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츠루트 요새 (텍본제작: 골드런)
아레스와 럼을 앞새운 하룬 일행은 금방 요새와 이어지는 길까지 내려갔다.
'길이 많이 좋아졌군'
아마 요새 측에서 대대적으로 공사를 한 모양이다. 예전에는 마차가 간신히 지날 정도의 좁았던 길이 한층 더 넓어져 이제 추락 사고가 나지 않을 만큼 대로에 가깝게 변해 있었다.
요새 반대편을 보자 굽이굽이 이어진 길을 통해 한 무리의 마차 대열이 보였다. 짐이 가득 실린 마차 수십 대가 마부들을 앞장세우고 느리지만 천천히 요새를 향해 올라오고 있었다.
요새로 방향을 잡은 하룬 일행은 얼마 지나지 않아 요새로 들어가는 관문 앞 공터에 도착했다.
"호오!"
하룬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공터에는 수백 개의 창고 건물들이 마치 울타리처럼 돌아가며 생겨나 있었다.
한쪽에는 수천을 헤아리는 말들이 먹이를 먹으며 쉬고 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상인들이 모여 있었다. 아마 상인들 간에 거래라도 하는 듯했다.
요새의 관문은 개방이 되어 있었다. 지난번에 들렀을 때는 머릿수에 맞는 통해세를 징수했는데 이제 그것은 폐지한 듯 요새 정문 앞에 서 있는 4명의 병사는 무심한 표정으로 오가는 이들을 보고 있었다.
'하긴! 거래세만 징수해도 요새 재정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겠지.'
다크니스의 성을 차지하기 위해 몰려든 세력들에 파는 물건에 일정한 거래세만 매겨도 요새 재정은 풍족할 것이다. 어쩌면 요새와 인접한 세 제국의 입김에 어쩔 수 없이 폐지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상인들에게는 더없이 자유로운 지역이 될 것이다.
회색 방어구를 맞추어 입은 하룬 일행은 영락없는 용병 차림이었다. 안 그래도 용병들이 몰려드는 지역이라 그들을 특별하게 주시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요새를 들어선 하룬 일행은 먼저 돌풍 상단이 자리한 중심가로 향했다
"대장님, 저희는 잠시 여기서 헤어졌다가 나중에 상단으로 찾아가겠습니다. 정보 건은 이전처럼 처리하겠습니다."
"편하도록."
아레스와 럼은 하룬이 넘겨준 정보를 방송사와 윗선에 보고하기 위해 서둘렀다. 점심시간이라서 그런지 음식점으 겸한 여관 거리에 사람이 몰려들어 판매점들이 모여 있는 상가는 한산했다.
돌풍 상단의 상점 역시 손님은 없고 종업원 2명이 상품을 정리하고 있었다.
딸랑!
문을 열고 들어가니 종업원들이 하룬 일행을 반겼다.
"어서 오세요, 손님."
안면이 없는 이들이다. 그래도 새로 합류한 식구들과는 블러드 새도우의 침입으로 인해 한두 번 얼굴을 익혔지만 이들은 모르는 얼굴이다.
아마 이곳 주민이거나 혹은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이머일것이다.
"저희 상단에서 취급하는 것은 고급 방어구와 각종 약품입니다. 어떤 것을 차증시는지요?"
손님을 맞는 자세도 그렇고 호감을 주는 대응을 보니 무척 만족스러웠다.
"이곳에 상주하는 지단주를 만나고 싶소."
"지단주를요? 어디에서 오신 분인지....."
간간이 이런 일이 있었는지 스물 중반으로 보이는 부드러운 인상의 종업원이 물었다.
"돌풍 용병대에서 왔소."
"아!"
그 종업원은 이제야 방어구에 새긴 돌풍 용병대의 표식을 알아보고 탄성을 질렀다.
"처음 뵙는 분이군요. 저는 이 상점의 부지배인인 알케스라고 합니다."
"반갑소."
하룬은 악수를 청했지만 이름은 부러 이야기하지 않았다.
"지단주는 창고에서 물건을 정리하고 계십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알케스가 눈짓을 하자 십 대 후반으로 보이는 종업원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별채로 이어지는 작은 문으로 나갔다.
"그래, 물품 판매는 잘됩니까?"?
"그럼요. 요즘은 좀 뜸하지만 그래도 대형 거래가 많아 거래되는 수량은 엄청납니다. 우리 상단과 관계가 깊은 돌풍 용병대와 하룬 대장님의 명성이 워낙 잘 알려져 있어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알케스는 세부적인 사항은 피한 채 두루뭉술하게 거래 현황을 말해 주며 호기심을 보였다.
"현재 지단주는 보라요?"
".....부단주는 본부로 귀환했습니다."
