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 장 출세를 위하여 (2)
은조상의 안내를 받으며 도착한 곳은 커다란 식탁이였는데, 그곳에는 생전 구경
도 못했을 산해진미가 가득했기에 장천으로선 크게 감동할 수 밖에 없었다.
"아! 감동이다..."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김을 보며 사랑에 빠진 소녀의 얼굴이 되어버린 장천을
보며 동방명언은 가볍게 옆구리를 찌르고 있었는데, 오히려 은조상의 어머니는
그런 모습을 보며 재밌어하는 표정을 지었다.
"한참 클 나이인데 많이 먹어야지요. 자 기다리지 말고 자리에 앉도록 하세요."
"감사합니다. 어머님은 넘 미인인데다가 마음씨도 좋으신 것 같아요."
"호호호!"
장천은 아부를 들으며 그녀는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이곳으로 오는 동안 제대로 된 음식을 먹어 본 적이 없던 장천은 제일 먼저 식
탁에 앉아서는 음식에 손을 가져가려고 했는데 그 때 누군가가 젖가락을 집는
장천의 손을 후려쳤다.
"큭!!"
장천은 밥상머리 앞에서 겁도 없이 자신을 친 녀석을 살기 어린 눈으로 처다보
았는데, 그 사람은 바로 은조상의 여동생이였다.
"당신은 예의도 모르나요?"
"무슨 예의."
"흥!"
이제는 말도 하기 귀찮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며 물러서니 자신의 옆에 앉아 있
는 은조상을 보며 살기어린 전음을 보냈다.
[동생의 이름을 밝혀라...]
[은영영이라 하네.]
[싫어하는 음식은....]
[.....내가 알기로는 닭으로 만든 음식은 입에도 못된다고 하던데...]
장천이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은조상은 별 일이야 있겠냐는 생각
으로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그 때 장천의 입가에 떠오르는 사악한 미소를 보며
식은땀이 흐르지 않을 수 없었다.
자리배치를 살펴보면 재빨리 장천이 중앙을 비집고 앉은 탓에 왼편에는 은조상
이 오른편에는 은영영이 앉아 있었기에 장천은 사이에 낀 형국이라 할 수 있었
다.
천천히 젖가락을 손에 들면서 주의를 경계하니 다행히 은영영의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해 있었기에 장천은 식탁의 이곳저곳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전방 일척정도의 위치에 발견된 닭찜과 우방으로 보이는 닭튀김을 확인한 장천
은 천천히 녀석에게 젓가락을 보내기 시작했고, 가볍게 닭튀김을 들었는데, 그
순간 기름에라도 미끄러진 듯 빠져서는 은영영의 짚으려고 하는 음식으로 떨어
져 내렸다.
"앗! 이거 미안하군요."
"흥!"
그녀의 눈에는 젖가락 질도 못하는 바보녀석이라는 경멸의 눈빛이 가득했는데,
하지만 그 후로 장천의 장난은 계속 되었다.
그녀가 음식을 들려고만 하면 그곳으로 닭튀김을 날리기 시작한 것이다.
닭으로 만든 음식을 입에 대지 못하는 은영영으로선 닭튀김이 떨어진 음식은
두 번 다시 손을 대지 않았는데, 그 덕에 계속되는 장천의 암수로 인하여 이제
손을 댈 수 있는 음식은 앞에 있던 밥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던 것이다.
"아 맛있다...흐흐.."
만족한 모습으로 음식을 탐닉하는 장천을 보며 은영영으로선 화가 날 수 밖에
없었지만, 음식을 앞에 두고 화를 내는 것은 예의가 아닌지라 얼굴만 붉힐 수밖
에 없었다.
이 두 사람의 싸움을 지켜보던 은조상과 그의 어머니는 재밌다는 듯이 미소를
짓고 있었으니 장천으로선 아무런 문제없이 자신의 승리를 자축하묘 멋드러지
게 닭찜을 찢어서는 입으로 가져갔다.
