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해도 다시 매니저!-3화 (3/200)

제3화. 거꾸로, 그리고 다시…. (3)

회의실에 앉아서 회사 내부 관계도를 다시 생각해 봤다.

이 회사는 팀 단위로 굴러갔다.

그리고 그 안에서도 세분됐다.

1팀은 어비스팀.

초대박 난 회사 대표 그룹.

얘네는 아예 팀 단위로 케어가 들어간다.

대표가 육성한 그룹이라 그런지 대우가 다르다. 물론 그럴 만하지만.

2팀은 배우팀.

여기는 헥사곤 소속 배우들을 모두 담당하는 곳이다.

헥사곤에서 배우라고 하면 몇 명 되지 않지만 어쨌든 분류하고 있었다.

3팀은 가수팀이다.

아직 런칭은 하고 있지 않지만 어비스 후속 그룹으로 보이 그룹도 준비 중이고, 걸그룹 런칭 시기를 보고 있는 거로 알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4팀.

여기는 프로듀싱 프로젝트만 관리하는 팀이다.

보이그룹도 프로듀싱 프로젝트가 있는데 이 팀에서 맡고 있다.

K.NET의 간판 프로그램.

아이돌을 꿈꾸는 10대, 20대들의 꿈과 희망을 먹고 사는 악마 같은 프로그램.

[너의 아이돌은 누구?]

속칭 프로듀싱 프로젝트.

여기에서 데뷔한 친구들은 어느 그룹을 가던 에이스 혹은 센터 자리를 차지할 만큼 매력적인 친구들이다.

매력적인 친구들이 아니면 뽑힐 수가 없는 게 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니까.

여기에서 데뷔한 아이들은 각 회사에서 모였기 때문에, 하나의 공통된 회사가 필요하게 되었는데 그게 헥사곤이다.

이들도 서포트 해줄 회사가 필요하니까.

물론 우리 회사가 그냥 하는 것은 아니다.

헥사곤 E&M이 각 소속사로부터 어느 정도 커미션을 받고 데뷔하는 아이들을 굴리도록 시스템이 이루어져 있다.

또 다른 이유로는 대형기획사가 전담해 맡기에는 여러모로 모양새가 안 좋다는 이야기가 돌아서 헥사곤 E&M으로 넘어오게 되었다.

그리고 이를 담당하는 부서가 바로 내가 속한 4팀이다.

째깍. 째깍.

조용한 회의실에 시계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기에는 지루해서 회의실 안에 있는 방송 모니터링용 TV를 켰다.

TV를 켜보니 TV에서는 얼마 전에 끝난 프로그램 ‘너의 아이돌은 누구?’ 마지막 화가 재방송 중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내가 입사하고 다음 날인 10월 6일에 끝났었다.

- 네! 1위 소감 잘 들었습니다. 자! 그러면 이제 마지막 남은 일곱 번째 멤버를 발표할 시간인데요.

저 모습을 다시 보니 정말 악랄한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다.

보통 순위 경쟁 프로그램은 아래 순위부터 차근차근 위로 올라간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맨 마지막에 문 닫고 들어오는 사람을 마지막에 비추어 준다. 이 프로그램만의 고유 특징이었다.

물론 이제는 다른 서바이벌 프로그램도 쓰는 시스템이기도 했다.

- 아. 방금 3분할 화면이 떴는데요! 이 세 명 중의 한 명이 이번 너의 아이돌은 누구?의 마지막 멤버가 됩니다! 과연 누가 될까요?!

근데 더 악랄한 점은 마지막에 순위를 발표할 때 화면을 분할해서 띄운다는 것이다. 합격자와 불합격자로.

물론 이 방법이 시청자가 보고 있는 상태에서는 더 감질나고 재밌다.

하지만 이들을 응원한 팬들과 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들은 정말 지옥과도 같다.

- 마지막 멤버는…. 자! 60초 뒤에 공개됩니다! 광고 큐!

실제 저 분할 화면에 떴던 참가자에게 들은 바로는 차라리 안 불리는 것이 더 나았다고 한다.

저기에 들어가면 미련이 남으니까.

그래서 분할 화면에 떠서 더욱더 아쉽게 느껴졌다고 했다. ‘좀 더 잘할걸….’ 하면서 생각날 때마다 눈물만 쏟았다고.

보면 참 씁쓸했다.

회의실 내부의 시계를 보니 11시 40분이었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곧 4팀 팀장이 들어올 거다.

4팀으로 오면서 만나게 될 남진수 팀장. 남진수는 사람은 참 좋은데, 말이 많고 입이 가벼운 게 문제다.

말이 많아서 나와 처음 만날 때도 한마디 했었다. 남진수가 여기 회의실로 들어오면서 했던 말이 있었는데 그 말로 회사에서 내 이미지가 한동안 꽤 웃긴 이미지로 굳어졌었다.

사실 어떻게 보면 별거 아닌데, 하도 떠들고 다녀서 회사 사람들에게 각인되었다.

그 말이 뭐였더라? 아, 맞아. 이거였다.