보라의 이름이 언급되자 알케스는 놀란 얼굴로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이런!'
기지 식구들을 만날 때 비욘드의 상황도 보고받았어야 했는데 시간에 쫒겨 그냥 안부만 확인한 것이 실수였다. 명생이 진짜 상단주면서 이런 요지에 파견된 지단주가 누군지도 모르고 보라가 부단주인 것과 어디세어 뭘 하는지도 모르니 무안하기만 했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누굴까?'
돌풍 용병대 고유의 표식을 색긴 특유의 방어구를 입은 것으로 보아서는 돌풍 용병대원이 맞는 것 같은데 이름도 말하지 않는 것을 보면 수상한 구석이 있었다.
그 일행들 역시 용병들로 보였는데 그들 중에는 용병이 아니라 고귀한 마법사로 보이는 이들이 절반가량 섞여 있어 그정체를 가늠할 수 없었다.
그때 안에서 사람이 하나 나왔다.
"누가 찾아왔다고?"
나이는 스물 정도로 보이지만 목소리는 묵직하고 무게감이 느껴졌다.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하룬의 얼굴에 살짝 미소가 떠올랐다.
"어, 대장님? 대장님이 이곳엘.....아니, 어떻게 연락도 없이 오셨습니까?"
몇 번 갸웃거리다가 마침내 하룬을 알아본 굴탄이 반색을 하며 달려왔다.
"굴탄이 지단주였구나."
굴탄은 보라와 함께 최초에 합류한 인공수정체 출신이이었다. 보라가 이곳을 임시로 관리하다가 어느 정도 안정이 되자 정식으로 굴탄에게 맡긴 것 같았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하룬은 굴탄의 안내를 받아 안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대장이라고? 헙! 그럼 하룬 대장이란 말이야? 아,아닌데. 하룬 대장의 나이는 서른 살 정도라고 했는데.'
상점에 남은 알케스의 눈은 놀람과 의아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룬 일행을 회의실로 안내한 굴탄은 차를 내오도록 지시를 내리고서야 안으로 들어왔다.
"이분들은 본 용병대의 요인들이시네."
하룬은 일행을 차례로 소개했다. 행여 나중에라도 굴탄이 실수하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다.
"굴탄이라고 합니다. 귀하신 분들을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굴탄은 존경의 염을 담아 일행에게 인사를 했다. 곧 분위기는 화기애애해졌다. 이제 멀미에서 완전히 벗어난 사람들은 차와 함께 가벼운 대화를 나누었다.
굴탄은 장내 분위기를 살피더니 목소리를 낮추어 하룬에게 물었다.
"어떻게 된 겁니까?"
여러 가지 의미가 담긴 물음이었다.
"하하! 볼일이 있어 은밀히 왔네."
"아! 그렇군요."
"장사는 잘되나?"
"네. 돌풍 용병대의 명성 때문인지 대형 거래를 터트리고 있습니다. 이곳 지단의 거래가 다른 지단들 모두를 합친 것보다 몇 배는 더 많습니다."
굴탄은 자신이 넘치는 얼굴로 대답을 했다.
"굴탄이 열심히 해서 그런 거겠지. 약품 판매는 어때?"
"신테론 제국과 미노 제국에서 엄청난 양을 수입하고 있습니다. 대장 아니, 이제는 단장님이라고 불러야겠죠? 단장님의 명성을 기반으로 엄청나게 빨리 세 제국의 주민들에게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문이 거의 남지 않게 파는 터라 수요가 엄청납니다. 상단 수뇌부는 물론이고 제약부가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대답을 하는 굴탄의 얼굴은 뿌듯함이 가득했다. 최소한의 이익만 남기고 판매를 하는 약품들로 인해 돌풍 상단의 인지도는 일반 주민들은 물론 이방인들에게도 엄청났던 것이다.
가벼운 증상의 병증으로 신전이나 마탑을 찾는 주민은 없었다. 가고 싶어도 치료에 드는 비용이 엄청났던 것이다. 때문에 이제까지는 그저 생으로 견디거나 그 지역에서 구전되는 민간요법으로 치료하는 치료사들에게 치료를 받는 게 일반적이었다.
"주민들이 엄청나게 좋아합니다. 안정적인 공급처를 찾은 약초꾼들도 좋아하고요. 다만 치료사들이 좀 문제지요."
민간요법 중에도 훌륭한 것들이 있었지만 치료사들 중 소명 의식을 가진 이들이 거의 없었다. 그들 상당수가 주술이 기마된 치료술을 썼는데 대부분 큰 효과가 없는 것들이었다.
그 때문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죽는 이들이 많았다. 돌풍 상단이 취급하는 약품은 범용이었고 복용하고 바르는 데 특별한 방법이 필요하지 않았다.