"쿠쿠쿠쿠!!"
더 이상 참지 못한 은영영은 분노를 가누지 못하며 손을 떨고 있었는데, 급기야
는 눈물까지 흘리기 시작했다.
"음..."
그녀가 상황이 심각하게 변한 것을 보며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드는 장천이였는
데, 갑자기 다리 밑으로 한기가 밀려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헉!!'
단순히 여자의 한이 오뉴월에 서리가 내리는 차원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는
조심스럽게 밑을 처다보았는데, 그 순간 옆에 앉아 있던 은영영의 왼발이 그를
향해 빠른 속도로 날아왔다.
"큭!!"
다행히 미리 방비하고 있었기에 발을 들어서는 그녀의 공격을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다리를 막은 발에서 한기가 밀려오기 시작하니 음공을 이용한
다리공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내공을 끌어올리는 것이 다소 늦었던지 장천의 다리로 냉기가 밀려왔다.
한 순간에 장천의 머리 위로는 흰서리가 맺히기 시작했다.
"두형!!"
음식을 먹고 있던 사람들은 장천의 몸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고는 크게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영 무슨 짓이냐 오빠의 친구에게 한월각법(寒月脚法)을 사용하여 공격을 하
다니!"
은아영이 사용한 공격은 홍련교의 무공중의 하나인 한월각법이라는 음공의 하
나로 홍련교의 대표적인 상승무공이였다.
장천으로선 갑작스럽게 공격을 당했기 때문에 한월각법의 냉기를 차단하는 것
이 늦었고, 그로 인하여 온 몸으로 냉기가 퍼져 나간 것이다.
하지만 장천이 익히고 있는 내공은 태극일기공,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그의 몸
은 점점 정상으로 변해갔고, 다른 사람들은 크게 안심할 수 있었다.
온 몸에 냉기가 풀린 장천은 뻗뻗해졌던 목을 간신히 움직여 옆에 있는 은영영
을 보고는 살짝 미소를 짓고는 천천히 젖가락을 놓고는 앞에 놓인 닭찜을 집었
다.
"....."
두 사람 사이의 심상치 않은 기운에 다른 이들은 마른침만을 꿀꺽 삼키고 있었
는데, 닭찜을 자신의 앞으로 끌어온 장천은 미소에서 음흉한 웃음으로 변해가더
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는 그대로 은영영의 얼굴을 향해 닭찜을 집어 던졌
다.
"꺅!!"
왼쪽 얼굴에 정면으로 닭찜 공격을 받은 그녀는 옆으로 자빠지며 나가떨어졌으
니 동방명언과 데비드는 그 순간 자신의 심장도 떨어지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오! 두형! 너무 과격해요!"
데비드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장천은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니 그의 다리는
직각으로 얼어있었다.
"나 방금 죽을 뻔 했다...."
"...."
그 말과 함께 장천의 입에서 핏줄기가 흘러내리니 빙공으로 인해 내상을 입었
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편 장천이 던진 닭에 맞고 땅에 쓰러진 은영영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서
는 식탁을 향해 걸어왔고 근처에 있던 음식이 든 쟁반을 들어서는 그대로 장천
을 향해 던졌다.
다리는 얼고 내상으로 인해 움직임이 불편했던 장천은 그대로 음식이 든 쟁반
에 얼굴을 강타당하니 얼굴에 덕지덕지 음식과 함께 기름이 흘러내리는 꼴이
되어버렸다.
[은조상...닭 다음으로 싫어하는 음식은....]
"헉!"
장천은 전음을 들은 은조상은 그 순간 자신도 모르게 뒤로 자빠지고 말았으니
전음으로 전해진 그의 기백에 압도당한 덕분이였다.
[닭 다음으로 싫어하는 음식은....]
"허..헉....처..청경채..."
