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 장 무림에 감추어진 전설 혈비도 무랑 (1)
장강을 통하여 무협으로 가는 것이 정파의 무사들에게 완전히 들통난지라 장천
의 일행들은 곤륜의 무사들을 지나치고는 유람선을 세워 육로로 방향을 선회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마을이 없는 곳에서 내려서인지 많은 수의 여인들이 동행하고 있는지라
제대로 된 말 한필 없는 일행들은 앞으로 나아가는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었다.
마을이라도 하나 발견해서 쉴 수 있다면 좋으련만 넓고 넓은 중원천지에 눈에
보일 정도로 가까운 곳에 마을이 위치한 것은 아니였기에 여인들의 원성은 더
욱 더 심해져만 갈 뿐이였다.
"아앙..두형 좀만 쉬어가자!"
"안돼! 적어도 마을에 도착하면 쉬자니까!"
"이런 산골짜기에서 어떻게 마을을 찾는다고....난 힘들어서 못가겠단 말이야!"
은영영은 연신 장천을 보며 투정을 부리니 그로선 화가 날 수 밖에 없었다.
"젠장! 이래서 여자들은 데리고 가기 싫었다니까!"
"흐엉...."
하지만 일일이 그녀들의 투정을 받아 줄 수는 없는지라 단호하게 길을 재촉하
는 장천이였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가니 다행히도 하늘의 도우심으로 산의 중턱에 마을 하나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으니 사람들의 눈에는 희망이 부풀어 올라 있었다.
"와아!"
"괜히 기대는 하지 말라고, 보아하니 사람도 별로 살지 않는 작은 마을인 것 같
은데."
"그래도 하룻밤 쉬어 갈 수는 있을거 아니야."
"흥! 이 인원이 저런 작은 마을에서 쉴 장소가 있을 것 같냐?"
그 말에 은영영으로서도 사람이 조금 많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대여섯명이면 모를까 이십명이 넘는 대인원이였으니 당연한 이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일단 눈에 보인 마을이였으니 일행들은 모두 그곳으로 향했는데, 마을에
도착하자 십여명의 마을 사람들이 장천 일행들을 기다리고 있었던지라 이상하
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응?"
일행이 가까운 곳으로 도착하자 모여 있는 마을 사람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연장자가 앞으로 나섰는데, 팔십은 족히 넘는 듯한 흰 백발에 긴 수염의 할아버
지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일행들을 보며 말했다.
"무랑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무사님들."
"어래?"
자신들을 환영하는 사람들을 보며 장천은 조금 당황하기는 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앞으로 나서 포권지례를 하며 인사를 건넸다.
"어른신께 인사드립니다. 저희들은 사천에 있는 작은 문파인 홍화문(紅火門)에
서 무공을 닦는 사람들이데, 잠시 이 마을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고 싶어 찾아
왔습니다."
"자! 이리로 오시지요."
장천의 인사에 노인은 그들을 마을 안으로 안내하니 그들의 친절에 조금 거부
감이 느껴지는 장천이였다.
'아무래도 조금 의심스러운 면이 있는 마을이군.'
노인을 따라 둘러본 마을은 산촌에 있는 보통 마을과 다름이 없었다.
어린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이 보이는가 하면 농기구를 들고 밭일을 마치고 돌
아오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이는 평범한 마을의 모습이였다.
노인이 안내한 곳은 마을 한가운데에 위치한 전각이였는데, 이런 산속의 작은
마을에 전각이 있다는 것에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비도문(飛刀門)이라..."
전각의 문이 있는 현판에는 비도문이란 이름이 쓰여져 있었다.
"명언. 비도문이란 문파를 알고 있니?"
장천은 그래도 일행 중에 가장 무림에 대한 지식이 많은 동방명언에게 비도문
에 대해서 물어보았는데, 역시나 고개를 젖는 명언이였다.
전각안으로 들어서자 한 쪽에 거대한 사당과 함께 조금 낡은 건물이 드러났는
데, 바닥에 깔려진 돌판을 보더라도 마을에서 계속 신경을 쓰며 정리를 하고 있
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선 일행들은 의외로 깨끗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곳에서 편히 쉬도록 하십시오. 조금만 기다리시면 저녁식사를 올리도록 하겠
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
노인의 말에 감사의 인사를 올린 장천은 품에서 은원보를 두 개를 꺼내어서는
노인에게 건네주었는데, 손을 내저으며 거절하고는 말했다.
"아닙니다. 저희들로선 이 돈을 받을 수가 없습니다."
"예?"
그 말과 함께 노인이 사라져버리니 장천으로선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도대체 이 말을 뭐지?"
"조금 이상하긴 하군."
은조상 역시 이상하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작은 마을은 보통 무사들이 나타나면 그리 좋지 않게 생각하는 것이 대부
분이였는데, 이는 무사들과 강호의 도적 무리들을 분간할 수 있는 눈이 작은 마
을 사람들에겐 없기 때문이였다.
그런 고로 두 부류들을 모두 환영할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였는데, 아무리 여자
의 비율이 많다고는 하지만, 그들은 남녀의 구분을 하기 전에도 이미 자신들을
맞아 들일 준비를 하고 있었던지라 이상하게 생각되는 것은 당연했다.
건물을 둘러보자 무공을 익히는 문파의 건물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역시나 현판에 쓰여진데로 비도문이란 문파가 있던 곳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는
데, 지금은 마을 사람들만 남았을 뿐 문파의 인물들은 한명도 보이지 않는지라
그것도 조금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정도 정보를 얻기 위해 장천은 건물을 나와 옆에 있는 사당으로 걸음을 옮
겼다.