한 번이라도 약품을 써 본 주민들은 치료사의 치료가 얼마나 황당한 것인지를 깨닫고 입을 통해 효과를 선전해 주어갈수록 그 사용이 늘고 있었다.
"그런데 이곳에는 어쩐 일로?"
"이벨린 황녀를 만나러 왔어. 이곳에 있지?"
"네. 아직 황도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굴탄은 대답을 하면서도 이상한 눈으로 하룬을 보았다. 하룬 대장이 이벨린 황녀와 안면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하룬 대장이 이벨린 황녀와 만난 적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녀는 왜.....?"
이벨린 황녀는 함부로 만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 비록 게이머이긴 하지만 이 세상에서는 황제 다음가는 권력자였다.
"이벨린 황녀에게 만나자는 연락을 넣어서 되도록 은밀하게 만났으면 좋겠으니 이곳으로 찾아오라고 해. 오늘 밤이 좋겠네."
"알겠습니다."
굴탄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이었지만 하룬이 하는 명령이라 주저 없이 대답을 했다. 연락을 넣는 것 정도는 이제 요새 에서도 탄탄하게 자리를 잡은 굴탄의 역량으로 충분히 가능했다.
'대박이다!'
굴탄은 친구들이 이 소식을 들으면 얼마나 놀랄지 떠올리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후드가 달린 로브를 입고 2명의 수행원만 거느리고 돌풍 상단을 찾아온 이벨린은 회의실에서 그를 맞이하는 하룬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긴 머리칼을 뒤로 묶어 이마를 드러낸 하룬의 얼굴은 그녀가 예상했던 칙칙한 얼굴이 아니었다.
"하룬 대장?"
"오랫만입니다."
"모습이 좀 변한 것 같네요."
"대원들이 하도 난리를 쳐서 얼굴을 드러내기로 했습니다."
"시원해 보이네요."
전과는 달리 무표정을 보이지 않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작은 문신들이 새겨져 있긴 했지만 이 정도라면 잘생겼다는 소리는 못 듣겠지만 못생겼다는 이야기도 듣지 않을 정도였다.
"여긴 어떻게 설마?"
"다행히 황녀 전하의 의뢰를 완수하게 되었습니다."
"정말인가요?"
이벨린은 하룬이 은밀히 청한다는 소식에 희미하게 짐작하긴 했지만 정말로 의뢰를 완수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네. 이것이 다크니스의 본거지에 대한 정보입니다."
하루은 미리 준비한 것을 꺼내 황녀에게 주었다.
그것은 두 장의 지도였다. 하나는 데빌 산맥 전체가 나온 것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다크니스 본단이 위치한 타르 분지의 위치가 그려진 지도였다.
"흐음. 여기군요."
이벨린은 분지와 그곳이 위치한 산맥 중심부 지도를 한참동안 쳐다보며 생각에 빠졌다. 그곳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지 고민하는 눈치였기에 하룬은 말없이 차를 마셨다.
"휴우!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 지역이군요."
한참 만에 지도에서 눈을 뗀 이벨린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나왔다.
"이곳에서 그곳까지 가려면 최소한 여섯 개의 성은 점령해야 할 겁니다."
"그런가요? 그런데 점령이라고 했나요?"
"네. 그래야 보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겁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이벨린의 표정이 무척 심각했다. 현재 다크니스의 성을 공략하는 작전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일 것이다.
현재까지 다크니스에게서 빼앗은 성의 숫자는 코엠 길드의 성과 산악 부족이 점령한 세 개의 성이 전부였다. 비록 이방인들에게 맡겨 놓고 나머지 세력들은 참가하지 않았지만 예상보다 훨씬 강한 다크니스의 전력에 난감한 상황이다.
"좋아요. 본 황녀가 돌풍 용병대 아니, 돌풍 용병단과 맺은 거래는 완수가 되었음을 확인하지요."
이벨린은 혹시나 몰라 가지고 왔던 마법 주머니를 품속에서 꺼냈다. 고풍스러운 문양을 새긴 주머니는 최상급의 아공간 주머니가 분명했다. 하룬은 내용물을 확인하지 않고 대번에 품에 넣었다.
"좋은 거래였습니다."
"우리 역시 좋은 거래였어요. 내일 다시 볼 수 있을까요?"
거래가 끝났는데도 불구하고 이벨린은 다음 날을 언급했다. 뭔가 다른 의뢰가 있는 모양이다. 그 역시 황녀와 나눌 은밀한 이야기가 있었다.
"그러지요."
"그럼."
이벨린은 마음이 급한지 총총걸음으로 상단을 떠났다. 적들의 본거지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으니 이제부터는 빠르게 움직일 것이다.
