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헬스레이드-38화 (38/197)

038 고영수, 새로운 헬창의 탄생!(2)

덕림헬스는 아예 공사를 하는 김에 헬스장을 지하로 내리고 지상에는 크로스핏 전용관을 만들기로 했다.

아마 1년 후의 덕림헬스는 지금과는 상당히 다른 느낌을 주는 곳이 되어 있을 것이다.

-고립관

태하는 희란을 올드스쿨존으로 데리고 갔다.

“본관은 공사 중이야. 아쉽지만 옛날 방식으로 키워야겠어.”

“옛날 방식이 더 어려워요?”

“어렵다……의 개념은 아닌 것 같고. 내 개인적인 생각으론 뉴스쿨은 올드스쿨에서 왔기 때문에 조금 더 개량된 형태가 된 것이라고 봐. 그래서 올드스쿨에서 제대로 배운다면 같은 계열의 헬스는 뭘 해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거지.”

“그렇다면 어려워도 배워야죠. 어렵다고 포기할 거라면 운동을 배우는 의미가 없잖아요?”

희란은 정말 어지간해서는 포기를 하지 않는 여자다.

만약 그녀가 포기할 정도면 상황이 그야말로 최악이라는 뜻이었다.

과거 태하를 떠나겠다고 다짐했던 그녀의 행동은 블랙하운드의 상황이 최악이라는 것을 대변하는 셈이었다.

“자, 그럼 근 성장을 위한 첫걸음부터 차근차근 떼 볼까?”

“근 성장! 첫걸음이 뭔데요?”

희란이 자신과 함께했던 그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을 거라고 태하는 생각했다.

그녀는 이미 헬스의 뼈대를 다 잡아 놓았기 때문이다.

“넌 이미 첫걸음은 떼 놓은 상태야. 우리가 예전에 하던 운동, 그걸 좀 천천히 한다고 생각하면 편해.”

“쓰러스트나 아미 같은 거?”

“아, 아니. 옛날의 크로스핏 와드는 이제 잊어버려.”

“음, 그럼?”

“기본동작들 있잖아. 뭐, 스쿼트나 데드리프트 같은 복합 다관절 운동들.”

“……어머나? 정말요? 그럼 이미 절반은 온 거네?”

“하지만 그렇다고 몸이 거저 만들어지지는 않아. 왜냐, 헬스는 고립 운동이거든.”

헬스하운드의 구호는 ‘고립, 고립, 고립!’이다.

도대체 고립을 얼마나 강조하면 세 번이나 구호를 외치기까지 할까?

그만큼 고립은 헬스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허나, 희란은 고립을 시키는 데 가장 결정적인 이점을 하나 더 가지고 있다.

바로 동작을 전부 숙지하고 있다는 것.

“자, 희란아. 우리가 데드리프트를 어떻게 했었지?”

그녀는 말로 하기보다 직접 데드리프트를 보여 주었다.

스윽!

대단히 가벼운 몸동작, 그리고 완벽한 자세.

아마 여성 중에서 운동을 오래 한 사람도 희란보다 데드리프트를 잘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진또라는 별명은 괜히 붙은 게 아니었다.

허나, 그녀 역시 예전의 태하와 같은 메커니즘의 데드리프트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지금까지 인체의 모든 기관을 총동원해서 운동을 했었지. 데드리프트도 그랬었고. 하지만 이제는 근육 하나만 고립해서 움직이는 동작을 잘 생각해 봐야 해.”

“……데드리프트를 하는데, 그게 되는 거예요?”

데드리프트는 쪼그려 앉는 동작에서부터 물건을 들고 완전히 일어서는 동작으로 이어진다.

이건 생각처럼 간단하지만은 않다.

골반 드라이브, 무게중심의 이동, 척추의 중립까지, 수많은 기술을 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데드리프트를 두고, 한때 헬창들 간에 어마어마한 예송논쟁이 있었다.

이게 과연 전신운동인가, 하체 운동인가?

그렇다면 도대체 등 루틴에는 왜 집어넣는 것인가?

그러나 결과로 입증된 데드리프트의 효과는 대단했다.

“고립, 할 수 있어.”

“음…….”

“일단 원래의 데드리프트를 한번 해 볼까?”

바닥에 있던 바벨을 양손으로 잡고 발은 바닥에 딱 고정시켰으며, 바벨이 몸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유지하면서 일어난다.

그 자세가 아주 일품이었다.

태하는 슬그머니 미소를 지었다.

“……그래! 내 생각대로야. 완벽한 자세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근 비대 목적에서는 한 가지가 부족해.”

“그게 뭔데요?”

“고립.”

