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19화 (20/355)

제 5 장 장천의 첫사랑 (1)

다음날 장천 일행은 견즉사의를 만나기 위해 다시 길을 떠났다.

흑철돈녀 무삼랑은 장천과 헤어지는 것이 아쉬운 표정을 지었지만, 자신의 욕심

으로 잡고 있을 수만은 없는지라 보내 줄 수 밖에 없었지만, 조만간 쌍도문으로

찾아가겠다는 뜻을 표했으니 쌍도문으로선 장천 때문에 사파의 절정고수인 흑

철돈녀 무삼랑은 아군으로 얻었다고 할 수 있었다.

개방의 구차는 일행들과 함께 기련산에 내려오고는 급히 사라졌는데, 마교의 암

혈당에게 개방의 많은 인원들이 죽음을 당했기 때문에 그로서는 급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견즉사의 호청명의 정확한 소재지를 모르는 일행은 사천의 성도에 있는 청개

곽무성을 찾아 갈 수밖에 없다.

쌍도문의 들어 온 이후 이렇게 오랜 여행을 해 본 적이 없는 장천으로선 매일

말을 몰아가는 것이 지겨울 수밖에 없었기에 한시도 가만히 있질 못하고 있었

기에 말 위에서 책을 보고 있던 요운은 그를 보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제 지겨운가?"

"음..쪼금..."

"후후. 구궁사형 이 곳에서 가까운 곳의 마을에 제가 잘 알고 있는 음식점이 하

나 있는데 그곳에서 쉬었다 가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요운의 말에 구궁 조금 두려움에 잡힐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의 사제인 요운이

워낙 출중한 인제인지라 명문의 자제들과 어울려 다니는 것을 즐겼기 때문에

그가 아는 음식점이라면 분명 고급일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물론 문을 나올 때 어느 정도 자금을 받아와 넉넉한 편에 속하기는 했지만, 견

즉사의 호청명을 찾는 것이 얼마나 시일이 걸리지는 알 수 없는 일이기에 절약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막상 요운의 말을 거절하려고 할 때 구궁은 보지 말아야 할 것은 보고

말았으니 자신의 옆에서 간절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빤짝거리는 장천을 본 것

이다.

마차 하늘과 같이 맑고 깊은 눈동자에서 뿜어 나오는 간절함은 도저히 구궁으

로 하여금 요운의 말을 거절할 수 없게 만들었던 것이다.

"큭...어쩔 수 없군. 사제 안내하도록 하게."

"야호!!"

구궁이 허락한 순간 장천은 천금이라도 얻은 양 기뻐 날뛰니 저런 철부지를 데

리고 앞으로 얼마나 더 여행을 해야 하는 가라는 생각에 그로선 두통을 앓을

수밖에 없었다.

무쌍도란 명호로 오룡의 일인으로 이름을 날리는 요운은 젊었을 때 안 가본 적

이 없을 정도로 정파의 후지기수들과 몰려 다녀 감숙성 일대에 그가 모르는 곳

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강호의 명문정파라 함은 그 이름 하나만으로도 사람들의 눈을 흐리는 곳인지라

어느정도 재력이 소림이나 아미 같은 속세와 떨어져 있는 곳을 제외하고는 어

느정도 집안의 재력을 통해 뒷수를 써야만이 들어 갈 수 있는 곳인만큼 구파일

방의 제자들 중에 집안이 가난한 자들은 극히 드물었다.

이런 자들과 어울려 다니는 요운 역시 감숙성의 큰 부호의 아들로 태어난 지라,

구궁으로선 그가 안내하는 음식점을 생각하며, 연신 품에 있는 돈주머니를 만지

작거리며 걱정할 수 밖에 없었는데, 막상 그가 안내하는 음식점에 도착한 순간

그런 생각은 말끔히 사라지지 않을 수 없었다.

"여깁니다."

"엥?"

장천은 요운이 가리키는 음식점을 보며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꽤 크긴

하지만 다 쓸어질 것 같은 허름한 건물에다 간판은 바람에 흔들거리는 망해가

기 일보직전인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구궁 역시 요운이 안내한 음식점을 보

며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지만, 일단은 돈을 절약할 수 있다는 생각에 한 숨

을 내쉴 수 밖에 없었다.

초라한 건물, 과연 이런 곳에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나 만들 수 있을까

란 생각을 하며 들어간 장천의 일행은 식당안의 모습을 보고는 크게 놀라지 않

을 수 없었다.

허름하긴 하지만 안은 꽤 넓은 식당 안에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꽉차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거의 대부분이 병장기를 하나씩 옆에다 세워두고 있는 무인이였는지

라 그 놀라움은 더 크다고 할 수 있었다.