그녀가 나간 후 하룬은 대가로 받은 지혜의 파편을 살펴보고 싶었지만 그럴 시간 여유는 없었다. 그를 찾아온 사람이 또 있었던 것이다.
"대장님!"
반갑게 그의 손을 잡는 사람은 뫼비우스였다. 아마 아레스와 러이 하룬의 소식을 전한 것 같았다.
"오랫만이군."
"네. 그간 적조했습니다."
"그래,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저야 정보 상인이 되었으니 정보에 묻혀 살았지요."
그 말이 사실인 듯 뫼비우스의 분위기는 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미끈한 외모와 화려하고 맵시 있는 옷차림은 여전했지만 전과는 달리 묵직한 기도를 풍기고 있어 쉽게 대할 수 없는 분위기가 흘렀다.
"돈을 좀 번 모양이군."
"하하하! 이게 모두 대장님 덕분입니다."
그건 사실이었다. 대형 건을 터트리며 그의 인지도는 꽤 높아졌던 것이다. 현실이나 비욘드의 정보 조직은 날로 확장일로를 걷고 있었고 들어오는 돈도 꽤 쏠쏠했다.
"아레스에게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제가 끼어도 될까요?"
몇 번 맛을 보더니 이번 일에도 끼고 싶은 모양이다.
"알아서 해."
녀석의 능력이라면 아레스보다 더 많이 챙길 수 있을 것이다.
"감사합니다. 보상 문제는 전과 동일하게 하겠습니다."
어차피 큰 건은 아니니 상관없었다. 이곳에 찾아온 목적을 달성한 뫼비우스의 얼굴이 이제야 완전히 풀어졌다. 하룬은 그 모습에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어 물었다.
"비류와는 잘 지내나?"
그 말에 뫼비우스는 어울리지 않는 홍조가 떠올랐다.
"네. 지난번에는 집에 초대되어 저녁도 함께했습니다."
"축하하네."
잘된 일이다. 전이야 부끄러운 삶을 살았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어엿한 정보 조직의 수장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그것도 세류의 부친이 인정할 정도로 말이다.
이대로 노력한다면 세류의 부친처럼 준 노블이 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요즘 그곳은 어떤가? 동생과 한동안 연락을 안 해서 말이지."
"아! 그렇군요. 대장께서 은밀한 의뢰를 처리하느라고 위험한 곳에 가셨다는 말은 들었습니다."
역시 정보 조직의 수장다웠다. 그 정도까지 자신의 근황을 파악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요즘은 저희 세계는 난리도 아닙니다."
"무슨 큰일이라도 있나 보지?"
안 그래도 자신이 벌인 일 때문에 궁금해서 물어보는 것이다.
"캡슐 공장을 비롯한 몇 곳에서 대폭발이 일어났습니다."
"그래? 사고가 있었나?"
"그건 아닙니다. 그곳의 안전시설은 저도 들어서 아는데 자연적이거나 실수에 의한 폭발은 일어날 수 없을뿐더러 폭발의 규모가 테러 수준이라고 들었습니다.
캡슐 생산 공장은 위험한 인화물질을 생산하는 곳도 아니어서 사고에 의한 것은 아닙니다."
"흠. 그럼 이곳으로 오는 이방인들이 더 늘어나지는 않겠군."
은근한 관심을 보이는 하룬에 비해 뫼비우스는 상기된 얼굴이었다.
"그건 아닙니다. 대부분의 이방인들은 상관이 없습니다. 공장 전체가 폭발한 게 아니라 높은 사양의 캡슐 생산 라인만 파괴되었답니다.
제가 아는 정보에 의하면 앞으로 상당기간 동안 상급 이상의 캡슐은 나올 수 없을 거랍니다."
"흐음. 누가 그런 짓을 했을까?"
"그러게요."
잠시 말을 끊은 뫼비우스가 눈을 빛내며 낮게 속삭였다.
"좀 이상한 소리를 들었습니다. 사실은 폭발이 일어난 곳에 아주 중요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답니다. 그 때문에 전세계의 유니온들이 뛰어난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을 파견했다는군요.
그리고 희귀한 재료를 포함한 정밀 기기들까지요."
"그렇다면 누가 노린 것이 맞겠군."
"그런 것 같습니다. 제가 가진 비선을 다 동원해 봤지만 그 내용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뫼비우스는 아쉬운 얼굴이었지만 하룬은 그 정도 정보라도 입수한 그의 능력을 높이 샀다. 암중의 세 조직에 소속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 정도까지 접근하는 것 쉬운 일이 아니다.
"그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정보들을 더 입수했습니다."
"뭐지?"