달칵

“런닝맨 왔냐?”

회의실 문이 열리면서 남진수가 들어왔다. 모습은 내가 알던 예전과 똑같았다.

접대를 많이 해서 그런지 아니면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누가 봐도 통통한 배와 그 배를 뒷받침하는 떡대, 깔끔한 헤어. 딱 보면 그냥 회사원이랑 다른 게 없다.

한 가지 특징이 있다면, 눈 밑에 다크서클이 판다처럼 진하게 보였다. 어제만 해도 바로 저 모습이 내 모습이었다.

남진수가 똑같이 말함으로써 나는 점점 확신하게 됐다.

앞에 내가 알았던 사건이 진행되었음에도 계속 의심하고 있었는데….

역시 난 과거로 돌아온 게 맞구나. 그럼, 여기서 당황한 티를 내야 하나?

“네? 저 말 하시는 겁니까?”

“그래, 임마. 너 말이야. 너.”

“……?”

내가 의문을 가지자 남진수가 피식 웃으며 이야기하는 남진수였다.

“니가 면접 때 저는 안 도망칠 자신 있습니다! 뽑아만 주십쇼! 했던 놈 아냐?”

면접을 패기로 봤었다.

“맞습니다. 근데 그걸 어떻게…?”

“하, 그런 게 소문 안 나겠냐? 요즘 누가 그렇게 멘트 치냐? 그냥 웃긴 놈 하나 들어왔다고 해서 알게 됐지. 그리고 우리 쪽으로 올 거라고 했으니까.”

“그럼 저는 여기로 배치되는 겁니까?”

“그래. 일단 프로젝트팀 소속이고, 너는 원래 남자 담당으로 보내려고 했는데 이번에 데뷔 런칭하게 될 스타즈 쪽으로 갔다가 여자 로드 매니저 구해보고 안정화되면 아마 뺄 거야. 뭐 잘하면 니가 쭉 할 수도 있고.”

프로젝트 프로듀싱은 지금이 일곱 번째다. 홀수는 걸그룹. 짝수는 보이그룹으로 벌써 7시즌까지 왔다.

사실 시청자 투표와 반응으로 뽑아서 멤버를 만들다 보니까 흥행이 안 될 수가 없다.

그야말로 흥행 백지수표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회사들은 이걸로 이윤을 막대하게 남겨 먹고 있다. 이 프로젝트로 데뷔하게 되면 초기투자 비용이 엄청 절감되었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2년~3년 장기계약을 했었다.

하지만 그룹 해체 후 이미지 소비가 너무 심하게 되어서 다시 데뷔해도 그대로 고꾸라지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래서 지금은 초기처럼 1년짜리 단기 프로젝트 그룹으로 만들어서 이미지를 어느 정도 소모한 후, 자기네 회사에서 다시 데뷔시켜 이미지를 채워 넣는다.

초기에는 기획사들이 우왕좌왕해서 별로라고 생각했었지만, 이제는 데뷔한 멤버 기획사들이 칼을 갈아서 나오기 때문에 퀄리티가 상당히 보장된 수준으로 나와 이 방식이 더 괜찮다고 판단한 듯했다.

물론 시장 반응이 더 좋으면 회사끼리 합의해 기존 계약을 좀 더 유지하는 때도 있다.

보통 보이그룹이 조금 더 유지한다.

걸그룹은 보이그룹보다 수익성을 상대적으로 기대하기 힘들어 바로 해체하는 순서를 밟는 편이었다.

모든 건 다 돈에 따라 바뀐다.

“아, 그리고 조금 있으면 애들 올라올 거야. 우리가 담당해야 할 애들. 여기 온 만큼 이번에 끝난 ‘너의 아이돌은 누구?’는 알고 있지? 우리 회사 소속인데 알겠지? 그래도 넌 복 받은 거야. 이번에 애들이 얼마나 이쁘냐? 근데 그만큼 손도 많이 가긴 할 거야. 네 복이고 내 복이다.”

스타즈.

내가 처음 맡게 된 아이들이다. 남자들은 다 걸그룹하면 환상을 품지 않나.

청소년기에 한번. 군대에서 두 번.

나는 그랬다.

처음엔 걸그룹이고 하면 환상이 있었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가고 여기서부터 들었던 연예계 정보나 현장에서 일했던 경험 때문에 연예인에 대한 환상은 많이 깨졌다.

하지만 군대에서 다시 환상을 갖게 되더라.

뭐 나도 남자니까 이쁘면 좋지. 얘네 진짜 이쁘거든.

앞에 만났던 신희진이 특출났지만 멤버들 모두 단언컨대 다 이쁘다.

“네, 알겠습니다. 근데 팀장님 오늘은 그럼 애들 만나고 끝인가요?”

“애들 만나고, 그 뒤에 스케줄 있어. 얘네 전용 간단한 프로그램 찍어야 하니까 가기 전에 애들 한번 보고 너랑도 인사도 좀 하고 갈 거야. 그리고 지금은 잠깐 기다리고 있어. 나는 잠시 실장님 좀 뵙고 올 테니까. 나 오기 전에 애들 올라오면 인사 먼저 나누고.”

