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헬 나이츠-62화 (62/125)

# 62

헬 나이츠 3권 (12화)

Episode 25 영지전 (2)

“기사단장, 알포네가 채플 백작님께 인사드립니다.”

“부단장, 카론이 채플 백작님께 인사드립니다.”

두 기사의 인사에 흡족한 미소를 지은 채플 백작이 손을 들어 말했다.

“일어나라.”

“넵!”

두 사람은 동시에 대답을 하고는 꿇었던 한쪽 무릎을 폈다. 그리고 허리에 찬 검의 손잡이를 한 손에 쥐었다.

채플 백작이 그들을 보며 물었다.

“그래 준비는 다 되었나?”

“넵, 백작님 모든 준비가 끝이 났습니다. 지금 당장에라도 출진할 수 있습니다.”

채플 백작가의 기사단장인 알포네가 힘차게 대답했다. 채플 백작은 흡족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잘했다. 지금 병사들은 어디에 있는가?”

“현재 동쪽 외곽성 근처에 집결해 놓은 상태입니다.”

“알겠다. 두 사람은 먼저 가서 대기하도록. 로이 남작이 오는 즉시 그대들에게로 가겠다.”

“알겠습니다, 백작님.”

알포네 기사단장이 인사를 하고 몸을 돌렸다. 그의 붉은 망토가 유난히 펄럭거렸다.

두 기사가 나가고 홀로 남은 채플 백작이 창가로 갔다. 그는 뒷짐을 진 채 로이 남작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이제 출진할 준비도 끝이 났고, 로이 남작이 답만 얻어 오면 끝이었다.

“분명 순순히 내놓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나도 체면을 차릴 것이 아니다. 말로 안 되면 힘으로라도 빼앗아야지 않겠어. 이것이 바로 약육강식의 이치지. 크크크, 크하하핫!”

채플 백작이 크게 웃음을 터뜨리고 있을 때 성 안으로 한 대의 마차가 들어섰다. 그 마차에서 로이 남작이 내려서는 것을 확인한 후 채플 백작의 눈빛이 바뀌었다.

“드디어 왔군. 과연 순순히 광산을 받아왔을까? 아니면 영지전을 바라는가? 내 생각에는 아무래도 후자 쪽이 좋을 것 같은데 말이야.”

터벅터벅.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복도를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채플 백작의 몸이 천천히 돌아갔다. 문이 열리고 로이 남작이 들어섰다.

“어찌 되었나?”

“받아들이지 않겠답니다.”

“그래? 크크크, 잘됐어. 당연히 그렇게 나와야지. 그래야 자작령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지 않겠어.”

“그럼 이제 출진을 하는 것입니까?”

로이 남작이 물었다. 채플 백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준비가 되었으니 이제 망설일 것이 없었다. 이대로 에페로 자작령을 흡수해 버릴 태세였다.

“이제 봐 줄 만큼 봐 줬다. 부대가 있는 곳으로 가자.”

“넵, 백작님.”

채플 백작은 뚱뚱한 몸을 뒤뚱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그 뒤를 로이 남작이 따라 걸어갔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둘 중 하나는 살아남고, 하나는 죽을 것이다.

성 밖으로 나온 채플 백작은 곧바로 말 위에 올라탔다. 혼자서는 말에 오르지 못하기 때문에 두 명의 하인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갑옷까지 입어 말을 타는데 무척이나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에게는 아무렇지 않았다. 어쨌든 말에 올라탄 채플 백작이 동쪽 성문을 향해 말의 옆구리를 힘껏 찼다.

이히히힝!

뿌연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채플 백작은 부대가 모여 있는 동쪽 성문으로 향했다. 로이 남작 역시 말을 타고 따라갔다.

외곽 동쪽 성문에는 5천여 명의 병사가 무기를 들고 서 있었다. 그 앞에 알포네 기사단장과 카론 부단장이 대기했다. 그들은 곧 출진할 태세를 갖추고 채플 백작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잠시 후 저 멀리 먼지바람이 일렁이는 것이 목격되었다. 자세히 보니 채플 백작과 로이 남작이었다. 알포네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곧 출진할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부대 차렷!”

척! 처처처척!

