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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레이드-142화 (142/197)

142 화염을 넘어(2)

과연 레드 드래곤이 어떻게 생존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였다.

허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저놈도 하도 지랄발광을 하느라 힘이 제법 많이 빠졌다는 점이었다.

“총총, 다시 올라가자!”

“네, 알겠다요!”

충성스러운 총총은 몰먼호를 끌고 다시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몰먼호가 지면 위로 올라왔을 때, 500인의 공격대는 이미 레드 드래곤을 때려잡을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각자 몬스터 힘줄로 만든 로프에 고리를 매달아 드래곤의 비늘에 걸 준비를 하고 있었고, 한쪽에서는 강타 스킬을 준비하고 있었다.

“자, 올라와라!”

“그나저나 저놈이 어떻게 숨을 이틀이나 참을 수 있었던 거지?”

“글쎄요. 드래곤은 신비의 생물이니 이틀을 넘게 참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의 싸움은 우리에게 더 유리하다는 겁니다.”

“……하긴!”

가만히 바닥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동료들.

바로 그때였다.

쿠그그그……!

온 땅에 진동이 울리더니 서서히 대지가 반으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 위세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지구가 반으로 쪼개지는 듯한 느낌까지 들었다.

“옵니다!”

“땅이 갈라집니다! 형님, 피하십시오!”

스스스스!

아르네시아는 태하와 동료들에게 드래곤의 배리어를 걸어 주었고, 에밀리는 냉기의 보호막으로 동료들을 한 번 더 보호해 주었다.

그러는 동안 샤이언은 땅을 주시하고 있었다.

콰아아앙!

-크아아아아악!

“왔다!”

샤이언은 그 즉시 입을 벌려 전격의 브레스를 쏴 버렸다.

콰지지지직!

제아무리 웜급 드래곤의 맷집이 좋아도 전격의 브레스를 전력으로 쏘아 대는데 타격을 입지 않을 수는 없었다.

-……크아아아악! 비열한 블루 드래곤! 이런 씨발 놈, 넌 오늘 뒈졌어!

“저놈의 성질머리는 여전하군.”

-죽인다, 으아아아악!

콰과과광!

놈이 사방으로 화염 계열 마법을 난사해 대는 통에 마치 화산이 폭발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심지어 레드 드래곤은 소형 메테오 스톰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슈가가가각……!

“우, 운석?!”

“젠장, 역시 드래곤은 드래곤이란 말인가?!”

마법의 정수를 가지고 있다는 드래곤의 공격력은 일반적인 몬스터나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허나 그것이 같은 드래곤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크르르르릉……!

이내 폴리모프를 풀어 버린 아르네시아는 가슴에 담아 두었던 담수를 한 방에 풀어냈다.

그의 입질 한 번에 하늘 높이 솟구쳐 오르는 해일, 그것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과 같아서 보는 이로 하여금 경이로움을 자아냈다.

“……이것이 바로 드래곤끼리의 싸움이라는 것인가!”

해일과 운석이 부딪친다면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그런 의문점을 갖고 사태를 지켜보던 태하 일행 사이에서는 날카로운 얼음의 창이 튀어나왔다.

-……나도 갈게요!

에밀리는 거대한 얼음을 소환한 후, 그것을 1미터 크기로 쪼개어 바람과 함께 섞었다. 그러자 얼음의 칼날이 운석을 조각내기 시작했다.

서걱!

-됐다!

-나는 저놈을 계속 공격하겠다!

샤이언은 이내 동료들과 같은 모습으로 폴리모프를 풀어 버린 후, 레드 드래곤의 목덜미를 물어 버렸다.

그러자 눈을 뜰 수조차 없을 정도로 강렬한 스파크가 튀며 적의 목에 상처를 냈다.

콰지지지직!

-크아아아앙! 이런 지독한 블루 드래곤 같으니!

-크르르릉!

드래곤이 드래곤을 물고 있을 무렵, 태하는 과감하게 와이어를 뻗었다.

자신을 형님으로 모시는 드래곤들이 고군분투하는데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자, 그럼 나도 간다!”

태하는 레드 드래곤의 역린 근처로 와이어를 뻗었다.

허나 놈의 역린 사이에서는 불길에 휩싸인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왔다.

심지어 그중에는 화염 계열 정령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막아라! 주인님을 수호하라!

“정령왕……?!”

