉은 눈빛으로 나타난 괴물들의 심장을 뚫고, 머리를 쥐어뜯으며 하늘 높이 솟구치는 피를 보며 포효했다.

“크아아악!”

두 사람은 미친 듯이 마물들을 도륙했다. 바위처럼 단단한 몸으로 뭉개 버리고 팔이 쭉쭉 늘어나며 날카로운 손톱으로 적들의 목과 가슴을 찢어발겨 버렸다.

그 두 사람의 등장으로 패색이 짙던 전투가 오히려 역반전이 되었다. 게다가 그 둘만이 아니었다. 약 100명 남짓 되는 인원이 갑자기 들이닥치며 두 사람과 마찬가지로 닥치는 대로 도륙을 하였다.

두 사람과 나머지 100명의 지원군에 힘입어 후퇴를 거듭하던 제1마계군은 큰 함성과 함께 돌격을 개시했다.

그 결과 마물들을 모두 퇴치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문제는 그 다음에 일어났다. 그 마계군을 이끌고 있는 제1군단장 칼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칼은 선두에서 으르렁거리고 있는 두 사람을 불렀다.

“지원군인가? 그래 너희들의 이름은 뭔가?”

칼의 물음에 두 사람은 심드렁하게 말했다.

“폴!”

“필!”

그의 간단하면서도 명료한 대답에 칼은 잠시 당황한 기색이 되었다.

“그, 그래. 뭐, 어쨌든 도와줘서 고맙다. 한데 지원하자마자 나타나더군. 어디 있었나?”

칼의 물음에 필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지원?”

“지원이었나?”

폴이 말했다.

칼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는 눈을 부라렸다.

“지금 뭐하는 짓이냐! 내가 누군지 모르느냐!”

“모르는데?”

“누구?”

폴과 필은 정말 칼을 모르는 듯 보였다. 그러자 칼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소리쳤다.

“난 제1마계 군단장 칼 아미네스이다! 너희들의 소속은 어디냐! 어디 소속이냐 말이다!”

“소속? 우리 소속이 어디지?”

필이 물었다. 폴도 고개를 갸웃하며 대답했다.

“글쎄, 도련님이 그에 대해서는 알려 주지 않아서 말이야.”

폴과 필은 전혀 다른 대답을 하고 있었다.

이에 더욱 분노가 치솟으며 칼이 눈에 힘을 주며 말했다.

“지금 당장, 네 녀석의 상관을 데려와라. 지금 당장!”

“에이, 상관이라는 말 모른다니까.”

“맞아, 우리는 도련님의 말만 듣는다니까. 나참!”

폴과 필은 제1군단장인 칼의 말에도 전혀 주눅 드는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고개를 빳빳이 들고 당당하게 말했다. 칼은 아무리 자신들을 도와줬다고 해도 이는 절대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당장이라도 검을 빼 들며 목을 베어 버릴 태세였다.

그때 그의 부관이 다가와 말렸다.

“지, 진정하십시오. 이들의 처결은 오직 마왕님만이 가능하십니다.”

“닥쳐라! 난 마왕의 아들이다! 나 또한 마왕이 될 존재! 이런 버러지 같은 놈들을 내손으로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칼 군단장님. 마왕님께서 직접 보낸 지원군입니다. 이렇듯 함부로 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제발 진정하십시오.”

“으으으윽!”

칼은 부관의 말에 검을 도로 집어넣었다. 그는 몸을 홱 돌리며 소리쳤다.

“지금 당장 본진으로 이동한다!”

칼의 걸음걸이가 무척이나 거칠게 느껴졌다. 반면 폴과 필은 그런 칼의 반응에 자신들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르겠다는 듯 두 손을 허리에 올리며 입을 삐죽 내밀었다.

“야, 폴. 우리가 뭐라 했냐?”

“아니, 사실대로 말한 것밖에 없는데.”

“그러게. 근데 왜 저렇게 성질이야.”

“쩝, 낸들 아나. 뭐, 어쨌든 도련님이 이곳을 도와주라고 했으니 도와줄 수밖에.”

“쩝, 저 칼이라는 녀석. 밥맛인데.”

“후훗, 나도 그래.”

폴과 필이 멀어지는 칼을 보며 키득키득 웃었다.

그 뒤에 폴과 필이 데리고 온 백 명의 병사들을 보며 말했다.

“우리들도 가자.”

“네, 대장.”

병사들은 폴과 필을 보며 대장이라고 했다. 그렇게 그들은 소수의 인원으로 전장에 참여해 엄청난 무력을 동원해 엄청난 승리를 가져왔다.

다만 한 가지 문제는 절대 칼의 명령을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작전을 알려 줘도 절대로 따라하지 않았다. 당연히 칼이 이곳의 책임자이고 지원군으로 왔다고 해도 현재는 자신의 명령을 듣는 것이 맞았다.

그런데 폴과 필, 나머지 백 명의 지원군들은 절대 자신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 이거 뭐 개판으로 행동하고 자유분방했다.

다행인 것은 그들이 선두에 나서면 모든 전장을 승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만 아니라면 당장에라도 놈들의 목을 쳐 버렸을 것이다.

임시 막사 안.

그 안에 칼이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앉아 있다.

“젠장, 어떻게 된 녀석들이 말을 듣지 않아. 통제가 안 돼!”