기백에 눌려 자신도 모르게 다름 음식을 대답하니 천천히 청경채의 앞으로 다
가선 장천은 쟁반을 들어서는 청경채가 든 쟁반을 들어서는 손으로 약간 집어
먹고는 만족한 웃음을 날림과 동시에 그대로 쟁반을 날렸고, 아니나 다를까 은
영영은 청경채를 뒤집어 써야 했다.
"호호호호!"
이 심각한 상황에 은조상의 어머니는 무엇이 그리 재밌는지 웃음을 터뜨리니
진실로 두려운 사람은 바로 이 여인이라 할 수 있었다.
"죽어라! 이 기생오라비야!"
"성질 더러운 계집애 너나 죽어라!"
은영영은 드디어 노기를 참지 못하고 내공을 돋구어 공격해 오니 장천도 더 이
상 참지 못하고 그녀를 향해 일장을 뻗었다.
"뭐해 두사람 좀 말려봐!!"
은조상은 드디어 본격적으로 싸움이 시작되자 동방명언과 데비드를 향해 소리
쳤고, 그제서야 정신이 든 두 사람은 황급히 앞으로 나서서는 두 사람의 사이에
끼여들어 싸움을 말리기 시작했다.
이각 정도가 지나서야 간신히 두 사람의 싸움을 말릴 수 있던 그들은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는데, 노기가 사라지지 않았는지 은영영과 장천은 서로를 노
려보며 씩씩거리고 있었다.
"휴..."
은조상은 동생의 팔을 잡고는 싸우지 못하게 만든 뒤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
는데, 그때 식당으로 중년 정도의 한남자가 걸어오더니 난장판이 된 식당의 모
습을 보고는 황당한 얼굴로 말했다.
"무슨 일이냐?"
"아빠!! 흑흑흑"
중년 남자의 얼굴을 본 은영영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며 그에게 달려드니 아
빠란 말로 미루어 보아 은조상의 아버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갑자기 기름 범벅이 된 자신의 딸이 울면서 달려들자 크게 당황하는 표정
을 보고는 자신의 아내를 처다보았는데, 그녀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별거 아니에요. 원래 아이들이라는 것이 싸우면서 지내는 것이 아니겠어요?"
"음..그렇긴 한데...이건.."
그녀의 말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식당의 참변을 보며 아이들의 싸움치곤 조
금 심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는 그였다.
다행히 격전은 은조상의 어머니의 도움으로 장천에게 아무런 피해 없이 끝이
날 수 있었기에 네 사람은 간단히 몸을 씻을 겸 욕실로 향했다.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욕실에는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었기에 장
천은 오랜만에 땀 좀 빼겠구나라는 생각에 방금전의 격전을 모두 잊을 수 있었
다.
"음...좋은데.."
"정말...난 이런 욕실은 처음이야.."
뜨거운 물에 몸을 맡기자 만족스러운 얼굴이 된 장천이였다.
"그나저나 은조상, 네 여동생 원래 그렇게 드세냐?"
"음...아무래도 너를 적수로 생각하는 것 같다.."
"적수?"
장천은 그녀가 자신을 적수로 생각한다는 말에 되물어 볼 수 밖에 없었다.
"옛날부터 저 내 여동생은 승부욕이 강해서 자신보다 예쁘다거나 무공이 강한
아이들을 보면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거든."
"응? 그런데 왜 나야?"
"아무래도 네 녀석의 얼굴이 여자인 자기보다 예쁘니 질투가 낫겠지."
"음..."
생각지도 않은 적이 등장했다는 것을 깨달은 장천은 심각한 표정을 지을 수 밖
에 없었다.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남자, 어떻게 보면 여자에게 큰 인기를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예상외로 기생 오라비같은 남자의 얼굴을 좋아하는 여자는 별로
없었다.
터프한 무림인들이 판을 치는 중원에서 유약한 인상의 여자같은 남자가 인기
있을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쳇!"
얼굴에도 흉터라도 내야겠다라고 생각하는 장천이였는데, 그때 욕실로 인상한
기운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응?"
심상치 않은 기운이라는 생각에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문쪽에서 두 개의 퍼런
불빛이 다가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