레드 드래곤의 비늘 사이에 숨어 있던 정령왕은 자신의 신하들을 이끌고 드래곤 하트를 지키기 위해 뛰쳐나왔다.

아무래도 태하는 이쯤에서 후퇴를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허나 그에게는 동료들이 있었다.

퍼억!

-크허어억!

“헬창 만세!”

“란돌 씨!”

“가세요! 뒤는 우리가 책임집니다!”

란돌을 비롯한 500명의 헌터들이 정령 무리와 정면 대결을 펼치기 위해서 돌격했다.

그런 그들의 뒤에는 어느새 얼음드래곤이 날개를 펼치고 서 있었다.

-크아아아앙!

“동료들을 보고 뽕이 차오르는 적은 처음이네. 그럼 나도 질 수 없지!”

태하는 적들의 공격을 이리저리 피해 내며 와이어를 걸었다 뽑기를 반복했다.

적의 공세는 매서웠다.

피융!

“크윽!”

불로 만든 화살이 태하의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만약 제대로 맞았다면 그대로 갈비뼈가 부러질 정도로 강력한 공격이었다.

그는 마이트의 중량 벨트를 질끈 동여맸다.

“간다!”

마치 거미인간처럼 자유롭게 비늘 사이를 종횡무진하던 태하는 어느새 드디어 역린 바로 앞에 멈춰 설 수 있었다.

허나 역린 앞에는 태하가 미처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몬스터가 도사리고 있었다.

놈은 바로 영물 피닉스였다.

-삐애애애액!

“……불사조?! 저런 것도 있었던가?”

피닉스는 던전에 서식하는 영물이라고 불리는데, 학자들은 과거 사방신 중에 하나로 불렸던 주작이 바로 피닉스가 아닐까 하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그만큼 피닉스는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태하는 숨을 꾹 참았다.

“후으으읍!”

슈퍼아머가 시전되는 동안 한 방에 심장을 깨부수려는 생각이었다.

허나 피닉스의 날갯짓은 상상 이상으로 강력했다.

고오오오오!

날개를 한 번 펄럭거리는 것만으로도 화염의 소용돌이가 생겨났고, 그 주변으로 불덩이들이 미친 듯이 쏟아져 태하의 온몸을 두들겨 팼다.

퍼버버벅!

만약 슈퍼아머가 없었다면 태하는 진즉에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허나 태하는 여기서 포기하지 않는다.

“후우, 후으읍!”

찰나의 순간에 호흡을 가다듬은 태하는 복압을 유지한 채 피닉스를 향해 날았다.

그러곤 놈의 안면에 주먹을 후려 버렸다.

콰아아앙!

그동안 복압을 꽉 잡고 있었던 터라 에너지가 응축되었는데, 그것이 일순간 터져 나오니 그 위용이 주변에 후폭풍을 만들어 낼 정도였던 것이다.

-끼에에에엑……!

저 멀리 나가떨어지는 피닉스, 태하는 그 틈을 노리고 역린을 뚫고 드래곤 하트에 당도했다.

두근, 두근……!

엄청난 고동이 느껴지는 드래곤 하트는 볼 때마다 경외심이 느껴질 정도로 아름다웠다.

태하는 그 드래곤 하트에 와이어를 찔러 넣었다.

퍼억!

[액티브 스킬 : 약탈]

[레드 드래곤의 하트를 약탈합니다]

[드래곤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겼다!”

드래곤의 신형은 허물어졌고, 태하의 동료들은 기쁨의 함성을 내질렀다.

***

레드 드래곤 바트는 그야말로 골목대장 스타일 그 자체였다.

한바탕 싸움을 끝내고 던전을 천천히 내려오는데도 놈은 아주 이를 바득바득 갈며 분통을 터뜨리기 일쑤였다.

“젠장! 이 몸이 당하다니. 치사하게 용암 속에 가두는 게 어디 있어?!”

“시끄러워, 이 빨간 머리 도마뱀아.”

“으으, 빌어먹을! 너, 내가 언젠가는 꼭 죽이고 만다!”

“나를? 이제는 내가 대장이라는 걸 잊었나? 설마 그런 건 아니지?”

“……끄응.”

태하가 대장이라는 것을 잊을 리 없는 바트는 그제야 입을 꾹 다물고 말았다.

홍이가 너무 많은 힘을 썼기 때문에 걸어서 던전을 내려가는데, 86층에서 1층까지 내려가는 것만 해도 무려 한 달은 족히 걸릴 것 같았다.