알포네 기사단장의 우렁찬 목소리에 5천 명의 병사들이 일제히 차렷을 했다. 그 소리가 저 멀리 울려 퍼졌다. 그때를 같이해 채플 백작이 탄 말이 그 앞에 도착했다. 알포네 기사단장이 재빨리 말했다.

“기사 50명, 병사 5천 출진 준비가 끝났습니다.”

“좋아, 고생했다.”

채플 백작이 말을 한 후 정렬해 서 있는 5천 명의 병사를 바라보았다. 휘황찬란한 갑옷과 무기를 들고 있는 그들을 보니 마음이 뿌듯했다.

“역시 돈을 들인 보람이 있어.”

한눈에 봐도 뭔가 있어 보이는 것이 이번 영지전을 승리로 장식할 것이 분명했다.

채플 백작은 기사들과 병사들을 보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여태껏 지금처럼 멋있는 부대는 본 적이 없었다. 절로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졌다.

“후후후, 이 정도면, 그래 이 정도면 충분하지. 전혀 돈이 아깝지 않아.”

흡족한 미소를 머금은 채 단상에 올랐다. 그는 질서 정연하게 늘어선 병사들을 한 차례 훑어보았다. 그때 옆으로 기사단장인 알포네가 다가왔다.

“백작님, 모든 준비는 끝났습니다. 명령만 내려 주십시오.”

“그래 지금 눈으로 보고 있다.”

채플 백작의 말에 알포네 기사단장이 단상을 내려왔다. 그는 자신의 말 위에 올라탔다. 채플 백작이 좌중을 쭈욱 보며 큰소리로 외쳤다.

“병사들이여! 에페로 자작가를 박살내러 가자!”

“와아아아!”

“채플 백작님 만세!”

“쳐부수자! 무찌르자!”

다른 말을 필요 없었다. 그저 저 한마디면 되었다.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그 순간이 온 것이다. 채플 백작은 가슴이 요동쳤다. 마구 흥분이 되며 감정을 추스를 수가 없었다. 그의 얼굴이 붉게 상기되며 저도 모르게 한 손을 높이 쳐들었다.

그와 동시에 또다시 5천 명의 함성이 노도와 같이 울려 퍼졌다.

“만세! 우오오오!”

엄청난 함성이 고스란히 채플 백작의 몸을 강타했다. 전율이 일어났다. 채플 백작은 눈을 감은 채 몸을 한 차례 부르르 떤 후 눈을 번쩍하고 떴다.

‘후후후, 기다려라, 에페로 자작가. 나를 우습게 본 대가를 똑똑히 치르게 해 주마.’

채플 백작의 눈빛이 그 어느 때보다 반짝 빛을 내고 있었다.

3

채플 백작가의 대군이 전쟁을 하기 위해 에페로 자작령으로 온다는 소식이 온 마을에 퍼졌다. 그에 자작령이 발칵 뒤집어졌다.

잔뜩 겁에 질린 백성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다들 도망칠 궁리를 하기에 바빴다.

“이런이런, 채플 백작가가 쳐들어온다고 하더구먼.”

“나도 들었네. 이제 조금 살만하다 싶더니만…….”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네. 어서 떠날 채비를 해야겠어.”

“나도 그래야 할 것 같네.”

대화를 나누던 백성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자신들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피난 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외곽성에 거주하던 농민들은 일찌감치 집을 떠나 내성으로 들어왔거나 아니면 다른 성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에페로 자작령은 그야말로 두려움과 공포심으로 잔뜩 물들어 있었다.

그 사이 기사들과 병사들은 동요하는 백성들을 추스르기 시작했다.

“동요하지 마시오. 채플 백작이 절대 이곳에 발을 디디지 못하게 할 테니. 모두들 집 안에서 꼼짝 말고 대기하길 바라오.”

기사는 말을 타고 뛰어다니며 혼란스러워하는 백성들을 진정시켰다.

반면 수도를 지키는 병사들의 가족들은 저마다 걱정이 앞서고 있었다. 그때 제이크와 함께 훈련을 했던 병사들이 마을을 돌아다녔다. 그들도 마을 사람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투입되었던 것이다.

그중 한 가족이 병사를 발견하고 부랴부랴 달려왔다. 그리고는 냅다 그의 팔을 강하게 잡았다. 팔을 잡힌 병사는 당황한 얼굴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이거 놔! 왜 이래?”

“싫어, 절대 못 놔!”