"이곳은 겉으로 보기에 초라해보이기는 하지만 감숙성 일대의 후지기수들에게

는 꽤나 알려진 곳입니다. 뭐랄까? 후지기수들의 모임의 장소라고나 할까요? 이

곳의 주인이 무당의 속가제자 출신이자 강호오룡의 한명인 낙수검 뇌진천이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지요."

요운의 일행이 들어서자 열다섯 정도의 곰보소년이 뛰어와서는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며 말했다.

"어서 오십시오."

점원인 듯한 소년은 일행을 보며 공손히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비어있는

자리가 있는 살펴보고는 한 일행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재빨리 장천의 일행은

그 쪽으로 안내를 했다.

장천은 겉보기와는 달리 내부는 상당히 깨끗할 뿐만 아니라 여기저기 값비싼

장식품들이 걸려 있는 것을 보며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요운은 자주 이곳에 드나들었는지, 자리에 앉은 후 점원에게 몇가지 음식을 주

문하고 있었는데 그때 일행의 곁으로 일단의 사람들이 찾아와서는 정중하게 포

권을 하며 인사를 했다.

"쌍도문의 무쌍도 요운대협 아니십니까?"

"아! 경운문의 진천곤 하백대협 아니십니까?"

요운은 자신의 옆으로 와 포권을 하며 인사를 하는 하백이란 무사를 보며 반가

운 얼굴을 하며 포권을 하며 답례했다.

정천으로선 경운문이란 문파를 들어 본 적이 없는지라 고개를 갸우뚱 거리고

있었는데, 그 때 그의 귀로 곽무진의 전음이 들려왔다.

[경운문은 산서 오대산자락에 위치한 정파에 속하는 문파입니다. 곤을 주무기로

사용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무공으론 대력곤법과 환영십이곤법이 있지요. 현재

정파의 2류 정도의 문파라고 할 수 있지만, 진천곤 하백은 오룡에는 속하지만

후지기수 중에선 꽤 이름을 날리고 있는 자이니 얼굴을 익혀 두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응. 글쿠나."

다행이 곽무진은 강호에 대해 거의 문외한의 가까운 장천에게 자세한 설명을

해주는 것을 잊지 않았으니 천은 고개를 끄덕이며 어느 정도 상대에 대한 정보

를 얻을 수 있었다.

요운은 하백과 잠시 인사를 나눈 후 자신의 사형과 사제인 장천을 하백에게 소

개시켜 주었는데, 경운문의 하백은 아직 열 살도 되지 않아 보이는 소년이 무쌍

도 요운을 제치고 소주로 선택되었다는 것에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일단은 구파일방과 비등한 명성으로 급성장을 하고 있는 쌍도문의 소주

인지라 놀란 얼굴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정중하게 장천과 인사

를 나누었는데, 장천은 그 때 하백의 뒤에 소녀 한 명이 부끄러운 듯 몸을 숨기

며 자신을 처다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부끄러운 듯 얼굴을 숨기고 있는 그녀를 보며 장천은 자신과 같은 또래의 소녀

가 있는 것게 크게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껏 여행하면서 만난 많은 사람들 중에서 마을의 어린아이

들을 제외하고는 자신과 같은 또래를 한번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반가운 마음에 장천은 앞으로 나가 소녀에게 포권을 하며 말했다.

"쌍도문의 장천입니다. 소저의 성함을 가르쳐 주실 수 있겠습니까?"

갑자기 자신이 처다보고 있던 장천이 앞으로 나와서는 포권을 하며 말하자 소

녀는 크게 당황한 듯 다시 하백의 몸 뒤로 숨었지만, 장천이 물러설 생각을 하

지 않고, 하백까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떼어내자 울상이 되어버리고는 뒤로

도망을 가버렸다.

장천으로선 같은 나이 또래의 소녀를 만나 반갑기에 한 행동이였지만, 그것이

한 여인을 울리게 할지는 몰랐기 때문에 크게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하백

은 그런 장천의 마음을 아는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천소협은 그리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 아이는 저의 사매인 정화라 하는

데 어렸을 때부터 경운문에서 자랐는지라 사형제들을 제외하고는 남들과 마주

하는 것을 크게 부끄러워 하지요."

"그렇군요."

장천은 하백의 말을 들으며 그녀가 쑥스러워서 도망갔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

에 어느정도 걱정은 풀 수 있었다. 하지만 아쉬운 마음은 상당히 클 수밖에 없

었는데, 겁이 많은 듯 크고 맑은 눈동자에 앵두 같은 입술은 붉은 비단의 옷과

너무나 잘 어울려 정말 사귀고 싶은 소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의 사형이라는 하백과 어느정도 안면을 튼 상태이기 때문이 언제든

기회가 또 찾아 올 것이라 생각하며 지금은 대인의 풍모로 참을 수 밖에 없었

다.

