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6
헬 나이츠 3권 (16화)
Episode 26 낮에는 바보 밤에는 괴물 (4)
“적이 나타났다고? 어디냐?”
카론 부단장이 지나가는 병사에게 물었다.
“저쪽에서 소리가 났습니다.”
그 병사가 손가락을 가리켰다. 카론이 그곳을 응시하며 말했다.
“전 병력은 모두 전투태세를 갖추도록 하라!”
“넵, 부단장님.”
기사 한 명이 즉시 대답하며 병사들이 모인 곳으로 달려갔다. 그가 가고 카론 부단장은 재빨리 소리가 들린 곳으로 뛰어갔다.
뛰어가면 갈수록 병사들의 비명 소리가 더욱 강하게 들려왔다. 그러면서 우왕좌왕거리는 병사들이 보였다. 그들 모두 겁에 잔뜩 질린 표정들이었다. 게다가 몇몇 병사들은 못볼 것을 봤는지 소리치기 시작했다.
“으아악, 괴물이다! 괴물!”
“괴물?”
병사의 외침을 들은 카론 부단장이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더욱 속도를 내었다. 그리고 병사들이 모여 있는 곳에 도착했다. 그때 하늘로 비상하는 병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모두 팔이나 다리, 때로는 가슴이 뚫린 채 바닥에 떨어지고 있었다. 허리가 분리된 시체도 보였다. 카론 부단장은 자신 앞으로 날아와 떨어진 병사의 시체를 보았다. 가슴에 구멍이 뚫린 채 피가 왈칵하고 쏟아지고 있었다.
“이이익!”
죽은 병사의 시체를 확인한 카론 부단장은 허리에 찬 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분노에 찬 눈으로 앞으로 달려갔다.
“비켜라, 비켜!”
모여 있는 병사를 헤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자 서서히 병사들이 싸우고 있는 상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뚱뚱한 놈과 비쩍 마른 사내였다.
그들이 싸우는 모습은 매우 이상했다. 인간이 싸우고 있는 모습이 아니었다. 팔이 늘어나고, 몸이 돌덩어리가 된 것처럼 무기를 튕겨 내고 있었다.
병사들이 아무리 공격을 퍼부어도 생채기 하나 낼 수 없었다. 반면 놈들은 물 만난 고기마냥 덮쳐 오는 병사들을 하나하나 쓰러뜨리고 있었다.
도저히 저 두 놈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카론 부단장은 자신의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있으면서도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그러면서 주위를 살폈다. 또 다른 병력이 있지는 않은지 찾았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적의 병력은 보이지 않았다. 적은 저 앞에 있는 두 명뿐이었다.
“두 명이라니? 그렇다면 저 두 명이 이 많은 병사들을 상대한단 말인가?”
카론 부단장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러면서 오늘 낮에 들었던 광산을 지키던 그들이 생각났다. 지금 저 녀석들이 온 곳은 바로 광산으로 들어가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광산을 지키던 병력들 모두 저 두 놈의 짓이었단 말인가?”
카론 부단장이 자신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수백 명이 에워싸고 놈들을 공격하고 있지만 그 누구도 상처 하나 낼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병사들은 단 한 방에 죽어 나갔다.
그렇다면 광산의 처참한 결과가 이해가 되었다. 상처도 낼 수 없는 상대인데 인원이 많다고 해서 어찌 상대가 되겠는가.
저런 괴물을 상대로 도저히 어찌할 수가 없었다. 카론 부단장은 여태까지 많은 전장을 누볐지만 저런 녀석들은 본 적이 없었다.
저도 모르게 공포심이 마음에 생겨났다. 처음으로 죽음이라는 감정이 생겨났다. 여태껏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한 감정이었다.
“아, 안 된다. 나, 난 여기서 죽을 수 없어.”
