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헬 나이츠-100화 (100/125)

# 100

헬 나이츠 4권 (25화)

Episode 40 관심 (3)

노인은 제이크의 이름을 거론하며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그때 술이 다시 나왔다. 노인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자! 그럼 많이들 들게나. 계산은 하고 가겠네.”

“감사합니다.”

노인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곳을 빠져나갔다. 곧이어 술잔을 든 사내들이 일제히 술을 들이켰다. 잠시 후 그들의 얼굴이 검게 물들었다.

이윽고 검은 피를 토해 내며 하나둘 쓰러졌다.

“크윽!”

“수, 술에 도, 독이…….”

털퍼덕!

노인은 창가를 통해 죽은 사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입가로 싸늘한 미소가 걸렸다.

“어린 녀석들이 감히 어디서 그 따위 말을 지껄이는 것이야. 나 이그나탈을 그리 만만하게 봤어.”

그렇다. 이 노인이 바로 이그나탈이었던 것이다. 그는 조금 전 자신을 입에 올린 저들을 용서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정보를 얻고 난 후 술이 나올 때 급히 독을 푼 것이다.

여기 있는 사내들 중 그 누구도 이그나탈의 손을 보지 못했다.

이그나탈은 창가에서 벗어나 어둠 속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제이크라, 재밌군, 한 번 가 봐야겠어.”

그의 독백만이 어두운 골목에 메아리치고 있었다.

4

신성교국.

이곳은 신을 섬기는 성직자들이 모인 곳이었다.

총 책임자는 교황으로 신의 말을 대변하고, 신의 뜻에 함께하는 이들에게 축복을 내리는 신의 사자였다.

온통 흰 대리석으로 치장된 교황청은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웠다.

대전 안도 마찬가지였다. 깔끔하게 뻗은 기둥과 높은 곳에 자리한 대리석 의자. 그곳에 흰 사제복을 입은 교황이 앉아 있었다.

잠시 후 대전으로 한 명의 기사가 들어섰다. 그는 대전 중앙에 선 후 교황을 보았다. 주먹 쥔 손을 가슴에 대고 한쪽 무릎을 꿇은 성기사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절 부르셨습니까?”

“그렇다. 네가 해 줘야 할 일이 있다.”

“말씀만 하십시오.”

기사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 그러자 교황이 손을 들었다.

“갈 곳이 있다.”

“어딥니까?”

“그대의 고향!”

“네?”

그 성기사는 깜짝 놀라며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의 눈동자가 급격히 흔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교황은 눈을 감은 채 입을 열었다.

“신의 계시에 따라 악의 무리를 처단하는 일이 곧 우리 신성교국이 해야 할 일. 그대의 고향에 잔인한 흑마법의 기운이 나타났다고 하네. 신의 뜻에 따라 간악한 무리를 척결하게.”

“하지만…….”

그 성기사는 뭔가 망설여지고 있었다. 눈동자가 흔들리며 답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눈치였다.

그대 교황의 눈이 번쩍 떠지며 말했다.

“그대 신의 대리인으로서 진정 간악한 무리를 못 본 척한단 말인가. 자네가 이곳에 와서 맹세한 것이 무엇인가?”

“성기사의 의무는 신의 사자로써 악의 무리를 처단한다. 어떤 것도 신을 대신할 수 없다. 악의 무리가 가족이라고 할지라도…….”

가족이라는 말에 성기사는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 모습을 보는 교황이 나직이 말했다.

“그래, 가족이라도 할지라도 그대는 신의 사자 노릇을 해야 할 것이야. 이 모든 것이 신의 뜻이다. 가거라.”

성기는 더 이상 거부할 수가 없었다. 신의 뜻이니 따라야 했다.

“알겠습니다. 신의 뜻대로 될 것입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성기사는 흰 갑옷과 망토를 휘날리며 대전을 벗어났다. 그의 허리춤에 있는 검이 유난히 빛을 품어대고 있었다.