하백은 이번에 자신들의 어린 사제들에게 강호견문을 시켜주기 위해 이곳저곳

을 돌아다니고 있다고 한다.

감숙성의 구파일방 중 하나인 공동파의 장로와 경운문의 문주가 꽤 친한 사이

였기에 하백은 공동파에 들려 장로에게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는 나온 후 쌍도

문에도 한번 들리기 위해서 길을 나서고 있었는데, 이곳에서 요운을 만나게 된

것이다.

무쌍도 요운은 오룡의 일원으로 후지기수에게는 크게 이름을 날리고 있는 고수

였기에 경운문의 하백의 사제들은 감탄 어린 눈으로 요운을 처다보고 있었다.

요운 역시 경운문이라면 강호에 어느정도 이름이 있는 문파인지라 장천에게 소

개 시켜주어도 별문제가 없다고 생각했기에 경운문의 문도들과 함께 식사를 하

자고 권했는데, 그 말을 들은 장천은 요운에게 크게 감사의 말을 내뱉고 싶었

다.

지금은 간단히 정파의 문도로써 서로간의 상견례를 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지만,

같이 식사를 하게 된다면 어느정도 친숙해 질 것은 물론이요. 모두 모이는 자리

에 정화라는 소녀가 나타나지 않을리도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정화는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여제자의 손을 잡은 채 음식점안으

로 들어왔다.

얼굴을 붉게 물들인 것이 마치 잘 익은 복숭아와 같았는지라 장천은 정화의 귀

여움에 크게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저렇게 귀여운 것이 왜 지금에야 나타났는지란 생각을 하던 장천은 그

녀가 자리에 앉아 멍하니 처다보고 있던 눈을 진정시키고는 하백과 요운의 대

화를 경청하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아무래도 마교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것 같더군요."

"마교의 움직임이요?"

하백이 마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 요운은 놀라는 듯한 표정을 취하며 되물

었다. 일단은 기련산에서 마교에 암혈당에게 크게 시달린 적이 있었던 지라 궁

금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예.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사천성과 청해성에 있는 마교 지부 소속의 무사들이

상당수 협서성의 서안에 위치한 지부로 움직이고 있다고 하더군요."

"서안이요?"

"예. 개방과 구파일방에선 이 갑작스런 마교의 움직임에 귀를 곤두세우며 몇몇

제자들을 협서성으로 보내고 있다합니다. 공동파의 경우에는 타파보다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그 움직임에 더 귀를 곤두세우고 있었기 때문에 그

곳에 찾아간 저희들도 어느정도 알 수 있었던 것이죠."

기련산에 있었던 일을 생각해본다면, 분명 어디에서인가에도 그때와 똑같은 일

을 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한 요운은 하백의 말을 들어보며 한참을 생

각하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이상하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전 이것이 혹시 마교에서 성동격서(聲東擊西)의

계를 쓰는 것이 아닐까 의심이 드는군요."

"성동격서요?"

하백은 그의 말에 의아한 듯한 얼굴을 하며 물었고, 요운은 자신이 생각하던 바

를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예. 첫째로 마교의 움직임이 너무 드러나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자신들의 움

직임을 정파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그들은 지부의 인원들

을 대거 서안으로 이동을 시켰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사천과 청해성에 있는 지

부의 인원이 많다고 해도 구파일방에서 제자들을 보낸다면 승산없는 싸움이 분

명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현재 움직이고 있는 인원은 마교의 주력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마교의 주력은 흑목애에 위치한 마교본단에 거의 반이상이 머물러 있

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확실하게 성사시킬 수 있는 고수들이 아닌 지부의 인

원을 움직였다는 것입니다. 셋째 저희가 이곳에 오면서 기련산에 들린 적이 있

었는데 그곳에서 마교의 암혈당의 무사들과 마주친 적이 있었습니다."

"암혈당이라면 마교의 오당 중 하나가 아닙니까?"

"예. 암혈당이 마교 오혈당 중 가장 말단에 있는 당이라고는 하지만 마교의 주

력임은 틀림이 없는데, 그런 주력의 상당수의 인원이 기련산으로 빠져나와 있었

습니다. 개방에서는 사파의 고수인 기련삼마를 영입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기

련감마의 영입에 수백명이나 되는 암혈당의 무사들을 움직일 필요는 없기 때문

입니다."

하백은 요운의 말을 들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

도 그럴 것이 정파에서 중간정도의 문파라고는 하지만 정보에는 그리 밝지 못

한 자신들이 알 정도의 정보라는 것은 마교의 움직임이라 보기에는 너무 드러

나 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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