칼 아미네스는 마왕 아바돈의 장남이었다. 고위 마족인 그는 아바돈 마왕의 제1군단장이 되어 마계 1군단을 이끌고 있는 존재였다.

그런데 아버지께서 보낸 지원군이 계속 망설만 부리고 있는 것이다. 명령은 듣지 않고, 오직 도련님의 명령만 받는다며 독자 전선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싸움을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항상 선두에서서 모든 적들에게 공포심을 심어 주기에 충분한 무력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칼은 뭐라 할 입장도 아니었다.

“도대체 어떤 놈이기에 저런 녀석들을 데리고 있냐는 말이다.”

칼은 속으로 끙끙 앓으며 머리를 감쌌다.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되겠어. 당장 저놈들을 해체시키든지 해야지.”

칼은 그 말을 하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막사를 빠져나가자 그 녀석들이 한곳에 모여 희희덕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칼은 잔뜩 인상을 찡그리며 부관을 불렀다.

“부관! 부관 어디 있나!”

“네, 부르셨습니까?”

“지금 당장 마왕님을 뵈러 다녀오겠다.”

“네에?”

부관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

“무슨 일로?”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칼은 그 말을 하고는 몸을 홱 돌렸다.

부관은 화가 잔뜩 난 칼과 웃고 떠들고 있는 폴과 필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2

마왕 아바돈이 머물고 있는 성채.

암울한 분위기에 짙은 어둠이 깔려 있다. 성 안에는 괴기스런 동상들이 양옆에 있고, 간혹 가다가 횃불이 듬성듬성 놓여 있다.

대전의 높은 단상의 의자에 아바돈이 팔을 기대며 앉아 있었다. 의자 뒤로는 세 개의 파란 불이 활활 타오르며 치솟고 있었다.

아바돈 옆에는 마계에서 강자 지독한 몬스터인 라울칸이 엎드린 채 앉아 있다. 마치 사자처럼 생긴 그 녀석은 입 주위로 긴 송곳니를 뿜어내며 눈을 감고 있었다. 그 녀석은 아바돈이 데리고 있는 애완 동물이었다.

살상력도 뛰어나고 무엇보다 기척과 냄새를 잘 맡는다. 적을 상대할 때도 라울칸은 거침이 없다. 물어뜯고, 할퀴며 모든 것을 찢어발긴다. 그 모습에 아바돈이 매우 좋아하며 항상 옆에 두고 있다.

그때 라울칸이 눈을 뜨며 고개를 든다. 아바돈도 마찬가지로 감았던 눈을 떴다.

저벅저벅.

대전 안으로 거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아바돈의 입가가 슬며시 올라갔다.

크르릉!

라울칸이 살짝 울었다. 그도 발자국의 주인이 누구인지 아는 듯했다. 아바돈의 손이 라울칸의 머리를 매만졌다.

“후후후, 많이 화가 난 모양인 것 같구나. 그렇지?”

크릉.

아바돈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자 라울칸이 낮게 울음을 터뜨렸다.

잠시 후 대전의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자가 있다. 그는 바로 마계 1군단장 칼 아미네스였다.

그는 대전 중앙에 서서 소리쳤다.

“아버지!”

“칼이냐?”

“네, 아버지.”

“네가 이 시간에 웬일이냐?”

아바돈이 라울카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물었다.

그러자 칼이 소리쳤다.

“아버지께서 보내 주신 지원군 말입니다. 도대체 그 녀석들의 정체가 무엇입니까?”

“아, 그 녀석들 말이냐? 음, 내가 알기로는 제12군단 특수 정찰 부대 소속으로 알고 있는데.”

“네에? 12군단 소속 특수 정찰 부대 말입니까?”

“그렇다.”

“12군단에 그런 부대가 있었습니까?”

“모르지. 임시 군단장이 새로 만든 부대니까 말이다.”

아바돈의 말에 칼의 눈이 번쩍 떠졌다.

“임시 군단장? 그렇다면 12 군단장이 죽었단 말입니까?”

“그렇다. 지난 전투에서 죽었지.”

“그럼 그 임시 군단장이라는 녀석이 누구입니까?”

칼이 물었다.

아바돈이 그런 칼을 응시했다.

“왜 그러느냐?”

그러자 칼이 울컥하며 소리쳤다.

“도대체 기본이 안 된 녀석들입니다. 상관의 명령은 듣지 않고, 오로지 자기 멋대로입니다. 게다가 완전 개판입니다.”

칼이 그때 일을 생각하는지 아직도 화가 나 있었다.

그런 칼을 보며 아바돈이 웃었다.

“컬컬컬, 그랬구나. 하지만 지난 100년간 가장 많은 공을 세운 게 바로 그 녀석들이다. 네가 내 후계자가 되고 싶거든 그놈들을 장악해야 할 것이다.”

아바돈의 말에 칼의 얼굴이 바뀌었다.

“네? 그렇다면 설마!”

칼도 그 소문을 들었다. 인간계에서 넘어와 100년간 모든 전투에서 승리했고, 가장 많은 마물을 처치했으면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연전연승을 거듭한 존재.

칼의 눈빛이 이글거렸다.

“그렇다면 아버지. 12군단 임시 군단장이 된 녀석이 바로 그 녀석입니까?”

“그래, 그들이 바로 그 녀석의 부하들이다. 게다가 이제는 임시 군단장이 아니지. 곧 정식으로 열두 번째 군단장으로 임명될 것이니까.”

마왕 아바돈이 씨익 웃으며 선언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