그렇게 모든 관심들이 에페로 백작령에 모여 들고 있었다. 하나둘 관심을 보이는 주변인들.

제이크와 아이린에게 또다시 시련이 다가오고 있었다.

<외전> 군단장의 휴가

1

마계의 병사들이 한곳에 어울려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진정 얼마 만에 갖는 휴식인지 몰랐다.

매일 치열한 싸움을 벌여야 하고,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하는데 지금처럼의 휴식은 정말 꿀맛과도 같았다.

그런 마계 병사들 사이로 하나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 주제는 바로 새로 부임한 군단장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봐, 이봐들. 얘기 들었어?”

“뭘 말인가?”

“이번에 새로 부임한 군단장이 인간이래.”

“뭣이? 인간?”

“어떻게 인간이 마계 군단장이 될 수 있지?”

“그게 말이야. 엄청난 실력자라고 하더군. 투신 발록도 쓰러뜨린 인간이라고 하더군.”

“헉! 정말이야, 투신 발록까지?”

마계 병사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러기를 잠깐, 정보를 가지고 온 또 다른 마계 병사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군단장이 되자마자 휴가를 받았대.”

“어디로?”

모여 있던 마계 병사들이 모두 궁금증이 가득한 얼굴이 되었다.

“인간계로.”

“우와!”

마계 병사들 모두 탄성을 질렀다. 모두 부러움이 가득한 눈으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그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인간계는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하지?”

“그걸 말이라고 해.”

“아, 나도 휴가받고 싶다.”

그렇게 부러움 가득한 얼굴로 있었다. 그때 폴과 필이 당당한 걸음으로 걸어왔다.

마계병사들 모두 그에게 달려갔다.

“만부장님, 만부장님.”

“왜?”

폴이 심드렁하게 물었다.

“혹시 얘기 들었습니까?”

“뭘?”

“군단장님께서 휴가를 받아 인간계로 간다는 것을요.”

“흐흐흐, 들었어.”

휴가라는 말이 나오자 폴이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것은 필도 마찬가지였다.

마계 병사들은 그런 두 사람을 보며 의아해했다.

“만부장님 왜 웃으십니까?”

그러자 필이 말했다.

“우리 둘도 군단장님과 같이 휴가를 떠나거든.”

“헉! 정말이세요? 우와!”

마계 병사들이 모두 두 사람에게 몰렸다. 폴과 필은 그들에게 쌓여 부러움을 한눈에 받았다.

“만부장님, 그럼 기념품이라도 어떻게…….”

“기념품?”

“네, 인간계에서 가지고 온 기념품을 가지고 싶습니다.”

“저도 부탁드립니다. 저도요.”

한 병사의 말에 여러 명이 손을 들며 말했다. 그러자 폴이 거만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일단 줄을 서! 하나하나 명단을 제시해. 30명 한정이다.”

폴의 말에 마계 병사는 앞 다퉈 줄을 서기 시작했다. 급기야 30명 안에 들기 위해 서로 싸움도 벌어졌다.

“야, 여기 내 자리야!”

“이봐, 새치기하지 마!”

그런 병사들의 모습을 폴과 필이 즐거운 듯 지켜보았다.

그때 맨 뒤에 서 있는 한 마계 병사가 옆의 동료에게 물었다.

“그런데 말이야. 만약 복귀를 안 하면 어떻게 되지?”

그러자 동료 병사가 고개를 갸웃했다.

“에이, 설마 복귀를 안 하려고.”

“그러니까 만약이라고 했잖아.”

“글쎄… 마왕께서 진노하시겠지.”

“그렇겠지.”

“암!”

2

칼 아미네스는 모종의 계략을 펼치기 위해 휴가 담당 마계 병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 놈이 휴가를 가기 위해 이곳을 이용한단 말이지.”

“네, 칼 아미네스 님.”

“알았다.”