워낙 길이가 넓은 던전이 많은 데다 방금 전의 싸움으로 다들 많이 지쳐 있었기 때문이다.

아주 천천히 던전을 내려가는 동안 태하는 바트에게 골드 드래곤에 대해 물었다.

“골드 드래곤은 현자라던데, 어때?”

“현자? 흥! 그런 비겁한 수나 쓰는 놈이 현자는 무슨!”

“비겁한 수를 쓴다? 그렇다면 계략을 잘 쓰는 모양이지?”

“전략과 전술에 능하다. 그리고 상대방을 계략에 빠트리는 걸 즐기지. 육탄전이나 마법이 난무하는 싸움은 기대하면 안 된다. 큰코다칠 거야.”

“까다로운 놈이네. 골드 드래곤을 이긴 놈은 도대체 뭐 하는 놈이기에…….”

“상성이 안 맞아도 너무 안 맞았던 거지. 땅의 양분을 먹고 자라나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냐?”

“나무?”

“그래! 그린 드래곤은 기본적으로 나무와 풀을 좋아해. 그걸 뿌리내리게 할 수 있는 것도 그린 드래곤이고. 젠장! 만약 내가 놈과 붙었다면 그야말로 압승을 거두었을 텐데! 산불 한번이면 놈은 힘을 못 쓰고 그대로 타 죽을 테니 말이야!”

그야말로 상성 싸움, 가위바위보와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게 드래곤들의 싸움이 아닌가 싶었다.

그렇다면 태하는 과연 골드 드래곤을 어떻게 이겨야 할지, 고민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 와중에 바트가 한 가지 힌트를 주었다.

“놈이 머리는 좋아. 하지만 취약한 부분이 하나 더 있어.”

“취약한 부분?”

“금속은 뭐에 약하지?”

“음, 글쎄. 물?”

“그래, 물에 약하지. 게다가 금속은 뭐가 잘 통하지?”

“전기……?”

“그래! 그놈은 머리가 좋기는 해도 속성적으로 상당히 열세에 몰릴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어. 사실상 그놈이 강력하게 짓누를 수 있는 속성은 불과 어둠, 이 2개밖에 없다는 거지.”

머리는 좋지만 드래곤들 사이에서 약체로 통할 수도 있는 것이 바로 골드 드래곤이었다.

태하는 이 점을 이용하면 놈을 생각보다 쉽게 잡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로부터 한 달 후.

태하 일행은 안전하게 바벨탑을 나와 귀가할 수 있었다.

“후아, 집이다! 이제야 좀 살 것 같네!”

“둘 다 고생 많았어.”

“씻고 싶어!”

“나도, 나도!”

희란과 가빈은 집에 오자마자 샤워실로 달려갔다.

덕분에 거실에 남은 짐을 정리하는 일은 태하의 몫이었다.

“거참, 성질 급하긴.”

이번 레이드는 특히나 사람의 심력을 고갈시키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두 사람은 어느 때보다 힘들었을 것이다.

태하는 그녀들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짐을 정리하고 장비를 한쪽에 몰아넣고 그것을 깔끔하게 닦기 시작했다.

슥삭, 슥삭…….

장비를 닦던 태하의 뒤로 인기척이 느껴진다.

“응? 벌써 다 나왔어?”

“형님! 접니다!”

“……허억! 너, 뭐야! 어떻게 나왔어?!”

“헤헤, 형님을 따라다니고 싶어서요!”

“허어! 보스가 층을 안 지키고 나오면 쓰나!”

“저 말고도 층을 지킬 사람은 많아요. 저 하나 없다고 어떻게 되지 않죠. 그리고 던전이 침공을 당한다면 홍이가 다시 데려다줄 거고요.”

“다시……? 그럼 홍이가 이번에도 너를 데려다줬다는 거야?”

“상부상조! 제가 홍이에게 아주 맛있는 영양 간식을 줬거든요.”

“영양 간식? 그게 뭔데?”

“엔트의 심장이요!”

“……엔트의 심장? 걸어 다니는 나무 말이야?”

“목인이라고 하죠. 그게 신목에게는 아주 그만입니다! 모르셨어요?”

“흠, 그랬던가?”

“아무튼 간에 이렇게 내려온 것도 인연인데, 제게 가르침을 좀 주십시오!”

“가르침이라니?”

“헬스! 배워 보고 싶습니다!”

“……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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