카론 부단장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그 사이 병사들은 폴과 필에게 육신이 찢겨 나가며 쓰러졌다. 자신의 두 눈으로 병사들이 죽어 나가는 것을 목격했음에도 나서지 못할 것 같았다. 마음으로는 앞으로 달려 나가 놈들을 상대하고 싶었다. 그러나 자신의 발은 자꾸만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다.
어느 순간 카론 부단장이 멀리 떨어졌다. 그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몸을 돌리며 도망을 쳤다. 자신의 말을 매어 둔 곳으로 달려가 그 즉시 올라탔다.
“이랴!”
말의 옆구리를 발로 강하게 쳤다. 그는 본진이 이동한 산을 향해 열심히 달려갔다. 그의 귓가로 병사들의 비명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카론 부단장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그 소리를 듣지 않으려 했다.
다리가 떨릴 정도로 무서웠다. 지휘관이지만 그 또한 사람이었다. 이성보다 본능이 앞섰다. 저곳에서 놈들을 상대했다면 분명 죽을 것이다.
린스톤 준남작이 왜 돌아오지 않았는지 이해가 되었다. 그는 분명 놈들에게 달려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죽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 허망한 죽음을 당하고 싶지 않았다.
“알려야 해. 백작님께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그는 공포심에 절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건 도망치는 것이 아니야. 한 명이라도 살아남아서 이 사실을 백작님께 알려 드려야 해. 그래 중요한 임무는 당연히 내가 해야 하겠지. 절대 병사들을 버리는 것이 아니야. 중요한 사실을 전하기 위해서 움직이는 거야.”
카론 부단장은 스스로에게 위로를 했다. 절대 병사들을 버린 것이 아니라고 말이다. 말을 하면서도 카론 부단장의 눈빛에는 공포심으로 잔뜩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지휘관이 없는 그곳은 폴과 필에 의해 또 한 번 몰살을 당하고 있었다.
Episode 27 무너지는 백작성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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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플 백작이 이끄는 본진은 새벽이 되어서야 산을 넘을 수 있었다. 저 멀리 보일란 성이 눈에 들어왔다.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정비를 한 후 아침 동이 떠오르자마자 공격을 시작할 것이다.
채플 백작은 한참 동안 보일란 성을 응시했다. 5천 명의 병사들 중 2천의 병사는 오지 못했지만 나머지 3천의 병사들로 충분히 보일란 성을 함락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가 데리고 있는 기사와 병사들은 왕국에서도 알아 주는 최정예의 병사들이기 때문이다.
“이제, 오늘 저녁에는 저곳에서 만찬을 즐길 것이다.”
그는 벌써부터 승리를 확신했다. 그리고 옆에 있는 로이 남작에게 지시를 내렸다.
“무기를 정비하고 휴식을 취하도록 해. 공격은 아침 해가 떠오를 때 시작한다.”
“알겠습니다, 백작님.”
지시를 받은 로이 남작이 말을 몰며 전달했다. 그 사이 채플 백작은 말 위에 올라선 채 멀리 보이는 보일란 성을 바라보았다.
“반드시 내가 당한 치욕을 몇 배로 갚아 줄 것이다.”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잠시 후 지시를 전달하기 위해 떠났던 로이 남작이 돌아왔다. 그런데 그의 옆에는 초췌한 모습을 하고 있는 카론 부단장이 함께였다.
로이 남작의 표정은 매우 좋지 않았다. 게다가 카론 부단장이 이곳에 나타났다는 것은 후방을 지키고 있는 병력이 당했다는 것이다.
채플 백작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 이제 얼마 후면 보일란 성으로 함락할 수 있는데 또다시 발목을 잡힌 것이다. 채플 백작은 분노에 찬 얼굴로 카론 부단장에게 말했다.
“어찌 된 일이냐? 어찌 너 혼자 이곳에 온 것이냐.”
채플 백작이 나직이 말했다. 그러자 카론 부단장이 말에서 내리며 곧바로 무릎을 꿇었다. 머리를 숙인 채 큰소리로 외쳤다.