사당으로 들어서자 벽면에 큰 그림이 그려져 있었는데, 거기에는 중후한 인상의
한 노인의 초상화였다. 그 옆으로는 나무로 만든 신위가 모셔져 있었다.
"음..."
역시나 신위에 쓰여져 있는 인물들의 이름을 보아서는 장천이 알 수 있는 사람
은 단 한명도 존재하지 않고 있었는데, 한참을 그렇게 돌아보니 어디서 들어보
았던 이름이 쓰여져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응? 비도문(飛刀門) 이십칠대문주(二十七代門主) 청풍비도(淸風飛刀) 무랑(武
郞)이라..."
신위에 쓰여진 이름들로 보아 이십칠대문주가 가장 최근에 모셔진 신위라는 것
을 알 수 있었는데, 무랑이란 이름이 크게 낯설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무랑이라...무랑..무랑...아!"
그제서야 장천은 무랑이란 이름이 왜 낯설지 않은지 알게 되었으니 그것은 바
로 무림의 혈성으로 이름난 혈비도 무랑과 이름이 같았기 때문이다.
'잠깐..설마...'
잠시 머리를 정리한 장천은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혈비도 무랑은 무림에서 비도술로 악명을 날린 사람이였는데, 이 비도문이라는
문파 역시 이름으로 보아 비도를 사용하는 문파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가장 최근 이십칠대문주가 무랑이라면 어느 정도 관련성이 있다고 볼
수도 있었으니 그의 머리에선 혹시 이 문파가 혈비도 무랑의 문파가 아닐까 하
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었다.
"아!"
자신만 알기에는 너무나 큰 정보인지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던 장천은 급히
뒤로 돌아 나가려고 했는데, 그 때 사당의 문에서 두 사람의 인형이 서 있는 것
을 볼 수 있었다.
"당신은..."
앞을 가로막은 사람은 처음 마을에 들어섰을 때 촌장인 노인이 옆에 서 있던
사십대 정도의 중년 농부였는데, 그들은 뒤돌아서 나가려고 하던 장천은 무표정
한 얼굴로 막아서고 있었는데 긴소매 끝에 가려진 손에선 푸른빛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아 병기가 감추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발 늦었군요."
"이곳은 외지인이 들어 올 수 없는 곳입니다."
그들은 냉혹한 목소리로 장천에게 말하고 있었으니 그로선 고개를 숙이며 사죄
를 한 후 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랬었군요. 사죄 드리는 바입니다."
"사죄를 하셔야겠죠...목숨으로 말입니다."
"헉!"
오른쪽에 있는 중년인은 당연한 듯이 말하고서는 목숨을 내놓으라 하니 장천으
로선 크게 당혹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허무하게 죽을 수는 없는지라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 들어
서는 두 중년인과 싸울 준비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이곳에선 싸울 수 없으니 나를 따라 오시구려."
왼쪽에 있는 중년인은 사당을 훼손할 수는 없는지라 장천을 밖으로 데리고 나
가려고 했는데, 장천으로선 쉽게 나갈 수가 없는 상태였다.
"흥! 사당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내가 다 부셔주지!"
그렇게 말한 장천은 사당의 가운데에 있는 노인의 초상화에 검을 가져갔는데,
그 순간 두사람은 크게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만 두시오!"
상당히 중요한 인물의 영정인지 두 사람의 안색은 시퍼렇게 변했고, 장천은 그
들의 약점을 잡았다는 생각에 회심의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었다.
"도대체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아무 영문도 모르고 죽고 싶은 생각은 없다!"
"칫!"
설마 이렇게 나올 줄은 몰라던 그들은 이를 갈며 뒤로 물러설 수 밖에 없었으
니 장천으로선 간신히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휴.."
하지만 밖에는 아직 영문도 모르고 저녁밥을 기다릴 다른 이들이 있었으니 사
당에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일이였는데, 사당은 굳은 벽으로 밀폐되어 있었고,
작은 환풍구 외엔 창문도 없었던지라 그가 빠져나갈 곳은 문밖에 없었다.
하지만 중년인들이 빠져나갈 때 문을 걸어 잠그는 소리가 들려왔는지라 장천으
로선 완전히 감옥에 갇힌 기분이 들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나가야 하는데...."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펴보는 장천이였는데, 역시나 상당히 견고하게 만들어진
사당엔 빠져나갈 구멍이라곤 보이지 않았다.
'죽었구나...'
이제 영락없이 죽은 목숨이라는 생각에 한숨만이 나오는 장천이였는데, 왜 마을
사람들이 자신들을 죽이려고 하는지에 대해 조금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혈비도 무랑과 관계 있어서일까?'
이곳이 혈비도 무랑의 문파라면 자신이 찢으려고 했던 노인의 영정은 분명 비
도문의 사조에 영정이였을 확률이 높았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 전부는 비도문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 무림의 대혈성이란
이름으로 무랑이 이름을 불리고 있다면, 마을 사람들로서는 무림과 떨어져 살아
야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무랑에게 죽은 많은 무림인들이 이곳이 무랑의 문파가 있는 곳이란 것을 안다
면 조용한 산동네는 피바람이 몰아칠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본다면 외지에서 온 무림인들을 죽여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는 하
지만, 그래도 무턱대고 죽인다면 정체가 드러날 것은 분명했기에 조금 이상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