"F와 C구역에서도 대형 폭발 사고가 발생했는데 캡슐 공장과는 달리 물류 창고와 환락 시설물이었습니다. 환락 시설물의 경우 지하경제를 좌우하는 거대 세력과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도는 곳이고 물류 창고 역시 비밀이 많은 곳이랍니다.
방위청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로는 그곳이 글로리 가이아라고 하는 암흑 조직과 관련이 있답니다."
"호오! 그래."
그동안 정보력이 엄청나게 확장된 모양이다. 뫼비우스의 입에서 글로리 가이아의 이름이 나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만큼 뫼비우스의 힘이 강력해진 것이다.
"사실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닙니다. S구역의 노블들 사이에서 은밀하게 흘러나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조만간 저희 유니온에서 배리어를 상당 부분 축소한다는 내용인데 다른 유니온들 중에도 그런 전례가 있는 만큼 상당히 신빙성이 있습니다."
그건 정말 놀라운 이야기다. 그 이야기는 예전에도 들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뫼비우스에게 들으니 전혀 다르게 들렸다.
"그럼 주민들은 어떻게 하고?"
"그건 모릅니다. 그 정보를 접하고 은밀하게 정보선을 가동해 보니 F구역에서 그나마 유니온에 필요한 주민들은 E구역과 접한 안쪽으로 이주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것으로 보아 유니온에서는 F구역의 절반 혹은 최대 삼분의 이 정도는 축소하려는 것 같습니다."
"음. 그쪽 형제에게도 알려 주어야 할 정보군."
"네.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뫼비우스의 말이 사실이라면 흔히 비하우스라고 말하는 보더러들의 거주 지역은 모두 배리어 밖으로 노출되고 만 것이다.
어쩌면 유니온은 이번에 쓸모가 없다고 판정한 보더러들을 모두 변종 생물들의 아가리에 넣으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그건 그렇고 부탁이 있습니다."
"뭔데?"
"제가 아는 대형 길드 몇 곳에서 돌풍 용병대를 만나고 싶어 합니다."
대형 길드가 자신을 찾는다면 무엇 때문인지는 알 만했다.
"공성전 때문인가?"
"네."
뜻밖의 제안이지만 흥미가 동했다. 그 역시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이다. 최소 한 곳 정도는 공성전에 참가할 생각을 가지고 이곳에 온 것이다.
"조건은?"
"괜찮습니다. 대장님이 수락하면 최대한 뜯어내겠습니다."
뫼비우스의 협상력이라면 믿을 만했다. 그게 아니더라도 애초에 생각을 하고 있었던 만큼 귀찮은 과정을 겪지 않아도 되니 어떤 면에서는 더 마음에 들었다.
"좋아! 추진해 봐. 하루 간격으로 이틀 후부터 세 곳에 참가하지."
"하루 간격으로요?"
뫼비우스에게는 불가능하게 들리지만 미노와 수니라면 걱정이 없는 하룬이다.
"우리는 각 성에 속한 마수들과 흑마법진 그리고 워프 마법진을 처리해 줄 것이다. 즉 공성전 대부분은 그들 스스로 치러야만 해. 그래도 흑마법진이 사라지면 온전한 전력을 사용할 수 있고 워프 마법진을 파괴하면 지원 병력이 오지 못할 테니 충분히 가능할 거야."
"네에? 워프 마법진이라니요? 이곳은 마나 유동이 불안해서 워프는 불가능하다고 들었는데요."
역시 뫼비우스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아니야. 광산을 끼고 있는 성에 주둔하고 있는 다크니스의 숫자는 평균 5천 명 수준이야. 하지만 놈들의 성 가운데 있는 건물의 최상층에는 고대에서 유래된 마법진이 그려져 있어 워프를 가능하게 해 주지."
"아! 그랬군요."
뫼비우스는 이제야 다크니스의 그 엄청난 전력이 이해가 갔다. 최대 2만 명까지 늘어난 다크니스의 전력이 가진 비밀은 누구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워프가 가능했던 결과였다.
"내일 정도면 다크니스의 비밀에 대한 기사가 아레스에 의해 전파를 탈 거야. 그러니까 말하는 데 별문제는 없을 거야."
"그 녀석은 이번에도 대장님 덕분에 엄청 챙기겠군요."
뫼비우스는 부러운 얼굴로 아레스를 떠올렸다.
"대신 너도 이번에 알아서 챙겨."
"흐흐흐! 여부가 있겠습니까? 알아서 잘하겠습니다."
뫼비우스는 흐뭇한 얼굴로 나갔다.
'뫼비우스에게 좀 더 힘을 주어야겠구나. 정보에 관해서는 헤르쉬만큼이나 능력이 있는 녀석이니 앞으로 도움이 될거야.'