데드리프트는 몇 가지로 분류되는데, 흔히 ‘땅데드’라고 알려진 컨벤셔널 데드리프트가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거기서 파생되어 대퇴이두를 공략하는 스티프 레그드 데드리프트, 광배 하부를 타깃으로 하는 루마니안 데드리프트 등으로 분류된다.

그중에서도 희란이 배울 것은 루마니안 데드리프트다.

“루마니안. 동작은 알지?”

“음, 그럼요. 알기는 해요.”

“그럼 한번 해 볼까?”

구분 동작으로 한다면 몸이 90도까지 구부려질 때까지만 숙였다가 다시 올라오는 것이다.

허나, 여기에는 몇 가지 팁이 있다.

“음, 자세는 좋아! 허리는 중립을 잘 유지했고 다리도 적당히 굽혀졌고. 하지만 문제는 중심점이야.”

“중심?”

바가 몸에서 떨어지지 않게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상체에는 엄청난 자극이 된다.

허나, 광배 하부로 정확한 자극을 몰아주려면 한 가지가 필요하다.

바로 중심의 기준점.

“스쿼트는 중심이 어디로 가야 하지?”

“중간 지점이지만 약간 뒤로 가야겠지.”

“그래, 그것처럼 루마니안 데드리프트도 무게중심을 잘 잡아 줘야 해. 다만, 앞으로 말이야.”

“앞으로……?”

“앞꿈치에 중심을 싣고 내려가는 거지.”

“……아하, 발의 중심을 약간 앞으로 잡아 주는 거구나!”

“한번 해 봐.”

렉에서 바를 뽑아 똑바로 선 그녀.

이내 숨을 들이마신 후에 바를 몸통에 딱 붙인 채로 몸을 숙였다.

중심은 잘 잡아 주고 광배를 쫙 펼쳐 주며 최대 수축을 가해 주었다.

“후우!”

“오오, 좋았어!”

이렇게 중심을 잘 잡으면 광배근에 엄청난 타격이 가해진다.

딩동!

[스킬: 점진적 과부하]

[올바른 자세, 올바른 정신이 깃든 그녀에게 탑의 수호자가 찬사를 보냅니다]

***

금성탑 황금도서관의 사서 나미라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메피스토의 창고라니!”

“창고요? 몬스터에게 창고가 있었어요?”

“메피스토가 이계에서 모은 물건들이 이곳에 잔뜩 쌓여 있다고 전해져!”

“허어, 정말요?!”

“이것 참, 대발견인데!”

“그럼 얼른 황금성녀님과 의회에 이 사실을…….”

나미라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쉿! 아니야, 한나! 이건 너와 나, 둘만 알고 있어야 할 사실이야.”

“어째서요? 이렇게 기쁜 사실은 다 함께 나눠야죠.”

“그, 며칠 전에 자네가 나한테 말했던 카이튼이라는 이름 말이야. 그걸 내가 통제된 룬어사전에서 찾아봤는데,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지 뭐야.”

한나는 화들짝 놀라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통제된 룬어사전은 고위 사제 이외의 사람들은 열람이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거기까지 뒤지셨어요?”

“궁금하잖아! 아무튼, 그래서 찾아보니 카이튼은 지하 반란군의 수장을 말하는 것이더라고.”

“그게 뭔데요?”

“마왕.”

“허어, 마왕……!”

“아무래도 우리 금성탑 내에 이 카이튼을 섬기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

“……마왕을 섬기다니요? 우리는 사제들이잖아요.”

“내가 얼마 전에 상급 사제들 술자리에 갔었는데 말이야. 거기서 부러진 날개와 칼날, 그리고 반쪽짜리 방패의 문신을 한 남자를 본 적이 있어. 헌데, 이제 알고 보니 그 문양이 카이튼 군대의 깃발이더라고.”

금성탑은 사제들이 만든 집단이다.

만약 이곳에 첩자들이 넘쳐난다면, 과연 한나는 자신이 이곳에 몸담을 이유가 있을까 하는 회의감까지 들었다.

“……그런 일이 있었다니. 아니, 그나저나 그런 문신은 어떻게 보셨어요?”

“으, 응? 뭐가?”

“보통은 몸 안 깊은 곳에 숨길 것 아닌가요? 그런데 그걸 어떻게…….”

“으, 흠흠! 아무튼, 메피스토의 창고에서 뭔가 발견된다면 이 카이튼이라는 이름이 왜 나왔는지, 그리고 첩자들이 왜 설치고 있는지 알아낼 좋은 기회가 될 거야.”

생각 같아선 나미라의 등짝을 때려 주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60층에 올라가야겠어요!”

***

트레이닝 보름 차.