칼 아미네스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는 걸음을 옮겼다. 그는 제이크가 휴가를 떠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휴가를 떠나고 난 후 돌아오지 못하게 그곳을 막아 버릴 생각이었다.

아니, 솔직한 심정으로는 자신에게 해가 될 제이크가 돌아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마왕 아바돈이 눈치를 챈 것이다. 아바돈이 칼 아미네스를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아버님!”

칼 아미네스가 인사를 했다. 그 모습에 아바돈이 희미한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아미네스, 네가 무슨 일을 꾸미려고 하는지 다 알고 있다. 그만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순간 칼 아미네스는 몸을 움찔했다. 하지만 이내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왜 그 녀석을 두둔하십니까?”

“어리석은 녀석. 고작 군단장 하나 휘어잡을 자신이 없어서 못난 모습을 보이느냐!”

아바돈의 말에 칼 아미네스는 당황한 얼굴이 되었다.

“아, 아버님.”

아바돈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어리석은 놈아, 그가 평범한 인간처럼 보이느냐? 그는 데바 일족의 피를 타고 났다.”

“네에? 데바 일족이라고요?”

“그렇다. 일족 특성상 인간으로 태어나야 하지만 그 몸속에 흐르는 피는 진짜지.”

“데바 일족이라면…….”

칼 아미네스가 곰곰이 생각을 하다가 눈을 크게 떴다.

“아버님, 그렇다면 한때 전대 마왕의 혈족을 위협했던!”

“그래.”

아바돈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칼 아미네스가 소리쳤다.

“그렇다면 더욱 돌아오지 못하게 막아야 하지 않습니까! 아버님에게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쾅!

칼 아미네스의 말에 아바돈이 인상을 쓰며 앉아 있는 손잡이를 강하게 내려쳤다.

그 소리에 칼 아미네스의 몸이 움찔했다.

“이런, 멍청한 놈! 그래서 넌 아직 멀었다는 것이다. 이미 데바 일족은 무너졌고, 나의 휘하에 들어왔다. 게다가 녀석은 나의 권능에 제압당한 상태다. 절대로 어찌하지 못해.”

“하, 하지만…….”

칼 아미네스는 몸을 움츠렸다.

그러자 아바돈이 나직하면서도 강압적인 말이 나왔다.

“조바심에 말하는 것이지만 그의 귀환을 막을 생각을 하지 마라. 괜히 건드렸다가 너부터 죽지 말고.”

아바돈의 빈정거림에 칼 아미네스는 신음을 삼켰다.

“크윽!”

“그리고 말이다. 그놈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해도 너무 좋아하지 마라.”

아바돈의 뜬금없는 말에 칼 아미네스의 눈이 커졌다.

“예?”

“그 녀석이 입고 있는 갑옷이 바로 마갑 델키온이다.”

“헉, 마갑 델키온!”

“그래, 우리 마왕 혈족에게 가장 위협적인 갑옷인 마갑 델키온. 하지만 이미 나에게 제압을 당한 상태라 그리 큰 위협은 되지 못한다.”

칼 아미네스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마갑 델키온은 스스로 주인을 선택한다고 들었는데…….”

“그래, 그 주인이 바로 제이크란 녀석이지. 뭐, 데바 일족의 피가 있으니 당연한 결과지만.”

칼 아미네스는 마갑 델키온의 광기에 대해 잘 알았다. 그 무시무시한 기운하며 피를 빨아먹는 것까지 딱 한 번 그 마갑을 본 적이 있었다.

그때는 어렸지만 공포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아바돈은 그리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 보였다.

“뭐, 나야 상관은 없지만 혹시 또 모르지. 그놈이 마계를 잊어버린다면, 그놈 아들놈이라도 데리고 나타날지도. 마갑 델키온은 그런 것이니까. 흘흘흘.”

아바돈이 웃음을 흘렸다.

칼 아미네스는 눈가를 찡그리며 이를 갈았다. 놈을 돌아오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