하룬은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보다 이 사실을 빨리 기지에 알려야겠군.'
벨과 아리도 보고 싶었고 GPC와 이야기가 어느 정도 진행되었는지 궁금했는데 잘되었다 싶었다. 하룬은 숙소 상황을 정리하고는 은밀하게 로그아웃을 했다.
"오빠!"
캡슐에서 나오자 벨이 달려와 품에 안겼다.
"벨, 이제 괜찮은 거야?"
"응. 내가 진짜 다친 것도 아니고 대역이 다친 건데, 뭐."
걱정하는 하룬의 반응에 기쁜 듯 눈을 빛내는 벨의 얼굴과 목에는 진짜 아무 흔적도 없었다.
"정말 다행이다!"
하룬은 벨을 번쩍 안아 몇 바퀴를 돌았다.
"아유! 어지러워!"
어지랍다면서 좋아하는 얼굴은 왜 그런지 모르겠다.
"아리는?"
"언니는 타이탄 워커 격납고에 갔어. 지금 알렸으니 곧 올거야."
"이제 데드 벙커 쪽은 관심을 줄여. 하마터면 큰일이 날뻔했잖아."
"알았어, 오빠. 나도 그 일만 생각하면 두려워. 의식을 나누는 것이 이렇게까지 위험한지 몰랐었어. 내 능력을 온전히 기지 일에 썼으면 그런 놈들이 섞여 들어온 것도 잡아냈을 거고 또 대역에만 집중했으면 그 정도 놈들에게 붙잡히지는 않았을 텐데.
스스로 능력에 자만해서 동시에 여러 일을 처리하다가 포로가 된 나로 인해 혼란에 빠져 죽고 다친 식구들을 생각하면 너무 미안해."
하룬은 슬픈 눈망울을 하고 있는 벨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둘은 한동안 기지 일에 대해서 두런거리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벨의 말을 들으니 그가 당장 나서서 해야 할 일은 없는것 같았다.
이미 기지 식구들이 한마음이 되어 복구 작업을 하고 있었고 벨이 건강하게 복귀하면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벨은 여전히 죄책감을 느끼는지 순간순간 눈물을 흘렸다.
"벨아, 이번 사건은 너 때문에 일어난 게 아니야. 어쩌면 우리 기지가 더 단단해지기 위해 한 번쯤은 일어날 수밖에 없었어. 그래도 그 정도로 끝난 게 어디니?"
"그건 그렇지만 미안해서 그렇지. 아무튼 그 덕분에 몇 가지 중요한 일들을 알아낼 수 있었어."
드디어 다른 일로 화제가 바뀌면서 벨의 눈이 밝게 빛났다.
"정보?"
"응. 우리가 벌인 복수로 인해 데드 벙커도 난리가 났거든. 놈들이 벌이려고 하는 모종의 중요한 일이 뭔지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났어."
"그게 뭔데?"
하룬은 침을 삼켰다. 본능적으로 긴장했던 것이다.
"데드 벙커의 연구진들은 오래 전에 변종 생물들과 휴먼들에게서 노화 방지 유전자와 육체 강화 유전자를 찾아냈어.
현 기술로 그 유전자들을 증식시킬 수는 없지만 추출해서 줄기 세포에 유전자를 이식하는 것은 가능한가 봐. 그래서 GG의 고위 인사들이 실험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대거 몰려든거야."
"그런 게 가능한 거니?"
하룬은 믿을 수가 없었다. 고래로 인간은 건강한 몸으로 불사의 삶을 누리기를 희망해 왔다. 종말 시대에도 진시황을 비롯해서 수많은 권력자들이 그런 삶을 이루기 위해 '헛지랄'들을 했던 것이다.
"가능해. 아즈만 언니가 보유한 자료들 중에는 지구를 찾은 외계의 지적 생물체들 중에 수만 년을 살아왔다는 연구결과도 있는걸. 그리고 종말 시대 말에는 노화를 늦추는 물질까지 찾아내서 실제로 판매가 된 경우도 있었어."
"그럼 데드 벙커의 목적이 불로불사(不老不死)에 있었던건가?"
"응. 벼리가 포섭한 한 연구원의 말에 따르면 글로리 가이아의 핵심 인물들은 주기적으로 노화를 늦추는 물질을 주사맞는 것은 물론 유전자 복제 기술로 태어난 생체 사이보그를 이용해서 주기적으로 육체를 새 것으로 바꾸는 시술을 받고 있다고 했어."
"정말?"
놀라운 일이다.
"아즈만 언니의 분석에 의하면 GG를 이끌고 있느 정체불명의 집단은 휴먼력 초기부터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을지도 모른대."