희란의 몸은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허나, 그럼에도 여전히 구원자 스태프의 커트라인에는 한참 못 미쳤다.

태하는 고민이 컸다.

“흠……. 다른 건 다 좋은데, 체력이 문제네.”

스텟에서의 체력은, 흔히 말하는 육체의 힘과는 다른 의미다.

흔히 ‘라이프 수치’라고 부르는, 일명 ‘몸빵’이나 ‘맷집’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진짜로 피(血)의 ‘통’이 커진다는 말인 것이다.

체력은 타고나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 이걸 어떻게 키울 것인지는 상당히 막막한 일이었다.

“하나, 둘……!”

허나, 오늘도 희란은 스쿼트를 밀고 레그프레스를 조져 버리고 있었다.

다리를 아주 탈탈 털고 있다.

오랜만에 체육관으로 출근한 보현 관장이 희란을 보며 물었다.

“호흡은 어떻게 가져가고 있는 거야?”

“일반적인 보디빌딩식 호흡법이죠.”

“흠, 그래?”

보현 관장은 그녀를 가만히 주시하고 있다가 돌연 레그프레스를 멈추었다.

“어이, 희란!”

“네, 관장님!”

“우리, 호흡법을 바꿔 보는 건 어떨까?”

“호흡법이요?”

“원래 운동할 때 어떻게 호흡했었지?”

“밀어낼 때 뱉었죠.”

“아니, 그보다 더 근본적으로는?”

희란은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과거에는 어떻게 운동을 했던가?

“……발살바 호흡법?”

“그래, 발살바! 보디빌딩식 운동이라고 해서 무조건 이완할 때 쉬고, 수축할 때 뱉으라는 법은 없어. 왜냐, 보디빌딩은 텐션이 중요한 운동이거든.”

희란의 복부는 상당히 잘 발달되어 있는 편이다.

여성치곤 통이 무척 큰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호흡을 머금었다가 정점을 지나 최대 수축이 끝날 때까지 숨을 멈추며 복압을 극대화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그녀의 근력 상승 비결은 발살바 호흡법인 것이었다.

“자네 호흡으로 가져가 봐. 내 생각에 스쿼트 무게를 한 30kg까지는 늘릴 수 있을 것 같은데?”

“한번 해 볼게요!”

희란은 현재 130kg까지 달고 스쿼트를 할 수 있는데, 이는 어지간한 남성도 힘든 수준이었다.

희란은 160kg을 달고 스쿼트를 밀어냈다.

“발살바!”

“흐으읍!”

“그래, 스콰아아앗!”

스쿼트로 충분히 둔근 및 대퇴사두를 늘여 주었다가 서서히 수축하며 일어선다.

“후우!”

“오케이, 라잇 웨잇! 다시 스콰아앗!”

관장의 응원 자체가 약간 아나볼릭한 면도 있기는 하나, 확실히 호흡이 달라지니 무게를 더 달고도 8개나 반복할 수 있었다.

1RM도 아닌 8개 반복 횟수의 무게가 30kg이 증가했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었다.

“하아! 하아!”

“어때?! 죽이지?! 그래도 자극이 팍팍 오지?!”

“네!”

“그래, 이게 바로 보디빌딩이지!”

바로 그때였다.

스스스스……!

희란의 단전으로 뭔가 붉은 기운이 넘실거리는 것이 보였다.

무릎을 치는 태하.

‘……길이 보인다!’

보현 관장은 한차례 죽을 뻔하면서 극단적인 경험을 했다.

그로 인해 레벨업을 했고, 등급이 올라가면서 ‘벌모세수’라는 스킬을 얻은 것이었다.

[스킬: 벌모세수]

[호흡의 길을 열어 주는 개파조사의 손길]

[효과: 운동의 종류에 따라서 호흡의 길을 달리할 수 있다]

희란은 이후로도 계속해서 스쿼트를 쳤다.

하체의 힘이 다 털렸는데도 계속해서 운동을 했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바로 점진적 과부하의 회복 능력 덕분이었다.

[‘희란’이 발살바 호흡법을 통해 라이프 최대치를 상승시킬 수 있는 호흡법을 터득했습니다]

[체력이 상승합니다]

[+2]

[체력이 상승합니다]

[+4]

체력이 계속 상승했다.

스쿼트를 한 세트 할 때마다 계속해서 체력이 상승하니 하루에 100을 넘기는 건 우스울 정도였다.

그야말로 믿을 수 없는 체력의 상승치.

이것이 가능한 것은 태하의 여러 오러 덕분이었다.

그의 패시브는 파티원의 신체 능력을 올려 줄 뿐만 아니라, 득근 수치를 올려 주거나 스텟의 상승치를 증폭시켜 주기도 한다.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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