“절 죽여 주십시오!”
“자세히 설명을 해 보아라. 어찌 된 일이냐?”
“그것이 놈들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그, 그런데…….”
카론 부단장이 채플 백작의 눈치를 살폈다. 두 명에게 1,000명이나 되는 병사를 잃었다고는 말을 못했다. 하물며 그들을 두고 도망쳤다고도 못했다. 카론 부단장은 굳은 결심을 하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엄청난 병력이었습니다. 게다가 놈들이 싸우는 능력과 배가 넘는 병력에 그만 속수무책으로 당했습니다. 특히 놈들 사이에 괴물 두 명이 있었습니다. 검이며 창, 어떤 무기로도 놈들의 몸에 생채기 하나 낼 수 없었습니다. 마치 불사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놈들은 절대 죽지 않았습니다. 병사들을 지키지 못한 저를 죽여 주십시오.”
카론 부단장의 말에 채플 백작이 얼굴이 붉어졌다. 피가 거꾸로 솟는 듯 역류하기 시작했다.
“이, 이놈들을 당장!”
채플 백작의 분노에 찬 음성에 로이 남작이 나섰다.
“백작님 진정하십시오. 이럴 것이 아니라 어서 빨리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로이 남작이 채플 백작을 진정시키며 말을 했다. 흥분했던 채플 백작도 긴 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어서 빨리 가신들을 불러라. 어서!”
“네, 백작님.”
로이 남작이 나가고 병사도 나갔다. 홀로 막사에 남은 채플 백작은 이마에 손을 짚으며 의자에 앉았다.
“놈들이 이렇게 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는데. 가만 혹시 라예키르 녀석이? 그래 흑마법사가 개입되었다면.”
채플 백작의 눈빛이 반짝였다. 흑마법사 라예키르와 전에 형이라고 하는 녀석이 에페로 자작가를 도와주고 있는 것이라면 정말 큰일이다.
“이놈들!”
채플 백작은 인상을 찡그리며 분노를 표출했다.
잠시 후 채플 백작이 있는 막사로 가신들이 들어섰다. 그들 모두 갑작스런 통보에 당황하고 있었다. 그들의 표정도 심상치가 않았다.
모인 가신들을 바라보는 채플 백작은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모두들 갑자기 모인 이유는 알고 있을 것이다. 후방을 책임졌던 병력이 지난밤 모두 전멸되었다. 광산도 그렇고 여지없이 놈들에게 뒤통수를 맞았다.”
채플 백작이 얘기를 하는 동안 막사 안은 무거운 침묵만이 흘렀다. 그 누구도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지금 돌아가는 상황이 매우 불리하기 때문이다.
“무려 2,000명의 병력을 잃었다. 에페로 자작가가 이렇듯 우리의 뒤를 노리는 배후에 흑마법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 상황은 우리 군이 매우 불리한 입장에 놓여 있다.”
흑마법사가 개입되었다는 말에 가신들은 매우 놀란 표정이 되었다. 그들도 흑마법사들의 존재가 어떤지 잘 알고 있다. 한 명 한 명이 가공할 마력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이 마계에서 소환하는 몬스터의 무서움도 잘 알고 있다.
몇몇 가신들은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흑마법사가 에페로 자작가를 도와주고 있다면 이번 싸움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가신들이 웅성거리며 막사 안은 소란스럽게 변했다. 그중 한 가신이 입을 열었다.
“백작님, 그렇다면 보일란 성으로 가는 진군을 멈추고 돌아가야 합니다. 흑마법사가 저들을 도와주고 있다면 저희들에게 승산은 없습니다.”
그 가신의 말이 도화선이 되었을까? 그의 말에 동조하는 가신들이 생겨났다.
“맞습니다, 백작님. 퇴군해야 합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앞에 함정이 설치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