놀랍다 못해 끔찍한 일이다. 휴먼력에 태어났다고 하더라도 백이십 살이 넘는데 만약 그때도 어느 정도 나이를 먹었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괴물이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그런데 이번에 발견한 유전자들과 수많은 실험을 통해 안전성을 확보한 그 이식 기술들은 노화를 아예 막아 주는건 물론 배리어 밖의 오염된 환경에도 마음댈 움직일 수 있는 육체로 개량해 준다고 해."
".....믿을 수가 없군."
그게 사실이라면 GG의 요인들이 데드 벙커로 모여드는 것은 당연하다.
"그 연구원의 기억을 기반으로 나와 아즈만 언니가 추측한 바로는 여태까지 그 일을 위해 산 상태로 해부당하거나 실험 대상이 된 휴먼들이 수십만 명이 넘어. 변종 생물들은 그 이상이고. 정말 끔찍한 놈들이야."
"그래, 맞다!"
하룬은 이를 갈았다. 자신도 모르게 놈들의 실험체가 되기도 했고 놈들의 손에 죽을 뻔하기도 했지만 그는 운이 좋아 벨과 아리를 만나 살 수가 있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무 죄도 없이 놈들의 야욕으로 인해 처절하게 고통을 겪으며 해부 실험을 당해야만 했을 것이다.
"어쨌든 그 시술이 벼리 오빠가 말한 날이야. 그래서 현재 데드 벙커에는 많은 이들이 와 있어. 그런데 우리가 벌인 폭파 건으로 인해서 난리가 난 거지."
"그래서 경계 인력이 그렇게 적었던 건가?"
"그럴 거야. 하지만 그쪽 일 때문이 아니더라도 암중에 서로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었기 때문에 방심은 했겠지."
덜컥!
그 순간 문이 열리며 아리가 뛰어 들어왔다. 한창 기계를 만지고 있었는지 오일과 기름때가 묻은 작업복을 입은 아리가 하룬을 향해 달려왔다.
"오빠!
왈칵!
뭉클한 아리의 부드러운 동체와 함께 특유의 체향이 그녀를 단단히 안은 하룬을 웃게 만들었다.
"칫! 안 그래도 좁구먼."
한쪽 품을 양보한 아리가 입술을 내밀었다.
"왜 이래? 넌 몸이 말라서 오빠의 한쪽 가슴으로도 충분하지만 이 언니는 볼륨이 있어서 한쪽으론 좁거든. 웬만하면 연인을 위해 어린이는 빠져 주지 않을래?"
아리의 말에 벨은 하룬의 단단한 가슴에 짓눌려 빠져나온 모양 좋은 아리의 가슴과 자신의 가슴을 쳐다보고는 말없이 입술을 삐죽거렸다.
"하하! 우리 벨이 당할 때도 있네."
"칫! 당한 게 아니고 어처구니가 없어서 할 말이 없는 거라고. 성숙한 여자가 무식하게 육체의 발육 상태를 가지고 비교를 하니까 도저히 받아 줄 수가 없잖아."
"호오! 그러셔? 난 머리도 너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는데."
그것도 맞는 소리다. 뇌 용량으로 따지면 아즈만의 서브체인 아리가 훨씬 더 높은 것이다.
화가 났는지 얼굴이 시뻘겋게 변한 벨이 너무 귀여웠지만 이상태로 더 놔두면 틀림없이 삐지고 말 것이다. 사춘기 소녀의 삐침을 한 번 겪었던 하룬은 재빨리 끼어들었다.
"중요한 정보가 있어!"
생각을 하자 당장 굳어 버리는 하룬의 얼굴을 보고 벨과 아리가 금방 관심을 돌렸다.
"뭔데?"
"뭔데요?"
"뫼비우스가 가져온 정보인데 조만간 유니온이 배리어를 상당 부분 축소할 것 같아. 내가 봐도 그 녀석의 판단이 맞는거 같고."
"그래요?"
"그래. 맞는다면 우리 기지에도 큰 영향이 있을 거야."
단순한 배리어 축소라면 모르겠지만 그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까지 버린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렇다고 정확한 날짜를 입수한 것도 아니니 당장 기지 수뇌부 회의를 소집할 수도 없어요. 더구나 이런 줄 모르고 해가의 의뢰를 받았거든요. 지금은 데드 벙커에 힘을 집중해야 하는데....."
안 그래도 그 일을 물으려고 했었다.
"아, 참! 그 일은 어떻게 됐어?"
"미래를 생각해서 우리 셋이 계획을 잡아 놓은 사업에 필요한 각종 재료들을 대가로 받기로 했어요. 적어도 우리가 100년 정도는 쓸 분량으로요."
"잘했어!"