“이놈의 여편네가 창피하게 왜 이래!”

병사는 달라붙는 부인이 창피한지 주위의 시선에 신경 썼다. 하지만 부인은 더욱더 힘을 주며 매달렸다.

“안 돼요. 우리 도망쳐요. 당신이 이대로 전쟁에 나간다면 영락없이 죽을 거예요. 절대로 채플 백작가의 상대가 되지 않을 거예요.”

부인은 병사의 팔에 매달려 애원했다. 그러면 그럴수록 병사는 더욱 난감한 얼굴이 되었다.

“닥쳐!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난 우리 가족을 지키기 위해 싸우러 나가는 것이야. 그런데 지금 도망을 치자고?”

“당신이 죽을 것이 뻔한데 내가 그리로 보낼 것 같아요! 안 되요, 절대 안 되요!”

부인도 물러서지 않았다. 병사는 힘을 주어 부인의 팔을 뿌리쳤다. 그는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말 잘 들어! 난 절대 죽지 않아! 그리고 제이크 님이 계시는 한 우리가 이겨! 절대로 이기니까, 걱정 하지마! 알겠어?”

“여, 여보!”

“내말 들어. 난 절대 죽지 않아!”

그 말을 내뱉고는 즉시 달려갔다. 부인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망연자실한 표정이 되었다. 뻔히 보이는 싸움인데 남편은 너무나도 당당했다. 도대체 제이크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기에 남편이 저리도 굳게 믿고 있는 것일까?

부인은 그것이 궁금했다. 하지만 남편의 말이니 믿어야 했다. 그러면서 속으로 간절히 기도했다. 제발 무사히 남편이 돌아오라고 말이다.

그녀 말고도 약혼자와 아이들이 잔뜩 나왔다. 그들 모두 잔뜩 걱정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병사들은 일일이 그들에게 다가가 말했다.

절대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꼭 살아 돌아오겠다고 말이다. 병사들 모두 눈을 반짝이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가족들의 눈에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러내렸다.

제이크의 군대도 준비가 끝이 났다. 에페로 자작가의 성에 주둔하고 있는 병사가 총 1,500명. 거기다 보일란 성에서 충원한 병사가 200명, 그 외 다른 성에서 빼온 병사까지 다 합해서 총 2,000명의 병사로 구성되었다.

제이크는 모여 있는 병사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표정은 매우 밝았으며 자신감이 가득해 보였다. 하지만 아이린을 비롯해 베일 기사단장, 네일 집사는 걱정이 앞섰다.

베일 기사단장이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이대로 괜찮겠습니까?”

그는 걱정이 되어 물었다. 병력 차이만 해도 거의 두 배 이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채플 백작가의 기사와 병사들의 실력도 엄청나다는 소문을 익히 들었다.

“걱정 말고 나만 믿어라.”

제이크의 말은 언제나 같았다. 자신만 믿어라. 베일 기사단장도 이제는 그의 말을 철석같이 믿는다. 그가 하는 일에 대해서 여태까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은 조금 다르다. 채플 백작가와 영지전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병력이며 실력은 뛰어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게다가 에페로 자작가의 병사들도 훈련을 받았지만 영지에 불미스런 일이 자꾸 생겨 그동안 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또한 영지 운영자금도 없어 장비도 옛날 것을 착용했다. 그래서 더 불안하다는 것이다. 제이크도 그 사실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는 절대 두려워하거나 무서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당당히 말했다.

“아마 여기 있는 2천 명의 병력이 다 움직이지는 않을 거야. 내가 키운 200명의 병사들만으로도 충분해.”

“네에? 200명으로 5천의 병력을 상대하겠다고요?”

“후훗, 뭐, 그렇다고 볼 수 있지.”

터무니없는 말이었다. 이제 갓 한 달 된 200명의 병사로 최정예로 구성된 채플 백작가의 5천 병력을 상대한다고? 이것이 말이 되는가? 이해가 되는냐 말이다. 베일 기사단장은 어이가 없어 헛웃음만 나왔다.

“헛, 허허허! 이거 참, 믿어야 하는 건지.”

하지만 너무나도 당당한 제이크의 말이기에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아무리 안 된다고 해도 제이크가 된다고 하면 되었다. 그렇기에 터무니없는 말이라도 믿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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