“네.”

남진수가 나한테 이야기를 하고 나갔다. 이것도 똑같다.

앞에 일어났던 일련의 사건으로 거의 확신했지만 지금 똑같은 패턴이 흐른 것으로 확신하게 되었다.

그럼 난 앞으로의 14개월을 알게 되는 건가?

그렇다면….

스타즈를 내가 다시 살릴 수 있지 않을까? 앞으로의 미래에도 얘네가 망한다는 보장은 없잖아? 내가 얘네 미래를 다 알고 있는데.

그리고 벌써 하나의 사건도 틀어막았다.

얘네도 처음엔 그룹명처럼 하늘에 떠다니는 별처럼 정말 반짝반짝 빛이 나는 아이들이었다. 아이돌이란 직업 자체가 빛이 나지 않고 매력이 없으면 될 수가 없다.

애초에 아이돌이란 단어 자체가 ‘우상’이다.

- 네! 이렇게 7명의 멤버들이 모두 모였는데요. 정말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여러분들도 많은 박수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여러분들이 뽑은 7명의 멤버입니다!

잠깐만.

아직 켜져 있는 TV에 나오는 애들을 보고 반가웠지만, 스타즈를 다시 맡게 된다는 생각을 하자 갑자기 몸이 으슬으슬 떨렸다.

이 기분을 설명하자면 군대 입대하기 딱 세 시간 전이면 이런 기분일 것이다.

갑자기 오한이 들었다.

얘네만큼 다사다난했던 그룹이 없었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너무 받았다.

1년하고 해체하는 그룹이라지만 그 1년 안에 일어난 일들이 한 아이돌 그룹이 평생 겪어도 한두 개 터질까 말까 한 스캔들을 다수 겪은 그룹이 스타즈다.

그것도 그룹이 터질 정도의 스캔들이었다. 그래도 어찌어찌 1년 계약이라 회사에서 끌고 갔었다.

하지만 악재가 너무 많이 겹친 그룹이라 내부에서도 이야기가 장난 아니게 많이 나왔다. 정인수 대표도 결국은 마지막에 포기했었다.

그리고 가까이에서 봐온 나도 같이 겪다 보니 너무 지쳤고 매니저의 길을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지금 생각하는 거지만 일을 그만두지 않고 끝까지 버틴 게 용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하려는 게 분명하지 않았다면 그만뒀을 거다.

나는 어려서부터 연예계, 아니 영화계 쪽을 꿈꾸었다. 그러다 대학을 연극영화과로 진학하게 됐고, 거기서 연출을 전공했었다.

사실 매니저를 할 생각은 그때까지만 해도 크게 없었다.

그런데 정말 능력이 있는데도 좌절하는 선후배, 그리고 친구들을 보고 내가 기획했더라면, 내가 매니저를 했었다면? 이런 생각이 많아졌다.

결국 마지막에는 매니저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리고 꿈이 내 회사 차려서 전국에 있는 숨겨진 원석들 발견해서 가공하는 거다.

그래서 정인수 대표가 롤모델이 된 것이고.

나는 얘네가 프로젝트 그룹이 아닌 회사에 얽힌 7년짜리 그룹이라고 했으면 난 벌써 그만뒀었을 거다.

끝이 있으니까 계속했지.

나는 내 전공처럼 배우에 관한 걸 더 확실히 많이 아니까 원래 그쪽을 지원했었다.

근데 들어와서 보니 인원이 없다고 여기로 차출된 거였다.

연예인을 선택하는 선택권 자체가 매니저로 입사할 때는 없다.

고려는 하겠다고 이야기는 해준다.

매니저란 직업 자체가 남녀 구분 없이 정말 육체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아주 힘들어서 빠르게 도망간다.

스타즈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1년 뒤 해체라는 확실한 목표를 가진 그룹이어서 나는 스스로 계속 남아 있었다.

실패도 보고 배우는 게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내가 배우만 보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그 1년을 버티면서 힘들었던 만큼 정이 생긴 것 같기도 하다.

- …이로써 5개월간의 대장정이 끝났는데요. 지금까지 ‘너의 아이돌은 누구?’를 시청해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말을 드립니다. 이번 시즌 너의 아이돌은 누구! 7명의 스타즈 멤버입니다! 많은 박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대망의 1위를 한 유미소 양이 투표자 여러분들에게 인사를 끝으로 이만 마칩니다!

- 스타즈 일동 차렷. 인사!

- 잘 부탁드립니다!!

다시 상념에서 빠져나오니 어느덧 프로그램이 끝나 있었다.

이내 내가 TV를 끄자 밖에서 인기척 소리가 들렸다.

TV 소리에 바깥소리가 안 들렸던 것 같다. 도떼기시장처럼 북적이는 인기척으로 봐서는 애들이 온 듯싶다.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지난 1년, 처음엔 누구보다 찬란했던 애들이 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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