어차피 데드 벙커는 그냥 두지 않을 생각이었다. 만약 배리어 축소가 빠른 시일 내에 이루어진다면 데드 벙커에 대한 일은 늦추어질 수도 있다. 배리어 축소에 따른 혼란을 수습하기 위한 병력이 필요할 터였다.
"그럼 이제 우리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어부지리를 노릴 전략을 짜야겠구나."
"그건 우리 셋이 궁리해 볼게요. 어쩌면 좋은 수가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렇게 말하는 아리의 표정이 왠지 기묘하다.
"좋은 수라니?"
"얼마 전에 기지 식구가 된 아우터들 기억해요?"
"응. 기억하지. 그분들 덕분에HG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잖아."
"사실 그분들이 알려 준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어요."
하룬은 뜨거운 눈빛으로 아리를 재촉했다.
"사실은 그들이 우리 기지로 오는 동안 오르그들을 만났대."
한참이나 대화에 소외된 것이 샘났는지 벨이 끼어들었다.
"그런데?"
"그런데 그 오르그들이 데드 벙커를 찾고 있었다나 봐."
"오그르들이 데드 벙커를 어떻게 알아서."
"그거야 그들도 모르지. 아무튼 오르그들을 주기적으로 납치해 가는 자들과 그 장소를 알려 주면 풀어주겠다고 해서 일단 우리 이름을 대고 빠져나왔나 봐."
"그게 가능한 일이야?"
"포로로 어린아이 5명을 잡았대."
"그래서?"
"가야지요. 이미 식구로 받아들였으니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협상을 하거나 전쟁을 해야지요."
그렇게 끼어든 아리의 말은 묘한 여운이 느껴졌다.
"그 오르그들은 자신들을 파루 부족이라고 했고 여울 강중류에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전사만 수만이 넘는 대 부족인가 봐. 그리고 데드 벙커를 찾는 것은 그들 부족만이 아니라 북쪽에서 남하한 전 부족이 다 찾고 있대."
벨의 말을 들으니 아리가 뭘 의도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럼 오르그들과 힘을 합하자?"
"네."
아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놈들을 어떻게 믿고?"
"믿어도 될 것 같아요. 최근 정찰 호크들이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북쪽에서 남하한 오르그들은 기존의 오르그들과는 달리 상당한 지성을 갖추고 있어요.
흙벽돌을 이용해서 건물을 짓는 것은 물론 물길을 끌어와서 농사도 짓고 있고 다양한 공방도 갖추고 있어요. 또한 그들과 동화되어 살고 있는 아우터들도 상당히 많아요."
"휴먼들의 문명을 흡수한 건가?"
"그런 것 같아요. 전사들의 무력도 생각보다 훨씬 높아요. 기를 사용하는 휴먼들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단순히 육체적인 전투 능력으로 따지면 휴먼들보다 몇 배는 더 강력한 것으로 분석됐어요."
"나와 아즈만이 여러 경로로 입수된 오르그들의 정보를 분석해 보니 그들이 호전적이기는 하지만 이제까지의 오르그와는 달리 그들이 호전적이기는 하지만 이제까지의 오르그와는 달리 파괴적인 성향은 아니었어.
언어와 각종 기술을 포함한 휴먼의 문명을 쉽게 받아들이고 사용하는 것으로 보아서는 지능도 뛰어난 편이고 무엇보다 휴먼들처럼 머리를 굴리지 않는 것 같아."
벨이나 아리 둘 다 새로운 오르그를 좋게 보고 있었다.
"일단 그들과 첩촉을 해 봐야겠구나."
하룬의 말이 떨어지자 벨과 아리가 서로에게 눈을 맞추었다.
"그들이라면 우리 기지에 큰 힘이 될 수 있을 거야, 오빠!"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해요. 동맹 관계를 맺어 두면 유사시에 큰 힘이 될 수 있을 거 같아요."
"좋아. 둘 다 그렇다니 고려하지. 그럼 난 일단 비욘드에 벌여 놓은 일을 처리할 테니까 둘이 그 사안을 추진해 봐. 그리고 아까 말했던 배리어 축소에 대비해서 기지 식구들과 의견을 나눠 보고. 급하면 뇌파로 연락해."
"알았어요. 그건 우리에게 맡겨 줘요, 오빠. 그럼 나흘 후에 봐요."
나흘이라면 얼추 하룬이 생각하는 것을 끝낼 수 있다.
'두고 보자고, 글로리 가이아! 내가 비욘드와 현실에서 너희들의 야욕을 꺾어 줄 테니까.'
하룬은 아리와 제대로 시간을 가지지 못하는 것이 아쉽기는 했지만 상황이 그런 여유를 주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비욘드로 돌아가야만 했다.
To Be Continued!
(텍본제작:골드런)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